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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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11(수) 이길웅 영사기사 "55년 '알프레도', 마지막 상영하는 날"
2012.07.11
조회 514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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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대문아트홀 (옛 화양극장) 이길웅 영사기사



오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곳이 한 곳 있습니다. 손으로 필름을 돌리고 단 한 개의 영화만 상영하는 이른바 단관극장. 단관극장이 서울에 별로 없죠. 서울에 남아 있는 유일한 단관극장, 서대문아트홀. 옛 이름은 화양극장입니다. 이 화양극장이 오늘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필름 영사기를 돌리던 마지막 영사기사 이길웅 씨 역시 마지막 출근을 합니다. 이분 별명이 시네마 천국의 알프레도죠. 알프레도의 마지막 출근길 기분이 어떨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길웅 씨입니다. 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길웅>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시라고요?

◆ 이길웅> 네, 아침에 지금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려고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기분이 어떠세요?

◆ 이길웅> 기분이 지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아침에 출근하고 12시경 좀 되면 1회가 끝나고 마지막인데 마음이 안 좋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필름 영사기를 돌린 지 그러니까 몇 년 되셨죠?

◆ 이길웅> 오래됐어요. 제가 지금 시작한 지가 여기서 27년.

◇ 김현정> 서대문아트홀, 그러니까 화양극장에서만 27년.

◆ 이길웅> 네, 27년. 전라도 목포에서, 목포극장에서 30년 가까이 했습니다.

◇ 김현정> 합이 57년이 넘네요, 그러면?

◆ 이길웅> 네. (웃음)

◇ 김현정> 와~네요, 정말. (웃음)

◆ 이길웅> 그리고 다른 데 이동도 안 하고 한 군데에서 그렇게 하려니 참. 좋으니까 그러죠.

◇ 김현정> 그런데 이 화양극장 이게 그동안 사실은 폐관이 된다, 안 된다 말이 많았습니다. 2년 정도 제가 끌어온 걸로 아는데 철거 위기에 놓였을 때마다 이 극장은 지켜야 된다, 어르신들이 문화를 제발 지켜주세요. 피켓시위를 하기고 하고 이래저래 명맥을 유지해 왔는데....자본주의 시대에 더 이상 단관극장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된 거군요.

◆ 이길웅> 네. 마침 현재 노인네들이 놀기가 참 좋은 장소였어요. 극장도 크고 아주 분위기도 좋고 참 좋은데 굉장히 아쉽네요, 진짜.

◇ 김현정> 요즘 유행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에 가기에는 너무 젊은 사람들에게 치이고.

◆ 이길웅> 맞아요, 맞아.

◇ 김현정> 옛 분위기를 그냥 아날로그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바로 이곳이었는데.

◆ 이길웅> 그리고 지금 영화도 옛날 영화를 다시 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요즘에는 어떤게 상영되나요?

◆ 이길웅> 옛날 영화들이요. 자이언트 같은 거 여러 가지 옛날 영화 지금 다시 반복하고 있어요.

◇ 김현정> 자이언트, 로마의 휴일 이런 거 쭉 하시는 거예요?

◆ 이길웅> 네. 그 영화 보신 분들하고 자꾸 대화를 하는데 자주 와요. 또 보고 또 보고 그래요.

◇ 김현정> 또 보고, 또 보고. 추억이 담긴 곳이네요, 그러니까 이곳이.

◆ 이길웅> 그렇죠.

◇ 김현정> 추억을 상영하는 곳. 참 아쉽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이길웅 선생님은 영사기사를 처음에 시작하게 된 건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 이길웅> 그게 원래부터 그냥 묘하게 그렇게 후배로서 들어가서 시작해서 그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 김현정> 몇 살에?

◆ 이길웅> 나이는 물어보지 말아요. (웃음)

◇ 김현정> 몇 살에, 시작하신 건 몇 살이신데요?

◆ 이길웅> 안 돼요. (웃음)

◇ 김현정> 10대에 시작하신 거죠, 그러니까?

◆ 이길웅> 그렇죠.

◇ 김현정> 영화가 좋아서?

◆ 이길웅> 영화가 좋아서.

◇ 김현정> 잊지 못할 추억들도 셀 수 없이 많으시겠어요?

◆ 이길웅> 네. 필름 거꾸로 돌리고, 필름 거꾸로 돌리고 옛날에 많이 있었어요. 필름을 바꿔서 끼우고 하다가 또 거꾸로 돌리고.

◇ 김현정> 거꾸로 돌리기도 한다고요?

◆ 이길웅> 필름을 감아서 다시 원위치를 해야 되는데 깜빡 잊고 갔다 와서 바로 돌린 적도 있었어요.

◇ 김현정> 그러면 관객들이 막 항의할 거 아니에요? 필름이 왜 거꾸로 돌아가냐고.

◆ 이길웅> 난리나죠. 그대로 해 나갔어요, 옛날에는. 지금 같으면 난리가 납니다, 난리가.

◇ 김현정> 난리나죠. 예전에는 손님들이 그러려니 하고 그럼 다시 돌려주세요. 이러고 보나요?.

◆ 이길웅> 네. 그리고 필름 떨어져도 그대로 해서 더 해서 주고 그럽니다.

◇ 김현정> 옛날에는 그런 거 보면 여유가 있었던 거예요.

◆ 이길웅> 네. 그래서 서로 손님들도 여유가 있고 서로 서로 하면서 했어요. 하는데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무섭더라고요.

◇ 김현정> 무서워요. (웃음) 제가 몇 년 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보니까 “영사기를 부인보다 더 아낀다” 이런 말씀하시던데. 영사기하고 대화도 하고 그러세요, 혹시?

◆ 이길웅> 내가 말 잘못했더니 혼났습니다. 혼났어 아주.

◇ 김현정> 왜요?

◆ 이길웅> 우리 집사람한테요.

◇ 김현정> 어떻게 영사기를 나보다 더 좋아한다고 하느냐고 혼나셨어요?

◆ 이길웅> 그 말이 그냥 퍼져서 동네에서도 난리예요, 난리. 아저씨, 이제 큰일났다고.

◇ 김현정> 재미있으신 분이에요. 어쨌든 부인만큼이나 사랑하는 영사기인데.

◆ 이길웅> 네, 진짜 아마 정말로 기계를 제가 한 27년 동안 이 기계가 일본에서 들어와서 그대로 그때부터 시작한 기계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깨끗해요, 기계가. 깨끗해요, 지금.

◇ 김현정> 얼마나 갈고 닦았으면.

◆ 이길웅> 그러니까요. 밤낮으로 닦고 그러니 욕 안 얻어먹게 생겼어요, 집사람한테. (웃음)

◇ 김현정> (웃음) 그 영사기하고 오늘 작별인사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 이길웅> 뽀뽀도 해 주고 보듬고 안고도 있고 작별인사도 하고 해야 되겠습니다.

◇ 김현정> 그 정든 영사기하고 어떻게 떠나시려나, 어떻게 떠나서 사시려나.

◆ 이길웅> 1회 때 이제 한 번만 딱 하면 끝나는 거죠. 아쉽습니다, 진짜...

◇ 김현정> 아쉽네요.

◆ 이길웅> 1회를 틀고, 1회를 틀고 오후쯤 되면 기계를 철수하게 됩니다.

◇ 김현정> 뜯어가는군요.

◆ 이길웅> 네. 철수해서 보관을 해 놓는데. 진짜 좀 아쉽고. 깨끗한 기계가 가서 얼마나 고생을 할까. 색깔도 변할 것이고 기계는 끝났죠, 그 기계도.

◇ 김현정> 매일 닦아주지 않으면 끝나는 거죠.

◆ 이길웅> 그렇죠, 조금만 안 하면.

◇ 김현정> 선생님만 아쉬운 게 아니고 지금 사실은 우리 청취자들도 많이 서운하실 거예요. 레코드판 떠나보낼 때도 그랬고 공중전화 사라질 때도 그랬고 이렇게 하나, 둘 사라져가는 거 볼 때마다 친구 하나 떠나보내는 것처럼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 이길웅> 정말로 그렇습니다.

◇ 김현정> 추억 속에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 이길웅>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작별인사 잘하시고요.

◆ 이길웅>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