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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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변화 통해 국민과의 소통 나설 것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중앙지법 공보담당 김병철 판사
판사 석궁테러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 개봉한 지 2주가 채 안 됐는데 이미 187만 명이 봤습니다. 박스오피스 1위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화제가 되면 될수록 곤란해 하는 곳이 있죠. 바로 사법부입니다. 사법부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국민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다" 밝혔는데요. 직접 들어보죠. 서울중앙지법 김병철 공보판사 연결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서울지방법원이 마련하는 자리, ‘소통 2012 국민 속으로’ 어떤 행사입니까?
◆ 김병철> 저희들이 그동안 국민들을 위해서 충실한 재판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는데요. 국민들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저희의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는 것 같아서 뭔가 변화를 주려고 이런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 김현정> 사법부에서 이렇게 하는 것을 제 기억에는 처음인데요. 요즘 속이 솔직히 많이 타시죠?
◆ 김병철> (웃음) 네,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보여주고 싶은, 또 저희들이 노력하는 만큼을 국민들께서는 잘 이해를 하지 못하시고, 또 반대로 저희도 국민들이 저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서 상호 교감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이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 김현정> 판사님들끼리 요즘 모이면 뭐라고들 하소연하세요?
◆ 김병철> 그 얘기를 여기서 직접 해도 되나요? (웃음)
◇ 김현정> 예. 하셔도 되죠. 국민들이 소통해야 되는데요.
◆ 박영준> 지금 드린 말씀 그대로입니다. 저희들은 정말 야근도 하고 휴일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사심 없이 재판기록 가지고 싸우고 있는데요. 어떤 결론이 나갔을 때 그것들을 서로 자신의 시각에서만 해석하는 점이 참 안타깝다는 게 저희 많은 판사들의 생각입니다.
◇ 김현정> '자신의 시각으로만 해석하는 게 좀 안타깝다' 지금 영화 얘기를 하시는 것 같아요.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를 혹시 보셨습니까?
◆ 김병철> 네, 봤습니다. 사실 박스오피스 랭킹을 올려주고 싶지 않아서 보지 않을까도 생각 했었는데요. 그래도 제가 거기에 대해서 무슨 말씀을 드리려면 봐야 할 것 같아서 봤습니다.
◇ 김현정> 어떠셨어요?
◆ 김병철> 그런데 이 영화의 대부분은 사실이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예술적 허구와 객관적 진실을 꼭 구별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무슨 말씀일까요?
◆ 김병철> 재판과정은 1심과 항소심, 최종심이 합해서 하나의 재판으로 완성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실제 많은 심리가 이뤄진 1심 과정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항소심의 특정 장면들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을 보면 피고인의 주장만이 두드러집니다. 이에 방해되는 다른 것들은 희미하게 처리되거나 우습게 처리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결정적으로 잘못된 한 장면이라면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 김병철> 사실관계에 대한 묘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재판장에서 재판장은 굉장히 시니컬하고 냉소적이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으로 아주 잘 그리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법정에 와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판사들 모두는 많은 분들의, 당사자들의 의견을 좀 더 들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거기서부터 좀 잘못된 것 같다. 그래서 석궁사건의 변호인이었던 박훈 변호사가 사법부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더라고요. "뭐가 허구고 뭐가 사실인지 한번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자" 혹시라도 응할 생각이 있으세요?
◆ 김병철> 그건 제 입장에서 말씀드릴 위치에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 김현정>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어떠십니까?
◆ 김병철> 그렇다면 모든 재판이 3심까지 이뤄지는데, 그 당사자마다 다시 공개토론하자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뻔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영화 흥행과는 별도로요. 얼마 전, 곽노현 교육감에게 벌금형을 내린 판사집 앞에서 계란투척시위가 있었습니다. 형벌이 너무 가볍다며 항의하는 보수단체의 시위였는데요. 이런 일련의 분위기가 자칫하면 판결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되시겠어요?
◆ 김병철> 물론입니다. 특정 판결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서 좋고 싫어하는 게 나뉠 수 있겠죠. 그런데 만약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 그런 식으로 하게 될 경우에는 저희 법이 지배하는 사안은 요원하겠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서 항소 등을 해서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요.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판사에게 그런 식으로 항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석궁이 안 된다는 것도 알지만, 사람들이 지금 그 영화에 박수를 보내는 건 혹시 법원의 팩트 여부를 떠나서 그동안 쌓였던 법원에 대한 어떤 불신, 불만, 권위주의에 대한 반발 이런 게 한꺼번에 모인 건 아닐까, 이런 반성도 좀 드시지 않으세요?
◆ 김병철> 물론입니다. 이런 사법부에 대한 반발 같은 것들이 법원에 대한 평소 신뢰부족에서 나왔다면 우리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국민들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 김현정> 소통을 이제 이렇게 행사로 할 것이 아니라 SNS라든지 이런 것을 통해서 활발하게 할 생각은 없는가, 이것도 짧게 답변 듣고 싶은데요?
◆ 김병철> 물론 그런 부분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이를 담당할 인력, 예산이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점들을 살피고 대법원의 도움을 받아서 저희 법원 차원에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공식 SNS 말고 판사 개개인도 좀 열심히 해 주시면 어떨까요. 활발하게?
◆ 김병철> 요즘 젊은 판사님들도 그런 부분에 능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요. 그런 분위기도 없지 않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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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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