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1(금)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세포 제공자까지 논문 저자로 둔갑"
2012.06.01
조회 167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실험결과자료 중복 짜깁기 의혹
- 논문 수로 교수평가 시스템 문제
- 논문에 이름 얹어주기 만연
- 검증시스템과 연구자 윤리 필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


정말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벌어진 걸까요? 서울대 수의학과의 강 모 교수가 지금 또 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서울대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고 조사에 나선다는데 도대체 왜 유독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는 건지, 같은 학교 동료교수입니다. 우희종 교수, 만나보죠.

◇ 김현정> 지금 학교 분위기는 상당히 좋지 않을 것 같아요?

◆ 우희종> 아무래도 그렇죠. 더욱이 예전에 황우석 박사 사태에 이어서 저희 수의과대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됐기 때문에 좀 부끄럽기도 하고 자숙하는 분위기에 있기도 합니다.

◇ 김현정> 이게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서 좀 쉽게 설명해 주셔야 될 것 같은데, 이번에 불거진 이 논문조작 의혹,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 우희종> 아주 쉽게 말씀드린다면 저희들이 연구한 것을 학술지에 낼 적에 실험한 결과가 사진이나 이런 걸로 실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의혹이 제기된 교수의 14개 논문을 실제로 보면 실험결과의 자료들이 중복이 되고 또 여러 개 짜깁기된 듯 한 의혹제기가 있었던 거죠.

◇ 김현정> 사진 자체를 조작한 겁니까? 아니면 다른 실험을 한 건데 같은 사진을 썼다는 겁니까?

◆ 우희종> 그게 섞여 있습니다. 양쪽 다 가능한 걸로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일부 언론에서는 제2의 황우석 사태다, 이렇게 보도하고 있는데, 그 사건과 비교하면 어떤 건가요?

◆ 우희종> 글쎄요. 일단 논문조작이 의심된다는 것과 또 어떻게 보면 수의과대학이고, 또 두 분 다 줄기세포 관련 연구라는 형태이기 때문에 아마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저희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별개의 사안이라는 건 무슨 말씀이세요?

◆ 우희종> 즉, 그 사건이 이어져 있다거나.

◇ 김현정> 그 사이의 연관성은 없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강 교수는 “데이터가 중복사용 된 건 맞다. 하지만 고의가 아니라 단순 실수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던데요. 실수냐, 고의냐 어떻게 보십니까?

◆ 우희종> 일단 제기된 문제 부분을 저희가 살펴보면 그것이 단순 실수라 하더라도 일반 과학자라면 즉, 과학자에 대해서 또 훈련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런 것들이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최종적인 확인을 해 봐야 단순 실수라고 인정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좀 그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고요.

◇ 김현정>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됐다. 그럼 이번 한 건만이 아닌가요?

◆ 우희종> 문제제기 하셨던 부분을 보면 거의 50여 건 이상의 사안이 지적되어 있고요. 그 중에 어쨌든 특히 해당 교수의 입장에서 봐도 10건 이상 오류, 실수라고 이렇게 인정된 부분이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청취자 한 분이 자세한 사례를 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질문을 주셨네요. 그러니까 ‘A실험과 B실험, 다른 것을 하면서 사진은 똑같은 걸 썼다.’ 이런 게 맞습니까?

◆ 우희종> 네, 사진 중에 일부를 똑같은 걸 쓰고요.

◇ 김현정> 엄연히 다른 실험을 따로 따로 했어야 되는데?

◆ 우희종> 한 번 실험해야 될 것을 이렇게 따로 따로 해서 그 결과를 짜서 맞췄다. 이런 형태가 된 거죠. 그게 과연 단순 실수냐, 아니면 의도가 있느냐 하는 부분이 남아 있는 거고요.

◇ 김현정> 지금 보면 강 교수가 2년 전에도 똑같이 논문에 사진을 중복사용해서 논란이 됐었다고 보도가 나오던데, 그때 일도 기억하세요?

◆ 우희종> 이건 저희는 사실 몰랐습니다. 아마 내부적으로 처리됐던 것 같고요, 그 당시에.

◇ 김현정> 같은 수의대 교수님들끼리도 모르셨어요?

◆ 우희종> 네.

◇ 김현정> 그러면 학교에서는 알고, 어떻게 처리를 했습니까?

◆ 우희종> 그건 아마 대학본부에 이런 연구윤리를 조사하는 부서가 있는데, 아마 학교로 연락이 와서 해당교수님이 소명을 받아들여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럼 말하자면 경고조치, 구두경고, 이 정도로 하고 넘어간 거군요?

◆ 우희종> 구두경고를 했는지 아니면 그 당시 의혹이 있었을 적에 이 해당교수가 얘기한 것을 대학본부가 그냥 인정해서 괜찮다고 넘어갔을지도 모르고요.

◇ 김현정> 그런데 황우석 교수의 논문 건으로 그렇게 호되게 곤욕을 치른 분야가 바로 줄기세포연구 분야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는가. 이해가 안 간다는 분들 많으세요. 도대체 무슨 문제입니까?

◆ 우희종> 이것이 꼭 줄기세포 연구에서 자주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건 어떻게 보면 줄기세포 연구가 굉장히 경쟁이 심한 부분이다 보니까 해당분야의 연구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많은 연구 논문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역시 그 바닥에 깔려 있는 건 요즘 우리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일종의 신자유주의적인 시각이 학원 내까지 들어와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무슨 말씀이세요?

◆ 우희종> 왜냐하면 무조건 생산성이 강조되면서 논문 숫자가 중요하게 돼버렸거든요.

◇ 김현정> 논문 수를 가지고 교수들을 평가하는군요?

◆ 우희종> 네, 1년 단위로 교수들을 논문 숫자로 평가하고, 또 그 평가가 실제 연구비를 신청한다든지 혹은 개인의 월급 액수까지 반영이 되는 상황이다 보니까.. 많은 교수들 중에는 성실한 연구보다는 당장 논문 수를 늘리는 것에 굉장히 신경 쓰는 교수들도 일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가 겹쳐서 이런 상황이 더욱 나타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요.

◇ 김현정> 듣기로는 ‘이번에 그냥 세포 하나 제공한 사람도 그 논문에 이름이 올라갔다.’ 이런 얘기도 있어요..

◆ 우희종> 그건 좀 잘못된 거죠. 우리들이 실험할 때 세포를 누가 줬으면 그 논문 중에 간단히 고맙다든지 이렇게 쓰는 것이지, 공조자로 올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물론이죠. 그런데 그런 일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말씀이세요?

◆ 우희종>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그러니까 논문의 질이 아니라 논문의 수로 교수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라면 유독 서울대 수의학과만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모든 대학에서 이런 문제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 우희종>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수평가 자체가 갈수록 심해지고 그것의 주 기준이 논문 숫자다 보니까 실험 결과를 조작해서 하는 교수들이나 방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논문에 적당히 이름을 얹어줘서 서로 논문 숫자를 늘려주고, 이런 게 참 우려되는 상황이죠. 이건 꼭 수의대뿐만 아니라 지금 대학가 자체, 이런 풍조라고나 할까.. 참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 김현정> 반대로 오랫동안 한 10년, 20년 데이터를 꾸준히 관찰해서 쓸 수 있는 논문, 이런 걸 쓰고 싶은 교수들은 막상 그런 연구를 들어가지 못하거나 아니면 들어갔을 때 불이익을 당하거나 이럴 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 우희종> 불이익을 당합니다. 실제로 자기 학문적 소신을 지켜서 꾸준히 그런 1년 단위로 논문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교수들은 객관적으로는 능력이 없다든지 이런 식의 연구비 수령이나 교수평가, 혹은 받는 월급 이 자체에 다 불이익을 받고 있죠. 그래서 웬만한 학문적 소신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지금 상황에서는 참 자신의 어떤 연구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는 것이 힘든 상황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렇네요. 결국은 대학의 교수평가시스템의 문제, 부정을 저질러도 검증이 안 되는 상황. 거기에 학자적인 양심을 팔아넘긴 일부 교수들까지 겹쳐지면서 발생한 논문 조작 사건이다. 이렇게 결론이 내려지겠네요.

◆ 우희종> 이번 상황이 논문조작으로 밝혀진다면 역시 그러한 부분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황우석 박사 사태 이후에 대학들이 연구 부정행위를 철저하게 검증하겠다.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그건 여전히 안 되는 겁니까?

◆ 우희종> 사실 이런 문제는 어떤 검증시스템의 강화로서 방지하거나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배우고 지켜야 될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런 조작이 생긴 거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은 최소한 학계 내에서는 누구나 지킬 거라고 연구자 간의 그런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는 겁니다. 그런 신뢰 자체를 검증시스템으로 뭐 확인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은 이러한 연구자 자신들의 어떤 기본적인 윤리교육이 강화되어야 되겠죠.

◇ 김현정> 실은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 그걸 검증한다는 게 쉽지도 않겠어요. 동료들끼리 눈감아주면 그게 그만일 수도 있겠어요?

◆ 우희종>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공저자 간의 책임문제가 중요한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도 얘기되는 거 보면 공저자들 간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나는 관련이 없다는 식의, 그러한 입장이 예전의 황우석 박사 때 논문처럼 똑같은 상황이라 조금 아쉽습니다.

◇ 김현정> 외국 학계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외국 학계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나요?

◆ 우희종> 네, 외국 대학에서도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아주 엄격하게, 이런 문제 자체는 연구자의 기본적인 소양이기는 합니다만. 이것이 발생했다 그러면 아주 엄격한 조사가 이뤄지고, 거기에서 문제가 지적이 된 연구자는 철저하게 학계에서 퇴출이 됩니다.

◇ 김현정> 아예 퇴출시켜버립니까? 학계에 다시는 발을 디디지 못하게?

◆ 우희종> 그렇죠, 학계 자체도 그런 분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을 인정을 안 하는데,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관용적이에요.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과학 문화가 조금은 성숙해야 된다는 입장입니다.

◇ 김현정> 왜 관용적일까요, 우리나라는?

◆ 우희종> 그게 결국 어떻게 보면 온정주의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요.

◇ 김현정> ‘어떻게 이런 거 하나로 저 사람의 인생을 망치겠어?’ 이런 정이 거기에도 개입하는 거네요?

◆ 우희종> 어떻게 할까 이런 봐주기와 더불어서 결국 그러한 어떤 그 문제의식이 아직은 제대로 자리 잡지 않고, ‘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수준이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 김현정> 우리가 그렇게 온정으로 하나 덮고 넘어감으로 인해서 국제적으로는 신뢰도가 굉장히 떨어지는 거 아닌가요? 국제 학계에서?

◆ 우희종> 그렇죠. 이것은 그렇게 할 때 대학 혹은 그 학계, 그 자체의 수준이랄까 거기서 나오는 연구의 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온정주의는 인간적으로는 이해되지만, 분명히 공과 사는 구분해야 될 거라고 봅니다.

◇ 김현정> 어떤 실질적인 대책이 좀 시급하게 필요할까요?

◆ 우희종> 어떻게 보면 실질적인 대책은 이미 황우석 박사 사태 때 다 나왔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대책의 문제이기 전에 각 학문 분야를 다루는 학계에서 좀 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자꾸 환기시키고 이런 것들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문화운동이랄까? 학계 내의 자성운동이랄까.. 이게 필요한 거 같아요. 이게 제도가 모자라서 그렇다기보다는 이러한 연구 구성원 하나하나의 인식의 문제인데. 이런 기본소양을 지키지 않을 때 이런 것은 자꾸 반복될 거라고 봅니다.

◇ 김현정> '실명제보원칙을 바꾸자.' 이런 의견도 있더라고요. 제보하려면 실명으로 해야 되는데 이걸 좀 바꾸면 활발하게 지적이 되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 우희종> 그것도 가능한 방법이기는 합니다. 그랬을 적에 학계 자체 내에서 이러한 것들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든다면 그것이 같이 맞물려 가면 되고요. 왜냐하면 실명이 없을 적에 그야말로 음해성의 것도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힘이 분산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실명을 안 하더라도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우 교수님. 같은 학교, 같은 학과의 문제를 아주 솔직하게 지금 다 말씀해 주셨어요. 혹시 이 인터뷰하시고 불이익 당하시는 건 아니에요? 괜찮으시겠어요?

◆ 우희종> 네, 어디까지나 학자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을 얘기한 것이고, 지금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서 제가 어떤 평가를 내린 건 아니기 때문에요. 학자라면 이해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일단은 근본적인 시스템부터 재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교수들이 논문 숫자로만, 질이 아닌 양으로만 평가받는 이 시스템. 이거부터 좀 정리가 되어야 될 것 같네요.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