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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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배우 나문희 씨
5월, 참 일이 많은 달이죠. 주말에는 어린이날이 있었고요. 내일은 어버이날입니다. 어버이 하면 떠오르는 인물을 한번 초대해 보자 해서 우리나라에서 어버이 역할 가장 많이 한 배우가 누굴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러분은 누가 떠오르세요? 아마 이분도 여러분 머릿속 명단에, 앞 순위에 반드시 들어 있을 겁니다. 국민 어머니 나문희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나 선생님, 안녕하세요?
◆ 나문희> 네, 안녕하세요. CBS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 김현정> (웃음)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맑고 청량한 목소리 청량한 목소리세요.
◆ 나문희> 어제 뮤지컬 ‘친정엄마’ 공연을 끝내고 지금 많이많이 힘들어요. 그런데 목소리는 그래도 쉬지는 않았나 봐요. (웃음)
◇ 김현정> 뮤지컬. 연기하랴, 노래하랴, 춤추랴 힘들지 않으셨어요?
◆ 나문희> 신나요, 아직은. 다른 데에서는 이렇게 지나가면 뭐 “아프지 않냐?”는 사람도 있고.. 그러니까 제가 아주 전념을 할 수 있는 데만 이제는 하는 모양이에요.
◇ 김현정> 제가 연습장면을 TV에서 봤는데요. 연습인데도 그냥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눈물을 흘리면서 열연을 하시더라고요. 어떤 대사가 우리 나문희 씨를 그렇게 울렸던 겁니까?
◆ 나문희> 뭐 다 좋지만, 드라마에 울음이 시작되는 대사가 딸이 이제 자기 딸을 데리고 나가서 엄마가 철없이 돌아다녔다고 막 야단치는 거예요. 그래서 집을 잃어버렸는데. “엄마는 안 찾았지? 네 새끼만 찾고 엄마 안 찾았지?” 그럼 딸이 “엄마는 엄마잖아.” 그러면 이제 내 대사가 “그래, 엄마는 나이를 먹어도 늘 엄마고, 새끼는 다 커도 늘 아기니까. 그런데 딸아, 엄마도 아기야. 나이 먹으면 아기 돼. 천년만년 젊고 건장한 장군감으로 내 새끼들 곁에 오래 있고 싶어도 세월이 그렇게 안 놔 준다.” 이때서부터 몰아가기 시작해요. 그리고 이제 1막, 이런 때는 굉장히 많이 웃겨요.
◇ 김현정> 지금 대사 들으면서 전율이 쫙 오릅니다. 그러신 분들 많아요, 엄마 생각하면 누구나 애틋하고, 눈물이 울컥하는 게 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딸들은 엄마랑 참 많이 싸워요.
◆ 나문희> 그렇죠. 저도 딸이 셋이 있어서 많이 싸워요. 그런데 내가 이제 이년들하고는 다시 보게 말아야지 그랬다 가도 또 돌아서면 오죽 힘들면 그럴까.. 그러고 또 도로 제자리에 오고 만날 그래요.
◇ 김현정> 엄마가 그러니까..
◆ 나문희> 엄마이고 딸이고 그런데 아직은.
◇ 김현정> 그만큼 엄마가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라는 얘기예요. 그렇죠?
◆ 나문희> 그렇죠.
◇ 김현정> 나 선생님한테 어머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 나문희> 우리 어머님은 그야말로 나의 주체입니다. 우선 엄마를 보면서 엄마가 어디 아프다 어쩌다 그러면 나도 그 유전적인 요소를 굉장히 조심하고 또 하나는 안식처에요. 내가 세상에 이렇게 다 다니면서 조금씩 조금씩 서러울 때도 있잖아. 그런데 엄마한테 가면 그냥 푸근하게 정말 안식처죠. 그리고 나도 나이가 많이 먹었으니까 더더욱 그런 걸 많이 느껴요. 어머니가 오래 계시다는 것은 참 정말 행복한 요소 중의 하나다..큰 거가 하나죠.
◇ 김현정> 복이죠. 어머님 연세가 어느 정도 되셨어요?
◆ 나문희> 91살이신데, 아직은 자기 의사를 다 전달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러 나가시고 그러세요.
◇ 김현정> 정정하시네요. 그러면 나문희 씨가 하는 어머니 역할을 말투라든지 몸짓이라든지 이런 게 친정어머니 평소 모습이 많이 반영이 된 건가요?
◆ 나문희> 되죠. 이번에는 전라도 엄마예요. 전라도 엄마고 율동이 많고 노래도 한 두 곡 부르고 또 합창도 있고 그러니까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구석구석이 뭐 엄마가 많이 나오죠. 우리 엄마는 내가 가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맨날 “사랑해.” 이러시거든요. 대사 중에 그게 있어요. 그때는 엄마가 그대로 나오고 또 대사에 :엄마가 보고 싶었네, 엄마 목소리도 듣고 싶고 엄마가 해 주는 음식도 먹고 싶었네." 이런 게 나오면 그야말로 그냥 엄마 보고 하는 거예요. 엄마이고 나고 그냥 하나예요, 이제는.
◇ 김현정> 그동안 어머니 역할 몇 번이나 맡았는지 기억나세요?
◆ 나문희> 엄마 역할.. 우선 영화에서만도 꽤 많아요. 영화에서만도 많고, 드라마에서는 요새 할머니로 주로 시키죠. 제가 나이도 있고 그러니까. 그런데 제 마음으로는 아직도 엄마를 많이 하고 싶은데.. 내가 ‘빠담빠담’에서도 엄마를 했고.. 노희경 작가 것은 엄마를 제가 많이 해요.
그런데 작가들이 내 딸 나이가 많거든요. 그리고 배우들도 내 딸, 아들 나이가 많고요.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 엄마에 대한 미련을 많이 갖고 있는데 가끔 TV에서 나하고 똑같은 나이의 사람의 엄마를 하라고 그러면 나는 아주 기절을 하겠어요. (웃음)
그게 젊었을 때는 뭐 ‘바람은 불어도’인가 그런 거. 막 희화적으로 하고 그럴 때는 정말 그게 재미있었거든요, 작업이. 그런데 이제 내가 늙어서 그런 작업은 하고 싶지 않고. 내거에서 내면적인 것을 정말 많이 쏟아내고 싶어요. 아주 내 나이 한두 살 위, 아래로 해서. 그런데 그 차례가 드라마에서는 조금 덜 와서 많이 섭섭해요.
◇ 김현정> 그런데 누구나 엄마 연기를 하는데, 왜 유독 나문희의 연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감동하는 걸까요?
◆ 나문희> 뭘.. 그냥 다 좋아하지만 제가 몰입을 잘해요. 그냥 그 세계로 쏙 들어가서 평소생활이.. 지금도 다 나가고 저 혼자 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그러니까 자꾸 곱씹어요, 대사라든지 작품을.
어제도 대구에서 제 공연을 보러 뛰어왔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대구 공연이 있었는데 그때 못 봐서 그분이 막 늦게 와서 이제 앉혀달라고 해서. 그걸 내용을 알았는데.. 그럴 때는 제가 많이 흥분돼요.
◇ 김현정> 맞아요. 보람되시죠. 오늘 어머니이야기, 국민 어머니 나문희 씨와 함께해 봤습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는 자체, 내 옆에 계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이런 생각 많이 하는데요. 어떤 인터뷰 보니까 나문희 씨 어머님께서 “나는 밤낮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한다. 그 중에서도 큰딸 나문희를 가장 사랑한다.”
◆ 나문희> 어머니가 맨날 기도해요. 어머니가 성경책을 지금 네 번 읽으셨다고 그래요. 그 나이에. 그래서 내가 동생네 집에 가면 엄마는 맨날 그 큰 성경책을 읽고 앉아계세요. 아마 엄마 기도로 내가 절대 여기까지 왔어요. 그건 아주 정말 사실입니다.
◇ 김현정> 행복한 딸이기도 합니다. 나문희 씨, 부러운 생각 들고요. 참 사랑스러운 딸이자 위대한 엄마 나문희 씨 오늘 만나봤습니다. 내일 어버이날엔 어머님께 더 잘해드리시구요..
◆ 나문희> 네, 그렇게 할게요.
◇ 김현정> 오늘 아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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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7(월) 나문희 "91세 엄마는 매일 내게 '사랑해' 하신다"
201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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