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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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 정치적 중립 과도하게 해석, 유감
- 문화예술계 대변 역할 누가 하겠나
<평가원>
- 현역정치인, 중립성 유지 기준 검정
- 안철수도 대선출마시 검토 대상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시인 도종환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윤현진 본부장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얼마 전까지는 시인이었지만 이제는 국회의원이 된 도종환 씨의 시. ‘담쟁이’의 일부분입니다. 이 시는 이미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고 또 교과서를 통해서 학생들이 배우고 있죠.
그런데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 ‘담쟁이’라는 시를 포함해서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지금 논란이 크게 일고 있는데요. 평가원의 입장, 그리고 도종환 의원의 입장 차례로 들어보도록 하죠.
먼저 당사자입니다.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이번에 평가원으로부터 삭제 권고를 받은 작품. 어떤 것들이죠?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또 ‘여백’이라는 시. ‘수제비’ 그리고 ‘담쟁이’ 이런 시들과 또 산문입니다.
◇ 김현정> 시 다섯 편과 산문 두 편인가요?
◆ 도종환> 네.
◇ 김현정> 이 작품들 중에 어떤 정치적인 내용이나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있습니까?
◆ 도종환> 전혀 없죠.
◇ 김현정> 전혀 없습니까?
◆ 도종환> 네, 그렇고요. 또 한 10년 전부터 제 시가 초중고 학생들 교과서에 실려 있었고 그동안 많이 배웠고.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으면 벌써 문제가 되었죠.
◇ 김현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삭제 권고 조치를 내리면서 '검정 규정이라는 게 있다. 거기 보면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해서 현역 정치인의 경우 수록을 배제하는 게 원칙이다' 이렇게 밝히고 있는데요. 뭐라고 답변하시겠습니까?
◆ 도종환> 규정에 현역 정치인이기 때문에 배제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 있는 건 아니고요. '정치적, 파당적,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거나 특정 종교 교육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된 내용이 있는가' 이게 검증 기준의 내용이에요. 그러니까 정치인이기 때문에 안 된다, 이건 정치적 중립성 유지 부분을 과도하게 해석한 거라고요.
◇ 김현정> 정치에 대한 어떤 편견이 있었다, 야당 의원이기 때문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 도종환>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여당 의원이던 김춘수 시인의 경우에는 전혀 이런 식의 배제적용 같은, 권고 이런 게 없었거든요.
◇ 김현정> '꽃'의 김춘수 시인이요?
◆ 도종환> 네, 70년대 후반부터 그분의 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라는 시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었고요. 그리고 80년 초에 민정당 11대 전국구 의원으로 저같이 비례대표 의원이 되신 거죠. 그렇게 활동을 하셨지만, 김춘수 시인의 시를 빼라는 권고나 논란은 없었던 거죠.
◇ 김현정> 그런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도종환 의원의 시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이자스민 의원 역시 일반인 시절에 찍은 영화 '완득이' 사진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이것도 같은 이유로 수정 보완을 요구한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요. 그럼 형평성에 맞는 거 아닌가요?
◆ 도종환>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이건 이자스민 의원의 어떤 작품이라기보다 완득이라는 소설을 영화화한 것에서 완득이 어머니 역할을 했던 한 장면이 수록되었던 거죠. 그런데 이것도 저는 구태여 뺄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굉장히 높이는 데 우호적인 생각을 갖게 한 것에 이 영화와 소설이 굉장히 기여를 했어요. 그런데 그걸 이렇게 이런 식의 기계적으로, 또 과도하게 정치적 중립성 또는 교육의 중립성 유지를 위해서 적용하는 것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사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건가요?
◆ 도종환> 일단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판사로 수정 권고를 보낸 거거든요. 사실상의 삭제를 요구하는 권고를 보냈으니까 절차상으로 보면 출판사에서 이걸 수정․교체를 해서, 말하자면 빼서 다른 작품으로 한 단원을 새로 구성하고, 학습활동을 넣고, 디자인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색을 넣고 이렇게 작업을 해서 제출을 하는 거거든요. 7월 18일까지 제출해서 심사를 받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합격이 취소된다' 라는 공문을 받은 출판사들은 어쩔 수 없이 이 권고에 다 따르게 될 거라고 봐요.
◇ 김현정> 이것 때문에 불합격 받아서 불이익당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말씀이시군요?
◆ 도종환> 출판사에서는 '이걸 어기고 끝까지 고집할 만한 데는 거의 없다' 말을 하더라고요.
◇ 김현정>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괜히 정치했다, 착잡한 마음에 이런 후회까지도 드시겠어요?
◆ 도종환> 그런 착잡함이 있습니다. 저는 문화예술계를 대변하는 비례대표이죠. 문화예술인들의 복지나 지역문화 진흥이나 문화예술의 발전, 또 우리 문화가 해외에 제대로 알려지는 데 어떤 역할을 하자, 이런 나름대로 생각을 갖고 들어왔는데요. 이런 식의 불이익을 당한다면 앞으로 어떤 시인, 영화인, 예술인들이 이런 선택을 하겠어요.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일이 개인적으로 이렇게 너무 큰 희생이 따르는 거라면, 누가 와서 문화예술계를 대변하는 일을 하겠어요?
◇ 김현정> 예술인의 입을 막는 행동이라는 말씀이군요.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님, 오늘 의견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입장도 들어보죠. 윤현진 교과서검정본부장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도종환 의원의 작품을 삭제하도록 권고한 핵심적인 이유는 뭔가요?
◆ 윤현진> 그건 '교육의 중립성 유지라는 검정 기준' 입니다. 해서 저자께서는 지금 현역 정치인이기 때문에 특정인물에 대한 편파적인 인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에서 수정․보완 요구를 하게 된 것입니다.
◇ 김현정> 교육의 중립성이 기준이었다는 말씀. 그런데 그 교육의 중립성, 정치적인 중립성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거 아닙니까?
◆ 윤현진> 그럴 수도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정치인이기 때문에 작품까지 정치적인 거냐, 이 부분도 다른 문제고요.
◆ 윤현진> 좀 그렇기는 합니다.
◇ 김현정> 그렇다고 인정한다면 이게 권고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것 아닌가요?
◆ 윤현진> 그렇다기보다 저희 기준에서는 그동안 사실 정치인의 글이 들어간 적이 없는데요. 물론 작년, 지금 현재 시중에 있는 교과서에 있는 시인의 시 자체가 다 훌륭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정치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편파적인 인식을 가져올 수 있지 않겠나' 라는 의견이 검정심의에서 있어서 수정․보완 권고를 하게 된 거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럼 앞으로 이분이 쓰는 시가 정치적으로 편파적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막아놓는다, 이런 말씀이세요?
◆ 윤현진> 그런 의도는 아니고요. 아무래도 정치인의 시가 자꾸 교과서에 나오는 게 혹시라도 옹호하는 역할을 하지 않나 그런 얘기를 했는데, 지금 그건 권고인 상황이고요. 권고라는 것이 반드시 삭제해야 된다는 조항은 아닙니다. 그래서 집필자들이 판단해서 조금 아까 시인께서, 도 의원님께서는 '무조건 이거 다 삭제해야 되는 거냐' 그런 얘기를 하셨는데 그런 건 아니고요. 집필자들이 또 다시 판단을 하셔서 권고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그 부분을 다시 또 심의하는 절차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집필자가 마음대로 하기는 하는 겁니다만, '정부에서 권고가 내려지게 되면, 괜히 시를 넣었다가 이게 불합격 되면 경제적으로 다시 한 번 찍어야 되는 부담을 안게 될까 봐 미리 그냥 빼고 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권고가 명령이나 마찬가지다' 출판계에서는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 윤현진>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만, 아마 그렇게 인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기준 얘기로 다시 한 번 돌아와 보죠. 앞에서 도종환 의원은 김춘수 시인의 예를 들었습니다. "1980년대 의원을 지냈지만 이분의 시는 교과서에 여전히 있다"
◆ 윤현진> 그때는 검정교과서가 아니었고요. 국어교과서가 그때는 국정교과서였습니다. 나라에서 한 권을 만드는 교과서였기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나라에서 국정교과서일 때도 이게 문제가 없었다?
◆ 윤현진> 국정교과서일 때 물론 심의에는 있었습니다만, 지금과 같은 검정기준이라든가 그런 것은 없었죠.
◇ 김현정> 그럼 본부장님께서는 그때도 김춘수 시인의 시를 뺏었어야 마땅하다고 보세요?
◆ 윤현진> 글쎄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김춘수 시인의 ‘꽃’ 하면 대표적인 작품이고, 우리나라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사람도 많은데요. 이것도 지금 같은 기준이면 삭제해야 되는 거네요?
◆ 윤현진> 지금과 같은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출연한 영화사진도 삭제해라' 이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까?
◆ 윤현진>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영화는 그 분의 출연과 상관없이 '이미 다문화사회의 문제점을 환기시킨 영화, 가장 대표작인데 영화사진이 들어가는 게 무슨 문제냐? 예술로 봐 달라' 이런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요?
◆ 윤현진> 그래서 도종환 의원님의 시, 그리고 이자스민 의원의 경우도 저희가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다시 한 번 재검토를 하려고 합니다.
◇ 김현정> 재검토를 한다, 이 부분은 지금 재고의 여지, 재론의 여지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윤현진> 재론의 여지는 늘 있습니다.
◇ 김현정> 어제는 "선관위 뜻에 따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잠깐 했다가 선관위에서 “이게 무슨 말이냐.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또 이렇게 얘기하는 해프닝도 있었는데요.
◆ 윤현진>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 부분은 정리가 된 건가요?
◆ 윤현진> 좀 더 한번, 신중하게 고려하자는 의견이었고요. 물론 이것이 그렇게 정치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 해석의 차이가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각자 해석의 차이가 있겠다는 점에서 저희가 한번 다각도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하자는 차원에서 그런 의견을 제시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교과서에 보면 안철수 교수에 대해서 다룬 교과서들도 많아요. 진로, 직업 이런 분야에서요. 이건 대선출마의 여부에 따라 정치적 중립 해석 아닙니까?
◆ 윤현진> 지금 현재 나와 있는 교과서는 검정 중에 있는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또 다른 경우입니다. 작년에 나온 교과서이기 때문에요.
◇ 김현정> 그럼 대선 출마를 하고 내년도 교과서에 다시 검정하게 되면?
◆ 윤현진> 그때는 아마 다시 또 논의가 되어야 될 것입니다.
◇ 김현정> 지금 같은 기준이라면 안철수 교수도 다 빼야겠네요?
◆ 윤현진> 그건 저희가 원해서 정한다기보다는 검정심의에서, 교과별 심의에서 정하는 문제입니다.
◇ 김현정> 지금과 같은 기준과 잣대라면 그렇게 되는 거겠죠. 재론의 여지가 아까 있다고 하셨는데 언제 회의가 다시 열리나요?
◆ 윤현진> 곧 열리고요. 원래대로 일정상으로는 7월 22일에 저희가 수정․보완 권고사항을 내리면 그 부분에 대해서 물론 반영하기로 하고 반영하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요. 반영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근거를 제시하게 됩니다. 그 근거가 합당하다면 검증심의에서 수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7월 22일에 공식적인 절차가 있고요. 저희는 그 전에 한번, 이른 시일에 이 부분을 재검토해서 교육의 중립성 유지, 그 부분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하는 회의를 하고자 합니다.
◇ 김현정>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10(화) 도종환 민주당 의원 "착잡하다" vs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재검토하겠다"
201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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