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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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에세이 <연애> 출간한 배우 김여진
'고백컨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연애다. 가장 행복했고, 가장 아팠고. 그러면서 완전히 몰입했기에 기억에도 많이 남은 건 연애의 순간들이다.'
‘연애’라는 제목의 자전적 에세이집을 출간해서 화제입니다. 지난 2월에 아이 낳고 오랜만에 목소리 듣네요. 배우 김여진 씨 연결을 해 보죠. 김여진 씨, 안녕하세요?
◆ 김여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들이 이제 백일이 지났나요?
◆ 김여진> 네. 이제 막 지났고요. 오늘이 106일째입니다.
◇ 김현정> 106일. 아직은 날짜를 세고 계시군요?
◆ 김여진> (웃음) 세어지더라고요.
◇ 김현정> 제목이 '연애'입니다. 여기서 연애가 우리가 생각하는 남녀 간의 연애로만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라고요?
◆ 김여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일단 '언제 내가 이렇게 내 얘기를 열심히 하고, 또 누군가 열심히 들어주나'를 생각해 보니까 연애 초반이더라고요.
◇ 김현정> 연애 초반에 남자친구가?
◆ 김여진> 네, 그렇죠. 보통 처음 연애하기 시작할 때 '당신에게 연애를 겁니다' 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쓴 거고요. 또 안에 있는 내용 면면들도 살아왔던 순간순간들을 생각했을 때 애틋하게 기억에 남는 것, 모두다 그 감정인 것 같아요. 연애할 때의 감정이죠. 실제 연애할 때의 감정도 그렇겠지만, 좀 뭔가 기억에 딱 선명하게 남는 그 모든 일들도 연애에 들뜬 듯한 마음이고요. 그리고 그 선명한 감정이 연애감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김현정> 그 대상이 일이 됐든, 어떤 사회 문제가 됐든, 무엇이 됐든 간에 그럴 수 있겠네요. 첫 번째 페이지를 딱 펼쳐 보니까 ‘몇 번이고 날 울린 김진숙과 몇 번이고 날 참아준 김진민에게’ 이렇게 적혀 있어요.
◆ 김여진>네. (웃음)
◇ 김현정> 김진민 씨는 남편이니까 제가 이해가 되는데요. 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에 있던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 김여진> 일단 글을 쓰기 시작했던 계기가 김진숙 씨였어요. 글을 써서 뭔가 이 기억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던 사람이에요, 김진숙 씨가.
◇ 김현정>왜 그랬을까요?
◆ 김여진> 글쎄요. 굉장히 특별한 인연인 것 같아요. (크레인 위에서) 저희가 실제로 만나고 손잡고 얘기하고 보지를 못했지만 트위터로 그 사람과 소통을 하면서도 감정도 굉장히 격렬해 졌고요. '정말 저 사람이 잘못되면 나도 못 살 것 같아'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어요.
◇ 김현정> 그때도 연애하는 감정이랑 비슷했던 거군요?
◆ 김여진> 그렇죠. 거의 그 정도 강도였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출판을 한다, 안 한다를 떠나서 일단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뭔가 이렇게 붙잡고 싶어서. 그 기억을 잡고 싶어서.
◇ 김현정>이 책은 김진숙 위원한테도 보여주셨죠?
◆ 김여진> 보내드렸어요. 초판, 첫 주에 보내드렸는데 독일 가셨다가 어제 오신 걸로 알고 있거든요. 지금쯤 열심히 읽고 계시지 않을까요? (웃음)
◇ 김현정>(웃음) 뭐라고 하실까 궁금해지네요?
◆ 김여진> 되게 쑥스러워요. 당사자가 읽으면 “어? 이거 아닌데” 이럴 수도 있잖아요. 무척 두근두근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연애' 이 책을 보면 김여진 씨가 살아온 삶의 궤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데요. 보니까 대학 시절부터 사회운동을 하셨네요?
◆ 김여진>네, 그랬습니다. 제가 91 학번이고요. 아주 고민들이 많았던 시간이죠.
◇ 김현정> 그러다가 어떻게 연극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 김여진> 정말 우연한 기회였어요. (사회)운동을 하다가 그만두게 됐는데, 뭔가 옳지 않다거나 저들한테 뭐가 보기 싫다거나 이렇게 해서 합리화를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거든요. 그냥 제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만 둘래' 하면서 그만둔거라 미안함과 죄책감이라는 것도 굉장했었고요. 그러면서 내가 나를 위해 뭔가 하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되게 어려웠었죠. 그래서 정말 시간 죽이고 빈둥빈둥 지내다가 공연을 본 거예요. 연극 공연을 봤는데 그게 저를 너무 사로잡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바로 저거구나. 내가 다시 매진할 거, 내가 다시 연애할 것은 저거구나' 이렇게 느끼신거군요?
◆ 김여진>다른 할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웃음) 나는 평생 연기를 하겠다, 이렇게 생각했던 적은 없고요. 그냥 연기를 하다 보니 사실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런데 아주 매력 있고요. 점점 빠져들었어요. '이걸 좀 더 잘하고 싶어, 잘하고 싶어' 이런 욕심들이 생기다 보니까 이렇게 계속하게 됐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원래 어린 시절의 꿈은 뭐였어요?
◆ 김여진> 어린 시절의 꿈은 의사였죠.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그때 엄마, 아빠가 하라고 하는 다섯 가지 중에 한 가지가 꼭. (웃음)
◇ 김현정> 제가 듣기로도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아주 잘해서 늘 1등만 했고. 그래서 부모님은 의대를 갈 줄 알았는데 독문학을 전공하고. 대학 가더니 공부는 미뤄두고 학생운동만 하고. 또 이제 취업할 줄 알았더니 연봉 100만원짜리 연극배우가 되겠다고 하고.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겠어요?
◆ 김여진> 많이 썩였죠. 그래서 지금까지도 사실 부모님께 굉장히 미안하고 또 고맙기도 하고 그래요.
◇ 김현정> 그렇게 연극부터 시작해서 점점 명성을 얻고 영화 찍고 드라마하고 배우로서만 살았는데. 다시 사회가 보이기 시작한 건 언제, 왜입니까?
◆ 김여진> 그러니까 제 스스로 연기하는 게 만족할 수 없을 때가 있었어요. 이게 이제 욕심만큼 안 되는 거죠. 위축되고 우울해지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스스로 끊임없이 침몰해 가는 거군요?
◆ 김여진>그러면서 이제 결혼하고 조금씩 더 우울해하는 차에 2006년 법륜스님의 수련강좌에 참가하고요. JTS라는 구호단체를 알게 됐어요. 거기서 경험들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넓혀진 것 같아요.
◇ 김현정>그래서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소셜테이너가 되셨고요.
◆ 김여진> 네. (아이 울음소리)
◇ 김현정> 그런데, 김여진 씨. 지금 뒤에서 아이가 우는 거죠?
◆ 김여진> 울어요. 이 소리 들어가죠? (웃음)
◇ 김현정> 이런 게 좋습니다. 아이가 말만 할 줄 알면 이럴 때 인터뷰를 하는 건데요. (웃음) 괜찮아요, 괜찮아요. 아무튼 소셜테이너가 되셨어요. 사회 문제를 발언하는 배우, 이게 잃은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김여진>일단 얻은 게 많죠. 저 아닌 다른 많은 사람들의 사회를 많이 보게 됐어요. 제 스스로 경험을 많이 하게 됐으니까요. 그래서 만약 다시 연기를 한다면 더 잘하지 않을까, 애도 낳고 했으니까요.
◇ 김현정>이런 풍부한 경험들을 얻었고, 반면에 잃은 것도 분명히 있죠?
◆ 김여진> 있죠. 분명히 있는 게 일단 그 이후로 연기를 못하잖아요. (웃음) 사실 꼭 어떤 압박이 있다거나 외압이 있다거나 이래서가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저를 딱 보시면 고정되어 있는 이미지가 생겼잖아요.
◇ 김현정>어느 쪽이든 뭔가 색깔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인 배우?.
◆ 김여진>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몰입을 하시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데 각오는 했어요, 사실은.
◇ 김현정>그래도 후회가 좀 되지 않으세요? 아무리 각오는 했다지만?
◆ 김여진>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어떤 선택을 하든, 사실 잃는 게 있고 얻는 게 있잖아요, 지금 질문처럼.
◇ 김현정> 그러면 혹시 이제 대선인데 외국의 경우를 보면 '연예인들의 공개지지' 이런 것도 하거든요. 만약 김여진 씨 마음에 꼭 드는 후보가 나타나면, 그럼 공개지지도 할 생각도 있으세요?
◆ 김여진> 아마 하고 있지 않을까요? 트위터를 계속하게 되니까 다른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저는 어느 후보가 마음에 든다” 이런 얘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김현정>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치열한 연애가 있다면, 그게 무엇과의 연애일 수도 있고 누구와의 연애일 수도 있는데요. 어떤 연애 한번 해 보고 싶으십니까?
◆ 김여진> 지금 제 생각에는 아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기가 있으니까. 얼마 전에 남편이 “너는 걔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니?”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정말 1초도 생각을 안 하고 “응” 이렇게 대답이 되더라고요. 또 제 인생의 어떤 부분에서 뒷부분에 더 또 뭔가 이렇게 뜨겁고 치열한 어떤 경험들이 있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 김현정>김여진 씨,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연기와도 연애하고 세상과도 연애하고 아이와도 연애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 김여진>네, 고맙습니다. (웃음)
◇ 김현정>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31(목) 배우 김여진 "소셜테이너 삶 후회없다"
201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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