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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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21(월) 대입수험생 신oo씨, 안민석 민주당 의원-"논술고사 수험생 농락하는 수준"
201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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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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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대입 수험생 신OO 씨, 민주당 안민석 의원 (국회 교과위)


대학생도 아니, 교수님도 풀기 어려운 문제다. 무슨 말인가 하니 요즘 한창 진행 중인 대학입시 논술시험 문제를 두고 나오는 말들입니다. 수준이 이렇다 보니 논술학원이나 고액 과외가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대체 얼마나 어렵기에 그런 걸까요? 오늘 그 실태와 대책들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현재 논술시험을 한창 치르고 있는 수험생 한 명을 익명으로 연결해 보죠.

[IMG0]◇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우리 수험생은 지난해에도 경험이 있고 재작년에도 논술시험 경험이 있다고요?

◆ 신00> 네.

◇ 김현정> 그래서 그 경향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아요. 보기에 이대로 교과과정만 해서는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들던가요?

◆ 신00> 작년 같은 경우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시문들이 많이 나왔고 재작년도 그랬지만 올해도 여전히 어려운 제시문이 나와서 되게 난해한 것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시간이 줄어들면서 쉬워진 것 같아 보였지만 여전히 몇몇 군데에서는 고등학생 교과과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제시문들이 나와서 좀 당혹스러운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까지 치렀던 논술시험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문제 몇 가지만 얘기해 주신다면 어떤 거예요?

◆ 신00> 요즘 논술에서는 영어제시문이나 수리논술도 문과에서도 많이 나오는데 수능의 난이도를 넘어선 영어문제인데도 올해 나온 학교가 있었고요. 표준시간대라는 좀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 영어로 풀이를 해 놨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어로 이해하기에는 벅찬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영어제시문이 고등학교 수준이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신00> 좀 수능문제보다 좀 까다로웠던 영어제시문도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기억나는 어려웠던 문제는 어떤 거 있으세요?

◆ 신00> 주로 너무 철학적인 주제를 묻거나 아니면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주제들 같은 게 갑자기 나오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비투스의 형성이라는 까다로운 주제에 대해서 다루는 제시문이 나왔었고요.

◇ 김현정> 아비투스 형성이요? 아비투스 형성이라는 게 뭡니까? 저도 처음 들어보는데요?

◆ 신00> 그것도 약간 좀 철학적인 얘기였었는데 정말 들어보지 못했던 주제다 보니까 제시문을 처음 접할 때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 게 있었고 또?

◆ 신00> 실천적 상황의 원칙을 나타내는 에토스라든가 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많아서 아무래도 접근하는 데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이라면 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군요. 심지어 이과 같은 경우에는 올림피아드 수준의 문제들도 나온다면서요?

◆ 신00> 네.

◇ 김현정>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논술을 어떻게 가르쳐 주시나요?

◆ 신00> 그때 당시에는 논술수업이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았었거든요.

◇ 김현정> 아마 지금도 상황이 나아졌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 신00> 비슷할 것 같아요.

◇ 김현정> 결국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다들 불안해하고 학원가서 특별히 얻는 게 업더라도 일단 가야 되는 이런 분위기입니까?

◆ 신00> 아무래도 연습이 되어 있는 거랑 안 돼 있는 거랑 시험장 가서 시험을 보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학원을 찾게 되는 게 조금 많은 것 같아요. 학생들 여러 명이.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럼 서울에 사는 학생들은, 수도권에 사는 학생들은 그나마 나은데 지방사는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서울로 논술시험 때문에 일부러 올라오는 경우도 있겠어요?

◆ 신00> 수능 끝나고 올해도 좀 많이 올라온다고 들었었거든요. 지방사는 학생들은 아무래도 좀 힘든 점이 많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신00> 네.

◇ 김현정> 이어서 수년간 대학입시의 논술문제점을 지적해 오신 분이세요. 국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 민주당 안민석 의원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논술시험 시즌인데 저는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같은 날 여러 학교의 논술시험을 보려고 퀵서비스까지 대동한다는 뉴스 보고서는 깜짝 놀랐어요. (웃음) 현실이 그렇다는 이야기인데, 논술에 수시에 정시에 절차도 아주 복잡하고.. 그중에서도 지금 문제가 되는 게 논술인데요. 안 의원님도 “이 문제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상당히 난해하다.”라는 지적을 여러 번 하셨죠?

◆ 안민석> 여러 번 쭉 해 왔는데 특히 올해는 황당 그 자체예요. 대학원생 정도가 답할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고요. 고등학교 교사들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난이도고 아주 미국 학술지에나 나올 만한 그런 고급 수준의 영어지문이 나왔고요. 그리고 제가 아는 어느 고등학교 선생님은 논술시험을 보고 돌아온 학생들에게 물어봤더니 우수한 아이들도 한 8, 90% 정도가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고요. 이미 공교육에서 가르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다고 볼 수가 있죠. 심지어 논술학원가에서도 올해 논술시험은 너무 어려워서 이거 앞으로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심지어 논술학원에서도 이 논술을 대비하기 어려운 그런 정도 수준의 문제들이 이번에 나왔습니다.

◇ 김현정> 제가 고대 논술문제 하나를 입수했는데요. 제시문을 통해 '각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방식의 차이를 추론하고, 자가면역질환인 근위축증에서 아세티콜린의 역할, 통점과 촉점의 신경전도속도 차이의 발생 원인을 논하라.' (웃음)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셨어요?

◆ 안민석> 박사과정 시험문제 정도 수준이죠.

◇ 김현정> 아니, 왜 이렇게 어렵게 냅니까? 이유가 뭘까요?

◆ 안민석> 이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이게 가장 큰 지금 특징이 지금 로또 논술이 되어 버렸어요.

◇ 김현정> 무슨 말씀이세요?

◆ 안민석> 왜 그러냐 하면 이게 수험생들이 자기가 읽었던 책이나 논술학원에서 배웠던 내용이 나오면 그야말로 대박을 맞게 생겼거든요.

◇ 김현정> 배웠던 게 나오면 대박인데 그렇지 않으면 하나도 못 쓰는. 모 아니면 도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안민석> 논술이 로또가 되어 버린 게 수시에서 반영비율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들 같은 경우에는 논술시험 잘 보면 대학 갈 수 있다 그런 신화를 대학들 스스로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이죠. 그런 대학들이 왜 이런 신화를 만드느냐, 그건 또 몇 가지 또 이유가 있습니다.

◇ 김현정> 뭡니까?

◆ 안민석> 우선적으로 대학들이 지나치게 저는 이기적이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러니까 지금 현재 논술의 전형 경쟁률이 50:1, 60:1 정도가 이렇게 이루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일단 응시료가 어마어마한 수입이 되는 것이죠. 그 다음에 교수들 같은 경우에 자신들이 대학원생, 학부생들에게 냈던 문제를 채점하니까 채점이 용이해지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채점도 쉬워진다?

◆ 안민석> 문제 변별력이 굉장히 커버리니까 이 문제를 맞힌 학생조차도 없고 그리고 답을 쓴 학생들의 답안지도 교수가 대학원이나 대학생들 답안지 채점해 오던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게 대학의 어떤 이기주의, 탐욕주의가 이 문제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보고요. 물론 근원적으로는 이러한 대학을 자율이라는 미명으로 방치를 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이게 핵심적인 문제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저는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문제를 어렵게 내야 그 학교 수준이 높아 보인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이게 시험 문제들이 다 유출이 되잖아요. 그래서 시험 문제집에도 다 실리고.. 고대에서는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나왔네, 이 학교는 수준이 상당히 높은가 봐 이런 것들을 교수님들 생각하시는 게 아닌가.. 사실상, 본고사가 됐어요. 본고사는 지금 금지인데 말이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안민석> 이름만 본고사로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본고사 다름없는 효과를 대학에서는 보고 있죠. 그런데 인생을 걸고서 대학입시 준비하는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거의 농락당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보여 지는데요. 문제는 논술시험이라는 게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를 평가하고 문제 해결능력을 엿보는 전형과정의 한 방식인데 이런 취지와는 전혀 동떨어져서 대학들이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아니라 이미 고급지식을 학습한 인재를 골라 뽑아서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나쁜 방식으로 왜곡을 하고 있다는 그런 점이 참 우려가 되는 점입니다.

◇ 김현정> 미리 선행학습을 하고 온 학생을 골라 뽑는 형식이 되어 버렸다. 이런 말씀이시죠?

◆ 안민석> 그럼요. 그럼 결과적으로 이 논술에서 누구에게 유리하냐. 영어, 수학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기본적으로 두 가지죠. 첫째는 기본적으로 외고나 과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되겠죠.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이게 2009년 교육과정 개정이 실시되면서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나 특목고는 영어와 수학시간이 일반고등학교 학생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높게 편성돼서 심화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논술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있고, 외고와 과고는 수험료가 일반고보다 세 배가 비싸기 때문에 주로 부유층 자제들이 많이 입학을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특목고에 유리하고 자연스럽게 계층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균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서울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서울 유명학원가를 제외하면 지방에는 논술전문학원이 거의 없어요. 그럼 대학진학과정에서 서울과 지방의 불평등 문제도 또한 더 심각하게 대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김현정> 여유 있는 지방학생들은 아예 짐 싸서 이쪽으로 온대요. “방 하나 잡아놓고서 논술을 준비한다.” 이런 르포들도 있더군요. 그런데 지금은 문제를 내는 것이 완전히 자율인가요?

◆ 안민석> 그러니까 이것을 대교협이라는 것에 맡겼단 말입니다. 대교협이라는 것이 대학 총장들의 모임이지 않습니까? 대교협에 대해 정부는 강제적인 권한이 없고 오히려 대교협이 주축이 되는 대학들이 입시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런 실정이고, 논술을 포함해서 대학입시정책이 갈수록 엉망이 되고 있는 주원인이 되는데요. 정부는 책임에서 좀 더 자유로워졌죠.

◇ 김현정> 어떻게 대책을 마련해야 될까요? 대책이 있겠습니까?

◆ 안민석> 결국에는 저희들이 어느 정도의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결국 교과부가 직접 개입을 해야 될 테고요. 그리고 수시에서 논술시험의 반영비중이 지금 지나치게 높은 문제도 시정을 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결국 근원적으로 대학입시체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높여야 될 텐데요. 그런데 이걸 피하기 위해서 현 정부가 욕을 안 먹으려고 꼼수를 부려서 자율이라는 미명하에서 방관하다 보니까 대학입시가 이렇게 로또처럼 아예 막장으로 치닫고 있거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라는 말씀. 대학의 자율성도 존중하되 공교육 해치지 않는 적정선을 찾는 노력이 이제 필요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되네요. 안민석 의원님,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