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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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피해자 가족 (익명)

'수원의 20대 여성 피살사건' 그 파장이 일파만파입니다. 어제 경찰청장이 사과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습니다만, 국민들의 충격과 분노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죠. 오늘 3부 인터뷰에서는 이 피해 여성의 가족, 그러니까 유가족 중에 한 분을 어렵게 연결 했습니다.
지금 굉장히 고통스러운 상황일 텐데요. 우리 국민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서 가족을 대표해서 나오셨습니다. 피해자의 사촌동생입니다. 익명을 요청해 오셨어요. 연결해 보죠.


◇ 김현정> 충격과 공포, 분노. 어떤 표현도 마땅히 제가 떠오르지 않는데요. 지금 어떤 상황, 어떤 심경이신가요?

◆ 유족> 진짜 말로 할 수가 없죠. 일주일이 넘었어요. 그런데도 지금 너무 이슈가... 이렇게 돼서 하는데 관심 가져주는 건 너무 좋아요. 기자분이랑 다른 분들도 관심을 가져주는 건 좋은데요. 저도 그렇고 이제 유가족들도 그렇고 인터넷을 계속 본단 말이에요. 기사가 계속 뜨니까요. 그런데 너무 이제 사실과 다른 방송도 많이 나가고, 그 다음에 악성댓글도 엄청 많이 달려요.

◇ 김현정> 악성댓글이 달린다고요? 피해자에 대한 악성댓글도 달립니까?

◆ 유족> 네. 제가 입에 담기도 싫은 말도 봤고요.

◇ 김현정> 저는 지금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요. 그러니까 왜 밤에 돌아 다니냐는 둥, 이런 등의 악성댓글이 달리는 모양이죠?

◆ 유족>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렇군요. 악성댓글이나 이런 것들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게 있고, 또 언론에도 상처를 받는 게 있으시다고요?

◆ 유족> 이제 저희는 그런 생각을 안 하고 냈는데 너무 과장해서 얘기가 나가는 경우도 많고요. 저희가 이렇게까지 할 생각도 안 했는데, 우리는 마음 정리도 안 됐는데 다하고 소송을 한다느니... 그건 나중 일이잖아요. 이제 일주일 조금 넘었어요. 그런데도 그런 기사가 나가니까 우리는 가슴이 아픈 거죠.

◇ 김현정> 그런 것들 때문에 2차, 3차를 피해를 당하고 있다, 이런 말씀이에요. 고인은 어떤 분으로 기억을 하세요?

◆ 유족> 저한테 누나 기억이 굉장히 인식에 남는 게 두 개가 있는데요. 제가 어렸을 때 누나 집에 놀러갔는데 골판지로 만드는 필통이 유행이었어요. 저도 학생이었고 누나도 초등학생이었어요. 그걸 이제 누나가 거의 다 만들었어요. 그거는 되게 만들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제가 가서 “누나 예쁘네요” 그러니까 “가질래?” 그러면서 막 주는 거예요. 하여튼 자기가 어떻게 해도 가족이 좋아하면 가족들 위해서 희생을 많이 하는 분이었어요.

◇ 김현정> 베풀기 좋아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누나로 기억을 하시는군요.

◆ 유족> 네. 군대 갈 때 제가 사촌형이랑 같이 군대를 들어갔어요. (누나) 동생이랑 저랑 같이 군대를 들어갔거든요. 그때 막 누나가 눈물 흘리는 거, 그거 기억이 나더라고요. 생각을 해 보니까.

◇ 김현정> 그런 따스한 누나로, 사촌 누나로 기억을 하고 있는데. 지금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을 했습니다. 그 사건 발생만으로도 화가 나고 참을 수 없는 상황인데 거기에 대한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 부실한 수사, 거짓말, 속속 밝혀지고 있어요. 부실수사를 지적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겠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가장 분노하고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유족> 이제 저희는 처음에 전화 받은 분부터 시작해서 출동하는 그 상황 자체가... 일단 거기서만 잘 됐으면 이런 상황까지는 안 왔을 건데 지금 이런 상황까지 와 버렸잖아요. 지금 그게 잘못돼서요. 저희는 그게 제일 가슴이 아프고, 저 자체도 그거에 대해서 제일 분노를 느끼고요. 만약에 거기서 해결이 잘 됐으면 뭐라고 해야 되나, 살아 있었을 수도 있고요. 일단 원인이 그쪽이니까 저희가 뭐라고 할 말도 안 나오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지금 1차적으로 가장 화가 나고, 그 다음에 저희한테 제대로 된 얘기를 지금 경찰쪽에서도 통보를 한 적이 없고요.

◇ 김현정> 녹취록이 있다는 것도 모르셨어요?

◆ 유족> 몰랐죠, 저희도.

◇ 김현정> CCTV가 있다는 것은 언제 아셨어요?

◆ 유족> 저희는 진짜 언론 보고 알아요.

◇ 김현정> 언론에 보도가 되면 그때서야 가족도 '아, 녹취록도 있었구나. CCTV도 있었구나' 이렇게 되는 거예요?

◆ 유족> 네. 그 얘기 거의 그대로예요.

◇ 김현정> 지금 국민들이 더 분노하고 더 가슴이 아픈 건 7분 36초짜리 녹취록 때문입니다. 말씀하셨듯이 112에서 그것만 제대로 듣고 초동대처만 잘 했어도 살 수 있었는데요.

◆ 유족> 그냥 배신당한 느낌이고요. 그러니까 그냥 다 말을 잃고 그렇게 했죠. 저보다는 이제 우리 고모나 그쪽이 더 상처가 크겠죠. 저는 그걸 보는 거밖에 안 되니까... 얼마나 힘들어 하는데요, 그런 것 때문에.

◇ 김현정> 앞으로 이제 수사와 어떤 대처들, 책임자 문책 이런 것들이 뒤따를 텐데요. 가족들은 어떤 걸 기대 하고 계시나요?

◆ 유족> 그냥 저희는 국민들한테 바라는 관심은 좋아요. 너무 과도한 관심이라든지 추측성, 그런 건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아까 말씀하셨듯이 댓글로 아무 말이나 던지는 게 또 상처가 될 수 있다. 관심도 그런 관심은 사양한다는 말씀이세요?

◆ 유족> 이제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생각을 하는 게 있고요. 그리고 이런 사건들 때문에 저희는 다른 경찰들까지 욕먹는 거 원하지 않고요. 그 다음에 이제 중국, 그 조선족들도 그냥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까지 싸잡아서 욕하는 거 안 원해요. 그냥 따뜻하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다음에 경찰 쪽에는 이제 어차피 이렇게 다 밝혀진 거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제대로, 단 하나도 숨김없이 빠짐없이 다 수사를 해 주고요. 저희한테도 얘기를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자 분들도, 저는 이거 인터뷰하면서도 걱정이 되는 게 지금 하면 여기서 또 어떻게 과대포장해서 또 자극성 기사를 낼 것 같아요.

◇ 김현정> 이해됩니다.

◆ 유족> 그러니까 좀 보도를 하는 것도 좋은데, 제발 사실만 얘기하고 과대포장 안 했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마지막으로 이 삶을 마무리하게 된, 너무나 안타깝게 허망하게 보낸 고인에게 못 다한 말씀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 주시죠?

◆ 유족> 여기서 많이 고생하다 갔으니까 하늘가서는 편하게 이제 그냥 지냈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더 이상 말을 해요. 이제 그냥 거기서 잘 지내기를 바라고 그냥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위에서.

◇ 김현정> 국민이 함께 분노하고 애도하고 있다는 거 기억을 하시고요. 우리 유가족들 힘 내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오늘 인터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