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25(수) 이재홍 환경미화원 "쓰레기는 내게 밥이었다"
2012.07.25
조회 43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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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수기집 펴낸 환경미화원 이재홍 씨 (성북구청)




사람들은 나를 쓰레기 아저씨라 부른다. 그럴 때면 서글픔도 느낀다. 하지만 가장으로서 체면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준 쓰레기. 그건 나에게 달고 단 밥이다. 환경미화원들이 자신들의 얘기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책 이름이 ‘머물다간 자리가 아름다우면 머문 사람도 아름답습니다’인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그 중 한 분과 직접 얘기를 좀 나눠볼까요. 서울 성북구청 환경미화원이세요, 이재홍 씨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재홍 씨, 안녕하세요?

◆ 이재홍>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일종의 수기집이죠?

◆ 이재홍> 네, 그렇죠. 자기가 겪고 한 걸 우리가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이제 좀 했던 일을 갖다가 하나씩 해 봐라 이야기하니까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됐나 봐요.

◇ 김현정> 몇 분이나 참여하신 거예요?

◆ 이재홍> 한 4, 50분 정도. 긴가민가해서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 김현정>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 이재홍> 부구청장님하고 간담회 자리가 있었어요. 거기서 애로사항이나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것을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아예 우리가 이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 보자.

◆ 이재홍> 우리가 쓰레기나 치울 줄 알지 그런 걸 할 줄 압니까. “전문가들이나 많이 배운 사람들이 하는 거지 우리는 말 그대로 쓰레기만 치우는 사람들인데 뭘 하냐” 했더니. 긴가민가했어요.
그래서 좀 옆에서 도와주셔서 책이 나오고 보니까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 좀 도움이 되지 않나 싶어요, 젊은 사람들한테.

◇ 김현정> 지금 그러셨어요. 우리가 쓰레기나 치울 줄 알지 무슨 글을 쓸 줄 압니까라고 빼셨지만, 지금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나왔네요. 작가가 되신 거예요. (웃음)

◆ 이재홍> (웃음)

◇ 김현정> 책 딱 받아보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 이재홍> 받아보니까 반갑기도 하고 우리도 사진에 실리는구나. 좋기도 하고. 우리가 어디 책에 사진이나 내봤겠어요. 뭘 하겠어요.

◇ 김현정> 가족들은 보고 뭐라고 그러세요?

◆ 이재홍> 안 보여줬어요.

◇ 김현정> 안 보여주셨어요.

◆ 이재홍> 네.

◇ 김현정> 왜요?

◆ 이재홍> 환경미화원이라는 말을 갖다가 잘 못해요. 일을 하고는 있지만 그냥 직장에 다닌다 하고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안 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내가 환경미화원이다라는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아직 제대로 안 하신 거예요?

◆ 이재홍> 네. 자기 엄마는 아빠가 이런 일 한다 해서 했는지는 몰라도 눈치는 챘겠죠. 알기는 알겠죠. 아는데 일절 그런 일을 말에 대해서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말 안 하니까요.

◇ 김현정> 그래요. 지금 뭐 환경미화원 뽑는 일의 경쟁률이 대단하다. 전주시 같은 경우에는 11:1이었는데 그 중에 60%가 대졸자였다. 이런 이야기들도 나오기는 합니다만, 여전히 편견이랄까요. 안 좋은 인식들이 느껴지시나 봐요, 일하면서.

◆ 이재홍> 지금은 많이 변했다 하지만 그래도 직접 자기가 일을 하고 하면 떳떳하게 내놓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것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요, 먹고 살려면 해야죠. 그런 일이 많아요. 뭐 별 일 다 보죠.

◇ 김현정> 별의별 일. 가장 기억에 나는 일은 어떤 거예요? 25년 동안 제일 기억이 나는 일은?

◆ 이재홍> 일을 하다 보면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때 연탄재하고 20년 전만 해도 음식물 쓰레기하고 시멘트로 만들어놓고 그냥 갖다가 들어 부어버리면 괭이 같은 것으로 이렇게 파내서 싣고 오고 그렇게 한 적이 있었잖아요,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그럴 때 수하차가 고장이 난다든지 몸이 안 좋다든지 하면 쓰레기가 적체되었을 때, 밀려 있을 때 말이에요. 그럴 때 가면 성질을 내고 욕을 하고 참 이렇게까지 살아야 되나.

◇ 김현정> 이렇게까지 살아야 되나 할 때도 있고.

◆ 이재홍> 그러나 집 생각하면 나만 쳐다보고 있고. 여러 가지로 배운 것도 없죠. 가진 것도 없죠.

◇ 김현정> 그렇게 어려운 일도 들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5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우선 가족이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보람이 있는 일도 있으셨을 것 아니에요.

◆ 이재홍> 네. 최고 좋은 보람 있는 것은 찬물 한 사발이라도 고생한다고 진심으로 주실 때예요.

◇ 김현정> 찬물 한 사발이라도.

◆ 이재홍> 식당 같은 데도 보면 손님 없을 때 구석에 앉아서 먹고 가라 하고 할 때, 소주 한 잔 주고 할 때. 그건 벌써 보여요. 건성으로 하는 것과 정말로 고마워서 주는 것과.

◇ 김현정> 진짜인가 아닌가 딱 보면 알죠?

◆ 이재홍> 보이죠. 그러니까 고마워서 한 번 더 덜어주고 싶고. 해 주고 싶고.

◇ 김현정> 그럼요.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그 물 한 잔 주는 데 그게 고마워서 여전히 잊지 못하고 계시네요.

◆ 이재홍> 고맙죠. 고맙고 눈물나려고 그러죠.

◇ 김현정> 그런 삶의 애환들, 25년의 이야기를 이제 이 책에 담은 건데. 오늘은 저희가 작가로 모신 거니까요. 그 직접 쓴 책의 일부분, 글의 일부분을 조금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 자리에서?

◆ 이재홍> 2007년에 운영하던 조그마한 가내수공업을 그만둬야 했다. 그때 가르쳐야 할 아이들이 있었는데 나에게는 직업을 찾는 일이 매우 힘들었다.
우연히 알게 된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은 나에게 희망이었다.
가끔 일할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이”, “야”, “쓰레기 아저씨” 이렇게 부르면 서글픔도 느껴지지만 나의 인생의 2막을 열어주고 처자식에게 가장으로서 체면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 쓰레기는 달고 단 밥이다. 이렇습니다.

◇ 김현정> 제가 앞에서 잠깐 소개했던 바로 그 부분을 좀 더 길게 읽어주신 건데. 이왕 나오신 김에 우리 아내분에게 한말씀 방송으로 얘기하고 싶은 건 없으세요?

◆ 이재홍> 항상 고맙죠. 같이 살아주고 알뜰하게 해 주니까 고맙다고 좀 전하고 싶네요.

◇ 김현정> 여보, 고마워하고 저한테 얘기하지 마시고요. 우리 아내분한테 여보 하고 한말씀하세요.

◆ 이재홍> 준수엄마, 나하고 같이 살아줘서 고마워. 그래요.

◇ 김현정> 끝입니까? (웃음)

◆ 이재홍> 네. (웃음)

◇ 김현정> 사랑해 한마디 하셔야죠.

◆ 이재홍> 잘 못 해요.

◇ 김현정> (웃음) 목소리만 들어도 겸손하고 소박한 우리 서민들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분입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분들, 우리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 이분들을 통해서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거겠죠. 힘내시고요.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