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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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4(금) 은총이 아버지 박지훈 씨 "6가지 불치병 앓는 은총이, 철인3종 완주하던 날"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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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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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아버지 박지훈 씨


내일 어린이날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아주 씩씩한 어린이 얘기를 해 보려고 하는데요. 온몸이 검붉은점으로 뒤덮인 채 여섯 가지 불치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의사들은 1년을 살면 잘 사는 거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지금 10살이 됐고요. 놀라지 마십시오, 얼마 전에 철인3종 경기에 나가서 완주를 했습니다. 지금 온라인상에서는 여러 유명인들까지 나서서 이 아이에게 축하메시지를 띄우는 덕에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박은총이고요. 오늘 만날 분은 은총이 아버지, 박지훈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 박지훈>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은총이 아버님도 그러니까 같이 뛰신 거라고요?

◆ 박지훈> 네, 저하고 같이요.

◇ 김현정> 지금 컨디션 괜찮으세요? 보통 철인3종하고 나면 탈진하는 분도 많다고 하던데?

◆ 박지훈> 처음에는 그랬었는데요. 지금은 좀 괜찮아요.

◇ 김현정> 은총이 상태는 지금 어떻습니까?

◆ 박지훈> 은총이는 아주 좋아요, 요즘에. 아주 잘 지내고 있고요. 밖에도 잘 다니고 있고요. 괜찮아요.

◇ 김현정> 우선 이제 우리 청취자들에게 우리 은총이가 어떤 아이인가 좀 알려드려야 될 것 같아요. 태어날 때부터 상당히 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여섯 개의 병. 그게 다 치료가 힘든 병이었습니까?

◆ 박지훈> 그게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았고요. 희귀난치병을 지금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가 없는 병이에요. 그래서 원인도 모르고 그래서 원인도 몰라서 치료 방법이나 수술 방법, 이런 거 아무것도 모르고요. 현대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이에요.

◇ 김현정> 지금 제가 듣기로는 왼쪽 뇌에도 없는 상태다. 그런가요?

◆ 박지훈> 예, 저기 여러 가지 병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이제 좀 문제가 됐고 가장 많이 아팠던 것이 오른쪽 뇌가 돌처럼 굳어간다고 해서. 석회가 된다고 그래요. 그게 스터지 웨버 증후군(Sturge-Weber syndrome)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이제 돌처럼 굳어가면서 뇌를 망가뜨리면서 밖으로 이제 은총이가 계속해서 발작, 경기를 해요. 경기하면서 숨도 안 쉬고 나중에는 정말 자면서까지 숨을 안 쉬었었어요.
그래서 저랑 은총이 엄마랑 이제 정말 맞교대식으로. 중간에 계속해서 은총이를 봐야 했었어요, 그때는.

◇ 김현정> 그렇군요.

◆ 박지훈> 하늘나라 가려고 했던 적도 많이 있고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수술이 좀 잘 돼서, 정말 잘 돼서 지금은 약도 안 먹고요. 병원도 이제 정기적인 검사를 꾸준히 받고 있기는 한데 예전보다 많이 가지 않고요.

◇ 김현정> 그런데, 그런데 놀라운 건 이런 아이를 붙잡고 아버지가 뛰기 시작했어요. 2010년에는 이 은총이를 휠체어에 태워서 국제마라톤 풀코스 완주하셨죠?

◆ 박지훈> 네.

◇ 김현정> 제가 그때 기억하고요. 철인3종 도전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 박지훈> 네, 다섯번째예요.

◇ 김현정> 어떻게, 어떤 계기로 ‘이 아이를 데리고 내가 뛰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 박지훈>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한데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은총이가 너무 좋아해요.
제가 2006년도에 국토대장정을 했었는데 대장정 끝나고 나서 2007년도에 이제 조금 봄이 왔어요, 지금처럼. 그런데 그때 유모차에 태워서 밖에 나갔더니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좀 달려봤어요, 그랬더니 너무나 좋아하는 거예요.

◇ 김현정> 바람을 맞는 걸 좋아하는군요, 우리 은총이가.

◆ 박지훈> 네. 그래서 ‘마라톤에 도전을 한번 해 보자’ 생각을 하고 도전을 하게 됐죠, 이제.

◇ 김현정> 그때 이제 휠체어에 태워놓고 달리신 거예요.

◆ 박지훈> 네, 제가 뒤에서 밀면서 이제 달리는 거죠.

◇ 김현정> 그게 반쪽마라톤 아니고 42.195 다 뛰신 겁니까?

◆ 박지훈> 아니요, 처음부터 저희는 그렇게 못 했고요. 그때는 제가 100km 넘는 완전 뚱땡이 아빠였으니까요. 운동도 잘 못하고. 그래서 잘 못했고요. 처음에 이제 단거리 5km, 10km부터 시작을 했고. 2010년도에 처음으로 풀코스 마라톤 도전해서 완주했고요.
그 다음 번 새만금 마라톤 때도 풀코스 완주하고 그리고 이제 2010년도 10월 16일 날, 저희들한테는 역사적인 날인데, 그날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해서 은총이랑 같이 완주했습니다.

◇ 김현정> 대단해요, 대단해요. 주최측이 정한 컷오프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이 3시간 40분. 그 안에 완주를 한 거죠, 그러니까?

◆ 박지훈> 네, 이번에 처음 했어요. 이번에 처음하고, 그 전에는 네번째까지는 항상 꼴찌로 들어왔고요. 항상 다 치우고 계실 때, 시상식도 다 끝나고. 그런데 저는 이제 은총이한테 포기만큼은 가르쳐주고 싶지 않아서 항상 이렇게 사람들이 없더라도 완주는 꼭 했어요.
그냥 마지막에 완주메달 받고 은총이한테 걸어주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감사하게도 좀 열심히 했더니.

◇ 김현정> 대단해요. 컷오프 안에 들어온. 은총이도 많이 좋아하나요?

◆ 박지훈> 그러니까 은총이는 아직까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그러니까 “지금 철인경기를 하러 갈 거야?” 은총이가 며칠 전부터 계속 그랬더니 이제 조금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수영을 할 때나, 마라톤이나 사이클 탈 때 이렇게 이쪽으로 옮겨 타고 해야 되잖아요. 그런 거 이제 알아요, 처음보다는.
그래서 예전에는 막 안 하려고 했었던 적도 있는데 지금은 아빠가 이렇게 이쪽으로 “보트에 앉아.” 그러면 가서 이렇게 앉고요. 앉아서 많이 이렇게 좋아하고. 예전보다 좀 많이 더 좋아하고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자기가 이걸 해야 한다는 걸.

◇ 김현정> 사실은 제가 은총이 목소리를 좀 듣고 싶었어요. 그랬는데 우리 은총이가 한마디라도 좀 우리 청취자들께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그런 상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요?

◆ 박지훈> 네, 아직까지 말을 못해서. 의사선생님께서 말을.
의사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대요. 그래서 기도하는 방법밖에.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요즘에 많이 시끄러워졌어요, 언어치료 많이 받고 있는데, 재활치료 많이 받고 있는데, 요즘에. 예전에 들려줬던 찬양이나 동요 같은 거 막 이렇게 따라 불러요. 물론 저희들만 알아들을 정도지만.

◇ 김현정> 많이 발전했네요. 우리 은총이 많이 컸습니다. 제가 그 얘기를 왜 하냐 하면 이런 아이를 붙잡고. 아니, 이렇게 아픈 아이를 붙잡고 무슨 철인3종 경기, 무슨 마라톤이냐. 이거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이런 얘기를 하는 분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 박지훈> 네,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래요. 제가 언제까지나 은총이 옆에서 은총이를 지켜봐줄 수 없을 것 아니에요. 그래서 예전보다는 훨씬 더 건강해졌고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은총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하는 거예요. 그리고 또 이제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이 시선이나 편견이 너무 싫어서. 우리 은총이, 정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많이 쳐다보시거든요.

◇ 김현정> 그런 사람이 아직도 있습니까?

◆ 박지훈> 네, 아직도 많이 있어요.

◇ 김현정> 지나가면 막 피하고, 쳐다보고, 손가락질하고 이런 사람 있어요?

◆ 박지훈> 네, 아주머니들은 혀 차시고, 아이들은 “괴물이다, 사람 맞냐?”고 하고요. 그런 것들이 너무 좀 싫었어요. 그래서 제 아이를 좀 알려보고자 달리기 시작했는데, 정말 감사하게 은총이가 이제 너무나 좋아해서.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 저는 우리 아들 은총이만을 위해서 이렇게 달리는 것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저희들이 정말 부족한데 저희들이 뭐라고.
저희 모습을 보고 힘이 난다고 하고 용기 생긴다고 하고. 심지어는 어떤 자살하려고 했던 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 모습을 보고 새롭게 살아야겠다라고 이렇게, 그런 메일 같은 것도 받고요. 그러니까 지금은 뛰어야 되는 이유가 조금 더 하나, 둘씩 생겨났어요.

◇ 김현정> 커졌네요, 커졌어요. 그래요. 우리 은총이, 정말 은총을 받은 아이입니다, 은총이. 다음 달에 또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은총이에게 용기가 되는 말, 꼭 이 말은 좀 해 주고 싶다. 한말씀해 주시죠.

◆ 박지훈> 우리 아들한테요?

◇ 김현정> 네.

◆ 박지훈> 그냥 우리 아들한테는 항상 미안하죠, 아프게 낳아줘서. 우리 아들. 하지만 그 미안함을 넘어서 이제는 정말 많이 사랑하고요. 아빠, 엄마가 바라는 건 그냥 야프지 말고 지금보다 항상 더 건강했으면 좋겠고요, 항상.

◇ 김현정> 은총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나님의 은총 아래 씩씩하게 자라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박지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