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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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19(목) 김진형 교수 "카이스트 불통 중...교수 80% 서남표 퇴진 요구"
2012.04.19
조회 107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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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단 자살사태로 학교 충격에 빠져
- 과도한 경쟁 교육철학, 천박한 수위
- 총장이 교수 고소하는 몰상식한 사태
- 대화 소통 단절, 40년 전통 무너져
- 도전을 격려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카이스트 전산학과 김진형 교수


지난해 카이스트 교수와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사건. 여러분, 기억하시죠? 그 후 1년, 또 한 명의 카이스트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족들이 원치 않아서 유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 성적에 대한 압박이 자살 이유였다. 이렇게 알려지고 있는데요. 학교 측은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만 뒷북행정만 거듭한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 교수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연결합니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김진형 교수입니다.

◇ 김현정> 참 안타까운 일인데 이번에 자살한 학생이 전산학과 학생이라고요?

◆ 김진형>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교수님도 얼굴을 아는 학생이세요?

◆ 김진형> 네, 그렇죠.

◇ 김현정> 어떤 학생으로 기억을 하십니까? 어떤 징조는 있었나요?

◆ 김진형> 이 학생은... 글쎄요, 지금까지 얘기하던 학업 성적이 나쁘다든가 학교 적응을 못한다든가 그런 학생은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서 더욱더 충격인 것 같고요. 그런 대로 학교생활도 잘하고 또 교수들과의 대화도 잘하고 그랬던 학생인데 갑자기 이런 불행한 사고를 당해서 진짜 어떤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쩌다 한 번이면 우연일 수도 있고 또 전반적으로 그러니까 이 학교에서도 그런 학생이 나온 게 아니냐..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작년에 4명의 학생과 교수가 자살하는 일이 있은 뒤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게 일맥상통하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닌가를 생각해 볼 수밖에 없어요.

◆ 김진형> 저희도 그렇게 생각을 하죠. 이게 너무 자주 이런 일이 있으니까 저희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학교가 잘못되어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요. 작년에 이런 사고가 난 다음에 교수, 학생들이 모두 모여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것을 만들고 이러이러한 식으로 하면 좋겠다.. 하고 스물 몇 가지의 대책을 만들어서 학교 측에 “시행을 해라.” 라고 이렇게 제시를 했어요. 학교에서도 “시행을 하겠다.”라고 약속을 했는데 실질적으로 잘 실행이 안 되고 있어요.

그게 학교, 서남표 총장으로 대표자나 보직자들은 나름대로 개혁이니 이런 식의 것들을 하는 것이 후퇴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 비상위원회에서 요구한 것이 개혁의 조류와 맞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실행이 안 되고 있고.

그래서 그것을 가지고 또 교수협의회하고 학교 측하고 계속 갈등 관계에 있고 그러다 보니까 총장이 교수를 고소하는 그런 몰상식한 사태도 벌어지고 .. 이런 상황에서 또 사고가 나니까 교수들도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 김현정> 지난해에 카이스트 상황을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어떤 거였지? 그때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였지? 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어요. 가장 문제시했던 부분, 학생과 교수들이 입을 모아서 이 부분은 고쳐야 된다, 얘기됐던 게 어떤 거죠?

◆ 김진형> 서남표 총장이 강한 훈련을 시켜야 된다라는 그런 생각으로 공부 안 하면 등록금 내라. 성적이 나쁜 애들한테 왜 국가에서 장학금을 주냐.. 이런 식의 정책으로 학생들을 굉장히 몰아붙였죠.

◇ 김현정> 카이스트는 원래 다 장학금으로 다니는?

◆ 김진형> 등록금을 안 내고 대부분이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학교였는데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고 그 다음에 전원 다 영어교육을 하고 그러니까 수업을 못 따라가는 그런 학생들이 많이 생기게 된 거죠. 성적이 나쁘니까 집에 가서 또 등록금을 내야 되는 그런 사태도 많이 생기고 그래서 애들이 힘들어지는데 그런 페널티도 굉장히 많아지니까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도 가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걸 좀 완화하자는 얘기를 했었고.

그 다음에 카이스트가 지난 한 40년 동안 나름대로 전통이 있었는데 그 전통이라는 게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고 그 다음에 해 보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 주고 그 다음에 교수하고는 대화식 교육, 토론식 교육, 이런 것들을 저희가 자랑하는 거고 그 다음에 학생들은 졸업하면 교수 되는 것보다는 엔지니어로서 창업을 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을 자랑으로서 여기는 그런 학풍이 있었는데.

서남표 총장이 오셔서 그분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런 교육이념을 너무 강요하는 바람에 학교가 40년 동안 이어오던 전통 같은 건 무너지고 새로운 시스템이 설정이 안 된 이런 상황으로 가다보니 계속 이런 갈등구조가 진행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말하자면 좀 자유스럽게 연구하고 대화하고 좀 창의력을 키워주는 분위기에서 경쟁주의 식으로 변했다. 이런 말씀이세요?

◆ 김진형> 그렇죠. 과도한 경쟁을 이런 식으로 하는데 교육철학 자체가 약간 천박한 게 아니었는가, 이런 생각들을 교수들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수들도 나름대로 다들 의식이 있고 그리고 경험도 있고 그런 건데, 이쪽 상황을 잘 모르시는 분이 와서 그냥 강압식으로 교수들을 밀어붙이니까 사고는 계속 나고 그러니까 교수들은 이거 아니지 않습니까? 라는 식으로 많이 반발들을 했었는데 이 대화는 진행되지가 않고...

◇ 김현정> 김진형 교수님도 보수적 성향의 교수로 제가 알고 있는데, 김진형 교수까지 나서서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라는 것은 교수님들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 김진형> 총장님이 좀 퇴진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서명한 교수가 한 80%가 되니까요.

◇ 김현정> 80%나 됩니까?

◆ 김진형> 이게 한두 명의 의견이라고 볼 수 있는 건 아니죠. 대부분의 교수가 생각한다는 말이 맞는 거고요. 그 다음에 그런 식으로 한번 표현을 했는데도 반응이 없으니까 지금은 각 학과마다 다시 또 서명을 해서, 거기 편지를 써서 그 밑에 자필서명들을 한 편지들을 계속 발송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 교수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마 거의 다 한 게 아닌가.. 더 이상 어떻게 교수들이 행동을 하겠습니까?

◇ 김현정> 이런 반론을 제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서남표 총장이 들어와서 ‘나태해진 우리 대학의 문화를 개혁한다.’ 이러면서 지지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 김진형> 카이스트는 그동안에 나름대로 대한민국에서 제일 열심히 하는 학교라고 되어 있었고요. 그것의 배경에는 교수들이 나태해지지 않을려고 스스로를 달구는 그런 것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숫자상으로 보더라도 카이스트에서 승진을 못 해서 나가는 그런 교수들도 상당히 많았고, 지금까지 몇 십 년 동안 해 오던 것이고요.

그런데 서남표 총장이 오셔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그런 거하고 그 다음에 또 언론에서 그걸 굉장히 찬양하고 언론에 나타나는 걸 굉장히 즐기시는 것 때문에 그렇지. 저희가 개혁을 안 했다든가 그런 조직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40년 된 조직치고 지금까지 이렇게 잘했던 조직이 별로 없었던 것 같거든요. 저희는 상당히 거기에 프라이드를 느끼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던 와중이었는데, 너무나 경쟁식으로 몰아붙이면서 오히려 열정이 식어버렸다. 이런 말씀이세요?

◆ 김진형> 그렇게 되어 버렸다고. 이제 교육을 이런 식으로 교육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다들 가슴으로부터 느끼고 있는 거죠. 그래서 거기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보려고 그러고 있는데 지금 대화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죠.

◇ 김현정> 저는 '교수님들의 80%가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실은 처음 들었어요. 이게 굉장히 충격적인 사실인데 왜 안 알려졌을까요?

◆ 김진형> 지난번 1년 전쯤에 사태가 났을 때도 교수들이 다 의견표시를 다 했었습니다.

◇ 김현정> 여기에 대한 학교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김진형> 대화가 일절 없죠.

◇ 김현정> 대화, 소통이 안 됩니까?

◆ 김진형> 네. 예를 들어서 교수식당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럼 거기에서 모든 교수들이 다 와서 식사를 하는데 이 보직교수들은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총장님도 물론 안 나타나고.

◇ 김현정> 보직교수는 말하자면 학교 측?

◆ 김진형> 교수 중에서 일부 보직을 맡은 몇 분의 교수들이죠. 그러니까 학교의 의사결정을 하시는 분들이죠.

◇ 김현정> 그분들과는 대화가 안 되는 완전 단절된 상태라고 하니, 자살한 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세웠어도 이게 제대로 굴러가기도 어려운 시스템이겠네요?

◆ 김진형> 그런 상황이 지금 되어 있죠.

◇ 김현정> 지금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번에 자살한 학생에 대해서는 빈소가 차려지지도 않고 학생들도 좀 쉬쉬하고 학교도 가능하면 알리지 않고 가려고 하고 이런 분위기라고 하던데. 이건 어떤 건가요?

◆ 김진형> 충격에 있다. 이렇게 해석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도 지금 상당한 충격에 있으셔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모르시는 거 같고요. 저희 교수들도 마찬가지죠. 교수들 자체가 충격 속에 빠져 있어서.

◇ 김현정> 이번에도 역시?

◆ 김진형> 네, 그렇죠. 이번에는 전산학과 학생이라서 제가 옆에서 보니까 저희 전산학과에 있는 젊은 교수들이 굉장히 충격을 받았고요.

◇ 김현정> 학생들. 친구들에게 주는 트라우마랄까요? 영향이 대단하겠어요?

◆ 김진형> 그렇습니다.

◇ 김현정> 걱정입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어디 있을까요?

◆ 김진형> 여러 가지가 문제가 있는데요. 우선 학교를 좀 더 따뜻한 학교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요. 그 다음에 좀 더 학교 조직이나 보직자들은 교육에 중점을 두고 좀 더 밀착해서 학생들하고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학교분위기를 좀 만들어가야 되고.

◇ 김현정> 보직교수들, 서남표 총장도 '교육을 잘하자' 라고 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 아닌가요?

◆ 김진형> 그런데 그게 교육을 잘하자는 것의 철학인데 교육에 경쟁을 시켜서 매를 들면 잘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그런 교육철학으로 운영하시는 것 같고요. 그거보다는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도와주는, 격려해 주는 분위기로 가면, 학문적 성취만을 추구하는 그런 교육보다는 도전해 보는 그런 것을 격려해 주는 교육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서남표 총장이 물러나야만 해결되는 일이라고 보세요? 그냥 있는 상태에서 변화는 불가능한 건가요?

◆ 김진형> 지금은 거의 돌아가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정적으로 서남표 총장이 물러나셔야지 새로운 리더십으로 진행되어야지만 이 문제가 해결될 거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들으면서 생각하는 것보다 상황이 좀 더 심각하구나. 완전 불통상태구나라는 느낌까지 받습니다. 저희가 서남표 총장 측에도 한번 인터뷰 요청을 해 보도록 하죠. 교수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