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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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품 아닌, 마음으로 보는 증거
- 분노 치밀어 두 주먹 '불끈' 형상
- 비슷한 작품들 지속적으로 만들터
- 日 평화비 철거 요구는 두려움 때문
- 사과 배상 이뤄져도 소녀상 철거 안 해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평화비'를 제작한 조각가 김운성 씨
한복을 입은 소녀가 다소곳이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위를 보면 분명 소녀인데요. 그림자를 보면 쪽진 머리의 할머니입니다. 그리고 가녀린 이 소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습니다. 바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의 지난 1000번째 수요집회 때,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비의 모습인데요. 그 소녀에게 시민들이 목도리를 해 주고 모자를 씌워주는 행렬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죠. 작가의 따뜻한 시선, 철학이 느껴지는 그런 비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총리까지 나서서 평화비를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죠. 오늘은 이 평화비를 직접 조각한 조각가를 모시고 그 뒷이야기들 들어보겠습니다. 조각가 김운성 씨 연결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평화비는 어떻게 만드실 생각을 하신 거예요?
◆ 김운성> 위안부 할머님들이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고 밝히실 때 굉장히 많은 충격과 슬픔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미술적으로 표현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라고 생각했는데요.
◇ 김현정> 그럼 그때가 언제쯤? 굉장히 오래됐다는 이야기네요.
◆ 김운성> 90년대 초니까 그때부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 김현정> 한 20년 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것을 이제 실현하신 거네요?
◆ 김운성> 그렇죠.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일을 보시는 선생님께서 '수요집회 1000회가 되는데 여기에 대해서 같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떤 부분들을 하시느냐 했더니 평화비를 제작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저는 사실 평화비라고 해서 어떤 추상적인 비석이 세워지나 보다 예상을 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까 아담한 소녀의 모습이었습니다. 놀라기도 했고 감탄하기도 했는데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을 텐데 소녀상을 생각하신 건 어떻게 된 걸까요?
◆ 김운성> 맨 처음에는 검정 비석을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형상화와 내용에 대한 것이 너무 제약이 있을 것 같아서 꽃을 하나 앞에 놓을까. 아니면 고무신을 한 짝을 놓을까. 그 외에 여러 가지의 아이디어가 나오다가 이렇게 소녀상으로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소녀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어요. 겉으로 보면 아주 얌전하고 다소곳한 소녀인데 주먹은 불끈 쥐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김운성> 맨 처음 아이디어는 다소곳하게 오므린 손이었습니다. 그런 손이었는데 제작을 하면서 자꾸 할머님들을 생각하고 일본을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점점 손이 주먹을 쥐게 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그래서 주먹을 쥐게 됐습니다.
◇ 김현정> 어쩔 수 없이. 주먹을 안 쥘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그런데 평화비가 사실 개막되기 전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세우지 말아라 계속 경고를 하고, 우리나라는 계속 되니 안 되니 하고... 마지막까지 이걸 세울 수 있을까 마음고생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 김운성>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일단 세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가져간다. 가져가면 무조건 세운다. 그런데 그날 못 세우면 그 다음 날 세우고,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다가 잘못해서 잡혀가기라도 하면 잡혀갈 생각이라도 하고?
◆ 김운성> 우리나라 정부에 잡혀갈지, 일본 대사관에 잡혀갈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잡혀가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 김현정> 그 정도의 각오를 하고 '나는 잡아가면 잡혀가리라', 이런 각오까지 하고 만든 작품이네요. 1000회 집회가 있던 날, 평화비가 세워지고 수많은 인파가 참여하는 그 장면을 보고는 작가로서 어떤 생각 드셨어요?
◆ 김운성> 지속적인 어떤 슬픔... 제작할 때의 슬픔이 와 있고 분노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연장선상이었다고 봐요. 그러니까 이게 세워지고 훌륭한 일을 해서 우리가 어떤 축제나 잔치를 벌이는 것이 아니고, 1000회 이전에도 엄청난 시간이 있었는데 그 고통과 슬픔, 분노의 세월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잖아요. 세워졌다고 해서 기뻐할 수만은 없는 사건이었죠.
◇ 김현정> 그러니까 보통은 작가가 어떤 작품을 만들고 개막을 하는 순간에 박수가 나오고 잘했습니다, 이런 칭찬도 나오고 기분이 좋아지고 이래야 하는데 이날은 어떻게 된 게 더 슬퍼지는...안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내가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 됐군요?
◆ 김운성> 그런 거죠. 안 만들어졌어야죠. 그 상황이 없었어야죠.
◇ 김현정> 묘한 감정, 작가로서 느끼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셨네요?
◆ 김운성> 네, 그렇게...
◇ 김현정>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하시는 모양입니다. 시민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감동을 했으면 소녀상에다가 숨 쉬지 않는 상일뿐인데 거기다가 목도리를 해 주고 장갑 끼워주고 모자 씌워주고... 그 행렬들을 보면서 작가로서는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김운성> 조각상을 보면서 조각으로 보는 게 아니고 마음으로 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 이런 공감대가 가는구나' 그리고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시민들도 나처럼 공감을 해 주시는구나. 이걸 그냥 죽은 무생물 비석이 아니라, 동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로 거기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드셨던 거네요?
◆ 김운성>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일본의 노다 총리가 우리 대통령이 가서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라고 하니까 거기다 대고 “평화비부터 철거하시오” 이랬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들으셨어요?
◆ 김운성> 어떤 두려움을 표현한 것 같아요. 여태까지 감추려고 하는데 감춰지지 않는 것이 자꾸 일어나니까 두려워하고, 그리고 그 앞에 소녀상을 보고 두려우니까 철거를 해라,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감추고 싶은 치부가 자꾸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 김운성> 그렇죠.
◇ 김현정> 노다 총리를 혹시 만날 일이 있다면 뭐라고 한마디 해 주고 싶으세요?
◆ 김운성> 이 두려움을 없애려고 한다면 감추려고 하지 말고 드러내고 사과하고 반성하고 거기에 따른 배상을 정확하게 해야죠. 그것을 계속 감추려고 한다면 우리 대통령이 말하지 않았어도 계속 우리가 창작으로 해낼 생각을 계속 하고 있고, 지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꼭 평화비가 아니라도 작품으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려고 한다면 스스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제2, 제3의 어떤 예술작품을 생각하고 계시는 거군요?
◆ 김운성> 지금 평화비 소녀상이 있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형상이 구상 되어 있다가 그중에 하나가 된 거죠. 이 구상들은 너무 많죠.
◇ 김현정> 구상만 하고 계시는 정도가 아니라 만드실 거예요?
◆ 김운성> 그럼요. 제작을 해야죠.
◇ 김현정> 그런 방법은 어떠세요? 저는 제안 드리고 싶은 것이 평화비를 서울 분들만 볼 수 있잖아요. 이러한 제2, 제3의 소녀상 혹은 다른 예술작품에 의미를 담아서 전국 곳곳에 하나씩, 온 국민이 볼 수 있도록 말이죠.
◆ 김운성> 그렇게 해서라도 사과하고 반성만 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해야겠죠.
◇ 김현정> 그럼 말입니다. 일본이 정식사과하고 정식배상하고 해결이 되면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동상, 그때는 철거할 수도 있나요?
◆ 김운성> 아니죠, 아니죠. 그들의 진정성은 돈 몇 푼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요. 이 소녀 평화비를 아끼고 존중했을 때 그들의 진정성이 믿어지는 거죠. 돈을 몇 푼 줬다고 해서 철거했을 적에는 그들의 진정성이 안 드러나는 거죠.
◇ 김현정> '이것은 역사적으로 100년, 200년 계속 존치시켜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군요?
◆ 김운성> 그렇죠.
◇ 김현정> 좋은 작품은 작가의 치열한 작가정신이 들어가 있고, 또 거기에 사람들이 공감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최고의 걸작을 만드셨다,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제2, 제3의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 김운성>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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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수) 김운성 평화비 제작한 조각가 "소녀상 '목도리 행렬' 감동적"
201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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