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4(수) 서영갑 최고령 현역 보디빌더 "나 보디빌딩 하는 할아버지야"
2012.04.04
조회 326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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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고령 현역 보디빌더 서영갑 씨 (77)


요즘 유행하는 말로 몸짱 하면 여러분, 어떤 모습이 떠오르세요? 머릿속으로 그림을 한번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일단은 알통이라고 하죠. 단단한 이두박근, 거기에다가 식스팩 복근 그리고 우람한 팔뚝, 조각 같은 등근육. 대충 뭐 이런 모습이 그려질 텐데.
그 몸 위에다가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의 얼굴을 갖다 붙인다면 그림이 그려지십니까?
거기서부터 잘 안 되실 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에 보디빌딩을 하는 노인분들의 모임, 실버휘트니스중앙연합회에서 시범경기를 열어서 화제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그분들 중에 한 분이죠. 우리나라 현역 최고령 보디빌더. 대구에 사는 서영갑 할아버님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 서영갑> 안녕하십니까, 서영갑입니다.

◇ 김현정> 지금 활동하는 보디빌더 중에 최고령이시라는데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 서영갑> 올해 일흔일곱입니다.

◇ 김현정> 일흔일곱?

◆ 서영갑> 네.

◇ 김현정> 그럼 원래 보디빌딩을 하는 선수셨어요?

◆ 서영갑> 처음에는 제가 교직에 한 40년 복무하다가 퇴직했습니다, 교장으로.

◇ 김현정> 교장선생님. 어디 중학교, 고등학교?

◆ 서영갑> 퇴직해서 영어교사로는 고등학교에서 근무했고 퇴직은 여중학교 교장으로 퇴직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군요. 그러면 학교에 계실 때부터 보디빌딩을 하신 거예요?

◆ 서영갑> 처음에는 고등학교 고3 담임을 할 때 너무나 체력이 달렸기 때문에 학생지도에 도움이 될까 해서 제가 체력강화하기 위해서 3kg까지 아령 한 쌍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한 30년 전에.

◇ 김현정> 30년 전에. 그러다가 학교 교장으로 퇴직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뛰어드신 거예요?

◆ 서영갑> 네, 그렇죠. 현직에 있을 때는 도저히 용기가 안 납디다. 왜냐하면 무대에 서는 것이 저희들은 조금만 트렁크가 있거든요. 조그마한 작은 팬티 입고 무대에 서기 때문에 선생이라는 직함이 용납하지 않더라고요.

◇ 김현정> 퇴직 후면 그럼 그때는 나이가 어떻게 되셨던 거죠?

◆ 서영갑> 64에 처녀 출전했습니다.

◇ 김현정> 64에. 아니, 저 사모님한테 “여보, 나 이제 은퇴도 했고 이제부터 전문적인 보디빌더가 되겠어”라고 말씀을 했을 때.

◆ 서영갑> 했습니다. 운동하는 건 평소에 하는 걸 봤기 때문에 좋아했는데, 처음에는. 대회에 나간다 하니까 64이면 60대 중반인데 이 영감쟁이 노망했나. 어느 체면에 가운데 끼는 걸 입고 무대에 선단 말인가. 아이 엄마 당치않다라고 구박을 받았죠.

◇ 김현정> 잠깐만요. 대구 지역 말씀으로 하시기 때문에 빨리 말씀하셔서 잘 못 알아듣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는데. 그러니까 그 보디빌더들이 입는 삼각팬티.

◆ 서영갑> 그게 트렁크인데 경기복.

◇ 김현정> 경기복. 그걸 유독 그렇게 아내분께서 싫어하셨다면서요?

◆ 서영갑> 처음에 입으니까 젊은 사람 같으면 용납이 되는데 나이가 든 영감이 이 영감쟁이가 노망했나, 어디 그거 입고 무대에 선다 말인가 하면서 구박을 했죠.

◇ 김현정> 정말로 교직 생활할 때는 항상 양복에 넥타이 메고 출근했는데.

◆ 서영갑> 그랬죠.

◇ 김현정> 보디빌더옷을 입는다는 게 이게 좀 어색하지 않으셨어요?

◆ 서영갑> 처음에는 좀 어색한 감이 들었는데 처녀 출전해서 50대부에, 50세 부가 있습니다, 부가. 나이대로 하기 때문에. 제가 64에 처녀 출전해서 50대를 제치고 1등 했습니다. 여기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아내분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시작을 해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 서영갑>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죠.

◇ 김현정> 두 달 만에 전국대회 우승했고요. 40여 차례 대회 나가서 계속 우승, 입상을 하셨다는.

◆ 서영갑> 1등, 2등, 3등. 입상권 3등 안이 입상권인데. 계속 천천히 해서 40여 회, 대회 출전할 때마다 입상했습니다.

◇ 김현정> 지금은 아내분의 반응이 어떠세요?

◆ 서영갑> 지금은 너무 몸이 좋고 나이가 80에 가까워도 건강해 보이니까. 건강하고 조금도 뭐 병원 문턱 안 가고 하니까 자기도 좋고.
그래서 요즘 우리집 아래 식구도 이 운동을 즐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모님도 시작하셨어요, 보디빌더?

◆ 서영갑> 네, 했어요. 왜냐하면 건강관리 차원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야 건강, 근력운동이 되기 때문에.

◇ 김현정> 그래요. 잘하셨습니다. 제가 지금 오늘 라디오인 게 참 안타까운 것이 우리 서 할아버님 사진을 꼭 한번 여러분이 찾아서 보셔야 됩니다, 인터넷에서.
좀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저는 사진 보고 얼굴하고 몸을 합성한 사진인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얼굴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70대 할아버님이신데, 몸은 20대 청년의 몸.
이야, 그것도 아주 건장한 보디빌더의 몸. 어느 정도나 운동을 하면 그렇게 되나요?

◆ 서영갑> 저는 대회가 곧 4월 말부터 전국대회 시즌에 들어가는데, 대회 있을 때는 하루에 한 2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하루 쉬고 또 하루 운동하고 하루 쉬고, 매일 하면 안 됩니다. 매일 하면 근육이 피로하기 때문에 안 되고 그래서 요즘은 대회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 1시간 정도 운동을 즐깁니다. 이제 과욕 안 하고 나이가 있기 때문에 과욕하면 탈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저는 그 부분이 궁금하더라고요. 일흔일곱 정도 되셨으면 체력이 좀 달리지 않을까.

◆ 서영갑> 아닙니다. 저는 지금 뭐든지 도전하고 싶고 이 운동하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겨요. 매사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별명이 있으시다면서요?

◆ 서영갑> 동네에서 뭐 저를 아는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인데. 뒤에서 보고 “총각” 합니다. 앞에 와보면 완전 늙은 얼굴인데 뒤에서 보면 처음에 총각인 줄 알고 길 물을 때도 “총각 보세요. 이리가면 어디 가는 길 있나?” 이렇게 묻기도 했지만 앞에 와서 딱 보고 나면 깜짝 놀라서 그런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 김현정> 평소에야 옷을 이렇게 입고 다니시니까 그래도 좀 티가 덜 날 텐데,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 같은 데 가시면 놀라지 않아요, 주변에서?

◆ 서영갑> 대부분 입 댑니다.
대관절 봄부터 가을까지는 소매 없는 티 없고 배낭 매고 운동을 가고 걷는 걸 즐기기 때문에, 워킹을 즐기기 때문에 가면서 오면서 많이 쳐다봅니다. 지하철 탈 때도 쳐다보고.

◇ 김현정> 젊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죠?

◆ 서영갑> 실제로 그렇습니다.

◇ 김현정> 혹시 보디빌딩을 시작하신 후에 옛날 제자들 만나신 적 없으세요?

◆ 서영갑> 작년에 제가 대구 경북고등학교 거기 봉직했는데 은사의 밤을 했습니다. 30주년 은사의 밤. 성은의 밤. 했는데 그때 마침 경북 문경에서 전국대회가 있었습니다.
있었는데, 대회 한 5차전에서 7시에 은사의 밤, 성은의 밤을 했는데, 거기 초대를 받았지만 대회가 더 중요하니까 대회 갔다가 그 길로 그냥 대구에 은사의 밤에 왔습니다.
와서 애를 이미 50대 중반이 됐거든요. 됐는데, 배가 두둑한 중년 신사가 되어서 와 있고 애들도 와 있고 부인들도 와 있고 가족도 와 있고 한데.
거기에 뭐 사회 한 놈이 소개를 나를 소개 하더니만 “선생님, 무대 올라가시죠? 옷 벗으시죠?” 할 수 없이 벗었습니다.

◇ 김현정> 정말 벗으셨어요? (웃음)

◆ 서영갑> 모 호텔에, 큰 호텔에 무대에 올라가서 수백 명 있는 데서 그냥 옷을 벗고 대회에서 바로 왔기 때문에 그대로 까만 오일 바르는 게 있거든요, 몸에. 그거 칠한 거 그대로무대에서 벗고 포즈를 한번 취했죠.

◇ 김현정> 박수소리가 대단했겠네요.

◆ 서영갑> 박수 받았습니다. 박수 받고 옆에 있는 제자 친구보고 “너도 운동해. 너 이렇게 하다가 힘 못 쓴다, 나처럼 운동해라 내가 내 나이 80인데 봐라 하면서 이렇게 격려도 했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타고나신 분이세요. 타고나신 분이고 제가 들으시는 분들게 꼭 추천드리고 싶은 건 오늘 꼭 인터넷에 들어가서 ‘서영갑’ 이라는 이름을 치시면 아마 사진을 보고 한 번 더 깜짝 놀라실 겁니다. (웃음)
즐겁게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 보니까 저까지 기분이 좋아지네요.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고요. 지금처럼 즐기면서 운동 오래 오래 해 주세요.

◆ 서영갑> 절대 무리 안 하고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이 신조로 생활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