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20(금) 재즈1세대 박성연 "관객을 쫓아냈던 이유는..."
201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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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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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재즈계의 대모 보컬리스트 박성연


오랜 시간 한 분야에 전념해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 우리는 장인, 명인이라고 부르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한국 재즈음악의 명인, 살아 있는 전설 한 분을 모셔볼 텐데요. 우리나라 제1세대 재즈뮤지션이자 최초의 재즈클럽이죠, 야누스를 만든 분이기도 합니다. 박성연 씨 얘기인데요. 벌써 예순일곱 되셨네요. 지금 이 분을 위해서 7명의 후배들이 자청해서 헌정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직접 연결해 보죠. 재즈가수 박성연 씨입니다.

◆ 박성연> 안녕하세요. 나 마흔아홉밖에 안 됐는데 예순일곱이라고 그러네?

◇ 김현정> 그러세요?

◆ 박성연> 농담이에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깜짝 놀랐어요. 아니, 지금 목소리 들으니까 정말 제가 지금 실수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밝으세요. 후배들이 헌정공연을 7명이나 모여서 준비를 하고 있으니 이거 얼마나 기쁘세요?

◆ 박성연> 그럼요. 아주 정말 아주 행복한 일이에요, 감사하고.

◇ 김현정> 후배들이 헌정앨범을 내는 일은 종종 있어도 한두 명도 아니고 7명이 모여서 공연을 하고 선배와 함께 듀엣을 하고 이런 일이 흔치 않은데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습니까?

◆ 박성연> 내가 그 혜원 씨하고 야누스에서 나하고 레퍼토리가 같은 게 많더라고요.

◇ 김현정> 재즈가수, 후배가수 혜원 씨 하고?

◆ 박성연> 네, 그렇죠. 그래서 “우리 재미로 한번 둘이 한번 해 볼까?” 그랬더니 말로가 “아니, 저기 우리들도 많이 있는데 왜 혜원이하고만 하느냐”고.

◇ 김현정> 후배들이?

◆ 박성연> 네. 그래서 모집을 해서 그렇게 됐네요. (웃음)

◇ 김현정> 조그맣게 시작했던 일이 커져버렸어요.

◆ 박성연> 네, 그래요. 커져버렸어요.

◇ 김현정> 그래서 5월 6일에 무대에 후배들과 함께 서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1세대 재즈뮤지션이면서 최초의 토종재즈클럽 야누스를 만든 분이기도 하신 거죠?

◆ 박성연> 그렇죠.

◇ 김현정> 최초면 이게 언제 문을 연 겁니까?

◆ 박성연> 1978년이요.

◇ 김현정> 사실은 지금도 재즈 하면 낯선 분들이 많은데 1970년대에 어떻게 재즈를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 박성연> 제 욕심이죠. 첫째로는 내가 노래 부르고 싶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리고 재즈 판은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그 좋은 음악을 함께 나누고 싶기도 했고요.

◇ 김현정> 그런 공간도 필요했고 그래서 클럽은 문을 열었다. 그럼 그전에 어떻게 해서 재즈에 빠지게 되셨어요?

◆ 박성연> 제가 미8군에서 노래를 불렀거든요.

◇ 김현정> 그 당시에 음악 하시던 가수분들은 대부분 미8군으로 시작을 하셨죠?

◆ 박성연> 그렇죠. 미8군에서도 또 아주 재즈를 우리나라 블루스의 최고인 이정식이라는 연주자 그룹에 들어가게 됐어요, 제가. 흠뻑 빠지게 되더라고요.

◇ 김현정> 운명이네요, 운명.

◆ 박성연> 운명이에요?

◇ 김현정> 그렇죠. 주변에서 재즈가 좋아서 노래하려면 혼자하지 무슨 클럽까지 여느냐, 그게 장사가 되겠느냐. 핀잔 같은 건 안 들으셨어요?

◆ 박성연> 아니, 집안에서 막 돈도 없는 것이 뭐하려고 그러냐고 막 못하게 했는데 제가 너무 고집이 세서요.

◇ 김현정> 아무도 못 말려요?

◆ 박성연> 그 고집으로 지금까지 왔겠죠.

◇ 김현정> 재즈공연, 지금도 매일 하십니까?

◆ 박성연> 그럼요, 노래 부르기 위해서 하는 건데 제가 노래 안 하면 무슨 의미가 있어요.

◇ 김현정> 그럼 거기서는 재즈만 합니까?

◆ 박성연> 물론이죠.

◇ 김현정> 좀 어렵다고 생각하는 손님들도 있고 상업적인 면도 생각하면 가요도 하고, 팝도 하고, 트로트도 하고, 이렇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 박성연> (웃음) 아주 내가 하도 운영을 못하니까 어떤 그 저기 재즈의 선배 되시는 분이 나더러 다 끝나고 나서 11시 이후에는 가요도 하고 그렇게 좀 해 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게 마음이 그렇게 들지 못해요, 제가. 그러면 문을 닫지 내가 왜 하겠어요, 그걸.

◇ 김현정> 이런 정통에 대한 고집 때문에 여러 번 경영난도 겪고 그러셨다면서요?

◆ 박성연> 경영난은 처음부터 끝까지예요. 제가 젊었을 때는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왔거든요.

◇ 김현정> 어떻게 버셨어요, 밖에 나가서?

◆ 박성연> 다른 공연을 한다든가 이런 행사를 한다든가 그 돈을 갖다가 이제. 그리고 우리나라 실정만이 아니고 이 재즈를 이렇게 순수하게 하려고 그러면 미국에서도 경영난이에요.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최근에 소장하고 계시던 LP판을 한 1000여 장 넘게 파셨다면서요, 경영난 때문에?

◆ 박성연> (웃음)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 김현정> 몇 년 동안 모으신 거예요?

◆ 박성연> 뭐 33년이 넘었겠죠.

◇ 김현정> 아니, 그 자식 같은 녀석들을 어떻게 남한테 넘기셨어요?

◆ 박성연> 그런데 아주 마니아가 가지고 갔기 때문에 제가 좋은 집에 시집보냈다고 생각하려고 그래요.

◇ 김현정> 한 분이 다 사가셨어요?

◆ 박성연> 네.

◇ 김현정> 진짜 좋아하는 분이 또 한 분 계셨네요.

◆ 박성연> 대단한 마니아죠, 그분. 그분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월급쟁이래요. 그런데 대출 받아서 사는 거라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대출까지 받아서. 아무나 가져간 게 아니라 정말 사랑하는 분이 가져가서 다행입니다.

◆ 박성연> 정말.

◇ 김현정> 공연을 하는 데 떠드는 손님이 있으면 내쫓으신다면서요?

◆ 박성연> 지금은 뭐 이제 떠드는 분이 계시면 내가 그렇게 말하죠. “저 조금 이따가 내가 노래 끝난 다음에 좀 크게 말씀하시고, 지금은 조그맣게 말씀하시면 안 될까요?” 그러면 알아듣더라고요. 그런데 옛날에는 그렇지 못했어요.

◇ 김현정> 그렇죠, 노래는 그냥 배경음악인데 왜 이러느냐? 이럴 수 있는 거잖아요.

◆ 박성연> 네, 그래서 그때는 그러면 저기 나가달라고 그랬죠.

◇ 김현정> 공연에 대한 경외감, 공연에 대한 예의.

◆ 박성연> 그럼요. 저렇게 떠드는 사람, 밥 먹는 사람, 그런 데 앞에서는 하고 싶지 않죠.

◇ 김현정> 장인의 고집이 느껴집니다, 음악가의 고집. 지금 그런데 청취자분들 좀 느끼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건강이 썩 좋지는 않으시다고 제가 들었어요.

◆ 박성연> 네.

◇ 김현정> 10년 넘게 신장투석 중이시라면서요?

◆ 박성연> (웃음)

◇ 김현정> 이게 보통 고통이 아닌데 그렇게 일어나기 힘든 순간에도 무대에 서시는 거예요?

◆ 박성연> 내가 행복해지고 또 건강해지니까 매일매일 노래하죠. 그거 아니면 내가 일어설 수 없죠.

◇ 김현정> 무대가 약이군요.

◆ 박성연> 그럼요.

◇ 김현정> 그게 행복이고?

◆ 박성연> 네.

◇ 김현정> 도대체 박성연 선생님한테 재즈가 뭡니까? 음악이 뭐고 공연이 뭡니까?

◆ 박성연> 나의 과거고 현재고 미래입니다.

◇ 김현정> 전부네요?

◆ 박성연> 그렇습니다. (웃음)

◇ 김현정> 멋있습니다. 우리나라 1세대 재즈뮤지션이자 제1호 재즈클럽 야누스의 주인이기도 하죠, 박성연 씨 만나고 있습니다. 요즘 후배들과 공연 준비하시느라 바쁘기도 하고, 기쁘시기도 하고 그러시겠어요?

◆ 박성연> 네, 굉장히 긴장하고 있어요.

◇ 김현정> 큰 무대에 올라서면 혹시 좀 눈물도 나지 않으실까요?

◆ 박성연> 재즈는 또 예술은 흘러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자신에게 그렇게 얘기하죠, ‘신파가 되지 말라, 흘러서 내가 울지 말고 상대방을 울려라.’ 이렇게.

◇ 김현정> 신파가 되지 말고 나를 통해서 듣는 이가 울게 하라.

◆ 박성연> 그러니까 예술을 만들어라, 신파로 하지 말고.

◇ 김현정> 그래도 눈물이 속으로는 흐르실 것 같아요, 이번에는. (웃음)

◆ 박성연> 겉으로도 흘린 적 많이 있어요. 그러면 조금 쉬었다가 하죠, 내가.

◇ 김현정> 5월 6일 공연 아주 기대가 됩니다. 컨디션 조절 잘하셔서 좋은 무대 만들어주십시오.

◆ 박성연>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