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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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30(수) 김대균 줄타기 예능보유자 "줄타기 35년, 인류무형유산됐어요"
201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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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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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줄타기 예능보유자 김대균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

여러분, 우리나라 마당놀이 꽃 하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바로 줄타기죠. 한동안은 서구 서커스에 밀려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바로 여기 줄타기 단 하나만을 위해서 35년을 달려온 명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제였죠. 줄타기가 택견, 한산모시와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가 됐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모셔보죠.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줄타기로 인간문화재 지정된 분. 중요무형문화재 58호 줄타기 보존회의 대표도 맡고 계세요. 김대균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 김대균> 안녕하세요. 줄타기 김대균입니다.

◇ 김현정> 여기서 줄타기라는 게 나무에다 줄 매달아놓고 부채 하나 들고, 줄 타면서 노래도 하고 대화도 하는 그것 맞죠?

◆ 김대균> 예. 맞습니다.

◇ 김현정> 유네스코 등재 소식 듣고는 기분이 어떠셨어요?

◆ 김대균> 굉장히 남다른 부분이 있는데요. 한국의 줄타기가 한낱 서커스의 곡예 정도로 치부되는 부분이 더러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들이 이번에 등재사유를 통해서 일거에 해결되니까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서커스하고 줄타기를 비교하는 분이 많은데, 어떻게 다릅니까?

◆ 김대균> 이번에 유네스코 등재사유가 ‘한국의 사면육각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줄광대가 줄 위에서 다양한 동작들, 어떤 상징적인 표현들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공연예술이다.’ 다시 말하면 형식미를 존중해 준 거거든요.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 김현정> ‘공연예술이다’ 이게 중요해요. 줄을 타는 줄광대가 있고 땅에 있는 어릿광대가 있고,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놀음 한판이 벌어지는 거잖아요?

◆ 김대균> 그렇죠. 그냥 단순히 줄을 탄다는 개념보다는 줄을 타는 그 속에서 놀음 형태로 줄광대와 상대역인 어릿광대, 그 다음에 음악이 어우러져서 관객과 이야기하며 풀어가는 방식이거든요.

◇ 김현정> 우리나라의 유일한 줄타기 인간문화재신데, 제가 실례가 안 된다면 놀음 한판 잠깐만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김대균> (웃음) 제가 잠깐 한다면 “제가 10대 시절에는 줄 위에서 줄 학습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20대 시절에는 줄 위에서 날아다녔습니다. 30대가 되니까 줄타기에 대해서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40대 중반이 되니까 누군가가 저에게 줄타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안개 속을 걷듯 오리무중입니다.’ 다만, 제가 줄을 타며 딱 한 가지 학습한 게 있는데요. 그건 바로 태풍이 불어도 비바람이 불어도 저는 허공의 줄을 오르는데, 줄 가운데 저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 그거 하나는 학습한 것 같습니다.” 대답을 하면 이렇게 풀 수도 있고요.

◇ 김현정> 맞아요. 저도 줄타기를 실제로 본 적이 몇 번 있는데 사실은 줄을 타는 그 모습도 재미가 있지만 그 이야기 듣는 맛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분이라 나이가 많은 분인 줄 알았더니 이제 45세 되셨네요?

◆ 김대균> 예. 맞습니다. 9살에 시작했는데요. 용인에 위치한 한국민속촌에 저희 아버님이 근무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파하고 나면 민속촌 놀이마당이 늘 제 놀이터였거든요. 그때 저희 선생님이 그곳에서 공연을 하고 계셨고요. 그리고 제1대 문화재가 되셨고, 제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꼬마들이 늘 까불까불 뛰어노니까 아버님하고 친분도 있으시고 해서 자연스럽게 입문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민속촌에서도 잘 하셨으면 정말 최고의 환경에서 줄타기를 배우신거네요? (웃음)

◆ 김대균> 실제로 용인민속촌 전시가옥에서 생활도 했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늘 익숙한 하루였거든요.

◇ 김현정> 타고나신 분이네요. 청취자 문자가 들어오는데 “김대균 선생님 궁금한 게 있는데 무섭지 않으세요?” 이런 문자 주셨어요.

◆ 김대균> (웃음) 그런데 그 공포감보다는 늘 하루하루 줄을 맞이하는 긴장감이 더 새록새록하고요. 사실은 조금 전에 재담했듯이 저 자신을 그냥 줄 위에 내려놓기 때문에 크게 공포감이 수반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35년 동안 혹시 떨어진 적도 있으세요?

◆ 김대균> 실제로 늘 위험을 담보하는 건 있죠. 있기는 있는데, 공연 중에 그런 건 없고요. 아마 사고는 더러 있을 수 있죠. 줄이 끊어진다거나 하는 그런 부분들이요.

◇ 김현정> 줄타기가 매일 보는 줄인데도 그날그날 다를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이 줄이 마당만큼 넓어 보이고, 어떤 때는 실처럼 가늘어 보이고 컨디션에 따라서 다른 건 있죠?

◆ 김대균> 맞습니다. 늘 축제현장에서 줄타기 하니까 일단 줄을 걸고 딱 줄을 만져보면 그날 감을 알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감만큼 줄 위에서 풀어내는 거죠. 가령 컨디션이 90이라고 한다면 줄 위에서 너무 비상을 할 경우 큰 실수를 가져올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 욕심을 버리고 컨디션, 그날의 어떤 감, 줄이 감기는 감에 따라서 풀어내는 거죠.

◇ 김현정> 청취자께서 “제자가 있으십니까. 지금 몇 분이나 우리나라에서 줄타기를 하십니까” 하셨네요?

◆ 김대균> 제가 과천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데요. 지금 아이들이 한 15명 정도 되고요. 그래서 아주 열심히 줄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유네스코에 등재까지 됐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의 귀중한 전통 자산인데도 불구하고 서러운 취급받을 때도 있으셨잖아요. 생각하면 있으시죠?

◆ 김대균> 더러 그런 부분들이 있죠. 어쨌든 사회적인 무관심일 수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저 개인적으로 줄을 탄다는 이유가 사회적 책무도 따르고요. 줄놀이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 줄타기가 가지고 있는 전통은 문화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큰데요. 그런 부분들이 등한시된 것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좀 아쉽기도 한데요. 어쨌든 이번 계기로 좀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우리 개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으로도 이런 귀중한 문화유산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