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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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 인왕중학교 김경민 선생님
오늘 아침 화제의 인터뷰는 훈훈한 이야기를 나눠보죠. 대학교를 수석졸업하고 서울의 한 중학교에 영어교사로 발령받아 근무하는 선생님이 있는데요.
이 분은 13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은 시각장애인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일반 학교의 영어교사가 됐다. 참 대단한 일인데 그 꿈을 이루기까지 일등공신은 바로 그 곁을 24시간 지키는 안내견 미담이가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한편의 동화로 만들어져서 지금 잔잔한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 동화 속의 주인공 오늘 직접 연결해 보죠. 서울 인왕중학교의 김경민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경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동화책을 직접 쓰신 게 아니고 동화책의 주인공이 되신 거네요?
◆ 김경민> 네, 제가 직접 쓴 건 아니고요. 1년 전쯤에 제가 한 다큐멘터리에 미담이랑 같이 나왔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동화작가분이랑 인터뷰를 하고 삼성 안내견학교쪽에서 중간에서 다리를 놔주셔서 동화책에 나오게 됐어요.
◇ 김현정> 소감이 어떠십니까?
◆ 김경민> 굉장히 새롭죠. 사실 저는 책을 되게 좋아해서 어렸을 때도 동화책을 되게 많이 읽었었는데 어린이들이 이제 저와 미담이에 대한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읽는다고 생각하고 그게 또 서점에 나와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굉장히 새로워요.
◇ 김현정> 미담이한테도 혹시 동화책 읽어주셨어요?
◆ 김경민> 미담이도 보기는 봤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자기 얘기인지 알아듣던가요?
◆ 김경민> 아마 알 거예요. 자기 얘기하면 되게 관심을 많이 보여서요.
◇ 김현정> 미담이와 생활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김경민> 5년 정도 됐어요.
◇ 김현정> 5년. 그러니까 미담이가 안내견인데 안내견이 하는 역할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 김경민> 그러니까 사실 안내견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안내를 해 준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은데요. 기본적으로 안내견이 해 주는 역할은. 길은, 일단은 사용자라고 하죠. 거의 시각장애인들이 알아야 돼요. 그리고 이 친구들이 해 주는 역할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어느 방향을 제시를 하고 지시를 했을 때 문을 찾는다든지 계단을 찾는다든지 장애물을 피해 준다든지. 그런 기본적인 안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 김현정> 전체적인 루트, 전체적인 길, 행선지는 시각장애인이 알고 있어야 하고 바로 앞에, 앞에 닥친 것만 이제 안내견이 해결해 주는 거군요.
◆ 김경민> 네, 사실 중간 중간 유혹이 있었을 때 그것들을 시각장애인이 길을 모르면 그 유혹으로 빠져들고 길을 잃을 수도 있잖아요.
◇ 김현정> 그러면 출퇴근은 당연히 함께하실 테고 학교 안에서는 어떻게 생활하세요?
◆ 김경민> 미담이랑 같이 다녀요.
◇ 김현정> 수업할 때는 그럼 미담이는 어디 있습니까?
◆ 김경민> 교실 한 켠에 자리를 마련해 놨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교실에 같이 있다 보면 혹시 짖는다든지 대소변 실례를 한다든지 이런 일은 없어요?
◆ 김경민> 모든 공공장소, 사람들이 들어가는 모든 장소에 다 갈 수 있어요, 법적으로. 그 뜻은 뭐냐 하면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짖거나 대변은 이제 정해진 시간에만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전혀 없습니다.
◇ 김현정> 아이들이 많이 신기해하겠어요. 강아지가 한 마리. 아, 개죠. 개 한 마리가 교실 안에 떡 버티고 있으면.
◆ 김경민> 그런데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미담이랑 제가 복도 지나가고 처음에 수업 들어가기 전에 학기 초에도 둘이 지나가면 굉장히 좋아해요.
◇ 김현정> 아이들한테도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이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지금 몇 명의 아이들, 몇 학년 가르치시는 거예요?
◆ 김경민> 지금 1학년 가르치고 있어요.
◇ 김현정> 사실 학생들한테는 시각장애인 교사라는 게 참 낯설 것 같은데.
◆ 김경민> 저도 사실은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작년에 처음 부임했을 때도 아이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학생들은 굉장히 빨리 적응을 하고요. 그 부분에 대한 어려움은 정말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오히려 어른들이 될까,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 김경민> 네.
◇ 김현정> 그런데 영어는 교과서가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우리가 가르치는 건데 선생님은 어떻게 가르치시는 거예요?
◆ 김경민> 저는 이제 그 책을 타이핑을 맡겨요. 그걸 워드를 쳐서 그 파일을 USB에 넣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기계에 넣으면 점자로 번역이 바로 되는 그런 점자 컴퓨터 같은 기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걸 보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수업 중에 딴짓하거나 말썽부리는 아이들 있으면 찾아내는 비법이 있으세요?
◆ 김경민> 일단은 소리에 예민하기 때문에 애들이 되게 깜짝깜짝 놀라요. 그러니까 보통 저는 이제 학생들 자리나 목소리 이런 걸로 이제 외워서 하는데 말썽부리는 애들 거의 정해져 있긴 하고 딴짓하는 것도 소리로 많이 캐치를 하고요. 그러기 어려운 부분들은 이제 보조선생님께서 같이 들어가시니까 잡아주시고요.
◇ 김현정>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것도 잡아낸다는 걸 아이들이 모르는 거죠?
◆ 김경민> 네.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래요. 보니까 공부를 참 잘하셨어요?
◆ 김경민> 아닙니다.
◇ 김현정> 대학을 7학기 만에 수석졸업하고 임용고시도 단번에 합격하고 그 대학시절을 그러니까 미담이하고 같이 쭉 보내신 거죠?
◆ 김경민> 네.
◇ 김현정> 그럼 뭐, 미담이하고는 특별히 대화를 안 해도 마음으로 교감이 다 되시겠어요?
◆ 김경민> 저도 처음에는 그걸 잘 이해를 못 했어요. 제가 동물을 엄청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니어서 그냥 안내견은 안내하는 개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거든요, 사실은 처음에.
그런데 교감이 된다는 걸 제가 미담이를 통해서 많이 깨달았고요. 아, 좀 재미있는 케이스는 제가 기분이 좋으면 얘도 좋고 제가 기분이 좀 우울하면 얘도 우울하고 그게 다 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개들이.
그런데 제가 싫어하는 사람도 알고 좋아하는 사람도 아는 거예요. 제가 너무 너무 신기한 게 제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가서는 애도 막 꼬리를 치면서 좋아하고 제가 싫어하는 사람이 미담이를 예뻐하려고 하면 피하고 그런 걸 제가 봤어요. 너무 너무 신기했었어요.
◇ 김현정> 거의 가족이네요, 정말.
◆ 김경민> 그런 것 같아요.
◇ 김현정> 엄마와 아들 같은 느낌.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 김경민> 고마웠던 순간도 되게 많은데 일단은 전체적으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이 모습으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다 미담이 덕분이에요. 사실 미담이를 만나고 제가 성격도 되게 많이 바뀌었고 그래서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고 일단은 좋은 성적을 가질 수 있었던 거 이런 게 제가 길을 다니는 것에 장애가 없었기 때문에 만약에 제가 가족들의 도움을 받았어야 했다면 친구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도 없었을 거고 길 다니는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도 할 수 없었을 거고 성격도 더 아마 까칠해졌을 수도 있고.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든 것은 다 미담이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 이야기들이 다 동화책 안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 김경민> 네.
◇ 김현정> 자서전 같은 거군요, 그러니까 이게.
◆ 김경민> 네, 거의 실제 사례를 완전히 100% 사실은 아니지만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대부분 다 사실이에요.
◇ 김현정> 교과서에 보면 주인 살린 개 이야기 이런 것들이 이제 책에도 담기고 있는데 어쩌면 김경민 선생님하고 미담이 이야기가 동화 정도가 아니라 나중에 교과서에도 실릴 수 있겠어요?
◆ 김경민> 그러면 영광이죠. (웃음)
◇ 김현정> 미담이가 이 사실을 알려나. 미담이 몇 살이나 됐죠, 지금?
◆ 김경민> 지금 7살이에요.
◇ 김현정> 7살?
◆ 김경민> 네.
◇ 김현정> 그러면 사람으로 치면 한.
◆ 김경민> 50대 정도요.
◇ 김현정> 50대.
◆ 김경민> 중년이에요.
◇ 김현정> 그러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미담이와 선생님이 함께할 수 있을까요?
◆ 김경민> 길게 보면 한 2, 3년 정도 이제 더 같이 있을 수 있고요. 그 이후에는 이제 안내견 학교로 돌아가서 쉬게 돼요.
◇ 김현정> 그런 생각하면 지금 가슴 벌써 아프실 것 같아요, 3년 후만 생각해도.
◆ 김경민> 그러니까요. 안내견 받은 지, 미담이랑 같이 지낸 지 한 달도 안 돼서도 벌써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 어떻게 헤어지나.
◇ 김현정> 선생님, 지금 미담이 옆에 있어요?
◆ 김경민> 네, 미담이 조금 전에 밥 먹고 지금 저 통화하는 거 계속 보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혹시 수화기 갖다 대면 한마디 할까요?
◆ 김경민>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웃음)
◇ 김현정> (웃음) 미담이하고 한번 인터뷰를 해 보고 싶은데. 그래요. 미담이와 항상 옆에 있지만 그래도 못 했던 말이 있다면 이 기회에 한마디 하시죠.
◆ 김경민> 정말 늘 고맙고 저희 가족들도 그렇거든요. “너는 한 게 별로 없다.” 저희 부모님 말씀이에요. “다 미담이가 해 준 거다. 늘 고마워해야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더 적은데 그 시간들을 더 좋은 추억 만들면서 같이 보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많은 안내견을 만나겠지만 미담이는 절대로 이 감동, 정말 스펙터클한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대학교도 갔고 임용도 됐고 너무 너무 고맙다. 평생 못 잊을 거라고 그 이야기 꼭 하고 싶어요.
◇ 김현정> 강아지한테 감사 인사하는 방송은 아마 저희 방송밖에 없을 겁니다. (웃음)
그래요. 좌절을 딛게 해 준 친구, 평생 친구, 미담이.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고요. 오늘 정말 잠깐이지만 아름다운 동화책 속에 들어갔다 온 기분입니다.
◆ 김경민>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아침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26(월) 김경민 인왕중 교사 "동화가 된 안내견과 시각장애 교사 이야기"
201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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