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자 1급 자격증 취득 이종희 할머니
여러분, 연필 놓은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지금 연필을 다시 잡고 공부하라면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좀 겁나기도 하고 바쁘기도 하고 쉽지가 않죠.
그런데 일흔이 넘은 연세의 할머님이 그것도 반평생을 초등학교 앞에서 번데기 팔고 설탕뽑기 장사하던 그런 할머님이 요즘 대학생들도 따기 어렵다는 국가공인 1급 한자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셨다는데요.
이분의 학력이라고는 초등학교 중퇴가 전부라는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안 만날 수가 없네요. 부산에 살고 있는 이종희 할머님 연결해 보겠습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 이종희> 예.
◇ 김현정> 아니, 그럼 올해 연세가 정확히 얼마나 되신 겁니까?
◆ 이종희> 정확하게 일흔이지.
◇ 김현정> 그러면 학교는 초등학교 몇 학년까지 다니신 거예요?
◆ 이종희> 초등학교 한 3년 하고 졸업장 준 편이죠.
◇ 김현정> 초등학교 3학년까지... 그러다가 형편이 어려워서 더 이상 진학은 못하고 거리에서 행상을 하셨다고요?
◆ 이종희> 처음에는 뭐 번데기 하다가 번데기 하다가 그것도 도매상에서 그것이 물건이 딸려서 못 하고 그 다음에 설탕, 달고나 하는 거.
◇ 김현정> 설탕?
◆ 이종희> 달고나 하는 겁니다.
◇ 김현정> 달고나 알죠. 뽑고 이러는 거잖아요. 아이들이 모양도 뽑고 학교 앞에서, 그 장사도 하시고. 그런데 초등학교 앞에서 거리에서 장사를 하려면 몸도 고달프고 그야말로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건데 그렇게 장사하면서 언제 글을 읽기 시작하신 거예요?
◆ 이종희> 틈틈이 아이들 들어가버리고 없을 때, 교문 앞에서 늘 번데기 쌀 종이를 만들잖아요. 만들다 보면 좋은 기사들이고, 이런 것들이 있으면 뽑아놨다가 아이들 없을 때 보고 그렇게 그렇게 했죠.
◇ 김현정> 번데기 싸는 종이가 그러니까 신문지 같은 거, 잡지책 같은 거 이런 건데 그 종이 만들다, 둥글게 고깔 만들다가 좋은 글이 있으면 그거 읽고 뽑아두기도 하고 이러면서 글 공부를 시작하셨어요?
◆ 이종희> 예.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한 개밖에 못 했으니까 낱말도 모르는 것이 많았고 옛날에는 한문이 제법 많이 섞였잖아요. 조금 교양서적이라고 하면 몇 번을 갖다가 대학생이고 아저씨 같은 사람들 물어본 적도 있어요. 내 앞으로 지나간 사람들한테 “아저씨요...”
입이 안 떨어져서. 조심스레 “아저씨요...” 부르지요. “아저씨, 요건 뭡니까?” 그렇게 물어보면 가다가도 가르쳐준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몰라서 그냥 웃고 가는 사람도 있고 그 다음부터는 묻기가 미안해서 괜히 그 사람들이 더 미안하게 여기니까.
◇ 김현정> 그래서 그냥 내가 아예 한자공부를 시작해야겠다, 해서 시작을 하신 거예요?
◆ 이종희> 그래서 답답해서 한자 옥편하고 국어사전하고 두 권을 한꺼번에 샀죠.
낮에는 글 읽다가 틈틈이 보고 체크해서 집에 와서 저녁에는 그거 찾아보고 그렇게 하죠.
◇ 김현정> 할머니가 책 좋아한다더라 우리 번데기 할머니 책 좋아한다더라, 소문이 나니까 아이들이 할머니한테 집에 있는 책 싸다가 주기도 했다면서요?
◆ 이종희> “못 쓰는 책 가져오너라 번데기 줄게.” 이랬거든요.
그렇게 했는데 내가 한 번 당한 적이 있어요. 뭐를 당했냐 하면 여원을 갖다가 어떤 아이가 가져왔더라고요. 옛날에 여원이라는 잡지가 있었어요. “야, 이거 가져와서 괜찮나?” 물어본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괜찮아요, 우리 엄마 보는 건데 다 봤어요.” 그래서 책이 깨끗하고 좋으니까 안 뜯었죠. 뜯을 수가 없지 내가 집에 가져가서 보고 괜찮은 건. 그러니까 엄마가 달려왔어요.
◇ 김현정> 엄마가 왔어요.
◆ 이종희> 막 밑고 끝도 물어보지도 않고 막 아이들한테 여원 어디 있냐고.
◇ 김현정> 그러니까 엄마 몰래 새 책을 가져왔군요. 얘네들이 번데기 먹고 싶어서.
◆ 이종희> 그래서 달래 보낸 적이 있어요.
◇ 김현정> 지금은 도처에 널린 게 책인데 할머님은 그 책 하나, 글 하나 얻기 위해서 그런 고생고생 해 가면서 공부하신 거예요.
◆ 이종희> 네.
◇ 김현정> 내친 김에 한자 시험까지 보게 되신 건데 제가 알기로는 국가공인 한자 1급이면 이게 한자 3500개를 알아야 되는 거거든요.
이거는 뭐 대학생들도 직장인들도 굉장히 어려운 수준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1급까지 따게 되셨어요?
◆ 이종희> (웃음) 나는 몰라요.
진짜 내가 3500자를 다 아는가 몰라. 운이 좋아서 몇 자만 몰라도 합격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문제지에 나온 건 다 알려고 노력은 했어요.
◇ 김현정> 이거 얼마 만에 합격하신 거예요?
◆ 이종희> 2006년도에도 책은 많이 읽었죠. 읽었는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이 정도면 4급 정도 안 하겠나? 도전 한 번 해 보지.” 이래요, 그래서 이력서 내고 원서 내고 도전해 봤죠. 그래서 4급에 치고 나니까 합격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 김현정> 단번에 4급은 그냥 합격하신 거예요?
◆ 이종희> 네, 단번에 했어요. 그래서 하고 나니까 3급이 한번 해 보고 싶데요.
그래서 3급에 도전했고.
◇ 김현정> 3급도 한 번에 붙으셨어요?
◆ 이종희> 3급도 단번에 합격됐고.
◇ 김현정> 2급은?
◆ 이종희> 그런데 2급에 가서, 2급에 가서 두번째인가 세번째인가에 합격이 됐고.
◇ 김현정> 2급부터는 굉장히 어려워요, 수준이. 2급은 그렇게 붙고 1급은 그럼 몇 번 만에 붙으셨어요?
◆ 이종희> 1급은 네 번에. (웃음)
◇ 김현정> 아니, 네 번씩 떨어지셨으면 중간에 그만둘 법도 한데. 포기할 법도 한데.
◆ 이종희> 욕심이 상실되어 버리더라고요. 자꾸자꾸 떨어지니까.
◇ 김현정> 그러셨겠어요.
◆ 이종희> 그래가지고 놀다가 또 한 번 마지막으로 치러 간다고 가니까 그때는 이제 이해가 가더라고.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 김현정> 할머니,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네번째에 합격 소식을 듣던 날 얼마나 기분 좋으셨어요?
◆ 이종희> 이제는 할 일 다 끝나는 것 같았죠.
◇ 김현정> (웃음)
◆ 이종희> 안 되는 거 하려고 애를 쓰니까요.
◇ 김현정> 참 대단한 할머니십니다. 그렇게 해서 이제 한자 1급 자격증을 따고 그걸 가지고 실버 티쳐라고 그러죠. 자원봉사를 시작하신 거예요?
◆ 이종희> 유치원에 아이들 한자 가르치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조그마한 병아리들 한자 가르쳐 보시니까 기분이 어떠셨어요?
◆ 이종희> 예쁘고 귀엽죠.
◇ 김현정> 그래요. 이제 이렇게 원 없이 공부할 수 있고 아이들을 가르치기까지 하고 이게 얼마나 기분 좋으실까? 기분이 어떠신가요?
◆ 이종희> 책도요. 옛날에 우리 시대 때는 책 한 권 사기가 큰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가 하고 싶으면 도서관이 여기도 있고 저기도 짓지, 빌려도 보려면 얼마든지 빌려도 볼 수 있지 그러는데요. 그러니까 자기가 하기 싫으면 못하는 거지.
시간이 없고 돈이 없어서 못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열심히 또 하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요즘 아이들 책 사 달라는 대로 사주고 좋은 방에 좋은 책상에 다 마련해 줘도 공부하기 싫다는 아이들 보면 우리 할머님은 이해 못 하시겠어요.
◆ 이종희> 그렇죠, 그렇죠. 나 같은 노인도.
◇ 김현정>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오늘 많이 배웠고요. 늘 건강하게 사세요.
◆ 이종희> 네, 수고하세요.
◇ 김현정>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3(금) 이종희 할머니 "20년간 번데기 팔던 할머니, 실버 티쳐되다"
2012.02.03
조회 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