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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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28(월) 청백봉사상 대상 이재헌 주사 "도배사는 아니고 공무원입니다"
201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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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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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청백봉사상 대상 이재헌 주사


청백리라고 하면 조선시대의 청렴하고 도덕적으로 우수한 관리를 표창하는 그런 제도를 말하죠. 그런데 요즘 시대에도 청백리 공무원이 있을까요. 언젠가부터 공무원이라고 하면 복지부동 철밥 그릇의 상징처럼 인식이 되어 왔는데 동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어려운 집에 도배장판을 직접 해 주고 그야말로 숟가락, 젓가락 개수까지 살뜰히 챙기는 그런 공무원이 있습니다. 오늘 청백 봉사상 시상식이 있는데 대상을 수여하게 된 분, 직접 만나보죠. 화양동 주민센터의 이재헌 주민복지팀장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축하합니다.

◆ 이재헌> 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이 인터뷰 끝나면 바로 수상하러 가신다고요?

◆ 이재헌> 예.

◇ 김현정> 그럼 수상소감은 미리 써 놓으셨죠?

◆ 이재헌> 아니, 뭐 그런 건 없고요. (웃음)

◇ 김현정> 뭐라고 얘기하실 거예요, 오늘?

◆ 이재헌> 글쎄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재헌 팀장님의 원래 직책은 주민복지팀장이시죠?

◆ 이재헌> 예,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아무도 주민복지팀장이라고 안 부르고 “도배팀장님, 장판팀장님” 이렇게 부른다면서요. 왜 그렇습니까?

◆ 이재헌> 많은 공무원들이 방문하기 꺼려하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저소득가정이 있거든요. 저는 그런 곳에서 매일 가다시피 합니다. 그곳에 가게 되면 노인 분들과 장애인분들이 계시고 보통 하루 종일 계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요양사분들이 와서 계신 경우도 많고요. 제가 가서 보면 너무나 환경이 안 좋고 도배한 지가 10년이 넘어서 대다수 악취가 나고 곰팡이가 많이 있어서 냄새가 많이 납니다. 이런 환경을 바꿔주기 위해서 먼지와 곰팡이를 제거해 주고 깨끗이 도배하는 것이 저희가 해야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일을 해 왔고요.

◇ 김현정> 지금까지 쭉 그 일을 해 오시면서 아예 별명이 된 거예요. “도배팀장님, 장판팀장님.”이?

◆ 이재헌> 140여 곳에 도배를 해 줬습니다.

◇ 김현정> 그럼 봉사를 위해서 도배기술을 따로 배우신 거예요?

◆ 이재헌> 그건 아니고요. 저와 함께하는 자원봉사자 중에서 도배 기술자분이 계십니다. 그분한테 좀 배워서 사실은 제가 서툽니다. 그런데 저와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분들과 호흡을 맞춰서 매일 기쁜 마음으로 하니까 하고 나면 작업 끝나고 나면 생각보다 좀 아름다운 방이 꾸며집니다.

◇ 김현정> 도배장판뿐만이 아니라 갑자기 아픈 사람 생겨도 주민들이 119 안 부르고 팀장님 부른다면서요.(웃음) 기억나는 에피소드 있으세요?

◆ 이재헌> 직원들이 현장에 그런 일들을 발견하게 되면 본인들이 해도 되는데 이상하게 저를 많이 불러요. 본인들이 처리해도 분명히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를 불러서 그런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 한 경우를 보면 8월 달 경에 화양동에 사시는 거동을 못 하시는 할머니 이OO 할머니 집에 저희 화양동에서 봉사하고 계신 분들이 오전 9시 30분 정도에 방문해서 이발을 해 드리려고 현장으로 출발을 했어요. 그런데 사무실이 두 개 있었는데 현장 직원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거든요. 할머니가 쓰러져 계신다고, 빨리 와 달라고요. 그래서 현장에 가보니까 3일 동안 식사도 못 하시고 탈진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지하 단칸방에서 소변이 많이 흘러나와서 방이 한강이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심각한 상황이라서 119에 전화를 해서 119가 왔는데 못 들어오는 거예요, 길이 업어서. 이 집이 옹벽을 친 집이라서요. 골목길이 형성 안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100m가량 업고 구급차에 실어서 건대병원에 입원시켰고요. 제가 보호자가 돼서 수술 받도록 현장에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 할머니, 지금은 괜찮으세요?

◆ 이재헌> 많이 좋아지시고 환해지셨습니다. 얼굴도 많이 좋아지시고.

◇ 김현정> 이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제가 얘기를 들었어요. 그러니까 원래 주민센터, 동사무소 주민복지팀에서 도배하고 막힌 하수구 뚫고 아픈 동민 업어다주고 이게 일은 아닐 텐데 업무로 지정되어 있는 것은 아닐 텐데 그냥 책상머리 앉아서 행정업무만 해도 될 텐데 이렇게 현장을 돌보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 이재헌> 사실 우리 공무원들은 특히 동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민원 등초본만 떼고 있는 것으로 대다수 주민들이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사실은 뒤에서 복지업무라는 큰 업무가 있어서요. 그 업무는 행정 처리도 해야 되고 또 현장에 나가서 현장을 확인해야 되는 두 가지를 일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직원들은 현장에 나가는 것을 좀 힘들어하고 짜증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또 그분들을 만나서 문제를 해결해 주고 하는 것이 저의 기쁨이고 즐거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해 온 거죠.

◇ 김현정> 지금 청취자님이 “공무원 중에 이런 분도 계시는군요. 오래도록 건강하십시오.” 이런 문자도 주시는데 다시 한 번 수상 축하드리고요. 혼자만 좋은 일 하지 마시고요. 널리널리 이 문화를 퍼뜨려서 어느 주민센터를 가도 팀장님 같은 분을 쉽게 마주칠 수 있도록 그런 날이 오기를 좀 기대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