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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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20(화) 최주영氏 "축구국가대표 19년 의무팀장 물러납니다"
2012.03.20
조회 187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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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대한축구협회 최주영 국가대표팀 의무팀장


여러분 1994년부터 모든 A매치. 그러니까 국가대항전에 한 게임도 빠짐없이 나간 축구인이 누군지 아십니까? 긴 머리에 뿔테안경을 쓰고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지면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는 분. 어디선가 대표 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사람. 바로 대한축구협회 의무 팀의 최주영 팀장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무려 19년 동안 몸담은 이 축구 국가대표팀을 은퇴하신다는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모셔보겠습니다. 축구국가대표팀 의무팀장 최주영 팀장입니다.

◇ 김현정> 은퇴 나이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닐 텐데.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리셨어요?

◆ 최주영> 그동안 너무나 좋은 자리, 영광스러운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으로는 아마 중간 중간에 많이 내가 사표를 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어떤 때 그렇게 사표를 내고 싶으셨어요?

◆ 최주영> 왜냐하면 하는 과정에서 선수들 큰 게임을 치르고 그러는 과정에 이 선수를 반드시 뛰어야 되는데, 부상으로 결정하기가 힘들 때라든가 그럴 때는 함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되고요. 그 다음에 큰 게임을 하나 치르고 올 때면 정말 그 몸과 마음이 완전히 다 가라앉히고 피곤한 상태로 오게 되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9년을 견뎌오셨는데 2014년 월드컵도 있고 런던올림픽도 있는데 지금 그만두시면 어떡해요?

◆ 최주영> 그보다도 더 우리 후배들이 너무나 잘하고 있어서 그건 염려는 안 되는데요. 아쉽기도 많이 아쉽죠.

◇ 김현정> 그러시죠. 잠깐만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죠. 처음에 어떻게 축구대표팀과 인연을 맺게 되셨어요?

◆ 최주영> 제가 여기 오기 전에 10년 동안 외국에서 배구대표팀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왔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재활전문가이신 거죠?

◆ 최주영> 재활트레이너죠. 그래서 외국에서 10년을 하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축구협회에서 저를 좀 쓰고 싶다. 저는 사실 반가웠죠. 그래서 시작을 했어요.

◇ 김현정> 19년 간 의무팀장으로서 가장 좋았던 기억을 하나 꼽으라면 어떤 걸까요?

◆ 최주영> 아마 앞으로도 쉽지 않은 2002년의 그 영광이겠죠.

◇ 김현정> 그 2002년 월드컵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나는 장면이라면 어떤 걸까요?

◆ 최주영> 뭐 제 손을 거쳐서 그 선수가 나가서 정말 골을 넣었다든가 아니면 아주 지대한 활약을 했다든가 그 몇몇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때.

◇ 김현정> 누구죠? 그때 기억에 나는?

◆ 최주영> 박지성 선수도 그렇고요. 발목 다쳤을 때 그 다음 경기인 포르투갈 전에서 다친 발로 결승골을 성공시켰을 때.

◇ 김현정> 그 골이 그 골 넣고 나서 히딩크 감독한테 달려가서 안겼던 그 골이군요.
맞아요.

◆ 최주영> (웃음) 그때 그렇죠. 그런데 그때 저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저는 “지성아 나한테도 안기렴.” 저 발로, 제가 수리했던 저 발로 넣었구나.. 그러니까 막 달려올 때 히딩크 감독님한테 안기더라고요. 나한테 안겼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죠.

◇ 김현정> (웃음) 그러네요. 그러네요.

◆ 최주영> 진짜 서운했다고 할까요?

◇ 김현정> 우리가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하는데 우리 축구대표팀의 엄마 손은 그동안 최주영 팀장님이셨던 거예요.

◆ 최주영>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그럼 가장 안타까웠던 기억은 19년 동안 어떤 걸까요?

◆ 최주영> 황선홍 선수가 98년도 프랑스 월드컵에 바로 출정하기 떠나기 바로 전날 중국과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쳤어요. 그런데 왜냐하면 프랑스 가서 끝날 때까지 재활만 하다가 그냥 한 게임도 못 뛰고 온 것이 끝까지 제 마음속에 안타까움으로 아마 남아 있을 겁니다.

◇ 김현정> 황선홍 선수가 그때 못 뛰면서 우리 팀이 굉장히 치욕스러운 경기를 치렀잖아요?

◆ 최주영> 그러니까요. 그래서 그때 그 기억은 저는 아주 생생해요.

◇ 김현정> 재활을 가장 악착같이 한 선수는 누구입니까?

◆ 최주영> 악착같이 한 선수는 우리 이영표 선수가 그랬죠.

◇ 김현정> 이영표 선수?

◆ 최주영> 네. 시드니 올림픽 본선 게임 앞두고 약 한 달을 저하고 무릎 부상으로 재활을 했거든요. 정말 그 책임감으로 왜냐하면 본선에 뛸 수 있게 해 줘야 되는데 그렇다 보니까 저도 막 나름대로 엄청나게 스파르타식으로 오전, 오후로 엄청나게 강하게 시킨 적이 있어요. 그렇게 했더니만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어느 한 순간에 운동하는 중에 저를 막 커다랗게 뜨고 응시하는 거예요. 아주 부릅뜨듯이.

◇ 김현정>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째려봐요?

◆ 최주영> 그러니까 그 표정이 얼마나 찬란하고 그런 선수인데, 그런 선한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 봤다는 건 아마 저밖에 안 봤을 거예요, 저밖에.

◇ 김현정> 제가 보니까 우리 최주영 팀장님이 아주 자상하고 천사 같은 분인데, 별명은 무시무시한 게 많아요.

◆ 최주영> 미치겠어요. 처음에는 그랬어요.

◇ 김현정> 마귀, 사탄, 저승사자.

◆ 최주영> 다 그런 건데. 제가 이렇게 재활시키려고 걸어가면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야, 저승사자 온다. 저승사자 온다.” 막 그렇게 했으니까요.

◇ 김현정> 우리 끌어가려고. 참 어려운 악역을 담당하신 분이에요. 앞에서 엄마 같다고 얘기를 했는데, 가끔은 엄마들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 잡아가기도 해야 되고 그런 악역을 해야 되는 게 또 엄마이기도 하거든요.

◆ 최주영> 그러네요. 그렇게 보니까.

◇ 김현정> 19년을 이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다 회고하겠습니까? 책 한 권 내셔야 될 것 같아요.

◆ 최주영> 지금 준비 작업에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시군요, 역시나. 축구는 잘하세요?

◆ 최주영> 축구요? 그 질문 엄청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런데 제일 창피한 질문이 그거예요. 이상하리만큼 뛰는 건 잘하는데 공 가지고 제 발을 이용해서 하는 건 잘 못해요.

◇ 김현정> 못하세요. (웃음) 아니, 19년 동안 A매치를 봐오신 분이 그거 안 되세요?

◆ 최주영> 안 돼요. (웃음) 축구팀에 오래 있었던 분 맞아? 그렇게 돼요.

◇ 김현정> 재밌습니다. 1분 동안 딱 한 사람만 골라서 말씀하실 시간을 드릴게요. 누구한테 그 마지막 한마디하고 싶으세요?

◆ 최주영> 이청용 선수한테 하고 싶어요.

◇ 김현정> 이청용 선수? 왜 하필 이청용 선수인가요?

◆ 최주영> 지금 아직 완전히 재활이 끝나지 않았잖아요. 정말 오랜 시간 지금 재활을 하고 있는데 본인 팀에서 감독님은 3월에 복귀한다,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여기 한국에서 잠깐 치료했던 경험으로 볼 때는 쉽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그래요?

◆ 최주영> 그리고 완전하게 회복돼서 나갔을 때 그것으로 인한 후유증이 없거든요.

◇ 김현정> 언제쯤 예상하세요?

◆ 최주영> 우리나라 월드컵 본선 최종 예선에서는 분명히 뛸 수 있을 거고요.

◇ 김현정> 그러면 6월인가요?

◆ 최주영> 예, 그건 그때는 분명히 뛰고요. 제 생각에는 4월쯤에서는, 다음 달쯤에는 뛸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 김현정> 이청용 선수한테 한마디?

◆ 최주영> 청용아, 네가 최고의 생각과 최고의 몸으로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네 몸도 확실하게 나아서 이제부터 너의 길을 힘차게 더욱더 활짝 열려진 그 길을 향하여 정말 힘차게 달려 나가라. 청용아, 파이팅.

◇ 김현정> 이청용 선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것 같네요, 이 얘기 들으면. (웃음)

◆ 최주영> (웃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최주영 팀장님, 그동안 축구 선수들 돌보느라 고생 많이 하셨고요.

◆ 최주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앞으로는 가족들도 잘 챙겨주시고 건강하세요.

◆ 최주영>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