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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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사법시험 최고령 합격자 오세범 씨
우리가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하죠. 이 말을 몸소 보여주는 분이 있어서 지금 큰 화제입니다. 올해 사법시험에 최종합격자가 발표가 됐는데 그 중 56세의 나이 최고령으로 합격한 분이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사법고시 공부를 무려 15년 동안 하셨다니까 참 끈기도 대단하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올해 사법시험 최고령 합격자 오세범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 오세범>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오세범> 고맙습니다.
◇ 김현정>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오세범 석 자 봤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오세범> 매우 기뻤습니다. 매우 기뻤고요.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 순간에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은 누구였을까요?
◆ 오세범> 그 당시에 제 처가 같이 있었거든요. 제 처는 떠오르지 않았고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한 3, 4년 전쯤 돌아가신 어머니가 제일 많이 떠올랐습니다.
◇ 김현정>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뭐라고 하셨을까요?
◆ 오세범> 굉장히 좋아하셨을 것 같습니다.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
◇ 김현정> 못 보고 가셨네요.
◆ 오세범> 네.
◇ 김현정> 15년 만의 합격, 15년 전이면 40대 초반인데 어떻게 그 나이에 도전을 시작하셨어요?
◆ 오세범> 제가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젊었을 때 유신반대로 학생운동도 하고 제적도 되고 그 다음에 또 보일러 기술도 배워서 보일러공으로 한 3년 이상 생활하다가 회사에서 노동조합 결성하는 과정에서 해고도 되고 그 다음에 신문사에도 있었거든요. 이런 과정에서 뒤늦게 신문사도 안정되고 제가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재충전 하고 싶어서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40대 넘어서.
◇ 김현정> 유신반대 학생운동하다가 제적당하고 좀 삶의 굴곡이 많으셨던 분이군요.
◆ 오세범> 네, 좀 그렇다고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데 대개는 시작했다가 몇 년 안 되면 포기하자, 이런 생각하기 마련인데 어떻게 15년을 하셨어요?
◆ 오세범> 보통 사법시험은 보통 평균적으로 시작해서 5년 정도에 합격자들의 평균 수험기간이 5년이라고 그랬는데 저도 처음에는 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5년 안이면 대충 결정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어떻게 10년이 추가됐는데 하면서 공부가 점점 재미있어지고 뭔가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나이도 늙고 애들도 막 크기 때문에 빨리 붙어야 된다는 조급성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도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점차 법률 지식도 넓어지게 되고 이해도 되고 공부가 참 재밌구나 그러니까 그리고 꼭 한두 해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있어서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도 처음에 이렇게까지 걸릴 것이라고 사실 생각 못했습니다.
◇ 김현정> 말이 15년이지 하루하루 절박하고 외로우셨을 것 같아요. 언제가 제일 힘들고 아, 포기해야겠다 이런 생각까지 드셨던 적은?
◆ 오세범> 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에 떨어졌을 때 또는 성적이 큰 차로 떨어졌을 때 이럴 때는 굉장히 힘들었죠. 이게 내 능력의 한계인가 내가 너무 주관적으로만 자신감을 갖고 했나 그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오세범 선생님이야 본인의 꿈을 위해서 한다지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은 사실은 더 속이 탈 만도 한데요?
◆ 오세범> 그러겠죠.
◇ 김현정> 좀 한심하게 바라본다든지 불평한다든지 이러지는 않으셨어요?
◆ 오세범> 한심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요. 제가 젊었을 때부터 살아왔던 삶이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매순간순간 충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고 제 처도 옆에서 쭉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경제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
◇ 김현정> 정말 생계를 어떻게 꾸리셨어요?
◆ 오세범> 제 처가 지금까지 다 가장 역할, 주부 역할 다 해 왔습니다.
◇ 김현정> 부업을 하면서 오 선생님은 공부하면서 부업하신 게 아니라 공부만 하시고 사모님이 부인이 일해서 생계 꾸리고, 이렇게?
◆ 오세범> 제가 공부가 지금 15년인데요. 그중에 12년은 제 처가 전적으로 부담했고 그 다음에 중간에 제가 3년 정도 애들이 고등학생이 돼서 대학교에 가야 되기 때문에 중간에 3년 정도는 법무법인에서 다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참, 아내 분을 엎고 다니셔야 되겠네요. (웃음)
◆ 오세범> 맞습니다. (웃음)
◇ 김현정> 그 정도 상황인데도 불평이 안 나왔단 말이에요?
◆ 오세범> 불평보다는 처 입장에서는 제가 안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것을 두려워해서 저를 말린 경우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가 아주 힘들 때는 제가 가서 돈을 벌고 또 아주 힘들 때는 처 의견을 존중해서 제가 방향을 약간 수정하기도 하고 어쨌든 공부를 해야 된다는 의지는 계속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하여간 그냥 지금까지 왔습니다. 지금 옆에서 뭐라고 그러네요. 제 처가 그건 당신 인생이라고. 당신은 열심히 살면 된다고 그러네요.
◇ 김현정> 아내분한테 아마 두 분은 쑥스러워서 평소에 못했던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방송을 통해서 평소에 못했던 담아뒀던 이야기 하실 기회 드릴게요.
◆ 오세범> 아내한테 제일 고맙죠. 고맙고 또 미안하고. 어쨌든 하여튼 “지금까지 짐을 많이 져왔는데 이제 짐을 내려놓고 그 짐을 제가 지겠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하나 빠졌어요. 빠진 말이 있어요.
◆ 오세범> 이게 전화로 얘기하기 참 쑥스러운데요. 정말 쑥스럽네요. 정말 사랑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워요, 나오기가. (웃음)
◆ 오세범> 전화로 얘기하니까 더 힘드네요. (웃음)
◇ 김현정> 지금 청취자분 문자도 들어오는데 “우여곡절 유신반대 운동하다가 제적도 당하시고 이런 분인 걸로 봐서는 출세하려고 15년 동안 사시공부 하신 건 아닌 것 같고 어떤 꿈이 있으십니까?” 이런 문자 들어오네요.
◆ 오세범> 저는 우선 인생의 성공이 세속적 성공과는 좀 달리 예컨대 돈이나 명예나 권력 이런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삶에 대한 열정 그 다음에 사람들에 대한 배려, 그리고 함께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데서 나오는 어떤 그런 기쁨, 이런 것이 저는 인생의 행복이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지금 이렇게 살아오면서 겉으로 볼 때는 굉장히 힘든 것 같은데 그 나름대로 굉장히 기쁨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항상 사람들 만나면 즐겁고 기쁘고 함께 일하는 데서 오는 그런 기쁨을 이렇게 표현할 수 없고 그래서 하여간 그렇게 살아왔고요.
◇ 김현정>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으세요?
◆ 오세범> 제가 길어졌던 것 같은데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 국익을 대변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들 그러니까 예컨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그 다문화가정이나 그런 여성들 또는 장애인이라든가 노동자 또는 농민들 이런 어떤 삶의 약자들을 대변하고 싶고요. 따뜻한 삶이 그립기 때문에.
◇ 김현정> 정말 따뜻한 법조인 돼주시기를 저희도 같이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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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24(목) 오세범 사법시험 최고령 합격자 "15년간 사법시험 도전기"
20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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