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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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12(목) 표창원 경찰대 교수 "수원 사건, 변명의 여지 없다"
2012.04.12
조회 110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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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경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표창원 교수


지금 총선과 함께 전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어놓은 큰 사건이라면 바로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이죠. 저희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직접 심리수사했던 프로파일러 만나봤고 또 피해자 유가족과도 인터뷰를 했는데요.

최근에 경찰대학교 표창원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다가 “피살되신 피해자께 사죄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려서 화제입니다. 경찰 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애정 많은 분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경찰을 비판하고 사과문까지 올린 이유는 뭔지 오늘 한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경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표창원 교수입니다. 교수님, 나오셨어요?

◆ 표창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글을 올리셨는데 제목이 “수원에서 112에 신고, 피살되신 피해자께 사죄드립니다.” 이런 글이네요.

◆ 표창원> 예.

◇ 김현정>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서서 사죄까지 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 표창원> 뭐, 저 스스로 반성하자는 의미이고요. 이미 그동안 제 글에도 올렸지만 지난 인천 라이브 호프집 화재참사 때 여러 청소년들이 사망을 했고요. 그런데 그 사건에서도 경찰이 일찍 제대로 된 단속을 했었더라면 그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질타를 한 피해 학생의 학부모께서 얘기해 주신 적이 있으셨어요.
그러한 아픔을 안고 살아왔지만 여전히 제가 열심히 노력하지 못해서 그동안 경찰의 교육, 훈련, 또는 제도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개선이 미흡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났다 생각을 해서 제가 반성하는 의미의 글을 올렸습니다.

◇ 김현정>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자 경찰 전체에 대한 비판, 사과 이런 말씀이세요.

◆ 표창원> 같이 비판하고 같이 반성하자는 의미였습니다.

◇ 김현정> 어떤 부분이 가장 용납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까? 이번 사건?

◆ 표창원> 국가는 국민에게 세금을 내라고 하고 국방의 의무를 지라고 하고 교육 받으라고, 노동을 하라고 합니다. 그 대가로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거든요. 더군다나 112라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여기만 전화하시면 당신들을 우리가 보호해 드립니다라고 국가가 누누이 강조하고 경찰에서는 홍보하고 해 왔지만, 피해자께서 직접 그 위급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서 문을 잠그고 112에 신고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경찰이 전혀 대응도 못하고 구출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가장 변명의 여지가 없죠. 통렬한 반성을 해야 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112 대처가 안 된 부분, 그 부분이 가장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 후에도 말입니다. 경찰이 잘못했습니다. 그냥 다 드러내놓고 반성하고 사죄하면 될 것을 계속 은폐하고 축소하다가 더 화를 크게 만들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하나하나 다 드러날 것을 왜 그렇게 경찰은 꽁꽁 숨기고 수사 상황, 거짓말하고, 왜 그랬을까요?

◆ 표창원> 용기가 부족한 거겠죠. 아무래도 경찰관의 가장 필요한 덕목 중에 하나라면 용기일 텐데요. 용기는 칼 든 강도한테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 밝히면 혼나고 질책받고 야단맞을 것을 두려워해서 가급적 책임을 줄여보고자 하는 그런 일반적인 아동심리 같은 것들이 발동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조직적인 문제는 없어요? 조직 내에 뭔가 이런 게 있을 때 은폐하고 축소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라든가, 그런 게 있습니까?

◆ 표창원> 일단 그런 분위기가 있다라기보다도 경찰 전반이 좀 위축되어 있다, 자신이 없다, 당당하지 못하다. 그리고 민원이나 불편이나 어떤 불만제기가 되면 해당 당사 경찰관에게는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문책이 내려간다, 이런 어떤 패배의식은 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있는 그대로 밝히기보다는 가급적이면 좀 축소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니겠느냐, 그런 잘못된 관행이 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위축된 상황 속에서 문책도 좀 피해야 되겠고 이러다 보니까 용기를 못 냈다는 말씀. 표창원 교수님, 범죄심리전문가니까 제가 연결된 김에 궁금한 것도 좀 질문을 드려야겠네요. 저희가 이 범인을 직접 심리수사했던 프로파일러, 권희룡 경감과도 앞서 인터뷰를 했습니다만, 이 범인은 심리검사를 해 보니까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나오더라,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살인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참 입에 담기도 힘든 시신 훼손까지 했는데.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저는 이게 잘 이해가 안 가요. 이게 어떤 겁니까?

◆ 표창원> 일단 사이코패스라는 개념 자체도 학계에서 논란이 좀 많고요. 그 사이코패스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 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이라는 검사도 상당히 좀 주관성이 있습니다. 이게 뭐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객관적으로 따져서 점수를 부여한 것이 아니고요. 심사자가 이 해당자의 그동안 살아온 흔적, 그의 태도, 범행 시 드러난 수법들 이런 것들을 평가해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사이코패스냐, 아니냐 여부는 정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람의 행동을 보면 결코 정상적인 사람이 일반적인 범죄심리 하에서. 예를 들어서 돈이 필요하다거나 급박한 분노 또는 순간적인 충동이 발생했다거나 그 이후에 행해지는 주체하지 못하는 행동, 이후의 반성, 이런 모습들은 나타나지 않거든요.
상당히 좀 이상심리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고요. 인격장애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김현정> 인격장애는 확실하지만 사이코패스 부분은 그럼 어떻게 보세요? 검사 안 해 보면 이건 잘 모르시는 건가요?

◆ 표창원> 일단은 사이코패스를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서. 예를 들어 영국권계 국가에서라면 이 사건은 볼 필요도 없이 사이코패스죠. 사이코패스 머더러(Murderer) 이렇게 표현을 쓸 겁니다.

◇ 김현정> 그쪽 기준에서는. 우리나라 기준은 좀 다른 모양이에요.

◆ 표창원> 아무래도 조금 더 높게 평가를 하고 있고 좀 신중하게 사이코패스라고 판단함으로써 다른 문제를 감추려는 이런 어떤 사회적인 인식이 좀 깔려 있다고 봐야겠죠.

◇ 김현정> 그렇군요. 추가 범죄, 그러니까 과거에 저지른 여죄, 이것도 정말 없는 걸까요?

◆ 표창원> 현재로 봐서는 가능성이 대단히 농후해 보입니다. 일단 이 사람이 거쳐간 지역마다 총 121명 정도 실종자가 계시고. 그 중에서 여든여섯 분은 아직 소재확인이 안 된 상태고요. 실종 신고가 되지 않은 분들 중에도 예를 들어 외국인 이주여성이라든지, 또는 성매매 여성이라든지 실종돼도 누군가 신고하지 않는 분들, 이런 분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범행수법 자체가 워낙 잔혹하고 전혀 주저와 당황, 초조한 흔적이 전혀 없고요. 이런 부분들이 아무래도 한 번의 범행만은 아닌 것 같고 숙련이 된 부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 김현정> 숙련된 사람일 거다. 이거 여죄를 추궁해야 될 텐데, 증거가 안 남아 있으면 이건 자백받는 방법밖에 없나요?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요?

◆ 표창원> 일단 DNA라는 수사기법이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 실종자 분들 중에서 사망하신 분이 계시다면 찾아볼 필요가 있고요.
그 다음에 현재 국과수에 보관되어 있는 미제 성폭행 사건 DNA데이터베이스 속에는 오원춘의 DNA와 일치하는 것은 없는 것으로 현재 확인되고 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여죄, 성폭행 사건 중에 증거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면 여죄를 밝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또 한 가지 7분 30초짜리 녹취록, 전체 녹취록이 있는데 범인 목소리가 들어간 부분은 공개를 아직도 안 하고 있습니다. 이건 왜 그런 건가요?

◆ 표창원> 경찰 입장에서는 워낙 잔혹하고 충격적이고 특히나 경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러한 충격을 국민들에게 또 가중시키다 보면 경찰에 대한 비난이 또 가중되지 않을까 그런 우려, 또 피해자 유족들의 어떤 상처 이런 부분들이 좀 종합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범인 얼굴 공개. 이게 이례적으로 공개가 됐는데 이건 어떤 이유입니까?

◆ 표창원> 일단 지난 강호순 사건 이후로 우리가 많은 논의가 있었고요. 법 개정을 통해서 스스로가 자백을 하거나 범행의 증거가 명백한 경우에 확정판결 이전에도 흉악범죄자의 신상을 공개가 되도록 법제화가 됐고요.
그리고 이 사건 같은 경우에 굳이 우리가 신상을 감출 필요는 없지 않느냐,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고요.

◇ 김현정> 그래서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공개가. 오랜만에 어떻게 보면 참 이런 강력 사건에도 항상 가리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공개가 됐습니다.
교수님, 오늘 이모저모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