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16(목) 현대미술관 화재현장 목격자 "지하 2층 용접, 100명이 봤다"
2012.08.16
조회 52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우레탄 작업 중 용접, 말렸으나 강행
- 용접공 '설계 변경돼 배관 달아야...'
- 공사기간 단축 압박 "날마다 야근"
- 안전조치 태부족...인력도 부족했다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현대미술관 화재 당시 현장노동자 송00 씨 (익명)

지난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공사현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었죠. 사망자 4명에 사상자도 20명이 넘는 화재였는데, 지금 시공사와 유가족 간에 원인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유족 측은 “있어서는 안 되는 용접 작업이 지하에서 있었고 안전관리가 허술했다”이렇게 주장하는 반면, 시공사측에서는 “그날은 용접 작업 자체가 없었고 안전요원도 충분했다” 라는 주장인데요.
그날 공사장에는 1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분명히 증인도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희가 수소문을 해 봤습니다. 그날 지하 2층 공사장에 있었던 분, 익명으로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고인이 되신 노동자들하고는 잘 아는 사이신 거죠?

◆ 송00> 네, 같이 우레탄폼 작업을 하는 팀원이에요.

◇ 김현정> 같은 팀으로 일하던 분들 중에 돌아가신 거군요. 그 작업을 어디서 하셨어요?

◆ 송00> 지하 2층 램프 부분, 차량 진입로가 있거든요. 사망자분 작업하던 그 공간이요.

◇ 김현정> 그럼 지하 2층에서 몇 분이 돌아가신 거죠?

◆ 송00> 공식적으로는 4명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 김현정> 공식적으로 4명이라는 얘기는 비공식적으로 또 있습니까?

◆ 송00> 공식으로 300명, 비공식으로 480명이 거기에 출근을 했는데요. 거기가 조명도 어둡고 곳곳이 숨겨져 있는 곳이 되게 많아요. 블록, 블록이 빈 공간이 되게 많아요. 그래서 거기는 몇 미터라도 길을 잘 모를 정도로 복잡하게 되어 있어요. 미로로 돼 있어요. 혹시라도 더 있을까, 생각을 하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일하던 노동자들 사이에는 아마 4명 말고 발견이 안 된 사람이 더 있을 수 있다는 말씀?

◆ 송00> 저는 맨 처음에 한 2, 30명을 예상 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불이 붙고 천장 위로 타고 오는 것을 보면서 제가 뛰어갔거든요. 속도가 무지 빨라요. 입구까지 한 30초 거리인데 불의 속도가 거기까지 쫓아오더라니까요.

◇ 김현정> 유족하고 시공사 간에 화재 원인을 놓고 공방 중인데요. 시공사측에서는 지금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용접에 대해서 “용접 공사가 그날 아예 없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고, 유족들은 “용접이 지하에서 있었다. 안전을 무시한 용접이 지하에서 있었기 때문에 불이 난 거다” 이렇게 주장을 하는데요?

◆ 송00> 용접은 있었어요. 제가 바로 옆에서 용접하는 걸 봤어요.

◇ 김현정> 지하 2층에서 있었습니까?

◆ 송00> 네.

◇ 김현정> 그런데 불이 난 곳은 지하 3층이란 말입니다.

◆ 송00> 그러니까 용접을 3층에서도 했을 수 있다는 얘기가 지금 나오고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지하 3층은 모든 공정이 끝나고 마무리 작업중이었다는데요?

◆ 송00> 저희 공정만 우레탄폼은 다 쌓았고요.

◇ 김현정> 우레탄 발포작업은 끝나고?

◆ 송00> 그런데 우레탄은 보양작업이라고 비닐을 쌓아놔요. 파이프 그거에 만약에 용접이 튀기면 바로 불이 붙거든요.

◇ 김현정> 파이프에 왜 비닐을 쌓아놓나요. 보호하려고 쌓아놓는 거예요?

◆ 송00> 우레탄의 보호, 파이프에 붙지 말라고.

◇ 김현정> 파이프에 붙지 말라고 비닐을 쌓아 놓고 가는데, 거기서 만약 용접을 했다면 바로 불이 붙는다?

◆ 송00>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용접 작업이 지하 3층에서 있었답니까?

◆ 송00> 그건 아무도 몰라요, 지금. 지하 3층 용접에 대해서는 누구도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어요. 본 사람이 없어요.

◇ 김현정> 지하 2층에서는 분명히 있었고요?

◆ 송00> 그건 100명이 봤죠, 용접하는 걸.

◇ 김현정> 만약 지하 2층에서 용접을 하던 누군가가 지하 3층의 빈 공간으로 가지고 가서 용접을 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 송00> 저희 작업하는 사람들은 지금 '용접을 했다' 라고 생각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희도 원래 용접이 끝났어야 되는데 추가로 다시 용접을 하더라고요. 원래 용접 다 끝나고 나서 우레탄폼을 쏘는데, 발포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용접을 하면 안 되는 거죠, 공정이.

◇ 김현정> 그 두 가지가 같이 이루어지면 안 되죠. 왜냐하면 우레탄 발포작업시에 나오는 가스에 용접 불이 튀면 그게 바로 폭발하니까 원래는 못 하게 돼 있는데, 그렇게 했다는 말씀이시군요?

◆ 송00> 네. 그런데 2층에서는 그 작업을 했을 때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주의를 하고 용접하지 말라고. 그래서 천장에 올라가서 용접을 했거든요, 파이프 배관을 타고. 지상에서 한 게 아니라 천장 올라가서 용접을 했어요.

◇ 김현정> 위험하니까 주의하려고 그렇게 했다는 거군요. 가스가 아래로 가라앉아 있으니까. 그런데 지하 3층 그 분들 중에 누군가가 내려갔을 수 있다, 이런 말씀이세요?

◆ 송00> 그 가능성이 있죠. 저희 일하시는 분들은 그랬을 거라는 말들을 하고 있죠.

◇ 김현정> 중요한 것은 용접 작업이 그날 분명히 있었다는 얘기네요. 우레탄 발포와 용접이 같이.

◆ 송00> 네, 용접은 했어요.

◇ 김현정> 지하 2층이든 그분들이 들고 3층으로 갔든, 지하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작업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위험한 걸 알면서 왜 그렇게 같이 하셨어요?

◆ 송00> 저희는 저희 순서대로 하고 있는데 용접하시는 분들이 '설계가 변경됐다고 배관을 추가로 더 달아야 된다'는 거예요.

◇ 김현정> 설계가 변경이 됐다?

◆ 송00> 네. '설계가 변경 돼서 추가로 배관을 해야 되기 때문에 한다' 그래서 '지금 하시면 안 된다. 저희 작업 다 끝나고 하시라'고 했더니 '빨리 해야 된다. 날짜 안에 해야 된다'고 그래서 같이 작업을 어쩔 수 없이 했죠.

◇ 김현정> 그러니까 원래는 용접 작업하고 우레탄 작업하고 그대로 갔으면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설계 변경이 있으면서 2개가 동시에 이뤄진 거군요. 나중에 좀 하시라고 했더니?

◆ 송00> 지금 해야 된다고 했어요.

◇ 김현정> 그러면 공사 기간이 늘어나서 안 되니까 빨리 해야 된다, 이렇게 된 거네요. 공사 기간에 대한 부분이 평소 때도 좀 압박이 있었습니까?

◆ 송00> 저희는 매일 야근을 하고요. 그러니까 8시 반에 끝나고 9시에 끝나는 팀이 있고 11시 반에 끝나는 팀이 있고요, 밤에.

◇ 김현정> 밤 11시 반까지 공사를 했어요?

◆ 송00> 네.

◇ 김현정> 공사현장에서 그게 보통 있는 일인가요?

◆ 송00> 다른 현장에는 없었죠. 여기서는 방법이 좀 급했죠.

◇ 김현정> 전반적인 분위기가 스스로 빨리 하자가 아니라 좀 재촉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까?

◆ 송00> 갈 사람은 가는 분위기인데, 이게 가면 안 되는 분위기 있죠.

◇ 김현정> 갈 수 없는 분위기, 야근해야 되는 분위기다?

◆ 송00> 다 하는데 너만 혼자 가냐, 이런 식으로..

◇ 김현정> 언제까지 공사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그러던가요?

◆ 송00> 원래는 올해 말이 끝인데 중간에 8월 15일 전후로 해서 1차로 뭘 마감을 지어야 된대요. 일단 이건 빨리 공기를 앞당겨서 끝내야 된다고, 이 작업을..

◇ 김현정> 빨리 빨리 서두르는 분위기가 있기는 있었군요. 또 하나 논란이 안전확보 문제인데요.

◆ 송00> 안전은 진짜 영 아니었어요. 다른 현장들에 비해서 소화기 위치부터 조명.. 저희 교육받을 때 출구부터 이런 것에 대한 교육이 좀 많이 부족하고요. 그 다음에 거기는 불 날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 했던 게 건물이 골조만, 철근만 있는 상태였거든요.

◇ 김현정> 목조가 없으니까 불이 날 게 있겠느냐?

◆ 송00> 네. 우레탄은 아예 배제한 거죠.

◇ 김현정> 그럼 원래 큰 공사 현장에서는 미리 소화기를 다 배치해 놓고, 출입구가 어디인지 훈련도 하고 이런 게 다 있습니까?

◆ 송00> 원래는 있죠. 만약에 전기가 나가도 비상등, 불은 들어와야 되는데 저희 불은 다 꺼졌어요.

◇ 김현정> 비상등도 꺼져서 출구를 못 찾으셨군요?

◆ 송00> 비상등 자체가 없었고요. 메인 전원등, 가설등 있죠, 천장에 임시로 달아놓은 거. 그 불이 다 꺼져버린 거예요. 계단에도 임시로 해 놓은 불들이, 모든 전기가 다 나갔어요. 불이 2층에서 타고 쫙 번지는 순간에..

◇ 김현정> 만약 비상등 불이라도 제대로 좀 켜져 있었으면 출구를 찾아서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요?

◆ 송00> 출구는 다 찾고 나왔어요.

◇ 김현정> 못 찾으신 분들도 계시잖아요, 돌아가신 분들..

◆ 송00> 사망자는 동생분을 끌고 오다가 그러신 거고, 출구는 알고 있었어요.

◇ 김현정> 지금 시공사측에서는 안전장치가 부족했다는 유족들의 지적에 대해서 '잘못된 얘기다. 안전장치도 충분했다' 말하는데요?

◆ 송00> 아니에요. 그건 많이 부족했어요.

◇ 김현정> '인력도 충분했다. 빨리 빨리 서두른 적도 없다' 라고 얘기하는데 그 부분은 어떻습니까? 인력은 충분했나요?

◆ 송00> 매일 인력 모자랐죠. 저희 TO가 만약 40명 기준이면 20명 초반대로 나왔으니까요.

◇ 김현정> 필요한 인력의 1/2 수준밖에 안 됐다는 말씀이에요?

◆ 송00> 저희 기준은 그렇고 다른 팀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화기관리자가 따로 있어야 돼요. 용접하시는 분은 화기관리자가 붙어서 옆에 같이 있어야 되거든요. 불을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되는데 그 작업이 안 이루어진 거죠.

◇ 김현정> 제가 익명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전화 받으시는 분께서는 건강 상태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 송00> 연기를 하도 많이 먹어서.. 계단 올라오면서 사람들이 몰리니까 일단 연기는 먹었어요. 까만 연기, 되게 독해요, 그게.


◆ 송00> 되게 오래 간다고 하더라고요. 몸 속에서요.

◇ 김현정> 병원에 가서 진료 받으셨어요?

◆ 송00> 이제 받으려고 하죠. 일단 쉬었어요. 다음 날 너무 어지러워서..

◇ 김현정> 물론이죠. 그냥 쉬실 일이 아니라 어서 병원 가서 진료를 받으셔야 될 것 같습니다.

◆ 송00> 네. 가봐야지요.

◇ 김현정> 건강 유의하시고요. 동료를 잃고 지금 심정이 말이 아니실 텐데, 이렇게 어려운 인터뷰에 증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