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19(목) 최주희 건국대 학생 "성인광고 전단지 몰아낸 그녀의 벽화"
20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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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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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최주희 씨


여러분 늘 오고 가는 동네의 길, 골목 자세히 들여다보십니까?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쌓이고 성인 전단지가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이 방치된 동네 길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선 한 대학생을 만나보겠습니다. 여기까지는 뭐 특별한 게 아닌데 그 방법이 특별합니다.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거였어요. 이 담벼락의 그림이 지금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는 최주희 학생 연결해 보죠. 최주희 학생, 안녕하세요?

◆ 최주희>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느 동네 사세요?

◆ 최주희> 광진구 화양동에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 최주희> 네.

◇ 김현정> 대체 그 주희 학생의 동네 길이 어느 정도로 더럽혀져 있었던 거예요?

◆ 최주희> 아무래도 그 전단지들이 여기 건대입구 쪽에 굉장히 많아서요. 그냥 저녁에 와보시면 바닥에 너무 많이 쌓여 있어요. 전단지나 뭐 쓰레기 같은 것들, 이렇게 많이 돌아다녀요.

◇ 김현정> 저도 많이 봅니다만, 보면서 그것을 치워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참 못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걸 치워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신 거예요?

◆ 최주희> 제가 어렸을 때 걸스카우트를 지금 시작을 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걸스카우트에서 이제 제가 환경프로젝트를 좀 하고 싶다, 그냥 하는 생각을 좀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도시에 사는 사람이니까 도시에서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아, 건물 외벽이 내가 항상 보고 사는 그런 환경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요. 그리고 또 남미에 제가 봉사활동을 다녀왔는데 거기는 색깔이 좀 다채로워요, 건물 외벽이. 뭐 노란색, 빨간색 그런데. 그런 것들이 굉장히 인상 깊었거든요. 그래서 ‘아, 내가 사는 동네가 좀 예뻐졌으면 좋겠다. 색깔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해서 단순히 불만이 있으면 좀 해소를 해야 되는 스타일이라서 시작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자 그래서 담에 그림을 그려야겠다 결심까지는 했는데 난관이 몇 가지 있죠.
첫째, 담에는 주인이 있잖아요. 그림 그리는 게 싫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동의를 다 받으신 거예요?

◆ 최주희> 네. 건물주 분한테 허락을 다 받았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뭘 하겠다고 지금 자꾸만 전화를 하는 건지.

◇ 김현정> 내 담벼락 갖다가 무슨 장난을 치려고.

◆ 최주희> 그래서 좀 그리고 약간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 뭐 어떤 사전지식이 없으시니까 반신반의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워낙 더러운 데만 골라서 뭐 지금보다는 깨끗해지겠지, 뭐 예뻐지겠지 그냥 하는 마음에 허락을 해 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허락은 다 받았고. 두번째 난관은 돈이에요, 돈.
돈이 이게 제가 보니까 1070m의 길이의 그림을 그렸다면서요?

◆ 최주희> 네.

◇ 김현정> 그럼 돈이 굉장히 들었을 텐데 어떻게 했어요?

◆ 최주희> 사실은 필요한 어떤 금액은 페인트 사는 게 전부예요. 페인트랑, 붓이랑 이런 것들인데요. 사실은 제가 미국에서 만난 브라질 친구가 있어요. 그 사람이 거리미술가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한국에 이제 전시회를 하겠다고 오는 소식을 듣고 섭외를 했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전시회를 하고 남은 페인트를 깡그리 다 모아왔어요, 재활용했어요.

◇ 김현정> 잘했네요, 잘했네요. 그래서 페인트 문제는 해결했고. 그런데 이제 그림을 아무나 그릴 수 없는 거잖아요 아무나, 아무렇게나 그릴 수는 없는 것일 텐데.
저는 그래서 당연히 최주희 학생이 미대생인 줄 알았더니 정치외교학과 학생이에요. 원래 그림을 잘 그렸어요?

◆ 최주희> 사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기는 했는데,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기는 했는데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는 그림을 안 그렸어요, 사실.
사람들이 그리도록 사람을 모으고 이렇게 좀 서포트를 하는 역할을 했어요.

◇ 김현정> 페인트 모아오고 주민들 동의 받고 사람들 모으고, 이런 일 한 거군요. (웃음)

◆ 최주희> 네. 너무 그리고 싶었는데 사실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리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아서.

◇ 김현정> 그러니까 이 부분이 중요한 거예요. 사실 마음은 있어도 ‘내가 그림 못 그리는데 어떻게 해’가 아니라 마음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는 얘기잖아요, 그렇죠?

◆ 최주희> 네, 사람들이 모이면 다 해결이 되더라고요.

◇ 김현정> 제일 힘들었던 건 뭡니까?

◆ 최주희> 제일 힘들었던 것은 추웠어요, 너무 추웠어요.

◇ 김현정> 겨울에 작업을 했군요. 듣기로는 작업하고 있는데 옆에서 노상방뇨하는 취객도 있고 그랬다면서요? (웃음)

◆ 최주희> (웃음) 네, 그랬어요. 이렇게 골목인데 한쪽 벽에 저희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쪽 길이 워낙 좀 소모적인 문화가 많은 동네예요.

◇ 김현정> 유흥가죠.

◆ 최주희> 술 마시고 뭐 그런 데밖에 없어서 취객들이 와서 이제 노상방뇨도 하고 가고 비행청소년도 왔다가고 그랬어요.

◇ 김현정> 누가 그림을 좀 망쳐놓고 가고 이런 경우는 다행히 없었던 거죠?

◆ 최주희> 네, 없었어요. 너무 신기하게 없었어요.

◇ 김현정> 다행이네요. 그래서 이제 그런 과정을 거쳐서 회색빛 담벼락에 꽃이 폈을 때, 벽이 숨을 쉬기 시작했을 때 감격스러웠을 것 같아요.

◆ 최주희> 정말 기분 좋았었어요. 사실은 이게 과연 길을 바꿀까? 저도 약간 의심스러웠었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 양쪽 벽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는데 그림을 그린 벽에만 쓰레기가 안 쌓이는 거예요.

◇ 김현정> 여기는 작품이다라는 인식이 사람들 무의식중에 있는 거예요.

◆ 최주희> 네. 그게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고요. 전단지들도 그림을 헤치지 않는 이렇게 여백에다가 붙이기 시작했어요.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었어요.

◇ 김현정> 이게 작은 변화가,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이끌어 낸 건데, 혹시 우리 담도 좀 와서 그려주세요, 작업해 주세요. 부탁하는 분이 있다면 우리 최주희 학생 가실 수 있어요?

◆ 최주희> 아니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아직 그런 여건은 안 되고.

◆ 최주희> 저도 학교 공부를 해야 되는 학생이라서.

◇ 김현정> 그래요. 우리가 최주희 학생 경우를 보면서 좀 정부에서 이걸 어떻게 조직적으로 해 볼 수는 없나, 운동으로 좀 벌여볼 수는 없나, 이런 생각도 드네요. 오늘 건강한 이야기 아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