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30(월) 이재경 경사 "흉기에 목 찔린 채 납치범 잡은 경찰"
2012.04.30
조회 589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인천 서부경찰서 서곶지구대 이재경 경사


사실 요즘 경찰들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최근에 벌어졌던 수원 여성살해사건을 비롯해서 갖가지 비리로 국민들 불신과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좀 귀감이 될 만한 경찰 한 분이 있어서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연결을 하려고 합니다.
인천에서 한 20대 여성이 납치될 뻔한 아주 아찔한 사건이 발생을 했는데. 경찰관의 발빠른 대처로 여성은 화를 면했고요. 대신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이 경찰이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범인을 추격했고 결국 검거에 성공을 했습니다. 인천 서부경찰서 서곶지구대 이재경 경사 연결해 보죠. 이 경사님, 안녕하세요?

◆ 이재경>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지금은 어디세요?

◆ 이재경>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 김현정> 아직 입원중이신 거군요?

◆ 이재경> 네.

◇ 김현정> 어디, 어디를 다치신 겁니까?

◆ 이재경> 머리 부분하고, 목 부위를 좀 병에 찔려서 치료중에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그냥 좀 다쳐서라고 말씀하시지만, 제가 듣기로는 출혈도 굉장히 많았고. 그러니까 맥주병으로 정수리를 맞고. 그 조각으로 식도 옆을, 성대를 찔리신 거라고요?

◆ 이재경> 네.

◇ 김현정> 수술은 잘 끝났습니까?

◆ 이재경> 수술은 한 2시간 했는데요. 잘 됐다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다행이네요, 다행이네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당시 상황을 좀 듣고 싶은데. 지난 25일 새벽 6시. 다른 사건 때문에 현장을 출동을 했다가 철수를 하려고 하는데 어떤 비명이 들렸다고요?

◆ 이재경> 그 피해자 여성분이 우리한테 달려와서 “살려달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희는 전혀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여자분이 우리한테 신고를 하자 그 피해자분이, 남자분이 도망을 가서 우리가 쫓아가던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어떤 여성이 와서 뭐라고 하면서 살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 이재경> 별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요. 여자분이 완전히 얼어 있었고요.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 김현정> 살려달라. 뭐 내가 지금 납치당하려고 한다, 이런 얘기도 하면서요?

◆ 이재경> 네.

◇ 김현정> 그래서 보니까 저쪽에 남자가 하나 도망가고 있어요.

◆ 이재경> 네,

◇ 김현정> 다짜고짜 쫓아가셨습니까?

◆ 이재경> 일단은 쫓아갔습니다.

◇ 김현정> 그랬는데?

◆ 이재경> 그런데 갑자기 지하에 있던 병으로 저를 내리치니까. 그 다음에 그냥 목을 찌르니까 ‘정말 나쁜 놈인가 보다.’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당시 그냥 보이는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목을 맥주병으로 찔렸으면, 그 조각으로 찔렸으면. 피가 굉장히 많이 나는 상황이었을 텐데도 계속 쫓아가신 거예요, 그 상태로?

◆ 이재경> 네, 계속 잡고 있었던 거죠. 격투하고 있었던 거죠.

◇ 김현정> 격투를 한 10분 정도 이어졌다고요?

◆ 이재경> 네.

◇ 김현정> 다른 동료 경찰들은 그럼 그때 어디에 계셨어요?

◆ 이재경> 왜냐하면 그 피해자가 너무 빨리 도망쳤기 때문에 다른 경찰관분은 그 여자분한테 사건 청취를 하고 있는 상태였고요. 그러니까 좀 떨어져 있어서 제가 먼저 달려갔기 때문에 그 건물이 7층짜리 건물이거든요. 그래서 7층짜리 건물을 수색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두 분이 계시다가 한 분은 뭐 다른 데를 수색을 하고, 우리 이 경사는 계속 쫓아가고. 그런데 지하에서 맥주병 가지고 있는 걸 못 보신 거예요?

◆ 이재경> 지하에 원래 그런 게 없는데요. 거기에 그 맥주병이 놓여 있더라고요.

◇ 김현정> 미처 발견하기 전에 그냥 내리쳐버린 거군요.

◆ 이재경>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그 사람이랑 격투 끝에 붙잡고 있는데. 다른 동료들이 도착할 때까지 그 10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요?

◆ 이재경> 뭐, 길다기보다는 그냥 그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그런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결국 검거가 돼서 지금은 살인미수 및 감금혐의로 구속이 됐다는데. 그 범인 도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거라고 해요?

◆ 이재경> 제가 조사는 하지 않았는데요. 좀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을 뭐 데리고 다니면서 좀 변태행위도 하고 그런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차로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 이재경> 네.

◇ 김현정> 그 와중에 그 여성이 도망친 거군요?

◆ 이재경> 네.

◇ 김현정> 참 큰일 날 뻔했습니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걸 정말 막았는데. 그런데 그렇게 맥주병에 머리 맞고, 찔리고, 피 흘리고, 수술하고 이러다 보면. 아무리 이게 직업이라도 정신적인 충격, 트라우마가 상당할 것 같아요?

◆ 이재경> 경찰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없다면 거짓말인데요. 현장에 나가면 그런 것보다 사명감하고, 책임감이 우선되기 때문에 그런 건 잊어지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가족들은 뭐라고 하세요?

◆ 이재경> 뭐 좀 누님들이 마음이 아파하고, 뭐 형님은 잘했다고 그러고.

◇ 김현정> 잘했다고 하는 분도 있고, 마음 아파하는 분도 있고. 혼내는 분도 있다면서요?

◆ 이재경> “네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그러냐?” 그런 얘기를 하시죠, 가끔씩.

◇ 김현정> 얼마나 마음이 아프면 그러시겠어요. 아직 결혼은 안 하셨고요?

◆ 이재경> 네.

◇ 김현정> 경찰 생활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이재경> 제가 99년도에 입직을 했기 때문에 올해 13년차입니다.

◇ 김현정> 13년. 가끔가다 이런 위험을 겪을 때가 있죠?

◆ 이재경> 제가 겪은 건 한 3, 4번 정도 되고요. 옆에서는 한 수십 번 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럴 때마다. ‘이야, 그만 둘까?’ 이거 좀 인간적인 고민도 들 것 같아요, 솔직히?

◆ 이재경> 그런데 제가 이 일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그 당사자나 피해자분들이 다 모든 일을 마치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너무 기쁘기 때문에 이 일이 그래서 그만둘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 보람에. 그런데 얼마 전에 우리나라를 뒤흔든 정말 절대 있어서는 안 될 큰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수원 여성납치살해사건. 국민들 아직도 분노하고 있고요. 경찰에 대한 신뢰도 상당히 깨졌는데. 그걸 보면서 어떠셨어요?

◆ 이재경> 일단 국민들이나 유족분들에게 미안할 따름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더 노력하고, 봉사하는 경찰관들이 노력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참 우리 적당히, 적당히 공무원 사회의 적당주의가 늘 문제인데. 이번 수원 건도 역시 적당히, 적당주의가 문제였던 거고. 이렇게 몸바쳐서 임무를 수행한 분 보니까 참 아침에 기분이 좋습니다. 이 경사님, 언제 퇴원하세요?

◆ 이재경> 아직은 퇴원은 안 정해져 있고요. 의사분께서 경과를 좀 더 보자고 그러니까요.

◇ 김현정> 그렇군요. 몸조리 잘하시고요. 지금 목소리만 들어도 아주 겸손하고, 우직한 분일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 이재경> 고맙습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경찰로서. 경찰 사회를 바로, 조직을 바로잡는, 사회를 바로잡는 일에도 앞장 서주세요.

◆ 이재경> 네.

◇ 김현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