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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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송경태 관장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라고 하면 산악인들의 거친 숨소리, 힘겹게 목숨 걸고 오르는 모습. 이런 게 먼저 떠오르실 거예요. 높기도 높거니와 험난한 산세 때문에 전문산악인들한테도 녹록지 않은 곳인데요. 그런데 1급 시각장애인 한 분이 안나푸르나 4130m 전진기지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입니다. 이분은 이미 4대 극한지역 마라톤에 성공한 기록도 가지고 있는 분이세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전북 시각장애인도서관의 송경태 관장 연결되어 있습니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 송경태>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송경태>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아니, 백두산 천지가 2700m인데 4130m를 오르셨다면 백두산의 2배 되는 높이까지 가신 거네요.
◆ 송경태> 그렇습니다. 힘들었어요. 어지럽고 구토가 심해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이게 등반에 나선 지 며칠 만에 오르신 거예요?
◆ 송경태> 4일 만에 해발 1000고지에서 4130m까지 올라가는데 한 32km 거리인데요. 한 4일 만에 올라갔습니다.
◇ 김현정> 4일 만에 32km.
◆ 송경태> 정상까지.
◇ 김현정> 날씨는 수시로 변하고 눈사태도 빈번하게 오는 곳이고 굉장히 어려운 봉우리로 우리가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인이 거기를 오를 수 있었을까. 솔직히 상상이 안 갑니다. 어떤 식으로 오르신 거예요?
◆ 송경태> 저는 도우미 안내를 받고 갔거든요. 그래서 앞의 도우미가 가는 데로 저는 따라가고요. 도우미가 이제 위험한 부분이 있으면 안내를 해 주는데 그것보다는 이제 수시로 변하는 일기. 우박이 갑자기 쏟아지고 폭우가 쏟아지고 때로는 눈이 내리고 그리고 저희가 가기 전에 눈사태가, 대형 눈사태가 나서 못 간다고 그런 얘기 들었을 때 또 가슴이 철렁했는데 일단 그 눈사태 나는 지점까지 가보자 하니까 눈사태 난 위쪽으로 또 이렇게 길을 내서 올라갔어요.
◇ 김현정> 그럼 동료의 손을, 도우미의 손을 잡고 가신 거예요? 아니면 어떤.
◆ 송경태> 배낭을 잡고 간 거죠. 산길이 코스가 작기 때문에, 폭이 좁기 때문에,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이기 때문에 저는 뒤에 배낭을 붙잡고 간 거죠.
◇ 김현정> 그건 정말 무한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네요.
◆ 송경태> 그렇죠. 이제 보디랭귀지라고 그러죠. 앞 도우미의 어떤 포지션에 따라 제가 생명이 위태위태하기 때문에 감지로, 오감으로 다 느끼고 또는 주변의 어떤 위험도를 체크하면서 가야 되기 때문에 상당히 저에게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신체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가장 어려운 점 하나만 꼽으라면 뭐가 있습니까?
◆ 송경태> 일단은 추위와 머리 통증과 구토입니다.
◇ 김현정> 구토. 해발이 높아서, 고도가 높아서.
◆ 송경태> 고도증이죠. 한 3300고지부터는 무조건 물만 마셔도 이렇게 토하고 또 머리가 쥐가 날 정도로 찌릿찌릿 전기가 날 정도로 해서 그 통증 때문에 상당히 고통스러웠어요.
◇ 김현정> 그렇죠. 산소가 부족하니까. 그렇게 뚜벅뚜벅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5일 만에 정상을 딱 밟았을 때, 깃발을 꽂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송경태> 저는 이제 그때 당시에는 혼절해서 기억을 잘 못 했는데 조금 깨어나고 보니까 엄청 춥더라고요. 그리고 보니까 제가 눈 위에 앉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딱 엉덩이를 앉는 순간부터 감각을 몰랐는데 한참 후에 보니까 엉덩이가 감각이 없는 거예요. 만져보니까 엉덩이의 차가움이 느껴져서 빨리 일어났죠. 그리고 바람이 쌩쌩 불어서 너무 추워서 빨리 내려가자 생각뿐이 없었어요.
◇ 김현정> 빨리 내려가자 생각. 어쨌든 안나푸르나의 모습을 아마 가슴으로 보고 오셨을 것 같아요.
◆ 송경태> 저희가 MBC캠프에서 새벽 5시 40분에 출발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눈얼음이 얼려서 한 80cm 높이 되는 눈얼음을 푹푹 빠지면서 갔는데 하늘에 별이 떴다고 그러더라고요. 별을 저는 가슴에 안고 이렇게 갔는데 그 낭만도 한 10 내지 20m도 못 가서 깨지고 빨리 내려가자, 내려가자. 그 생각만 했죠.
◇ 김현정> 송경태 관장님.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시각장애 1급이면 희미하게조차도 보이는 게 전혀 없는 건가요?
◆ 송경태> 저는 한 빛도 안 보입니다. 전혀 암흑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왜 안나푸르나에, 그것도 2년이나 준비를 해 가면서 그곳을 왜 가셨어요? 왜 사서 고생을 하신 겁니까?
◆ 송경태> 제가 이제 장애인이기 때문에 게을러지고 나태해지기가 쉽거든요. 그리고 또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정신력이라도 강해지자, 그런 생각을 가지고 도전을 했습니다.
◇ 김현정> 나태해지지 말자. 스스로 고생길을 가신 거네요.
◆ 송경태> 그렇죠.
◇ 김현정> 지금 목소리 들어서는 이분이 정말 한 줄기 빛도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이 맞는지, 아픔을 겪은 분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로 밝고 활기차세요. 정말로 30년 전, 20대 때 군대에서 수류탄 사고로 두 눈을 잃으신 게 맞죠?
◆ 송경태>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사고당하고 처음부터 이렇게 긍정적이고 밝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은데.
◆ 송경태> 처음에 두 눈을 잃었을 때는 좌절과 절망 속에서 생을 포기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었어요. 제가 2남 3녀의 장남이었는데 어머님은 제 앞에서 우시고 아버님은 당신의 눈을 뽑아서 저한테, 아들에게 광명의 빛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그게 이제 현대 과학으로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술만 드시고 이렇게 어렵게 한탄 세월을 보내시는 것을 보고 제가 가족의 멍에를 덜어줘야 되겠다 해서 자살을 거꾸로 하면 뭐가 될까요?
◇ 김현정> 살자.
◆ 송경태> 네, 살자. 용기를 가지고 제가 재활을 했습니다.
◇ 김현정> 대단한 분이시네요. 지금 아내분도 계시죠?
◆ 송경태> 네.
◇ 김현정> 혹시 안나푸르나 오르겠다 도전했을 때 또 극한 마라톤 도전했을 때 가족이 말리지는, 아내가 말리지는 않았어요?
◆ 송경태> 전부 다 죽으러 가려고 왜 그러느냐, 죽음을 내놓고 사느냐. 극구 말렸고 심지어 남아 있는 가족이라도 편히 먹고 살게 생명보험이라도 몽땅 들어놓고 가라고.
◇ 김현정> (웃음) 생명보험. 그 정도로. 도대체 송경태 관장님에게 도전이라는 건 뭡니까? 뭐기에 그렇게 계속 도전하세요?
◆ 송경태> 어려움과 고통과 힘듦이 크면 클수록 완주 후에 성취감이나 도전한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장애도 감사하다. 어떻게 보면 그 말씀이시네요. 내가 아프기 때문에.
◆ 송경태> 저에게 주신 장애도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긍정의 힘으로 매사에 열심히 살고 있고 그래서 작년에는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도 받았습니다.
◇ 김현정> 관장님, 오늘 아침 희망과 도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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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9(수) 송경태 관장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1급 시각장애인, 안나푸르나에 오르다"
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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