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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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19(목)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수학, 마침내 세계 정상에 오르다"
2012.07.19
조회 257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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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포스텍 수학과 박형주 교수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그러니까 세계에서 수학 잘한다는 학생들이 모여서 겨루는 대회인데요. 우리나라에서 6명의 고등학생이 대표로 참가했고 25년 만에 처음으로 종합 1위를 거머쥐었습니다. 게다가 전원 금메달이라고 하는데. 수학 잘하는 비결 한번 들어볼까요.
국제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 맡고 계신 분이세요, 포항공대 수학과 박형주 교수 연결되어 있습니다. 박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박형주>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이번 대회에 몇 나라나 참가했습니까?

◆ 박형주> 100개국이 참석했죠. 548명의 수학 영재가 참가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종합 1위. 이게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인가요?

◆ 박형주> 처음이죠.

◇ 김현정> 올림피아드가 문제가 어렵기로 유명하다던데. 예를 들면 어떤 식의 문제가 나오는 건가요?

◆ 박형주> 이게 참 어렵죠. 그러니까 제가 그냥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이번에 나온 3번 문항을 제가 그냥 읽어드리겠습니다. 앵커께서 한번 맞혀보시죠.

◇ 김현정> 네, 풀겠습니다.

◆ 박형주> A와 B가 거짓말쟁이 게임을 한다. 게임이 시작할 때 A는 먼저 양의 정수 2가지를 선택한 뒤에 B에게 하나는 감추고 나머지가 무엇인지를 정직하게 알려준다.
이 정직하게 알려준 수가 2의 k승보다 크거나 같으면 B의 필승 전략이 존재함을 증명하라.

◇ 김현정> 끝났어요, 문제가?

◆ 박형주> 네.

◇ 김현정> 무슨 말씀하신 건지 저는. 일단 질문. 제가 지금 질문 연필을 쥐고 있었는데 질문 자체를 이해를 못했어요.

◆ 박형주>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학 문제가 공식에다가 숫자 대입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수학 문제는 굉장히 다양한 문제들이 있죠. 아주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 김현정> 이런 것을 얼마 동안에 푸는 거예요. 시간을 얼마나 줍니까?

◆ 박형주> 이틀 동안 푸는데요. 하나에 세 문제씩 그러니까 이틀 동안 여섯 문제를 푸는데요. 하루 동안 4시간 반을 줍니다. 한 문제당 평균 1시간 반을 쓰는 거죠.

◇ 김현정> 이런 문제로 수학올림피아드를 치르는 거군요. 작년에는 우리나라가 13위 했어요.

◆ 박형주>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그게 북한은 7위 했는데 우리는 13위 이렇게 됐느냐 한참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어떻게 이번에는 쭉 뛰어서 1등을 하게 되었습니까?

◆ 박형주> 당시에 저희가 학생 선발 시스템의 문제를 아마 많이들 제기했는데요.
정부가 사교육의 관련된 문제가 있어서 대입에서도 이런 걸 반영 못 하게 하고 그 다음에 학생 선발과정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고 교사 추천서 등만 사용하는 그런 사정관제도를 사용하게 됐었는데요. 그러면서 우수한 학생을 찾기가 굉장히 힘들어졌거든요.

올해도 물론 제도 자체는 똑같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하지만 작년에 그렇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북한에게도 밀린 13위를 하면서 충격파가 워낙 컸죠.
그런 이유 때문에 같은 제도하에서도 여러 가지 운영상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학습능력이 중요한 분야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영재성의 조기발굴이 더 중요한 분야도 또 있는 건데요. 대표적인 그런 분야가 음악과 수학입니다. 그래서 작년에 충격 이후에 추천서를 쓰시는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서 상당한 발굴 노력을 기울여주신 것 같고요.

◇ 김현정> 숨어 있는 영재들을 이번에 잘 발굴을 한 거군요, 그러니까.

◆ 박형주> 그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참가자들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하고 훈련하는 것도 있고요?

◆ 박형주> 그렇죠. 그러니까 저희가 수학을 혼자 푼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학생들이 그러니까 선의의 경쟁도 하면서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협력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하는 그런 방식의 교육을 합니다. 그래서 캠프를 통해서 특별교육을 하죠.

◇ 김현정> 특별교육도 하고. 수학교수님 만난 김에 제가 여쭤봐야겠어요. 저는 솔직히 모든 과목 중에서 수학을 제일 싫어했습니다. 싫어하니까 못하고요. 못하니까 싫어하고 이게 악순환이었는데 도대체 수학 잘하는 비법, 비결이라는 게 있나요.

◆ 박형주> 자주 듣는데요. 이런 질문을 참 난감하죠. 저희 때도 저를 포함해서 책을 앞에서부터 뒤 끝까지 거의 다 외우는 수준으로 열심히 문제도 풀고 이랬었죠.
그렇지만 이제 지금은 저는 그게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고요.
요즘 한국 수학 교육의 화두가 스토리텔링입니다. 스토리텔링이죠. 여러 가지 어떤 상황들에서 그런 상황들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제시하면서 학생들이 수학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하는 그런 교육을 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예를 들어서 요즘 작년 말에 EBS에서 방송된 문명과 수학이라는 다큐멘터리 5부작이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가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을 통해서 수학의 역사성, 역사적 맥락에서의 수학도 배우고 그리고 어떤 철학을 포함한 그런 인문학적 전통에서 수학의 역할도 배우고 이런 여러 가지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아이들이 수학을 접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앞에서 어려운 문제 내주셨잖아요. 그것도 말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연산이 아니라, 복잡한 연산이 아니라 내용을 이해해야지만 풀 수 있는 이런 연습을 많이 해야 되는 거군요.

◆ 박형주> 그렇죠.

◇ 김현정> 흔히들 수학은 타고나야 된다. 이건 뭐 아무리 우리가 열심히 해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못한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이게 사실인가요?

◆ 박형주> 저희가 작년에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말씀을 한번 드렸던 적이 있는데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학습능력이 중요한 분야도 있지만, 역시 영재성의 조기 발굴의 중요한 분야가 역시 음악과 수학이라고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노력을 통해서 달성한, 우리가 필요한 많은 수학은 대부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 분야에서 정말 몇 백년을 안 풀리는 난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분명 천재성이 또 필요하죠.

◇ 김현정> 이번 한 번 1위 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몇몇 특출난 학생들 1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해서 우리 수학 교육 전반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는데요. 교수님, 이런 게 필요하다, 한 말씀해 주신다면?

◆ 박형주> 저희가 보통 스포츠 얘기할 때도 대중스포츠와 엘리트스포츠를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마찬가지로 우리가 수학도 학생들이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아주 잘 교양순으로 배우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는 게 중요하죠.
그렇지만 차범근이나 김연아가 출연하면 동네축구가 유행하고 스케이트장이 붐비지 않습니까? 이렇게 이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학생들의 선전이 또는 어떤 필즈상을 받는 수학자의 출현이 엘리트스포츠가 주는 영향처럼 어떤 롤모델을 만들어주고 학생들한테 여기에도 뭔가 새로운 세상이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어서 그래서 이런 일들은 굉장히 고무적이고요. 저희가 이걸 일회성 또는 한 번 1위 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 학생들이 실제로 과학자가 되고 또는 수학자가 되고 그러면서 한국 과학을 끌고 가는 그런 어떤 시발점이 되도록 저희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죠.

◇ 김현정> 맞아요. 이번에 상 탄 학생들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 들어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좀 발굴해서 노벨 수학자도 나오고 노벨과학상 수상자도 나오고 이렇게 좀 끝까지 키워주십시오.

◆ 박형주> 네, 그러겠습니다.

◇ 김현정>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