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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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과 거짓말로 국민우롱, 사퇴감
- 국민대 표절부인하면 명예실추될 것
- 체육인 고려? 체육학계에 대한 모독
- 회견 취소 배후엔 박근혜 의심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
“논문을 표절한 적이 없다. 탈당도 없다. 왜 나한테만 이러는가” 논문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문대성 당선자가 어제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지금 국민대가 표절 여부를 심사하고 있는데요. “그 심사를 기다리겠다” 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학술단체협의회 등 많은 교수와 학자들은 이미 표절이 확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박사논문 표절이 불거졌던 초기에 양측의 논문을 정확하게 비교분석하는 글을 올려서 화제가 됐던 분이죠. 진중권 교수 연결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표절 아니다. 탈당 않겠다' 어제 기자회견 어떻게 보셨습니까?
◆ 진중권> 표절이 아니라 사실 복사거든요. 표절이라는 게 남의 문장이나 생각을 허락 없이 베끼는 것을 말하는데 문대성 논문은 몇 십 페이지를 통째로 베꼈습니다. 표절은 그 나름대로 성의라도 있는데 이건 표절 수준을 넘어서 복사수준이고요. 또 자기가 베낀 원본, 김백수 씨의 논문은 참고문헌에 아예 언급도 안 돼 있습니다.
게다가 또 황당한 게 원본인 김백수 씨 논문도 다른 논문을 베낀 것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제가 볼 때 결국 문대성 논문은 짝퉁의 짝퉁이고요. 하나의 파일에서 3개의 논문이 나온 겁니다. '논문 쪼개기'라고 해서 셋이 나눠가졌다고 보는 게 가장 옳을 것입니다.
◇ 김현정> 한 개의 논문을 셋이 나눠가진 복사 논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 진중권> 네. 거기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표절이 아니라고 하니까 황당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문 당선자는 "이론적인 배경만 인용한 거다. 인용표시, 그러니까 참고문헌을 안 달았다. 그러면 참고문헌을 달았다면 표절 아닌 것이냐" 이렇게 반문하던데요?
◆ 진중권> 이분은 애초에 인용과 표절이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직접 인용은 따옴표를 붙이고 출처를 밝히게 되어 있고요. 간접인용 같은 경우에는 문단 끝에 출처를 밝히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참고문헌을 달든 안 달든 간에 어쨌든 몇 십 페이지를 통째로 파일로 해서 퍼다 붙인 건 표절 내지는 복사고요. 게다가 참고문헌까지 안 밝혔다면 용서할 수 없는 표절이거든요. 그분을 가리켜서 흔히 문도리코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때 그거 틀린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복사기는 그래도 품이 들어가는 아날로그복제인데, 문대성 씨 논문은 디지털복제입니다.
◇ 김현정> '디지털 복제다', 그렇게까지 보시는군요. 진 교수께서 몇 페이지를 그대로 옮겼다 하면서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한 부분이 오타죠. 오자까지 똑같더라는 말씀?
◆ 진중권> 체육‘의’인데 체육‘긔’라고 했습니다. 참고문헌에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긔'체를 썼는데 이건 그냥 컷 앤 페이스트라는 얘기입니다. 만약에 사람이 손으로 복제했다면 교정이 됐겠죠.
◇ 김현정> 그런데 어제 이 부분을 기자들이 물었어요. “어떻게 스스로 쓴 거라면 오자까지 똑같냐?” 했더니 문 당선자는 “운동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이렇게 얘기하던데요?
◆ 진중권> 그건 좀 웃긴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굳이 코멘트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그죠, 거의.
◇ 김현정> '개그다. 표절이 그러니까 확실하다' 추호의 의심도 안 하시네요?
◆ 진중권> 표절이 아니라 이건 복제입니다. 제가 볼 때는 대필 쪽으로 봐야지 이건 표절 차원이 아니거든요. 넘었습니다.
◇ 김현정> 대필논란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이건 표절 정도가 아니라 누가 대신 써준 거다" 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 진중권> 저는 그렇게 봅니다. 처음부터 저는 “자기 논문을 읽어보기는 하셨습니까?” 라고 물어보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근거가 있습니까?
◆ 진중권> 그 근거는 보면 압니다. 금방 아시겠지만 표절이라고 한다면 약간 베끼는 것이잖아요. 남의 표현을 약간 바꾸거나 하는 건데, 그게 아니라 통째로 들어와 있어요.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이건 공장적 제작 방식의 논문이거든요. 이건 대량생산이다. 하나의 소스를 가지고 여러 개를 만들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본 거죠.
◇ 김현정> 그걸 누군가가 대신해 줬을 거라는 말씀인가요?
◆ 진중권> 저는 오히려 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실제로 또 그런 보도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 보도가 맞다고 봅니다.
◇ 김현정> 문 당선자가 그냥 표절을 스스로 했다면 이렇게 공장적, 대량적인 짜깁기 방식으로는 안 나왔을 거라고 보시는군요?
◆ 진중권> 네.
◇ 김현정> 혹시 석사논문도 보셨어요?
◆ 진중권> 석사논문은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또 표절이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의혹이 일고 있어서요. 일단 박사논문은 '표절 수준을 넘어서 대필, 복사' 이런 말씀까지 하셨고요. 지금 문 당선자는 "국민대의 심사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는데요. 혹시 국민대에서 지금 진중권 교수의 의견과 다른 기준으로 심사를 하고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 진중권> 그런데 그때 논문 심사했던 분이 이미 200% 표절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워낙 명백해서 국민대에서도 표절이 아니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요. 제가 우려하는 건 뭐냐 하면 '논문 부정은 어떤 식으로든 학교 측 인사가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입니다. 그 경우는 상당히 문제가 복잡해지는 거죠. 말하자면 스타를 영입하기 위해서 학교 측에서 이렇게 해 줬을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가능성도?
어쨌든 어느 경우든 국민대에서 문대성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발표한다면 아마도 국민대에서 학위를 받은 다른 모든 논문들은 신뢰할 수 없게 되겠죠. 이제 학교의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셈인데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국민대학교에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국민대학교 측도 인터뷰 접촉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면서 “인터뷰하기는 힘들다” 이렇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 진중권> 이게 몇 개월씩 걸리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딱 보면 그냥 나오는 문제인데.
◇ 김현정> 만약 진 교수님 의견처럼 표절이 확정적이라면, 확정적이라고 가정하고 그 다음 얘기를 해 보죠. 그러면 그때는 '국회의원 될 자격이 없는 것인가?' 이 부분인데요.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그가 학자가 아니고 체육인 출신이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렇게 주장을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 진중권> 그분은 학자죠. 박사학위를 받았는데요. 무슨 얘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문대성 씨 같은 경우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도의 경력이지 않습니까? 굳이 학위가 없어도 실기와 훈련 또는 전술 담당하는 교수로 임용할 수 있다고 봐요.
◇ 김현정> 충분히 자격이 되겠죠?
◆ 진중권> 그렇죠. 그런데 그 스타를 교수로 임용하려고 하는 데 규정이 있을 겁니다. 교수임용자격, 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 스타는 영입하고 싶고 형식적 요건은 또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다 보니까 무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또 이게 문대성 씨만의 일로 보이지는 않고 체육학계 일부의 관행으로 보입니다.
차라리 이걸 지적했으면 괜찮은데 그게 아니잖아요. 문대성 씨는 실기가 아니라 체육학으로 학위를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그 경우에는 학문계, 말하자면 철저히 논문작성과 심사의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이건 체육이 아니라 체육학의 문제이기 때문에요. 조선일보의 김대중 씨 발언은 체육인에 대한 모독이자 체육학계에 대한 모독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럼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보세요?
◆ 진중권> 국회의원 자격의 문제는 뭐냐 하면 두 가지 책임 문제가 있을 겁니다. 하나는 표절에 대해 학계에서 줘야 할 학문적 책임이 있고요. 다른 하나는 거짓말에 대해 정계에서 줘야 할 책임이 있죠. 문제가 뭐냐 하면 이분은 자기가 표절을 하지 않았다고 유권자들 앞에서 거짓말을 했고요. 지금도 반성하지 않고 계속 거짓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모자라서 탈당한다고 했다가 회견장에 도착해서 번복하는 것. 이건 국민을 우롱하는 점인데 용서하기가 힘들죠.
강용석 의원처럼 그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새누리당에서는 출당시켜야 하고 국회 차원에서는 제명안을 올려서 표결에 붙여야 합니다. 교수직 내려놓는 것으로 대충 때우려고 하는 모양인데 제가 볼 때 그건 '나는 교수보다 의원이 더 좋아' 라는 개인적 취향의 천명에 불과하지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식은 아니거든요.
◇ 김현정> 사실 "교수직 사임했으니까 원인 무효가 됐으니 끝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는데요?
◆ 진중권> 유권자들 앞에서 거짓말 한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있죠. 그 다음에 국민을 우롱한 책임이 있죠.
◇ 김현정> 그런데 "논문표절 의혹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 불거졌고 구민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아줬다는 건 인정받은 것 아니냐.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거 아니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 진중권> 제가 볼 때 그건 약간 변태적인 논리가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김형태 씨도 지금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당선이 무슨 면죄부입니까? 당선과 상관없이 제가 볼 때는 그것은 뭐랄까, 문대성 논문 표절에 문제가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우리나라 선거 풍토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죠. 그래서 거기서 봐야 할 것은 문대성 논문을 용서할 필요가 아니라, 우리나라 선거 문화 풍토를 개선할 필요를 봐야지요.
◇ 김현정> 문 당선자가 어제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의 논문도 표절의혹이 있지 않느냐? 왜 나한테만 이렇게 혹독하게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가? 혹시 진보보수 프레임에 갇혀서 새누리당 당선자에게만 가혹한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만?
◆ 진중권> 정세균 의원의 논문은 아직 구해서 읽지 못했는데요. 제가 그러지 않아도 원문을 구해 보려던 차에 얘기가 나오다가 쑥 들어가더라고요. 그것만 봐도 새누리 측에서도 논문 전체를 표절로 규정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겠죠. 게다가 정세균 의원과 문대성 씨는 정치적 몸집이 다르지 않습니까?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이렇게 조용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 김현정> 그쪽이 심각했으면 오히려 더 시끄러웠을 거라는 말씀?
◆ 진중권> 새누리는 가만있고 조중동은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제가 새누리 측에서 인터넷에 올린 사진들을 보니까 일부 문장을 베낀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출처를 밝히고 베낀 양이 적다해도 엄밀히 말하면 그것도 문제를 삼아야죠. 그리고 또 이제까지는 관행으로 봐주고 넘어갔더라 하더라도 2008년에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것도 학교에서 규제해야 된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죠. 정세균 의원 논문과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은 별개의 논리적으로 독립된 사안입니다. 그러니까 저 사람은 도둑질하는데 나만 도둑질하면 안 되느냐, 이렇게 따지는 격이거든요. 도둑질을 자기 혼자만 해야 도둑질이 되는 건 아닙니다.
◇ 김현정> 지금 문대성 당선자가 기자회견을 하려다가 만 배경에 대한 얘기도 화제 되고 있는데요. 탈당을 하겠다고 왔다가 돌렸어요. 혹시 이거 무슨 배경이 있다고 보세요?
◆ 진중권> '탈당 기자회견문까지 만들어서 공개했다가 회견 자체를 취소하고 탈당을 안 하겠다'고 번복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본인의 의지는 아닙니다. 누가 전화를 했다는 건데 누가 전화를 했을까 궁금합니다. 제가 볼 때는 새누리당의 고위층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고까지 해 놓은 탈당기자회견을 취소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국민에 대한 우롱 아닙니까? 김형태 탈당에 의해서 문대성 씨까지 탈당을 하게 되면 형식적으로 새누리당의 의회과반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깨지지 않습니까? 정치적으로 꽤 중요한 사안입니다.
아마 그 때문에 당에서, 그것도 고위층에서 말리는 것 같은데요. 국민을 우롱하는 짓을 해도 새누리당에서 문책 받지 않을만한 분, 그분의 뜻일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새누리당에서 그럴 위치에 있는 분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나 아니면 그와 유사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분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고위층의 의중이 담겼다고 판단합니다.
◇ 김현정> '최고위층의 의중이 담겼다'는 말씀. 그나저나 문대성 당선자, 태권도로 금메달을 따고 IOC 위원까지 된 국민스타, 국민청년이었는데 왜 이렇게 됐나 보면서 안타깝네요.
◆ 진중권> 저도 그렇습니다. (웃음)
◇ 김현정> 허탈합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들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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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19(목) 진중권 동양대 교수 "문대성, 짝퉁+표절+디지털 복사수준"
20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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