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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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11(금) 박근혜 동화작가 "입양의 날, 우리나라 첫 입양동화 이야기"
20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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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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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동화 <선물> 작가 박근혜 씨

여섯 살 난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물어본다.
‘나를 낳은 엄마는 왜 나를 못 키우셨을까?’ ‘엄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왜 입양을 보내셨을까?’
그러자 엄마는 아이를 꼭 껴안으며 ‘너를 낳아준 엄마는 너를 키울 수는 없지만, 네가 행복하고 사랑을 받으며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서 최선의 선택을 한 거야’라고 답한다.
동화의 한 구절을 읽어드렸습니다. 오늘 이 제7회 입양의 날인데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부모들을 대상으로 입양동화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여기에서 당선이 된 분이세요. 국내 최초로 입양동화를 쓴 엄마, 춘천에 사는 박근혜 씨 연결해 보죠.

◆ 박근혜>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름이 여의도쪽에 계신 어떤 분하고 비슷하세요. (웃음)
아주 낯이 익습니다. 동화는 동화인데 입양동화예요. 입양동화. 낯선데, 이게 어떤 건가요?

◆ 박근혜> 제가 이제 아이를, 두 아이를 입양을 했어요. 공개입양을 하다 보니까 아이한테 입양사실을 알려주게 됐는데. 동화로 알려주는 게 가장 아이들한테 알기 쉽게 다가서는 것 같아서 입양서적을 많이 이제 구입을 하는데 보니까 거의 외국에서 들어온 번역책이에요.

◇ 김현정> 입양을 내용으로 하는 동화들이 외국에는 많이 있군요, 그러니까.

◆ 박근혜> 네, 그렇죠. 실제 입양부모가 쓴 동화도 있고 그렇기는 해요. 그런데 이제 아무래도 우리나라 현실하고 조금 안 맞고 부연 설명이 또 필요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우리에게 진짜 현실에 와 닿는 입양동화가 필요한 걸 느껴서 이번에 쓰게 됐어요.

◇ 김현정> 지금 입양한 두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거죠?

◆ 박근혜> 네.

◇ 김현정>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아이들?

◆ 박근혜> 큰 아이는 강이고요. 둘째는 현이고 그래요.

◇ 김현정>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

◆ 박근혜> 네.

◇ 김현정> 나이가 어떻게 돼요?

◆ 박근혜> 강이는 이제 일곱 살 됐고요. 현이가 세 살 됐고 그래요.

◇ 김현정> 세 살. 그런데 그냥 조용하게 입양해서 키우는 게 아니고 공개입양을 선택하셨어요. 나 입양한다, 이 아이들은 입양아다, 이렇게. 이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어떻게 이유가 있었을까요?

◆ 박근혜>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나중에 이제 커서 자신의 입양사실을 들었을 때 오는, 부모한테서 이렇게 신뢰를 잃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걸 미연에 방지하고자 ‘어릴 때부터 알려주자.’ ‘기왕이면 좀 적극적으로 입양은 뭐 슬프거나 나쁜 일이 아니라 가족이 되는 다른 하나의 방법으로 기쁜 일이다’라고 가르쳐주기 위해서 좀 공개를 좀 공격적으로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주변분들한테만 알린 게 아니라 아이들한테도 벌써 다 말씀을 하신 거예요?

◆ 박근혜> 네, 동화를 들려주듯이 입양얘기를 해 줬어요. "나이 어린 엄마가 아이를 낳았는데 직접 기를 수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안 되고 학업도 해야 되고 해서 이제 기를 수 없는 아이가 있었는데. 이 아이가 다른 엄마, 아빠를 만나서 너무 행복하게 잘 살았다." 이렇게 아이 수준에 맞춰서 동화 얘기해 주듯이, 진짜 옛날 얘기해 주듯이 이렇게 쭉 해 줬기 때문에 아이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제 구체적으로 알게 된 건 이제 그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출산에 대한 얘기를 해 줬나 봐요.

◇ 김현정> 그런 걸 배우는 시간이 있어요. 나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가족이란 무엇인가?

◆ 박근혜> “엄마 뱃속에서 10달 있다가 아가가 태어나는 거다.” 하고 배웠는데 그걸 어느 날 문득 밥 먹다 말고 제 배를 이렇게 쳐다보더니 “엄마, 나도 엄마 뱃속에 10달 있었어?”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제 알려줘야 될 때구나.’ 그래서 “아니야, 강이는 다른 엄마 뱃속에서 10달 있었어.” 그랬더니 “왜?” 그러는 거예요.

◇ 김현정> 어떻게 하셨어요,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은데?

◆ 박근혜> 그래서 “그래, 엄마가 옛날에 입양이라는 얘기 해 줬지?” “강이가 그랬어.” 그러면서 “강이가 다른 엄마 뱃속에 10달 있었지만, 엄마를 만났어.” 그랬더니 그러면서 제가 기분을 이제 슬쩍 물어봤어요.
그래서 “기분이 어때 강이야?” 이랬더니 슬프대요. 기분이 안 좋대요. 그래서 “왜?” 그랬더니 “나도 엄마 뱃속에 있었으면 좋았잖아.” 이러잖아요. (웃음)

◇ 김현정> 솔직하죠, 아이들 솔직히.

◆ 박근혜> 그래서 “엄마도 강이가 엄마 뱃속에 있었으면 좋았었겠지.”
“그렇지만 엄마는 상관없어, 지금은 엄마 아들이잖아.” 그랬더니 “그럼 나도 상관없어.” 이러더라고요.

◇ 김현정> 쿨한 엄마와 쿨한 아들. 맞아요. 이게 바로 공개입양, 자연스럽게 그냥 서서히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그런 방법을 쓰신 거네요.
혹시 그런데 사춘기가 되고 이러면 조금 그때는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드실 것 같은데.

◆ 박근혜> 약간은 걱정되는데요. 누구나 사춘기라는 열병을 앓잖아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을 하겠죠. 그때는 이제 제가 어릴 때부터 솔직하게 얘기해 준 거, 뭐 생부모에 대한 정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다 알려줄 예정이거든요. 그러니까 뭐 아무래도 자기가 빨리 정리가 되겠죠, 그러기를 또 바라고 저도.

◇ 김현정> 지금 말하자면 예방접종을 계속 놔주고 계시는 거예요.

◆ 박근혜>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런데 입양가정의 또 하나의 큰 근심은 세상의 시선, 편견입니다. 우리는 괜찮은데, 우리 아이는 괜찮은데 가끔 엉뚱한 시선, 엉뚱한 편견으로 바라보는 분이 있지 않나요?

◆ 박근혜> 그렇기는 한데 뭐 이제는 어느 정도 주위에 아실 분들은 다 아셔서 주위분들은 자연스럽게 이제 뭐 입양이라는 생각도 안 하시고 당연히 제 아이로 알고 계시고요. 간혹 가다가 이제 처음 알게 되신 분들은 이제 뭐 “훌륭하다, 대단하신 일을 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세요. 처음에는 그것도 조금 제가 과잉반응을 좀 보여서 이렇게 대꾸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분들도 또 이해가 가고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당당히 얘기해요. “저처럼 아들 하나, 딸 하나 이렇게 복 많은 엄마가 어디 있느냐.” (웃음)

◇ 김현정> (웃음) 국내 최초로 입양동화를 쓴 엄마입니다, 박근혜 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름이 굉장히 익숙해서요. 제가 뉴스에서 매일 말하던 그 이름. 아니,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도 좀 있으실 것 같아요, 살아오면서?

◆ 박근혜> 어릴 때부터 많이 놀림을 받았죠.

◇ 김현정> 지금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박근혜> 올해 마흔넷이요.

◇ 김현정> 마흔넷.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좀 있으셨겠어요?

◆ 박근혜> (웃음)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도 뭐 영애님이라고 선생님이 부르셨고요. 뭐 “시의원이라도 나가야 되는 거 아니냐?”, 막 이런 얘기도 듣고요.

◇ 김현정> 그래요, 알겠습니다. 오늘 입양의 날을 맞아서 우리 입양 어머니, 입양동화를 쓴 작가 모셨는데. 마지막으로 방송을 통해서 이 얘기만은 좀 해야겠다 하는 게 있다면?

◆ 박근혜> 입양가족들을 뭐 새로운 눈으로 보실 것도 사실은 없어요. 그냥 가족이 되는 다른 형태일 뿐이지.
그러니까 ‘출산이 아닌 다른 형태로 가족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고요. 또 이제 공개입양이 좀 활성화가 돼서 나중에 아이들이 받은 상처를 서로 이제 이렇게 합심해서 혼자가 아닌 여러 가정이 합심해서 같이 기르는, 그런 사회가 얼른 됐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입양동화, 앞으로도 좀 많이 써주세요.

◆ 박근혜> 능력이 되는 한. (웃음)

◇ 김현정>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박근혜> 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