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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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17(화) 김창근 신공항하이웨이 과장"1년 뒤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
2012.07.17
조회 47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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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신공항하이웨이 김창근 과장



여러분, 편지를 보냈는데 이걸 보내면 365일 만에 도착하는 우체통이 있다. 들어보셨습니까? 느린 우체통인데요. 최초로 인천공항에 세워졌는데 이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내신 분,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신항공하이웨이의 김창근 과장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 김창근>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느린 우체통. 그러니까 모양은 그냥 평범한 빨간 우체통인가요?

◆ 김창근>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거기에 편지를 넣으면 느리게 느리게 1년이 걸린다.

◆ 김창근> 그렇죠.

◇ 김현정> 일부러 그렇게 오래 묵혀뒀다가 배달을 하는 건가요?

◆ 김창근>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보내주는 것은 일반 우편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뭔가 여기서 좀 특색 있는 걸 해 보자.
그래서 이제 어떤 타임캡슐 아이디어를 내서 편지를 써 넣으면 이제 1년 있다가 보내드리는, 그런 걸 기획을 하게 됐죠.

◇ 김현정> 참 요즘 빨리 빨리 빨리가 만능인 세상에 살고 있는데 역발상이네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 김창근> (웃음) 저희도 고속도로인데 빨리 가야 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하이웨이.

◆ 김창근> 그렇죠. 빠른 것이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고 그 다음에 속도를 줄이는 게 다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는데. 우편도 그렇고 이제 그게 택배가 되고 또 그게 퀵서비스가 되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이 생기면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다는 거죠.
그런 게 이제 아날로그 문화라고 얘기를 하는 것들인데 이런 것들 한번 되살려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서 한번 접근을 했고요.
그래서 제가 이제 2004년도에 영종대교기념관에 발령을 받아서 근무를 하게 됐는데 여기 같은 경우에는 해외 여행객들도 있고 신혼부부들도 그렇고 유학생들도 그렇고.
일단 해외를 가시는 분들이 들르게 되잖아요. 이런 분들이 어떤 특색 있게 이런 것들을 편지로 한번 써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게 돼서 이제 그때 생각을 하게 됐는데.
실제로 이 편지도 우체통도 이름처럼 아주 느리게 나중에 5년이 걸려서 세워졌죠.

◇ 김현정> 아이디어 낸 후로 5년 만에. 왜요? 반응이 별로 안 좋았나요?

◆ 김창근> 처음에는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근처 우체국장님도 한번 찾아뵀었어요.
이런 저런 생각이 있는데 요새 너무 편지 쓰는 문화가 없어지지 않았느냐? 그리고 이제 집배원들이 예전에는 좋은 소식을 주시는 분들이었는데 지금은 고지서만 주고 다니는데 이런 거 좀 한번 바꿔보면 어떻겠느냐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우체국장님 측에서는 그게 당연한 건데 우체국은 신속과 정확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조금 쉽지는 않았고.

◇ 김현정> 마지막에는 어떻게 신공항하이웨이 측에서, 회사에서 만든 거군요. 우체국에서 한 게 아니라.

◆ 김창근> 네, 그랬었죠.

◇ 김현정>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느린 우체통 1호가 세워졌는데.
거기에 보니까 이렇게 쓰여져 있어요. ‘이 우편물은 1년 후에 배달됩니다.’
그러면 처음에 이 우체통에 접수하러 온 분들이 상당히 황당해했을 것 같아요.

◆ 김창근> 이제 아무래도 그렇죠. 아무래도 황당해하시고.
그런데 특색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좀 많았어요. 그리고 이제 재미 삼아 넣어봤는데 이게 정말 돌아올 지는 모른 거죠. 잊고 있다가.

◇ 김현정> 그냥 이거 재미 삼아 넣고 끝나는구나 했는데 1년 뒤에 정확하게 그 날 와요?

◆ 김창근> 거의 뭐 2, 3일 차이 정도는 있지만 거의 그때쯤에 도착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신기하다?

◆ 김창근> 네, 그렇죠.

◇ 김현정> 지금은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겠죠, 느린 우체통인지 알고.

◆ 김창근> 그런 거 좀 많이 알려졌고요. 또 전국에 지금 많이 생겼고.

◇ 김현정> 몇 개나 생겼어요?

◆ 김창근> 제가 알기로는 처음 저희한테 문의 온 곳이 전라남도 관광진흥과에서 청산도에. 거기가 이제 슬로시티잖아요. “그래서 컨셉이 좀 맞다. 자기네도 좀 할 수 없겠느냐” 그래서 편지 쓰는 일인데 이게 편지를 써서 지금 사람들 사이의 체감, 정감 온도를 높이자는 게 취지인데 어디서든 못하겠느냐. 그쪽에서도 하셔라 그래서 그쪽이 아마 두번째로 알고 있고요. 그 다음에 지금 산부인과에서도 그 다음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여러 곳에서 펜션에서도, 병원에서도 되게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한 600여 곳 된다, 이렇더라고요.

◆ 김창근> 얼마 전에 이제 우정사업본부에서 각 박물관, 기념관 또 이런 쪽에 한 5~600개 정도 이런 저희 우체통을 벤치마킹해서 전국에 이렇게 확대 보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저는 들으면서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영화 편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 김창근> 아마 그것도 어느 정도 모티브가 될 수 있었겠죠.

◇ 김현정> 그렇죠. 전해 놓고 한참 뒤에 바라볼 때 그 감동, 그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 받아본 우체통, 느린 우체통에 담겨 있는 편지들 중에 받아본 편지 중에 혹시 기억나는 사연 같은 거, 특별한 거 없으세요?

◆ 김창근> 기억나는 게 몇 가지가 있는데 사실 이건 절대로 돌려주지를 않거든요.
그런데 간혹 1년에 한두 번 정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연인으로 왔다가 이제 1년을 못 버티고 어떻게 좀 헤어진 거죠.

◇ 김현정> 갈라졌어요?

◆ 김창근>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지우개를 들고 과거로 찾아가서 다시 지울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돌려주지는 않는데 어느 한 분이 정말 찾아오셔서 남자친구가 결혼을 했다.

◇ 김현정> 새로운 남자친구와?

◆ 김창근> 아니요. 여자분의 남자친구가 같이 있었던 남자친구가 결혼을 했다, 다른 사람하고.

◇ 김현정>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 김창근> 네. 그런데 이제 이 편지가 가면 그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지. 이게 오히려 이 편지가 걸림돌이 될 수 있겠다.

◇ 김현정> 그때는 돌려줘야 되겠네요.

◆ 김창근> 네. 그래서 너무 그게 진심이 너무 보이잖아요. 그래서 그것만 좀 한 달치를 다 뒤져서 이제 부치지 않은 사례가 있고요.
또 하나는 지금은 봉합엽서라고 해서 사실 내용은 볼 수는 없게 되어 있고요.
초기에는 우편 그림엽서라서 사연을 좀 볼 수가 있었었는데 어떤 사연이 있냐 하면 이제 딸이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예요.
그런데 어머니가 시한부 선고를 받으신 거죠. 그래서 그 편지 내용이 1년 있다가 이 편지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그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지는데. 그런 사연도 이제 좀 있었죠.

◇ 김현정> 어머님이 받아보셨어요, 1년 후에?

◆ 김창근>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 김현정> 배달은 됐는데 어떻게 되셨을까. 그래요. 참 요즘 빠르게 빠르게 신속함만을 중시하는 세상인데 느림이 갖는 의미, 미학을 생각해 보는 아침이었습니다. 이 느린 우체통 많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김창근> 네. 그렇습니다. 많이 좀 쓰시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우리 어린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이 편지를 모르잖아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꼭 한번 데리고 와서 저희 영종대교기념관도 있지만 여러 곳에 이런 게 생기고 있으니까 편지 쓰는 걸 좀 이렇게 많이 알려주셔서 받는 기쁨, 주는 기쁨, 그런 걸 좀 느끼게 해 줬으면 좋겠네요.

◇ 김현정>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