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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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23(금)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데뷔 20년, 가요계는 서태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1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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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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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1992년 봄 특종TV연예라는 코너의 신인무대에 출연했던 3명의 젊은이. 그날 최하점수인 7.8점과 함께 심사위원들로부터 혹평을 받고 내려왔습니다. 거기 있던 누구도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거리마다 마치 그들의 노래가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흘러나오기 시작했고요. 한 달 만에 40만장이 팔려나갔습니다. 10대들은 일제히 그들의 노래와 춤과 패션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문화계 전반의 지형을 흔들어놨죠.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 이야기인데요. 오늘이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라는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얘기 좀 해 보겠습니다.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 연결하죠.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 임진모>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제가 앞서서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거리마다 울려퍼졌다 했는데. 대단했죠, 그때?

◆ 임진모> 그건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혁명이었죠. 우리 가요계의 지형 그리고 우리의 문법 또 우리의 사고방식을 다 바꾼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가.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유명한 일화를 제가 앞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거기 나왔던 심사위원들 누구도, 다 전문가들인데 누구도 이 사람들이 이렇게 성공할 거라고 예견을 못 한 거거든요?

◆ 임진모> 사실은 좀 그래서 그분들이 약간 당혹스러운 점이 있었을 텐데. 음악이라는 것은 이렇게 느닷없는 신인이 나와서 이렇게 바꿔주는 건데. 그걸 예측하기는 어렵죠.

◇ 김현정> 선생님은 어떠셨어요, 그때?

◆ 임진모> 그때 저는 그 프로그램 자체를 못 봐서 존재를 저는 한 달 이후에 알았어요. 그것도 매니저 유대영 씨를 통해서 “요즘 유대영 씨 누구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서태지 아이들이요.” 그때까지도 제가 몰랐다니까요.

◇ 김현정> 뭐하고 계셨어요, 그때? (웃음) 그래요. 도대체 어떤 점이 이렇게 서태지가 대중들을 한순간에 매료시킬 수 있었던 걸까요?

◆ 임진모> 우선 그때 당시에 김완선, 박남정, 소방차의 댄스가 있었잖아요, 80년대 말에. 그런데 그것에 대한 반발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90년대 초반 들어와서. 그래서 다시 발라드로 돌아가 버렸는데 사실 많은 청소년들은 댄스를 원했다는 것이 서태지와 아이들을 통해서 밝혀진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건 뭐냐면 새로운 것, 흥분된 것. 이것이, 바로 이거거든요. 그런데 새로웠고. 랩, 우리나라 말로 랩을 했고요. 그 다음에 그것도 힘찬 댄스 그리고 강력한 락의 느낌. 이거랑 섞어서 했으니 청소년들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죠, 그게.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다 나가떨어진 겁니다.

◇ 김현정> 노래뿐만 아니라 패션, 춤 모든 게 달랐죠?

◆ 임진모> 네, 그럼요. 그리고 그건 아주 치밀했던 용의주도했던 서태지의 접근법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단순히 내 음악만 믿고 한 것이 아니라 춤이라든가 패션, 이런 것들 다 종합적 사고로 들이댄 거죠. 그러니까 그게 바로 청소년들과 소통하게 된 결정적인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노래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다 뒤집어놨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시는 거예요?

◆ 임진모> 그렇습니다.

◇ 김현정> 팬 문화도 그때부터 많이 바뀌었죠?

◆ 임진모> 그럼요. 팬덤도 사실 그래요. 그러니까 제가 아까 그 얘기 드렸는데 음악적 혁명일 뿐만 아니라 사실은 사회적 순환이라고 저는 표현을 하는데. 왜냐하면 서태지가 단지 환상 속의 그대에서부터 벌써 나타나요. 그래서 나중에 특히 3집, 4집 가서 아주 노골화되는데 그게 바로 뭐냐면 세대의식을 담보하는 노랫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단순한 그냥 소비자가 아니라 이제 수요자가 되고 수용자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내 자신의 의견을 기꺼이 아주 강력하게 그리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피력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겁니다. 그게 X세대 의식이라고 그랬잖아요.
그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동기예요. 뭐 박물관을 만든다, 서태지 숲을 만든다. 이런 것들 팬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왜 가능했느냐? 그 속에는 세대의식이 숨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대표적인 노래 어떤 거 기억나세요? 이렇게 좀 저항정신도 있고 세대의식도 들어 있는 노래?

◆ 임진모> 대표적인 게 교실이데아하고 필승이죠. 3집의 교실이데아와 4집의 필승인데. 그때 당시에 제가 얼마나 대단했냐 하면 노래방 갔더니 일제히 학생들이 다 불러요.

◇ 김현정> 저도 기억나요. 다들 머리 흔들어 대가면서 학교를 박차고 나가야 된다, 뭐 이런 이야기들. X세대들.

◆ 임진모> 그때 아마 학교 선생님들 무척 당혹스러웠을 거예요.

◇ 김현정> 제가 지금 그 질문 드리려고 했는데요. 서태지의 이런 도발이 기성세대에게는 상당히 불편함을 줬던 것 같아요.

◆ 임진모> 다 불편했죠. 왜냐하면 첫 번째, 어른들이 되면 변화의 적응속도가 느려요. 그런데 그때까지 들었던 음악이 전부 다 포크나 발라드 민족음악이었거든요, 민족음악. 그런 멜로디 중심의 음악이었는데 이것만 느닷없이 그냥 랩댄스에, 우리나라 말로 랩을 하고 댄스에다가 기타 노이즈를 갖다가 전면에 배치하고. 아우, 이걸 어떻게 들어요, 세상에.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그러다가 이제 어른들의 문화, 기성 문화, 기성 질서와 가치를 갖다가 흔들어놓는 그런 가사들을 막 잇따라 발표한단 말이에요. 교실이데아, 내 맘이야. 내 맘이야 이랬는데 어떡할 겁니까, 내 맘이야. 그러니까 어른들이 거기서부터 와, 이건 우리들에 대한 정면도전이기 때문에, 도발이기 때문에 서태지 음악에 대해서 경계하게 된 거죠. 사실은 제 친구들부터 뭐라고 그랬냐 하면 “서태지가 나오고부터 내가 가요 안 들었다니까.”

◇ 김현정> 그 정도로, 그 정도로. 그런데 이들이 활동한 게 한 딱 4년, 5년? 5년 정도 됐죠?

◆ 임진모> 네. 음악이라는 게 원래 음반 한 장 남겨놓고도 막 30년, 40년 가요. 유재하 보세요, 유재하 음반 딱 한 장이잖아요.

◇ 김현정> 1집밖에 없죠.

◆ 임진모> 김민기도 딱 한 장이에요. 네 장 내면 많이 낸 거예요, 그거.

◇ 김현정> 그렇군요. 그 힘이라는 게 노래의 힘이라는 건 이렇게 강하다, 이런 말씀이에요.

◆ 임진모> 그렇습니다. 지금 말씀 잘해 주셨는데 서태지 현상의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그거예요. 우리가 옛날에는 연예인들이 신문 1면에 못 나왔어요. 그렇죠? 그런데 이제는 신문 1면에 딱 나온단 말이에요. 그건 뭐냐 하면 과거에는 우리 사회의 중심이 특히 사회의 역동성이나 변화 같은 것들 누가 담당했습니까? 정치 아니면 경제였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서태지 아이들 때부터는 대중문화, 문화, 대중문화가 그 일임을 담당한다라고 우리가 안 거예요. 김현정의 뉴스쇼에 제가 이렇게 나오는 것도 이것도 다 사실 서태지와 아이들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 김현정> 대중문화가 어떻게 보면 힘이 생긴 거예요. 사회를 움직이는 힘, 그런 말씀. 서태지 출연을 중심으로 해서 한국 가요계가 서태지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 말에 동의하십니까?

◆ 임진모> 그럼요,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그 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게 아까 그렇지 않다면 제가 혁명이나 지각변동이라는 표현을 못 쓰죠.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앞으로 10년, 20년 내에 이런 가수가 또 나올 수 있을까요?

◆ 임진모>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제 나오느냐 못 나오느냐 문제가 아니라 나왔으면 좋겠고 사실 이렇게 사회를 흔들고 전체를 갖다 이렇게 뭐랄까 결속시키는 그러한 음악이 필요한 거거든요. 물론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이 전부라고 제가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그렇게 하면서 그 세대의 어떤 의식이나 행위 같은 것들을 담보해낼 수 있는 그런 그야말로 뭐라고 그럴까요. 힘찬 음악 같은 것들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는 지금 그동안 20년이 지나고서 너무 음악계가 상업화되어 버렸어요. 그리고 너무 자기중심적이 되어 버렸어요.

◇ 김현정> 맞아요, 획일화되고 상업화되고. 또 다른 서태지, 제2의 서태지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임진모 선생님,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