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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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9(월) 김풍기 강원대 교수 "올해의 사자성어 '엄이도종(掩耳盜鐘)'"
2011.12.19
조회 74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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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원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김풍기 교수


여러분 올 한해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어떤 말이 떠오르세요? 매년 이맘때면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엄이도종 좀 어렵고 낯설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이 사자성어를 직접 추천한 분, 모셔보겠습니다. 강원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김풍기 교수입니다. 김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풍기>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이 올해의 사자성어라는 게 어떤 방식으로 선정이 되는 건가요?

◆ 김풍기> 저희는 사실 사자성어를 추천하기는 합니다만, 선정과정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고요. 대략적인 선정 과정을 말씀드리면 인문학에서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스물세 분의 교수님한테 올해 30개의 사자성어를 먼저 추천 받습니다. 그러고 나면 그걸 교수 필진들하고 편집진들이 5개를 추린 다음에 교수님들한테 이메일을 보내서 다섯 개 중에 하나를 골라주십사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그렇게 해서 가장 표를 많이 받은 것을 선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뽑힌 올해의 사자성어가 엄이도종,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 김풍기> 한자로 보면 다릴 엄 자에 귀 이, 훔칠 도, 종 종 자인데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자기 귀를 가리고 종을 훔친다, 이런 뜻입니다. 물론 그 고사는 예전에 어떤 망한 나라의 백성이 도망가다가 큰 종을 하나 발견하죠. 그래서 그 종을 짊어지고 가려고 보니까 너무 커서 망치로 종을 깨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종소리가 너무 크니까 자기 생각에 종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이 와서 뺏어가면 좀 곤란하겠다, 그렇게 생각해서 생각다 못해 자기 귀를 그냥 막고 깼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말하자면 자기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 다른 사람들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지 않으려는 태도를 지칭할 때 보통 엄이도종을 씁니다.

◇ 김현정> 비판 듣기 싫어서 귀를 틀어막는 것. 엄이도종이라는 말에 왜 이렇게 많은 교수님들이 공감하셨을까요?

◆ 김풍기> 사실 뭐 한해가 지나고 나면 정말 다사다난했구나, 이런 마음이 다 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올해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미 FTA문제라든지, 4대강 사업이라든지 또는 서울시장 선거 당시의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공격받았던 것이라든지 또는 표현의 자유를 문제를 불러일으켰던 SNS에 대한 정부의 규제방침이라든지 이런 말하자면 국민들의 의혹을 자아내는 사건이 굉장히 있었죠.

그런데 이게 사실은 진위문제는 제가 말씀드릴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얘기입니다만, 분명한 것은 그 진위를 떠나서 분명한 것은 그런 사건들에 대해서 국민들의 의혹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의혹이 만약에 사실이 아니라면 정부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또 국민들에게 명확히 설명을 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설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대체로 정부는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딱 발표하고 국민들이 거기에 대해서 더 이의를 제기하거나 설명을 요구하면 국민들이 잘 모르셔서 그렇다.

◇ 김현정> 그때부터 틀어막는다?

◆ 김풍기> 그렇습니다. 이해를 하든 오해를 하든 신경을 잘 안 쓰는 모습을 보이니까 아마 이런 단어에 공감을 가지신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다른 순위로는 어떤 사자성어들이 있었어요?

◆ 김풍기> 다른 거로는 2위를 받았던 것이 여랑목양이라는 단어인데요. 말하자면 이리가 양을 친다, 이런 뜻으로 탐욕스러운 관리가 지도자가 백성들을 다스린다 이런 뜻이고요.
3위는 다기망양이라고 갈림길이 너무 많아서 자기가 양을 잃어버렸는데 어느 길로 가서 양을 찾아야 될지 모르겠다는 이런 뜻의 단어입니다.

◇ 김현정> 길을 잃어버렸다. 나아갈 방향을 잘 모르겠다, 이런 거군요. 1위나 2위나 3위나 어둡기는 매한가지네요. (웃음)

◆ 김풍기> 네. 좀 선정된 단어가 그렇습니다.

◇ 김현정> 결국 올 한해가 사회적으로 참 우울했구나,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교수님, 올해의 사자성어 뽑은 지 이게 한 10년 됐잖아요.

◆ 김풍기> 네. 11년째죠.

◇ 김현정> 단 한 번이라도 밝은 의미, 희망적인 사자성어가 뽑힌 적이 있었습니까?

◇ 김현정> 아쉽게도 한 번도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그만큼 우리나라가 사실을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 김현정> 잘하라는 어떻게 보면 채찍의 의미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사실은 김풍기 교수님하고 3년 전 딱 이맘때에 인터뷰를 했었어요. 그때도 마찬가지로 올해의 사자성어로 김 교수님이 추천한 호질기의가 뽑혔다 해서 연결을 했는데 벽을 숨기고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거였잖아요. 그럼 올해 엄이도종하고 이 호질기의하고 어떻게 보면 비슷해요. 고칠 게 있는데도 드러내지 않고.

◆ 김풍기> 그렇죠. 그런데 그 당시에는 사실 이명박 정부가 1년 국정을 운영한 뒤에 나온 단어였었죠. 그때도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FTA나 4대강 문제 때문에 촛불시위가 굉장히 거세서 일어났었고 국민들이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 당국자가 너무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 이런 것 때문에 자기 병을 숨기고 의사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호질기의가 선정이 됐었는데 올해 엄이도종하고의 차이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호질기의는 소통을 하라는 차원의 단어였다면 엄이도종은 소통을 하는 차원을 넘어서 소통을 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이 국민들의 비판을 아예 안 듣겠다 하는 좀 심각한 단어인 것 같아요.

◇ 김현정> 더 악화됐네요, 그러면. (웃음)

◆ 김풍기>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내년에도 이맘때 아마 비슷한 인터뷰를 또 하게 될 텐데. 그때는 좀 밝은 뜻을 가진 사자성어가 부디 12년 만에 나오기를 기도하면서 인터뷰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