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2(목) 김광철 야구심판학교장 "내가 기억하는 '퍼펙트 게임'
201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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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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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광철 야구심판학교장



우리 프로야구에서 가장 극적인 경기를 하나만 꼽으라면 1987년 5월 16일 롯데와 해태의 경기 꼽으시는 분들 많을 거예요. 지금은 고인이 된 최동원 투수와 해태의 선동렬 투수가 맞붙었던 장장 다섯 시간에 걸친 경기.
최근에는 퍼펙트 게임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 극적인 경기를 잊지 못하는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날 다섯 시간 동안 심판을 봤던 우리 야구계의 산 증인 야구심판 김광철 씨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지금은 야구심판학교 교장이시네요. 김광철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광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25년 전인데 지금도 생생하시죠?

◆ 김광철> 글쎄요, 그 기억은 많이 남네요.

◇ 김현정> 어떤 장면 떠오르세요?

◆ 김광철> 다른 것보다 두 선수가 최동원이나 선동렬이나 아주 좋았던 시절이었으니까 공의 자신감, 또 타자를 압도하는 힘, 이런 것으로 봐서는 경기가 아주 팽팽했고 그런데 뭐 제일 중요한 것은 그 경기의 내용보다도 선수가 없어서 나중에 백인호라고 하는 2루수를 포수에 집어넣어서 백인호 포수로 등장하는데 선동렬이 던지는 공을 제대로 잡지를 못 하니까 저도 뒤따라서 백인호 뒤에서 도망 다니던 생각만 납니다.

◇ 김현정> (웃음) 그랬던 기억.
사실 야구가 흐름을 타는 경기라서 어느 정도 지나다 보면 어느 쪽으로 승리의 기운 같은 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날은 어떠셨어요? 그냘 어디가 좀 이기겠다 이런 생각은 못 하셨어요?

◆ 김광철> 그날은 전혀 예측이 안 되고 원체 두 선수가 좋았고 258개, 이렇게 던지고 양 투수가 선동렬이 206개 이렇게 던졌는데 공의 스피드가 15회까지 1회에서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스피드 안 떨어지고 자신감 있게 던지다 보니까 점수가 두 팀이 점수가 과연 날까.
기대대로 무승부 2:2로 끝나고 말았죠.

◇ 김현정> 시간은 4시간 56분, 횟수로는 15회. 원초적인 질문입니다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면 심판들은 화장실은 어떻게 하세요?

◆ 김광철> 그때 당시에는 아무 대책이 없었습니다. 없다 보니까 또 그렇게 긴장되는 경기는 그냥 참고 견디는데 그렇지 않은 경기에는 지금은 5회 끝나면 클리닝타임도 있고 그런 불편한 걸 해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그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직접 운동장에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죠.

◇ 김현정> 그러셨어요. 그냥 운동장에서 관객들 많은데?

◆ 김광철> 어쩔 수 없죠. 냄새가 나더라도 그냥 어쩔 수 없이 항상 100% 컨디션은 아니다 보니까 배탈도 나고 그러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배탈 나도 거기서 해결하고 다시 심판보고 그러셨어요?

◆ 김광철> 네. 그때 당시에는 화장실도 멀고 그러다 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죠.

◇ 김현정> 재미있는 에피소드 많네요. 우리 김광철 선생님은 우리 프로야구 심판 중에서도 가장 고참, 산 증인이십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의 개막전도 선생님이 보셨죠, 심판을?

◆ 김광철> 네, 개막전 주심을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영광이고요.
그날 전두환 대통령이 시구를 했기 때문에 기억이 아주 생생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심판이 참 외로운 직업 아닌가요?

◆ 김광철> 그렇죠, 남이 인정도 안 해 주고 욕만 먹는 직업이죠.

◇ 김현정> 욕만 먹는 직업, 가장 심하게 욕먹었던 건 언제세요?

◆ 김광철> 여러 가지 중에서 제 기억에 가장 욕을 많이 먹었던 게 코리안 시리즈예요.
롯데에서 박동수 선수가 던진 삼성하고의 경기인데 그날 제가 아주 컨디션이 나빠서 감기약을 좀 과다하게 먹고 나가다 보니까 운동장 나가 보니까 최악의 컨디션이었어요.
그래서 투수가 던지는 공, 뭐가 스트라이크인지 모를 정도로 컨디션이 나빴던 경기가 기억이 나고요. 그 경기 이후에 저 자신이 과연 심판으로서 능력이 있는 건가 이런 회의감도 많이 가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날은 선생님이 감기약을 먹어서 내 스스로 안 됐던 날이다, 이런 날이지만 그게 아니라 나는 분명히 제대로 심판을 봤는데 사람들이 이걸 오심이라느니, 매수된 거 아니냐느니 이런 비판을 할 때는 억울하기도 하시겠어요?

◆ 김광철> 그렇죠. 억울하고 하소연 할 데가 없으니까 그냥 뭐 답변 안 하고 세월이 지나면 다 아니까 그리고 묵묵부답으로 모든 욕, 비난도 감수하고 그래야죠.

◇ 김현정> 뚝심으로. 그런데 심판들은 투수가 던지는 공은 정면으로 봐야 되잖아요.
잘 던질 경우에는 시속 한 150, 160 나오는 그런 공을 정면으로 보려면 이게 본능적으로 좀 움츠러들지는 않나요?

◆ 김광철> 위축이 되죠. 제가 현장에 있을 적에 많이 맞았을 적에는 한 경기를 통해서 10번 맞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공이 무서워지고 순간적으로 눈을 감게 돼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가 컨디션만 나빠지고 어쩔 수 없이 사람이다 보니까 공의 두려움을 느끼면 그건 자기가 컨디션 나빠지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없죠.

◇ 김현정>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개인적으로 어떤 노하우가 있으셨습니까?

◆ 김광철> 그러다 보니까 그 다음 날 경기 전에 배팅볼 케이지에 들어가서 눈 안 감는 훈련, 이런 훈련을 많이 했죠.

◇ 김현정> 눈 안 깜빡거리는 훈련. 아무리 뭐가 날아와도.
참 외로운 직업이고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참으로 준비해야 될 것은 많은 이런 직업이란 생각이 들어요.

◆ 김광철> 그렇죠. 그런 사람 알아주지도 않고 무슨 소설을 써도 꼭 악인이 등장을 해야 되니까 이거 어쩔 수 없이 심판이라는 직업이 그렇습니다.

◇ 김현정> 선수들 눈빛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시는데 지금까지 가장 똘망똘망 눈빛이 빛났던 선수는 누구로 기억하세요?

◆ 김광철> 제 기억으로는 한용준 선수가 있습니다, 롯데에.
그 선수가 나오면 타자를 압도할 만한 그런 눈빛이 기억이 남고요. 박정태 선수, 특히 롯데 선수들이 그랬던 선수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박정태 선수, 한용준 선수가 기억에 남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김광철 선생님. 지금은 야구심판 양성하는 야구심판학교 운영중이신데 뚝심 있는 후배들, 좋은 후배들 많이 양성해 주십시오.

◆ 김광철> 고맙습니다.

◇ 김현정>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