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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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26(월) 양혜원 양 (서울덕원여고) "여고미담 30년째 '구두닦이반' 아이들"
2011.12.26
조회 929
12/26(월) 여고미담(女高美談) 30년째 '구두닦이반' 아이들-서울 덕원여고 1학년 11반 양혜원 양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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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 덕원여고 1학년 11반 양혜원 양


학교 얘기 오늘 많이 하게 되네요. 이번에는 훈훈한 얘기입니다. 서울의 덕원여고라는 학교가 있는데요. 이 학교 1학년 11반에서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반 전체 여학생들이 구두를 닦습니다.
무려 30년 넘게 이어져 오는 전통이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서울 덕원여자고등학교 1학년 11반 양혜원 학생 연결되어 있습니다. 혜원 양 안녕하세요?

◆ 양혜원>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도 그럼 구두를 닦는 거예요?

◆ 양혜원> 저희가 지난 12월 19일날 홀트아동복지회에 돈을 모은 것을 기부를 해서 이제는 구두를 안 닦고 끝났어요.

◇ 김현정> 반 전체가 닦을 때는 다 닦는 겁니까?

◆ 양혜원> 저희가 월, 목, 화, 금 두 팀으로 나뉘어서 점심시간마다 닦았거든요. 일주일에 두 번씩 닦았어요.

◇ 김현정> 전교에서 1학년 11일반만?

◆ 양혜원> 전교 45개 반 중에 38명만 구두를 닦아요.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을 해요.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실 거예요. 왜 전교에서 1학년 11반만 아이들이 구두를 닦아서 홀트아동복지회가 어찌고 하는데 무슨 얘기야, 무슨 얘기입니까?

◆ 양혜원> 저희 덕원여고 1학년 11반 학생들이 1980년에 담임선생님과 함께 이름 없이 홀트아동복지회에다가 돈을 모아서 기부를 하기 시작했대요. 그게 92년부터 본격화돼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올해로 31년을 맞았다고 해요.

◇ 김현정> 그러면 1980년부터 30년간, 매해 1학년 11반을 맞는 교사도 다르고 학생들도 바뀌는 것인데 그 11반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불만 없이 30년을 쭉 이어왔다는 이야기예요?

◆ 양혜원> 정말 저도 맨 처음에 1980년대부터 이게 이어져 왔다고 해서 정말 신기했고요. 이제 전통이 이어져 오기가 정말 어려울 텐데 아직까지도 있다는 게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니, 솔직히 말해서 혜원 양. 처음에 덕원여고에 입학을 했더니 “너는 11반이라서 구두를 닦아야 된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왜 점심시간에 구두를 닦아야 돼, 이런 불만도 있지 않았어요, 솔직히?

◆ 양혜원> 저는 학교 입학하기 전에 덕원여고를 검색해 봤더니 덕원여고 1학년 11반은 구두닦이반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알고는 있었는데 제가 그 반이 될 줄은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었죠. 그래서 맨 처음에 담임선생님께서 신입생 OT 때 우리 반은 전통적으로 구두를 닦는 반이라서 구두를 닦아야 한다 했을 때 뭔가 거부감보다는 신선하고 신기하게만 느껴졌어요.

◇ 김현정> 내가 그 반이 됐구나, 그 유명한 반.

◆ 양혜원> 주변 애들도 많이 알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 김현정> 그런데 이 구두를 닦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거든요. 광이 반짝반짝 나게 하려면 이게 요령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 혜원 양만의 어떤 비법, 요령이 따로 있어요?

◆ 양혜원> 저만의 비법이 있는 거 아니고요. 저희 반 모두 아이들이 물광내기를 하거든요.

◇ 김현정> 물광?

◆ 양혜원> 물광내기를 해요. 방법을 학기 초에 구두닦이반을 많이 맡으셨던 남자선생님께서 시범으로 보여주셔서 물광내기를 하는데 먼저 먼지나 모래 같은 것들을 솔로 잘 닦은 다음에 스타킹에다가 두 손가락을 끼고요. 물을 살짝 묻힌 다음에 구두약도 묻히고 한 방향으로 원을 그리면서 닦아주면 광이 나거든요.

◇ 김현정> 잠깐만요. 스타킹에다가 두 손가락을 끼고 스타킹, 양말 이런 거 말고 스타킹에다가. (웃음)

◆ 양혜원> 스타킹이 제일 잘 닦인다고 해서 집에서 각자 가져와서 닦아요. (웃음)

◇ 김현정> 그렇구나, 물을 살짝 묻힌 다음에 구두약을 발라야 된다, 그 비법이 다 있군요. 불광내기라는 것도 있다면서요?

◆ 양혜원> 네, 불광내기도 있어서 예전에는 했었다고 들었는데요. 학교에서 불을 사용하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이제 선생님께서 안 알려주셨어요. 지금은 물광내기만 해요.

◇ 김현정> 1년 동안 구두 닦으면서 이런 저런 일도 많았을 텐데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 양혜원>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저희가 구두닦이를 하는데 얘들이 구두를 많이 안 갖다 드린 적이 있거든요.

◇ 김현정> 누구 구두를 닦는 거예요? 선생님 구두를 닦는 겁니까?

◆ 양혜원> 남자 선생님 구두를 한 명씩 맡아서 닦아요. 그런데 가끔씩 얘들이 갖다 드리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하교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구두를 들고 교무실을 돌아다니면서 구두 주인 선생님을 찾아다녔던 게 기억이 아직도 남아요.

◇ 김현정> 신데렐라 찾듯이. (웃음) 혜원 양이 반장이에요. 그런데 한 켤레를 닦으면 얼마를 받아요?

◆ 양혜원> 한 번 닦을 때마다 1000원씩 받거든요. 그래서 8번 닦으면 8000원을 받는데 가끔 좋은 선생님들은 돈을 더 주셔서 1만원을 받기도 해요. (웃음)

◇ 김현정> 그래요. 이렇게 1년을 모아서 100만원을 일산 아동홀트복지회에 기부를 했습니다. 참 대단한 학생들이고 이게 봉사활동 점수에도 안 들어가는데 이렇게 좋은 일을 한답니다. 혹시 혜원 양 지금 학교에요?

◆ 양혜원> 네, 지금 학교에요.

◇ 김현정> 주변에 반 친구들이 같이 있어요?

◆ 양혜원> 네, 같이 있어요.

◇ 김현정> 그럼 잠깐 끊기 전에 목소리나 한번 들어볼까요? 11반 학생들 안녕하세요?

◆ 학생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렇게나 많은 학생들이 같이 있었던 거군요. 반가워요, 학생들. (웃음) 참 대단한 너희들 대단하다, 얘들아.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세요. 수줍어서 우리 여고생들이 말을 못 하네요. 그래 혜원 양, 오늘 인터뷰 고맙고요. 정말 어른보다 어른스러운 학생들 만나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