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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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원 홍천여고 이현주 양 (건국대 수의학과 합격)
소 돼지를 키우는 부모님 밑에서 어려서부터 소를 돌봐온 농촌소녀가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학과에 입학했다. 어떻게 보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죠. 도시 아이들보다 동물에 대해서 훨씬 많이 알 테니까요. 그런데 실상은 농촌에서 수의학과에 입학하는 일이 흔하지도 않고 쉽지도 않답니다. 우리나라의 수의학과가 몇 개 없어서 경쟁률이 대단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산골에서 소를 키우며 수의사의 꿈을 키워온 학생이 건국대 수의학과에 합격한 것이 지금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나보죠. 건국대 수의학과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에 합격했어요. 강원 홍천여고의 이현주 양입니다. 현주 양 안녕하세요?
◆ 이현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 이현주>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게 더 기쁜 것이 담임선생님도, 가족들도, 본인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합격이었다면서요?
◆ 이현주> 네, 사실은 건국대학교 수의학과가 커트라인이 1.1인 애들이 많이 간다고 해서
제 성적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 김현정> 1.1이라면 등급을 얘기하는 거예요, 1등급?
◆ 이현주> 네. 그래서 많이 걱정했었고 또 주변분들도 아, 그냥 경험 삼아 해보자 이런 식이어서 정말 소식 듣고 깜짝 놀랐어요.
◇ 김현정> 제가 알기로도 그 학교의 그 과가 서울대학 합격한 학생들도 떨어질 정도로 굉장히 치열하고 학원 열심히 다녀도 붙을까 말까라는데 그 시골에는 학원 없잖아요.
◆ 이현주> 학원이 있기는 한데 그렇게 시내처럼 무성하고 그렇지는 않아요.
◇ 김현정> 시골에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등급이 거기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럼 합격한 거예요? 비결이 뭐예요?
◆ 이현주> 일단은 입학사정관제라는 전형을 제가 잘 이용한 것 같아요. 입학사정관제는 성적도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일단은 입학사정관님들께서 동물을 사랑하는 애정과 건국대학교에 꼭 가겠다는 제 마음을 읽어주셨기 때문에 합격을 한 것 같거든요.
◇ 김현정>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셨어요?
◆ 이현주> 서류 같은 거 해서 자기주도활동보고서라는 것을 냈는데요. 거기에다가 저는 아빠를 도와서 소들을 돌본 경험과 제가 느꼈던 것을 많이 어필하려고 많이 썼거든요. 그런 점도 보여드리고 또 면접에서도 제가 얼마나 건국대학교에 가고 싶은지 이런 것들을 꼭 가야겠다는 마음을 전해 드렸더니 그런 점을 많이 잘 봐주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은 언제부터 꿨어요?
◆ 이현주> 일단은 제가 소를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같이 돌봐왔는데요.
◇ 김현정> 소를 부모님이 몇 마리나 키우세요?
◆ 이현주> 처음 시작은 두 마리로 하셨는데 지금은 90에서 한 100여 마리 키우세요.
◇ 김현정> 정말 소와 함께 커온 현주 양이네요, 그러면. (웃음) 그래서 같이 돌봐온 거예요, 여태까지?
◆ 이현주> 아빠께서 전에는 공업사 일도 같이 하셔서 제가 어린 나이이기는 했지만 제가 직접 소여물을 챙겨주고 했기 때문에 같이 자랐죠, 뭐.
◇ 김현정> 소여물도 챙겨주고 또 어떤 일을 했어요?
◆ 이현주> 소여물도 많이 챙겨주고 그리고 송아지 주사를 주거나 귀표를 찍어요. 그런 것도 많이 도와드렸고 또 소 우리에 오물이 많이 쌓이기 때문에.
◇ 김현정> 잠깐만요, 참깐만요. 현주 양, 이거 무슨 소리입니까?
◆ 이현주> 종소리요.
◇ 김현정> (웃음) 이게 고등학교 종소리예요? 오랜만에 들으니까 정겹네요. 지금 학교군요, 학교. 귀표도 찍고 소똥도 치우고.
◆ 이현주> 그리고 또 뭐지? 그런 거 많이 했어요.
◇ 김현정> 소똥 치우고 여물 먹이고 이게 사실은 소녀들이 하기에는 좀 꺼려질 수도 있는 일인데 괜찮았어요?
◆ 이현주> 소여물 주는 것 같은 거는 제가 여자다 보니까 힘이 많이 딸리기는 했어요. 그런데 아빠께서는 365일 두 번씩 매일 하시는 일이니까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고 또 이제 소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되게 귀여워요.
◇ 김현정> 소들이 여물을 어떻게 먹길래 귀여워요?
◆ 이현주> 소들이 쭉 이렇게 나열해서 머리를 들여놓고 먹는데 그게 엄청 맛있게 먹는 거예요.
◇ 김현정> 오물오물오물..
◆ 이현주> 그래서 그런 모습 보기 좋았고 또 소똥냄새가 진짜 사람 똥냄새처럼 완전 안 좋기는 해요. 그런데 생각을 해 보면 소가 우리에서 자기 똥 위에서 자는 건 다 사람 때문이잖아요. 그런 거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열심히 치워주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꺼려하거나 불쾌하지는 않았어요.
◇ 김현정> 목소리는 아주 앳된데, 지금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아주 어른스러워요. 지난 구제역이 아주 심했을 때 그때는 정말 가슴이 많이 아팠겠어요.
◆ 이현주> 진짜 뉴스에서 막 돼지들 매몰되는 것도 많이 보니까 마음 많이 아팠는데 저희 이웃에서 구제역이 걸려서 크레인에 소가 매달려서 땅속으로 들어가는 걸 직접 눈으로 봤거든요. 그 모습을 볼 때는 정말 눈물 나올 정도로 막 가슴이 아프고 그랬어요.
◇ 김현정> 제가 얘기를 들어보니까 구제역 발생했을 때는 아예 학교 빠지고 결석계 내고 와서 소들 돕는 일, 하나라도 더 살려보자고 이현주 양이 뛰어다녔다고 제가 들었습니다. 지금 청취자들 문자도 많이 들어오는데요. 개그프로에서 소는 누가 키우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현주 양이 손을 번쩍 들고 제가 키웁니다. (웃음) 하면 되겠다 이런 응원문자들 들어오네요. 이현주 양 공부 열심히 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소들을 살리는 일, 돼지 키우는 일, 앞장 서 주셔야 돼요.
◆ 이현주> 네.
◇ 김현정> 공부 열심히 해야 됩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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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5(목) 이현주 양 "소에 대한 지독한 사랑으로 수의학과 합격증"
20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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