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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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월) 손창현 인권보호계장 "대공분실 고문현장에 '김근태 추모조화' 놓은 이유
201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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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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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경찰청 손창현 인권보호계장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향년 64세의 지난 12월 30일에 별세했습니다.
지금도 빈소에는 고인을 애도하는 추모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고요.
각계각층에서 수많은 조화가 넘쳐나고 있죠. 그런데 지나가야 눈에 띄는 조화는 김근태 상임고문이 과거 고문 받았던 현장, 남영동 대공분실 취조실에 놓여진 바로 그 조화입니다.
과연 취조실 복도에 누가 조화를 올려놓았는가 대단한 화제인데요.
이 조화를 직접 올려놓은 분을 저희가 찾았습니다. 연결을 해 보죠.
경찰청의 손창현 인권보호계장입니다.
계장님. 안녕하세요.

◆ 손창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손창현>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청취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 김현정> 남영동 대공분실이라고 그러면 지금 경찰청 인권보호센터가 된 거잖아요.
그런데 그 고문하던 취조실은 현장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상태라고요. 그런데 그 취조실 복도에다 어떻게 조화 놓을 생각을 하셨어요?

◆ 손창현> 여기 예전에 과거 대공분실이었고 원래 목적은 대간첩 수사목적이었거든요.
2, 30년 전 군사정권 밑에서는 목적이 변질돼서 민주화 인사들 탄압이 이루어졌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고인이 되신 김근태 전 의원님께서 이곳에서 겪었을 고통과 아픔 이런 부분을 절절히 느끼면서 저희 직원들과 같이 마음을 모아서 우리 경찰청 인권센터에, 당시 조사실에 조화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처음 아이디어를 낸 건 손 계장님이신 거죠?

◆ 손창현> 사실 회의 과정에서 얘기를 한 건데요. 어쨌든 김근태 의원님의 위독한 사실을 알고 좀 마음 아픈 절절한 마음 때문에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즉흥적으로 나온 생각은 아닐 것 같고 위독하시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고민을 좀 하셨을 것 같아요. 놓을까, 말까 이런 생각들?

◆ 손창현> 당연히 조의표시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고요.

◇ 김현정> 회의에서 그 아이디어가 나온 것을 위에 상부까지 쭉 다 보고를 했을 텐데 다들 오케이를 하신 거예요?

◆ 손창현> 사실 당일 아침 그 소식을 접하고 조현오 경찰청장께도 조의 표시를 건의 드렸고 또 청장님께서 기꺼이 빈소에 조화를 보내기로 결정을 해 주셨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취조실 앞에 조화가.
혹시 그 과정에서 좀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분은 없었나요? 왜냐하면 경찰로서는 참 아픈 과거인데, 수치스러운 과거인데 이렇게 조화를 놓음으로 해서 다시 그 과거가 들춰지는 게 별로다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거든요.

◆ 손창현> 당연히 사실 대부분 경찰들은 인간애를 갖춘 한 사람, 한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희에게 격려를 보낸다거나 마음속 깊이 고인을 추모하기도 하고 또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 직무수행 현장에서 순직했던 우리 경찰동료들 이런 동료들에 대한 재조명이나 추모도 병행되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은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그와 같은 고문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그런 다짐들을 하면서 논란이 좀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전반적인 분위기는 맞다, 옳다 이런 쪽이 많습니까? 경찰들 사이에서는?

◆ 손창현> 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잘못된 선배 경찰의 역사지만 이러한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그런 역사가 재발될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있죠.

◇ 김현정>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상에서는 많이 본 뉴스 1위에 오를 만큼 화제가 됐습니다, 큰 화제가.
이 정도 반응까지는 예상 못 하셨죠?

◆ 손창현> 사실 화제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저는 좀 걱정스러운 부분이 혹시라도 지금 당장은 깊은 위로가 건네져야 할 고인과 유가족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왜냐하면 경찰관의 역사적 반성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도드라지는 부분이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저희 생각에는 저의 이런 부분들이 도드라지는 것보다는 많은 경찰관들이 진심을 가지고 빈소에 가서 고인과 유가족을 위로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 김현정> 혹시 빈소에 다녀오셨어요?

◆ 손창현> 네.

◇ 김현정> 동료분들하고 같이? 혹은 혼자서?

◆ 손창현> 저희 집사람하고 가고요. 직원들하고는 오늘 자유롭게 그렇게 또 다시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 김현정>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혹시 남영동 대공분실 취조실에다가 거기다 빈소 차릴 생각은 없으세요?

◆ 손창현> 사실 어느 한 경찰관이 분향소를 마련하자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여기서 전철을 타고 빈소까지 가는 시간이 15분이면 갈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조문객들이 분산되거나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역사 반성 등 이런 것들, 부차적인 것들이 자꾸 부각되는 것보다는 온당치 않다고 보고.
오히려 고인 또는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조의가 본질적이고, 우선이지 않겠냐 이런 생각을 해서 분향소까지는 적절치 않다, 지금 당장은.

◇ 김현정>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군요. 손 계장님, 남영동 대공분실, 그러니까 지금 인권보호센터가 된 그곳에 근무를 하시는 거죠?

◆ 손창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떤 일 담당하세요?

◆ 손창현> 경찰청의 인권정책을 기획하기도 하고요. 또 현장에 진출해서 경찰관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하기도 하고 또 이곳을 방문하는 시민, 경찰관들에게 그와 같은 전시실 또는 조사실을 직접 안내를 해 주기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취조실이 그대로 다 보존이 되어 있습니까?

◆ 손창현> 그 당시 집기들은 많이 들어낸 것도 있지만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현장은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고 다른 조사실도 사실 그와 같은 형태의 구조이기 때문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게 맞습니다.

◇ 김현정> 거기에 취조실이 옛날에 몇 개나 있었던 거예요?

◆ 손창현> 15개 정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김근태 고문이 그 당시에 증언을 한 기사들 쭉 읽어보면 ‘내가 고문 받는 동안 옆에서도 비슷한 비명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살려달라는 비명들. 들으면서 ‘아,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는 이런 기록들이 생생하게 전해져 내려져오고 있는데요.
취조실 벽이 굉장히 얇은 거죠? 옆 사람의 고문당하는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 손창현> 그냥 일반적인 사무실 구조인데요. 방음장치가 되어 있지만 바로 옆면에 같이 조사실이 다 붙어 있습니다, 다닥다닥.
그래서 옆방에서 있었던 소리가 다 들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항상 그 앞을 지나다니실 때마다 마음이 섬뜩섬뜩하고 굉장히 안 좋을 실 것 같아요.

◆ 손창현> 우리 근무자들, 또는 여기 방문하는 경찰관들은 고문치사사건도 있었던 곳이라서 일부러 가려고 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저는 매일 둘러봐야 하기도 하고 또 방문객이 있으면 안내도 해야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시민들께서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지나가는 기차소리가 시끄럽지 않느냐, 소란스럽다”

◇ 김현정> 기차소리 지나가는 거.

◆ 손창현> 서울역하고 아주 가깝거든요. 그런데 김근태 전 의원께서 ‘남영동’이라는 그 저서에 썼던 대목을 소개를 해 드립니다.
거기 보면 뭐 밤이 늦어서 조사실에 고립되어 있는데 밤이 늦으면 기차바퀴 소리나 기적소리 같은 게 아련하게 들리고 그런 기차소리가 절망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나를 밖의 세계와 연결시켜주는 끈이 됐다, 희망의 소리인 것이죠. 눈을 감고 기차소리를 들어보자 그런 분들의 마음을 들어보자, 이런 제안을 하기도 하죠.

◇ 김현정> 창문 하나 없는 그 방에서, 시계 없는 그 방에서 유일한 통로는 서울역의 그 기차소리. 많은 분들이 좀 그 장소에 가서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들고요. 다시 한 번 애도의 마음 보내면서 오늘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계장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