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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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13(금)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집단지성의 발랄한 백인천 연구 프로젝트"
2012.04.13
조회 115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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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지금 프로야구가 한창 진행 중인데요. 여러분 4할을 치는 타자. 그러니까 10번 타석에 들어서면 그 중에 4번 안타를 치는 타자가 존재할까요? 우리나라에는 딱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MBC청룡의 백인천 선수죠. 4할 1푼 2리. 프로야구 원년에 세운 이 기록은 31년이 흐른 지금도 단 한 번도 깨지지 않고 있는데요.
그런데 과학콘서트로 유명한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가 아주 흥미로운 연구를 했습니다. 프로야구에서 왜 4할 타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까? 이 연구의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는데 한번 직접 들어보죠.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의 정재승 교수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재승>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전공이 야구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으시잖아요.

◆ 정재승> 그렇습니다. (웃음)
사실 이번 연구는 제가 뭐 학자로서 했다기보다는 그 야구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그리고 저 혼자도 아니고 여러 명과 같이 했던 작업입니다.

◇ 김현정> 여러 명이 같이. 이른바 백인천 프로젝트. 맞지요?

◆ 정재승> 맞습니다.

◇ 김현정> 혼자 연구한 게 아니라 도와준 분들이 많이 계세요?

◆ 정재승> 네, 원래는 처음에는 저도 혼자 해 보려고 이런 저런 시도들을 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건 지난 30년간 한국 프로야구의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되는데 그렇게 믿을 만한 데이터를 얻는 것도 어려웠고 또 그것을 각자 굉장히 다양한 통계적인 방법으로 분석을 해야 되는데 그것이 혼자 작업하기에는 방대한 양이었거든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을 하다가 트위터의, SNS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이런 ‘백인천 선수 이후로 4할 타자가 우리나라에 정말 나오지 않을까요? 함께 분석할 연구하실 분 도와주세요.’ 했는데, 그때 뭐 한 100여 분께서 함께해 보자고 하셔서요.

◇ 김현정> 일반인들이?

◆ 정재승> 맞습니다. 각자가 다 대부분 학생이거나 직장인들이시고요. 다만 야구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이런 통계분석법이 아마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든가 아니면 야구를 굉장히 좋아해서 제가 기록지를 작성하는 것이 취미예요. 이런 분들의 모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총 몇 분이 이 연구논문에 참여하신 거예요?

◆ 정재승> 논문에 이름이 들어가시는 분은 한 58명 정도 됩니다.

◇ 김현정> 58명.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으시겠어요. 일반인들 50명이 모여서 한 작업.

◆ 정재승> 백인천 프로젝트는 야구광들이 사실 모인 거잖아요. 야구 하면 다 한 가닥 하시는 분들인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제일 많이 알고 있고 그리고 좀 대화할 때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고 제가 얘기하다가 통계 숫자 하나라도 틀리려고 치면 누군가 바로 교정해 주십니다.

◇ 김현정> 대단한 작업이네요. 걸어다니는 사전들이 모인 거잖아요.

◆ 정재승> 맞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배우는 것도 너무 많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들 사이를 조정하고 그래도 협업이 되어야만 일이 진행되니까 그게 사실은 저한테는 굉장히 흥미로운 일종의 거대한 뇌실험실의 작업이었고요. 또 즐거운 의미를 두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얼마 동안 연구하신 거예요?

◆ 정재승> 정확하게 100일을 연구한 겁니다.

◇ 김현정> 100일 동안 그래서 그 결과가 나왔는데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 우선 4할 타자가 정말 30년 동안 한 명도 안 나왔어요?

◆ 정재승> 예, 백인천 선수 이후로 없었고요. 1994년도에 이종범 선수가 3할 9푼 3리를 쳤습니다.

◇ 김현정> 아주 근접하게까지는 갔지만 4할을 친 사람은 없군요.

◆ 정재승> 네, 그리고 4할을 넘었다가 좀 아프고 몇 경기에 제대로 배팅을 잘 못해서 3할 9푼 3리로 떨어져서 조금 아쉬웠었죠, 그때는.

◇ 김현정> 그럼 이승엽, 이대호, 최희섭 잘 친다는 선수들도 4할은 친 적이 없는데. 미국에는 좀 있습니까? 야구의 본고장에는?

◆ 정재승> 미국에는 초창기에는 많이 있었습니다. 1971년 정도부터 미국 프로야구가 시작이 됐는데 그때부터 4할 타자가 종종 나오다가 1941년도에 테드 윌리엄스라는 분이 4할을 넘긴 이후로 그 이후에는 4할이 넘는 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4할 타자가 왜 프로야구에서 사라졌는가가 전세계적인 이슈가 됐고요. 일본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요.

◇ 김현정> 그래서 연구 결과 어떻게 나왔어요?

◆ 정재승> 저희가 첫번째로 생각했던 가설은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던 게 아마도 타자의 기량이 떨어져서일 것이다였어요. 점점 투수의 기량은 상승되고, 왜냐하면 구원투수제도라는 게 뒤늦게 생겼거든요. 그래서 전문 마무리 요원도 있고 그리고 또 게다가 타자들의 경우에는 하루에 두 경기씩 뛰는 더블헤더나 야간경기 이럴 때 체력소모도 많기 때문에 4할을 치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였는데.
정말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서 지난 30년간 한국 프로야구 타자들의 기록들이 전반적으로 하향조정 되고 있는지를 살펴봤더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타자들의 기량은 더 늘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타율도 전반적인 평균타율도 늘어나고 있고요. 장타율이나 출루율도 오히려 좋아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타율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결정적으로 4할이 안 된다?

◆ 정재승> 그게 더 놀랍고 재미있는 일인데 반면에 그 선수들 간의 실력 격차는 줄어들어서 평균 중심으로 기록들이 점점 모이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것이 타자의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선수들 간의 실력 격차가 줄어들어서 전반적으로 평균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1할, 이렇게 안 좋은 타율을 가진 사람도 없지만.
4할, 이렇게 특출난 타율을 가진 사람도 사라지는 일종의 뭐 한국 프로야구가 안정화된 생태계가 이제는 된 것 같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생태계가 안정되면 될수록 특출난 돌연변이가 안 나오듯이 우리 야구계도 이제 안정이 됐다, 그 얘기군요.

◆ 정재승>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4할 타자를 잃었지만 하지만 더 많은 훌륭한 좋은 선수들을 얻었다고 생각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것도 정식 학술논문에 등재가 되는 건가요?

◆ 정재승> 지금 쓰고 있어서 속단하기는 어려운데. 그런데 제가 보기에 결과들이 너무 의미 있고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또 발견되지 않은 현상들도 있어서 한 여름쯤 제출할 예정입니다.

◇ 김현정> 저도 그러면 그때 한번 신청했으면 같이 논문에 이름 한번 오르는 건데 그랬네요? (웃음)

◆ 정재승> 그러게요. 인생에 있어서 한번 과학논문에 이름을 쓸 수 있는 추억인데. 그런데 이번만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들을 이렇게 한데 모으면 과학지식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이 실제로 하는 영역도 너끈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과정들을 함께 꾸준히 계속 해 나갈 생각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고생하셨고요. 오늘 유쾌한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