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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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7(수) 김석환 스칸디나비안클럽 사장 "한국 최초 뷔페식당의 추억"
2012.03.07
조회 1084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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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스칸디나비안클럽' 김석환 사장


저는 이것저것 한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뷔페식당을 참 좋아합니다. 요즘은 호텔뷔페, 해물뷔페, 한식뷔페, 고기뷔페. 표준어는 뷔페죠. 여하튼 이런 저번 뷔페가 흔한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첫 뷔페식당은 언제 열었을까요? 바로 1958년 그러니까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때 서울 을지로에 들어선 스칸디나비안클럽이 바로 첫 뷔페식당입니다. 사실 이쯤되면 역사의 현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곳이 곳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하네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자세한 얘기 들어보죠. 스칸디나비안클럽 김석환 사장 연결해 보죠. 사장님, 안녕하세요.

◆ 김석환> 안녕하십니까? 김석환입니다.

◇ 김현정> 아니, 한국전쟁이 휴전에 들어간 게 1953년 7월이거든요. 58년에 문을 열었다. 그러면 한 5년 만에 문을 연 건데.

◆ 김석환>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휴전이 협정되자 스칸디나비아 사절단하고 우리나라 한국재건단 운크라(UNKRA) 있지 않습니까? 거기하고 우리나라 정부하고 3개국이 합의하에 국립의료원을 지었어요.

◇ 김현정> 병원이요?

◆ 김석환> 국립의료원을 지었는데 그 안에 그분들이 이용했던 구내식당이죠, 그것이.

◇ 김현정> 구내식당으로 시작을 해서 뷔페식당이 된. 그럼 사장님은 언제 입사하셨어요?

◆ 김석환> 저는 1966년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때는 사장이 아니라 웨이터로 입사를 하셨다고요?

◆ 김석환>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 당시에는 웨이터도 남자웨이터 남자가 서빙한다는 것 자체도 낯선 풍경 아닌가요?

◆ 김석환> 그렇죠. 그 당시에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 김현정> 음식은 그 당시에 어떤 게 있었어요? 뷔페식당에?

◆ 김석환> 음식은 뭐 대체적으로 UNKRA에서 수송을 직접 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있는 연어라든지 생선, 청어, 뭐 참치, 이런 장어 훈제라든지 이런 것도 있고 게, 게 있지 않습니까? 게깡통도 그때 나왔어요.

◇ 김현정> 게라면 옆으로 기어다니는 대게 같은 것들.

◆ 김석환> 네, 대게. 깡통으로 그 당시 60년 전에 나왔으니까 대단히 맛있죠. 덴마크에서는 치즈 있지 않습니까? 치즈가 10가지 종류가 와요. 고랑내 나는 치즈도 있고 여러 가지.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덴마크 치즈가 10종류나 있고 연어훈제가 있고 대게 깡통이 있고 이 정도면 요즘 뷔페 치고도 훌륭한 뷔페거든요.

◆ 김석환> 훌륭한 편이죠. 대구 음식 그리고 또 스테이크를 미국에서 가져왔습니다.

◇ 김현정> 스테이크 고기는 미국에서.

◆ 김석환> 소고기는 미국에서.

◇ 김현정> 그러면 가격도 굉장히 비쌌겠어요?

◆ 김석환> 아니요. 식당 클럽이라는 곳이 가격은 비싸게 받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럼 아무나 다 갈 수 있잖아요, 그렇게 싸다면?

◆ 김석환> 아니요. 그 당시에는 일반 한국 분들은 못 들어왔죠. 우리 한국 분들은 못 들어오고 그분들의 구내식당이니까 그분들이 이용한 식당이었고 그분들과 같이 동참하셔야 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외국인들만 대상으로 하고 그 사람들 같이 온 한국의 VIP들, 상류층들 이런 분들이 주로 이용을 했군요.

◆ 김석환> 그렇습니다. 한국군들, 또 UN군들 UN 산하에 또 여러 가지 일하는 분들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분들이 주로 많이 왔고.

◇ 김현정> 50년 전의 사람들이 아무리 상류층이고 아무리 VIP라고 해도 일어서서 음식 가져다 먹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잖아요.

◆ 김석환>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낯설었을까요?

◆ 김석환> 어떤 분들은 떠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이게 말이 되냐 이거 떠먹으라는 게 그래서 그 말하자면 권총으로 화가 나니까.

◇ 김현정> 화가 나서 어떻게 했어요?

◆ 김석환> 권총으로 하도 화가 나니까 참지 못하고.

◇ 김현정> 권총을 뽑아서 웨이터한테 겨눴어요? 누가 누가 그러셨어요?

◆ 김석환> 초청한 장성이죠, 말하자면.

◇ 김현정> 사령관이 와서 아니, 어떻게 양반이 저기 가서 음식 떠다먹어.

◆ 김석환> 아니, 그럴 수도 있어요. 아주 훌륭한 8군 사령관을 모셔왔다는데 음식을 따로 차려주든지 그렇지 않으면 따로 어떤 다른 음식을 주든지. 그런데 갑자기 같이 일반사람들하고 같이 우글우글 먹으라고 하니까 화도 났지.

◇ 김현정> 권총을 겨눴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김석환> 어휴, 서늘했죠. 아주 식은땀이 났죠.

◇ 김현정> 그런 아찔했던 경험도 있고. 주로 우리가 딱 들으면 이름을 알 만한 이런 손님들도 있었습니까?

◆ 김석환> 박정희 대통령님은 우리가 초도순시에 이렇게 돌아서 음식을 드시고 이렇게 하더니 음식을 먹는 스타일이 아주 양식을 잘 하시더라고요.
엔초비라고 있어요, 멸치젓 비슷하게.

◇ 김현정> 엔초비. 그렇죠.

◆ 김석환> 엔초비. 딱 잘라서 대가리는 못 먹거든요. 딱 자르고 다 먹고. 최고라고. 음식 좋다. 이러고 나가니까 그냥 그때부터 그냥 각부 장관, 청와대, 이문동 아주 그냥.

◇ 김현정> 대통령이 손 한번 엄지손가락 한번 들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문전성시. 거기 한번 예약하려고 줄을 서고.

◆ 김석환> 그렇습니다.

◇ 김현정> 연예인들 우리가 이름 알 만한 사람 중에는 없습니까?

◆ 김석환> 연예인들 거의 다 왔었죠.

◇ 김현정> 거의 다. 조용필 씨도?

◆ 김석환> 그럼요. 조용필 씨도 많이 오고 엊그저께 은퇴하신.

◇ 김현정> 패티김 씨?

◆ 김석환> 패티김. 패티김 씨도 많이 찾아오셨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 김석환> 아주 이름 난 연예인들은 다 오셨습니다.

◇ 김현정>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 김석환> 병원을 우리나라 정부에 이양을 했습니다, 15년 후에.

◇ 김현정> 그때부터는 일반 우리나라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게 된 거고요.

◆ 김석환> 그렇죠.

◇ 김현정> 웨이터로 시작을 해서 지금 사장이 되기까지 46년. 그런데 우리나라 최초의 뷔페식당 직원이었으면 사실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있었을 거고 아니면 다른 식당을 나가서 차릴 수도 있었을 텐데.

◆ 김석환> 그 당시에 차렸으면 내가 큰 부자가 됐겠죠. 같이 나가서 야, 하자 이런 유혹도 받고 많이 했습니다만, 어떻게 어떻게 여기에 정이 들어서 하루하루를 이렇게 또 이 어려운 문제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리고 큰 파티, 모임들이 많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그 문제에 정신을 쓰느라고 어떻게 어떻게 하니까 세월이 흘러갔어요.

◇ 김현정> (웃음) 열심히 살다 보니까 뭐 다른 데 한눈 팔 시간도 없으셨어요.

◆ 김석환> 그렇게 해서 한다고. 노는 날도 없이.

◇ 김현정> 제가 지금 쭉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김석환 사장님은 장인이시네요, 장인. 서비스 장인. 이쯤되면 사실은 장인입니다. 그래서 좀 이런 곳이 오래오래 남아주기를 바라는데 이게 지금 폐점위기에 놓였다고요?

◆ 김석환> 거기가 국립의료원이 국립이 되고 보니까 SAS라는 그런 전염병이 있지 않습니까, 열병.

◇ 김현정> SAS가 한번 몰아쳤었죠. 오리, 닭 할 것 없이.

◆ 김석환> 그때 바로 그 옆 병동이. 우리 클럽 옆 병동이 바로 그 SAS 병동이 되어버렸어요.

◇ 김현정> 아이고. SAS 병동.

◆ 김석환> 뉴스에 기자들이 찍는 게 우리 간판을 찍어버렸어요. 그래서 아주 그냥 꽉꽉 손님들은 차 있는데 SAS 소동이 벌어지고 하여튼 말이 아니었죠.

◇ 김현정> 최초라는 명칭이 붙으면 그게 구두수선점이든 뭐 레코드가게든 서점이든 다 소중하거든요. 특별한 의미를 가지거든요.

◆ 김석환> 그렇다고 봐야죠.

◇ 김현정> 그래서 좀 오래오래 남아주기를 바라는데 참 안타깝게 됐습니다.

◆ 김석환> 참 아쉽고 이걸 지키지 못한 또 어떤 그런 열등감도 좀 있고 그럽니다, 많이.

◇ 김현정> 역사의 현장 지금까지 잘 지켜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장인정신 좀 다른 후배들에게도 널리널리 알려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김석환>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