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28(수) 김남일 설악119구조대 "혹한 속 설악산 조난 '닷새만의 기적 생환'"
2011.12.28
조회 90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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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속초소방서 설악 119 산악구조대 김남일 팀장


매서운 눈보라와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20일 설악산으로 홀로 등반을 나섰던 40대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등산객은 다음 날 가족에게 전화로 힘들어서 백담사쪽으로 하산할게라고 연락을 한 뒤에 소식이 끊겼습니다. 이틀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냈고 수색이 시작된 지 4일 만에 극적으로 이 남성 구조가 됐습니다. 그 혹한 속에 4일을 버틴 조난자도 대단하고 또 나흘을 찾아다닌 구조대도 대단하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등산객을 직접 구조한 분 만나보겠습니다. 속초소방서 설악 119 산악구조대의 김남일 팀장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 김남일>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생 많으셨습니다.

◆ 김남일> 아니고 아닙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23일에 신고를 받고 그 즉시 구조대가 투입이 된 건가요?

◆ 김남일> 23일 저녁에 신고가 됐는데 저희가 소공원주차장으로 확인을 하다가 그분의 차량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저녁이 늦은 관계로 그날은 수색을 못 하고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 김현정> 몇 명이나 투입이 되었어요?

◆ 김남일> 관리공단과 저희 119 그리고 민간산악구조대 합해서 한 100여 명이 투입이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난주부터 어제까지 서울도 굉장히 추웠거든요. 설악산은 더 심각했을 것 같은데 상황이 어땠습니까?

◆ 김남일> 설악산의 고지대 같은 경우에는 한낮에도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집니다. 거기에 강풍까지 가세하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서 30도까지도 떨어지는 몹시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눈으로 다 뒤덮여 있고.

◆ 김남일> 현재는 한 1m 이상의 눈이 쌓여 있고 계곡쪽에는 곳에 따라 2m가 넘는 눈이 쌓여 있는 곳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눈으로 뒤덮인, 허리까지 오는 눈으로 뒤덮인 산을, 설악산을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색을 하신 거예요?

◆ 김남일> 그분께서 설악산에 가신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등산코스는 말씀 안 하셨어요. 그분께서 휴대전화를 찍어서 가족분한테 전송한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을 저희가 판독을 해서 마등령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수색범위를 좁혀서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그분이 핸드폰이 있었으면 핸드폰으로 계속 연락을 하면 되는 것 아니었습니까?

◆ 김남일> 산의 협곡에 들어가게 되면 전화가 안 터집니다.

◇ 김현정> 마지막으로 사진 보내놓고 그 다음부터 연락이 두절된 거군요?

◆ 김남일>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그래서 어떻게 수색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전혀 발견을 못 하셨던 거예요?

◆ 김남일> 수색 한 지 이틀째 곰골 방향으로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발견해서 그 다음 날 곰골쪽으로 수색을 나갔는데 마침 그 관리공단 헬기가 마등령쪽에 수색 인력을 내려놓고 정찰을, 비행하면서 내려가다가 텐트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공룡능선쪽으로 가려고 준비중에 있다가 그쪽으로 바로 투입이 되면서 구조작업이 시작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그렇게 해서 4일 만에, 신고가 들어온 지 4일 만에 극적으로 발견을 한 거예요. 그 실종자 딱 보는 순간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드셨어요?

◆ 김남일> 저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산 아래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가족분들을 생각하니까 얼마나 기뻤는지 저도 모르게 “아저씨 살아 있어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 김현정> 아저씨가 먼저 고맙습니다 한 게 아니라 우리 구조대원이 살아 있어 줘서 고맙습니다, 이러신 거예요. (웃음)

◆ 김남일> 설악산의 가혹한 환경에서 5박 6일 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거든요.

◇ 김현정> 이런 것을 구조대 생활하시면서 처음 보시죠? 이 정도 기적의 생환은?

◆ 김남일> 저도 처음 보는 일입니다.

◇ 김현정> 어떻게 해서 이분이 4일, 5일을 버티실 수 있었다고 해요?

◆ 김남일> 우선은 이분이 텐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풍을 바로 맞지 않고 바람에서 보온을 받을 수 있었고 텐트 안에 또 침낭 속에 들어가 계셨습니다.

◇ 김현정> 꼼짝 않고 거기 계셨던 거예요, 4일 동안.
그렇게 한다고 해도 4일을 버틴다는 건 이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 김남일> 맞습니다. 이분께서 활동을 최소화하고 계시니까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장기간 생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오히려 나가서 길 찾는다고 움직이고 이러다 길 잃고 하면 더 힘들어졌을 텐데...

◆ 김남일> 그랬으면 어려워졌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정말 기적의 생환이네요. 저희가 사실은 생환자 40대 남성분도 인터뷰를 하려고 전화는 드렸는데 좀 부끄럽다고 사양을 하셨어요. 이분은 연결을 저희가 못 했습니다. 팀장님 겨울철에 산행 가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여러 가지로 유의할 점이 평소보다 많을 것 같은데 제발 겨울 산행하시는 분들 이것만은 주의해 주십시오, 당부의 한말씀 주신다면?

◆ 김남일> 몇 가지가 있겠지만 겨울철에는 필요한 짐들이 많아지게 되고 그로 인해서 체력 소모가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등산코스를 잡을 때는 자신의 체력보다 짧은 코스를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에 개방되어 있는 등산로로 다니셔야지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다니시면 사고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가 업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출입통제구역은 가지 말아라.

◆ 김남일> 그리고 산행을 나서기에 앞서서 가족분들한테 내가 설악산 마등령을 넘어가겠다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시고 가셔야 됩니다.

◇ 김현정> 코스를 알려주고 가라.

◆ 김남일> 그리고 당일 기분에 따라서 내가 비선대로 갈 거야 하고 코스를 바꾸시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번 경우처럼 혹시라도 길을 잃게 되면 찾아서 헤매지 말고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무조건 보온부터 해라, 이것도 중요하죠?

◆ 김남일> 네, 아주 그것이 중요합니다. 맞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하여튼 이번에 고생 많이 하셨고요. 추운데 다들 고생 많이 하십니다. 안부 전해주십시오.

◆ 김남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