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면을 들여다볼 뉴스. 오늘은 뭘 골라오셨어요?
◆ 김성완> 사흘 전에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음식냄새가 진동 하는 일이 있었죠. 이명박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핵안보정상회의에 동행한 각국 영부인들을 초청해 환영만찬을 연 것인데요. 이걸 가지고 지금 “이렇게 해야지만 국격이 높아지냐” 이런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알아보겠습니다.
◇ 김현정> 이 소식 때문에 인터넷이 떠들썩한데요. 국립박물관 전시실에서 만찬행사를 해도 되는 건가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쭙죠.
◆ 김성완> 안 되죠. 왜냐하면 예를 들어드릴게요. 아이 데리고 박물관 가면 어떻게 하십니까?
◇ 김현정> 조용히 하라고 하죠.
◆ 김성완> 그렇죠. 음식 가지고 가지 말라, 카메라 플래시 터뜨리지 마라, 온갖 잔소리 다 하는데요. 이번의 경우를 상상 해 보십시오. 만찬 코스 준비를 하는데 부글부글 끓여야 되니까 온갖 요리사들이 다 있어야 되겠죠. 서빙 인원도 필요하겠죠. 수행원, 경호원. 이번에 또 클래식 공연까지 했습니다.
◇ 김현정> 그 안에서 공연도 있었습니까?
◆ 김성완> 그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음식 나르고 했겠습니까? 이게 바로 국보급 유물을 전시하는 전시장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또 더 큰 문제는 2010년 G20정상회의 때에 이어서 이게 벌써 두 번째라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전시실에서 만찬을 했다, 이거는 누구 아이디어입니까?
◆ 김성완> 현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박물관장 시절에 자신이 스스로 냈다, 이렇게 인정을 한 아이디어입니다. 최광식 문화부장관은 고려대 사학과 교수인데요. 현 정부 출범 이후에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이 됐습니다. 그 이후에 문화재청장으로 옮겼다가 6개월 만에 장관이 되는, 거의 초고속 승진을 하다시피 올라갔는데요. 이 G20 만찬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서 이렇게 문화부장관까지 됐다, 이런 얘기가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번에 또 한 번 만찬을 연 거군요. 그런데 참여정부 시절을 생각해 보니까 창경궁이던가요? 세계신문협회 만찬을 했다가 비난 받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 김성완> 사실은 여러 번 있었죠. 굉장히 비난도 많이 받았고 그랬는데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사건도 아마 다 기억을 하실 겁니다. 2007년에 사적인 효종대왕 왕릉에다가 숯불을 구워먹고, 또 LPG가스통까지 갖다놓고 그랬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었죠.
◇ 김현정> 그때도 대단했죠?
◆ 김성완> 네, 맞습니다. 2007년 세계신문협회 IPI총회 때문에 온 사람들이 창경궁에서 술 먹고 담배 피우고 하다가 일종의 술파티라고 불렀는데요. 난리가 났고요. 2004년 국제검사협회 만찬이 경회루에서 열렸는데 이때도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생각보다 굉장히 많네요?
◆ 김성완> 저도 이번에 찾아보면서 얘기를 정리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는데요. 이게 궁 안에 일종의 야외공간에서 이런 일이 이뤄졌는데요. 이 당시에도 비판을 했던 논리가 이겁니다. “다 목조 건물인데 혹시 누가 담배를 피우기라도 하고, 그렇게 하다가 화재가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 문화재 관리를 이렇게 소홀하게 해서 되겠느냐”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요.
이번 같은 경우도 똑같이 한번 역으로 생각을 해 보십시오. 그때도 비난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국보급 문화재 뒤에다가 중세 귀족들이 무슨 유물 자랑하고 수집품 자랑하듯이 쭉 늘어놓고 거기에서 밥을 먹는다? 당시하고 비교했을 때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고요.
또 하나 좀 지적하고 싶은 건 이번에 공영방송 KBS가 이 만찬을 보도 하면서 ‘영부인들은 시간의 흐름을 잠시 잊었다’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사흘 뒤에 경향신문이 이걸 보도를 하면서 사건이 커졌는데요. 당시에 그렇게 비난하고 비판했던 언론들은 다 어디에 가 있습니까, 지금? 이렇게 이중 잣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언론들이 국민들한테 신뢰를 못 받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유물들이 만찬장의 장식품이 됐어요. 비판여론이 거세지니까 어제 중앙박물관이 입장을 내놨습니다. 읽어보니까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외국의 유명 박물관 전시실에서도 이런 만찬행사를 한다” 라는 거예요. 어떻습니까?
◆ 김성완>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기 위해서 전시실까지 꼭 들어가야 되느냐’ 제가 물어보고 싶고요. 전시실에서 밥 먹으면 우리나라 국격이 올라가는지 한번 되묻고 싶습니다. 거기서 꼭 먹어야 국격이 올라갑니까? 보고 난 다음에 다른 데서 밥 먹을 수도 있잖아요. 중앙박물관에는 이곳 말고도 공간들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밥 먹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일종의 과시라고 보여 지는 것이고요. 완전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국립박물관에서 예를 들면서 외국에서는 이렇게 한다, 이렇게 했던 박물관이 3곳이 있습니다.
◇ 김현정> 어디입니까?
◆ 김성완>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인데요. 미술관이라고도 흔히 얘기를 하고 있는 곳인데 국가나 정부기관이 아닌 순수 민간이 설립한 박물관입니다. 뒤에 또 다시 말씀드리고요. 뉴욕 모마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라는 곳도 예를 들었어요. 여기는 1920년대 3명의 민간인 후원자가 설립한 미술관입니다. 미국 역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국가가 먼저 생긴 곳이 아니라 민간이 먼저 기틀을 잡아나가다가 나중에 연방이 생겨난 국가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민간이 주도를 해서 하는 것이고요. 기부, 후원을 받아야 운영이 되는 것입니다.
많은 부자들 끌어들여서 자기 것들을 좀 전시도 하고 내가 이런 것들을 갖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해 주면서 돈을 좀 내라. 이렇게 후원을 받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이걸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곳에서 “외국에서도 이렇게 합니다” 라고 얘기를 하는 게 말이 되는가, 문제제기를 좀 하고 싶고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세계문화수도를 자랑하는 자칭 프랑스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얘기하죠.
◇ 김현정> 여기서도 한다는 거 아니에요?
◆ 김성완> 여기서도 한다, 지금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이것도 성격을 좀 구분해야 합니다. 서양음식은 찬 음식과 뜨거운 음식이 있는데 이번처럼 뜨거운 음식 같은 경우에는 끓이고 뭐하고 엄청나게 많은 과정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설사 한다 하더라도 거의 없다는 것이고요. 제가 직접 지금 프랑스에 있는 재불 역사학자한테 확인을 해 보니까 “국제행사라고 해서 우리처럼 온 나라가 떠들썩거리는 적이 없다. 언론이 이렇게 보도한 적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해 줬고요. “루브르에서 만약 이런 일이 벌어졌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문화관계자나 공무원들이 아마 난리 났을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 김현정> 그런 일은 없다는 얘기군요?
◆ 김성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개관을 했는데 여기서는 서고도 아니고 복도에서 패션쇼를 했는데 프랑스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어, 이런 일도 하는 거야?’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박물관에서 그랬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습니까? 답답합니다.
◇ 김현정> 어제 국립중앙박물관이 내놓은 반론에 대한 답변까지 김성완 씨가 해 주셨습니다. 유물전시실에서 만찬하면 국격이 정말 높아지는가? 결론은 아니다, 이렇게 내린 거네요. 오늘 되짚어봤습니다. 김성완의 행간 수고하셨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29(목) [김성완의 행간] "박물관 만찬하면 국격 오르나"
2012.03.29
조회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