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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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48년 런던 올림픽 마라톤 대표 최윤칠
광복 이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걸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참가한 올림픽이 바로 1948년 런던올림픽입니다. 그렇게 64년이 흐른 지금 다시 그곳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리는데요. 우리 시각으로 내일 새벽이면 개막을 하죠. 64년 전 그 런던올림픽 선수 중에 과연 살아계신 분이 있을까 저희가 찾아보니까 52명 가운데 딱 네 분이 살아계시더군요. 이 분들에게는 참 감회가 새로운 순간일 텐데요. 그 분 중의 한 분을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연결해 보겠습니다. 마라톤 대표 선수였던 대한육상경기연맹 고문이세요, 최윤칠 옹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 거죠?
◆ 최윤칠> 내가 85세예요.
◇ 김현정> 정정하시네요.
◆ 최윤칠> 네.
◇ 김현정> 64년 만에 다시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립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 최윤칠> 감개무량하죠.
◇ 김현정>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기억들이 생생하십니까?
◆ 최윤칠> 네. 우리가 런던에 갔을 때까지도 미 군정 하에 갔어요. 그랬는데 그 런던에서 8월 15일날 나라를 수립했어요. 독립이 됐다고요.
◇ 김현정> 런던에 있을 그 8월 15일에.
◆ 최윤칠> 네. 그래서 거기에서 국기를 올리고 우리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 김현정>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최윤칠> 하늘을 나는 것 같았죠.
◇ 김현정> 그렇게 되리라 생각을 하고 가셨습니까? 가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 최윤칠> 그렇죠. 대충 윗분들은 다 알았죠, 독립이 그때쯤 할 거라는 거.
◇ 김현정> 타향에서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어떠셨을까. 선생님 차근차근 우리가 그때 얘기 한번 들어보죠, 오늘. 그 당시에는 대표 선수를 어떻게 뽑았는지도 궁금해요. 입에 풀칠하기도 사실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 최윤칠> 그래도 47년도 전국체전에서 1차로 뽑고 48년 5월 달에 2차를 뽑고 그래서 선발을 했어요.
◇ 김현정> 지금처럼 제대로 뽑은 거네요. 전국체전도 있고 2차 선발도 있고.
◆ 최윤칠> 물론이죠. 있었죠. 전국체전이 언제부터 있었는데요.
◇ 김현정> 지금은 뽑고 나서 태릉선수촌 들어가서 잘 먹어가면서 체계적으로 과학적으로 훈련받는데 그 당시에는 어떻습니까?
◆ 최윤칠>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도시락을 하나 먹고 연습하면 배고파서 못 뛰었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때 몸에 고장이 자주 났거든요. 왜 고장났나 요즘 생각하면 못 먹어서 고장난 거예요.
◇ 김현정> 도시락은 어떤 걸 먹었습니까?
◆ 최윤칠> 밥만 먹어요. 고기가 어디 있어요. 잘 주는 데서는 고추장 아니면 계란 하나 주면 그만이죠.
◇ 김현정> 밥과 고추장.
◆ 최윤칠> 그럼요.
◇ 김현정> 그래서 그때는 그렇게 어렵게 훈련해서 일단 가기는 가게 됐는데 런던까지 가는 건 또 어떻게 가셨습니까?
◆ 최윤칠> 그러니까 기차 타고 배를 두 번을 타고 상해를 거쳐서 홍콩까지 갔는데 여객선만 6일 탔으니까.
◇ 김현정> 홍콩까지 가는 데 여객선만 6일을 탑니까?
◆ 최윤칠> 그럼요. 그렇게 오래 걸려요. 요즘 상상하는 것하고는 아주 하늘과 땅이에요.
◇ 김현정> 홍콩까지 가서 거기서는 비행기를 탔어요?
◆ 최윤칠> 그렇지. 우리나라는 국제선이 없고 홍콩에 국제선이 있는 거예요. 이 비행기가 또 웃겨요. 보급을 받으면 5시간밖에 못 가는데.
◇ 김현정> 기름을 넣으면 5시간밖에 못 가나요?
◆ 최윤칠> 그렇지. 그래서 가는데 맨 처음에 탄 곳이 타일랜드고요. 그 다음에 인도에 가서 두 번을 타고요. 카이로 가고요. 그 다음에 이란에서 타고 유럽에서 하루 자고. 그리고 갔다고요. 비행기만 6일을 탔어요.
◇ 김현정> 세계일주인지 올림픽 참가하러 간 건지..
◆ 최윤칠> 그러니까요. 그래서 탔는데 엉망이지, 엉망.
◇ 김현정> 가는 도중에 진을 다 빼셨겠어요?
◆ 최윤칠> 그렇지. 그때 비행기는 요즘하고 달라요. 뜨고 내릴 적에 코피 터지고 귀가 빠개지고 어지럽고 토하고 야단났어요.
◇ 김현정> 지금처럼 이게 부드럽게 착륙하고 이륙하고. (웃음)
◆ 최윤칠> 신선놀음이죠.
◇ 김현정> 웃어서 죄송합니다만, 코피까지 터지셨다고 그러니까 웃음이 날 수밖에 없네요.
◆ 최윤칠> 그럼요, 그럼요.
◇ 김현정> 고생하고 그러고 가셨는데 그렇게 가서 어떻게 뛰셨어요? 진이 다 빠졌을텐데..
◆ 최윤칠> 글쎄, 그런데 얼마나 뜨거운지 몰라요. 38도, 39도 이렇게 된 거예요.
◇ 김현정> 요즘 밀양, 경산 이런 곳이 그렇게 덥다던데, 그 정도였군요?
◆ 최윤칠> 그래서 출발했는데 우리 코치선생님은 물을 먹지 말아라. 그 다음에 앞에 서지 말아라. 제일 꼴찌로 가거라. 그래서 20km 넘으면 뛰기 시작을 해라. 그것이 작전입니다.
◇ 김현정> 그래서 어떻게 되셨어요. 메달 따셨어요?
◆ 최윤칠> 그대로 했죠. 그래서 갔는데 20km에서 물 주는데 물을 안 먹고 버렸다고요. 그리고 꽁무니에서부터 뛰기 시작하는데 거기서부터 언덕이라고. 언덕에서 추격전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오버페이스를 했다고요. 그래서 30km 갈 때 내가 처지더라고. 30km 통과. 그 다음에 35km에서 또. 아, 35km 지나니까 다리 비틀거리고 내가요.
◇ 김현정>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신 거군요.
◆ 최윤칠> 그냥 근육이 아프고 아프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신발을 벗어서 걷고 뛰고 했는데 또 안 돼. 그래서 40km 갔는데 도저히 못 가겠어. 눈물을 머금고 내가 기권한 사람이요.
◇ 김현정> 결국 기권을 하셨어요.
◆ 최윤칠> 네. 마라톤 몰라서 그런 비참한 꼴을 다 당했다고요.
◇ 김현정> 최 선생님. 얼마나 그 당시에 한이 맺히셨으면 지금 60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그 순간순간을 다 기억을 하시네요.
◆ 최윤칠> 그럼요. 어떤 일인데 기억을 안 해요.
◇ 김현정> 만약 말입니다. 만약 다시 20대로 돌아가서 한 12시간만 비행기 최고 좋은 자리에 앉아서 런던 도착해서 다시 뛴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 최윤칠> 그러면 요즘 나 만나기 힘들었어. 그때는 뛰면 한국기록이야. 내가 눈 뜨면 세계기록이지.
◇ 김현정> 너무 일찍 태어나셨어요. 선생님. (웃음)
◆ 최윤칠> (웃음)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뭐 어떻게 하겠어. 하나님이 그렇게 해 주신 걸 뭐. 달게 받아야죠.
◇ 김현정> 말씀도 너무너무 재미있게 하시고요. 너무 정정하십니다.
◆ 최윤칠> 그리고 나한테 하나님이 다시 기회를 줘서 내가 런던 땅을 또 밟게 됐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이번에 다시 런던에 가시는 거예요?
◆ 최윤칠> 가죠.
◇ 김현정> 응원도 해 주고 격려도 해 주셔야 될 텐데.
◆ 최윤칠> 격려해야죠.
◇ 김현정> 미리 한번 방송에서 우리 선수들 잘 뛰라고 한마디 해 주세요.
◆ 최윤칠> 사랑하는 후배들아. 나라를 대표해서 올림픽 경기장에 갔는데 어째서 남다르지 않겠느냐. 그러나 목적이라는 것은 달성하려면 쉬운 것 하나도 없다. 참고 또 참고 또 참으면 반드시 영광이 돌아온다. 우리 후배들아, 런던 하늘에서 태극기를 휘날려주기를 기대한다. 화이팅!
◇ 김현정> 정말. 이 메시지를 듣고 힘을 안 낼 선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힘찬 메시지. 선생님, 우리 후배들이 힘이 안 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최윤칠> 그래요. 힘이 나죠. 반드시 좋은 승부가 있을 것입니다.
◇ 김현정> 우리 선수들 이번에 그때보다 더 훌륭한 성적 다시 한 번 잘 뛰어주기를.
◆ 최윤칠> 나올 겁니다.
◇ 김현정> 선생님, 가서 격려 많이 해 주세요.
◆ 최윤칠>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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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27(금) 최윤칠 옹(48년 런던올림픽 마라톤 대표) "Again! 런던 올림픽"
20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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