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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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29(목) 아라온호 김현율 선장 "2m 얼음깨고 8일 달려 구조...처참했다"
201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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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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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남극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김현율 선장

남극해에서 빙하에 좌초된 러시아 어선이 있었습니다. 배 이름은 스파르타인데요. 배에 구멍이 뚫린 채 물을 퍼내면서 보름을 지낸 이 배, 빠져나와야 되는데 빙하들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보름을 지낸 겁니다. 이 배를 구조하러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선이죠. 아라온호가 출동을 했었습니다. 드디어 어제 이 배를 조난지역에서 구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 빙하를 뚫으면서 스파르타호를 끌고 나와서 인계하는 작업까지 마쳤다고 하는데요. 직접 연결을 해 보죠. 남극은 위성전화밖에 안 됩니다. 한번 시도를 해 보죠. 아라온호의 김현율 선장님 연결이 됐습니까?

[IMG0]◆ 김현율> 안녕하세요. 아라온호 선장 김현율입니다.

◇ 김현정>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김현율> 예, 고생이 많습니다.

◇ 김현정> 지금은 어디쯤에 가고 계세요?

◆ 김현율> 지금 어제 스파르타호를 자매선인 치요 마루에게 인계를 하고 저희들은 장보고기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조난선박을, 말하자면 인계할 수 있는 배까지 연결을 다 마치고, 완료를 하고 제 갈 길을 가시는 거예요...

◆ 김현율>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우리 아라온호가 스파르타호 있던 곳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SOS를 받은 거죠?

◆ 김현율>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바로 달려가기로 결정을 내리신 거예요?

◆ 김현율> 인명구조니까 지금 남극권에서는 다른 배가 갈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근처에서 제일 가까운 배가 아라온호 밖에 없었으니까 이건 저희들이 해야 될 일은 아니지만 또 필수적인 일이 됐죠.

◇ 김현정> 며칠을 달려서 스파르타호까지 도착을 하신 거예요?

◆ 김현율> 약 7일 반을 달렸습니다. 그래서 인명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원래 예정보다도 하루를 빨리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전속으로 달렸거든요.

◇ 김현정> 구조선박에 도착해 보니까 상황이 어떻던가요?

◆ 김현율> 상황이 좀 처참했습니다. 조난 선박의 선원들은 추위와 불안에 떨고 있었고요. 배는 약 13도가량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 김현정> 선원들이 몇 명이나 있는 상황이었어요?

◆ 김현율> 선원들이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선원 포함해서 32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32명이, 배에 구멍이 뚫려서 그쪽으로 물이 계속 새고 있고 펌프질을 해 가면서 보름을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 김현율> 그렇죠.

◇ 김현정> 당연히 불안한 상황일 수밖에 없겠네요.

◆ 김현율> 표정이 상당히 우울했는데 저희들 배가 나타나자마자 선원들이 나타나서 환호를 하고 했습니다.

◇ 김현정> 배에 구멍은 얼마나 뚫렸던 건가요?

◆ 김현율> 처음에 듣기로는 30cm 정도 홀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가서 조사해 보니까 약 1m정도 찢어졌습니다. 구멍이 아니고 찢어지고 굴곡이 많이 생겨서 쉽게 말해서 우그러졌다고 그러죠. 그런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일단 끌고 나오려면 그 배의 찢어진 부분부터 수리를 해야 되니까 수리작업을 시작하신 거죠?

◆ 김현율> 네, 수리작업을 했죠. 본선선원들이 수리작업을 전담해서 주야로 했습니다.

◇ 김현정> 수리가 쉽지 않았다고요?

◆ 김현율> 이것을 제대로 수리할 수가 있을까 너무 걱정했었구요. 웬만한 정도가 아니고 그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제대로 수리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단은 수리를 결정하고 진행한거죠.

◇ 김현정> 1m 정도가 찢어지고 보름 동안을 얼음에 파묻혀서 꼼짝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우리 아라온호가 안 갔으면 이 배는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네요?

◆ 김현율> 굉장히가 아니고 거의 절망이죠. 절망인 상태였을 겁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이 처음에 건수했던 자매선.. 같은 회사의 선박을 데리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 배를 데리고 약 20km 정도를 데리고 갔더니 못 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자기네들은 얼음 때문에 못 들어가겠다, 그래서 다시 그 배를 원래 위치까지 데려다 놓고 다시 갔기 때문에 약 10시간 정도 지체가 됐죠.

◇ 김현정> 얼음 때문에 배가 들어가면 꼼짝 달싹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건데요. 결국, 아라온호가 없었으면 어떤 선도 구조할 수 없고, 결국은 침몰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 배는?

◆ 김현율> 네, 맞습니다. 그 배 자체를 포기했을 경우죠, 이런 경우에는.

◇ 김현정> 스파르타호 입장에서는 우리 쇄빙선이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운이 좋았던 거네요...

◆ 김현율>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실은 언어도 잘 안 통했을 텐데요. 어떻게 손짓, 발짓 해 가면서 수리를 하셨어요?

◆ 김현율> 그 점이 가장 큰 어려운 점이었는데요. 지금 러시아 선원들, 잉글리시 선원들 영어 소통 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저희 배에 러시아인을 태우고 있거든요.

◇ 김현정> 우리 아라온호에 러시아인이 계세요?

◆ 김현율> 러시아 사람이 두 명이 타고 있는데 이 사람들을 통해서 통역을 하면서 그런데 이 러시아인들이 영어를 워낙 잘하니까 하지만 러시아인이 있으니까 두 사람을 통해서 통역을 하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정말 스파르타호가 여러 가지로 운이 좋은 배네요. 불행 중 다행인 배네요. (웃음)

◆ 김현율> 그렇습니다.

◇ 김현정> 구조를 다 마친 후에 러시아 선원들이 뭐라고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까??

◆ 김현율> 감사 인사 정도가 아니고요. 처음에는 정말로 울먹거리던 선장하고 선원들이 작업을 해 준 우리 기관장님 이하 선원들을 얼싸안고 정말 고맙다 소리는 그냥 수십번 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럼 다들 러시아어로 고맙다는 말은 배우셨겠어요?

◆ 김현율> 고맙다는 소리를 명확히 못 들었는데요. 그 전달해 준 거, 통역해 준 거로 들었으니까요. 악수하고 그 다음에 몸짓으로 할 수 있는 거니까요.

◇ 김현정> 아라온 호를 두고 쇄빙선, 쇄빙선 해도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몰랐는데요. 이번에 제대로 위력을 전 세계에 알린 셈이 됐습니다.

◆ 김현율> 그렇습니다. 쇄빙선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준 게 이번에 이 배를 데리고 나오면서 아주 두꺼운 얼음층을 만났는데 나오면서 꼼짝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돌아가면서 주위를 깨주고 이렇게 해서 또 나올 수 있었거든요.

◇ 김현정> 선장님, 두꺼운 얼음이라고 그러면 어느 정도나 두꺼운가요?

◆ 김현율> 제가 보니까 두께가 2m 이상정도 됐었습니다.

◇ 김현정> 얼음의 두께가 2m.

◆ 김현율> 출력을 상당히 높여서 깼었거든요.

◇ 김현정> 지금 청취자 질문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구조를 하느라고 한참을 항해해서 가고 또 끌고 나오고 이러면 기름도 상당히 많이 들었을 텐데 사고 선박 측에서 혹시 이거에 대한 답례 같은 걸 해 주는 건가요, 비용을 대주나요? 아니면 순수하게 우리가 돕는 건가요?” 답변을 해 주시죠.

◆ 김현율> 통상적으로 사고 구조가 끝나고 나면 실비 일단 보상을 받습니다. 저희들이 드는 비용, 그래서 기름값이라든지 저희들 드는 자제라든지 이런 비용은 청구를 합니다. 이건 그냥 관례입니다.

◇ 김현정> 아라온호의 이번 항해 목적은 남극 2호기지 답사였던 거죠?

◆ 김현율> 장보고기지 정밀조사단. 그리고 장보고기지 밑에 있는 프랭클린 아일랜드인데요. 연구 활동입니다.

◇ 김현정> 장보고기지의 건설 상황은 어느 정도나 진척이 됐습니까?

◆ 김현율> 지금 기초 작업 중이니까요. 2014년 완공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14년. 장보고기지는 완공이 되고 나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됩니까?

◆ 김현율> 첫째 의미가 대한민국이 남극대륙에 연구기지를 갖는다는 것이고요. 세종기지는 남극대륙이 아니고 킹 조지라는 섬이니까 위도도 좀 낮습니다. 대륙기지인 장보고기지는 75도선이니까 상당히 남극 중심부에 가까워지는 거고 정말로 남극 연구를 하는 선진국들과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그런 위치가 되는 거죠.

◇ 김현정> 선장님, 2년 전 2010년 1월 1일에 저희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하셨던 거 기억하세요?

◆ 김현율> 네, 그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때도 1월 1일이어서 한국에 있는 집에 안부 인사를 하셨었거든요. 타이밍이 어떻게 하다 보니까 연말이 됐어요. 그래서 뉴스시간이지만 좀 특별하게 가족에게 좀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집 떠나신 지 얼마나 되셨죠? 이번에는?

◆ 김현율> 한 달 반 정도 됐는데요. 저희 집사람이 목회를 하고 있는데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네요.

◇ 김현정> 목사님이세요?

◆ 김현율> 예.

◇ 김현정> 자녀는 두셨어요?

◆ 김현율> 네, 아들 하나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한 달 반이나 집을 떠나 계셨으면 사모님하고 아들이 많이 보고 싶으실 것 같아요. 한국에 있는 가족들한테 한마디 하시죠.

◆ 김현율> 사랑하는 이승희 목사님, 올해도 참 감사합니다.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사랑하는 아들 인베이드 기타리스트 김준혁 좋은 음반 나오기를 바랍니다.

◇ 김현정> 아들이 기타를 치는군요?

◆ 김현율> 네. 밴드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밴드 하는 아들에게도 좋은 음반 나오기를 바란다. 사랑한다고도 한마디 하셔야죠.

◆ 김현율> 이승희 목사님, 우리 김준혁 사랑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선장님, 지금 남은 임무도 잘 수행하시고요. 건강하게 돌아오십시오.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