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15(수) 서벧엘 사하소방서 소방사 "익사 위기의 청소년 3명을 홀로 구한 슈퍼맨"
2012.08.15
조회 78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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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부산 사하소방서 서벧엘 구급대원


어제 저희가 일부 포털 뉴스 시간에 파도에 휩쓸린 사람을 무려 3명이나 연달아 구해낸 소방대원이 있다. 휴가 중에 혼자 헤엄쳐 구해내서 지금 대단한 화제다, 이렇게 소개를 해 드렸는데요. 이분을 만나서 좀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더군요. 제가 우리 청취자분들한테 한번 섭외해 보겠습니다. 약속을 드렸는데 바로 찾아냈습니다. 부산 사하소방서 신평119 안전센터의 서벧엘 소방사 연결을 해 보죠. 안녕하세요?

◆ 서벧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 서벧엘> 네, 없습니다.

◇ 김현정> 괜찮으신 거예요?

◆ 서벧엘> 네.

◇ 김현정> 일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씩 좀 짚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언제 어디서 일어난 일이죠?

◆ 서벧엘> 이게 8월 9일 날 영도의 절영산책로에서 일어난 사건이고요.

◇ 김현정> 영도에 있는 절영해안의 산책길에서?

◆ 서벧엘> 네, 맞습니다. 부산 갈맷길이죠. 그 당시에 갈맷길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이제 해안가에서 물놀이하는 10명가량의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10명 정도가 물놀이를 막 하고 있었어요.

◆ 서벧엘> 그 중에 2명이 3m 파도에 휩쓸려서 20m가량 바다로 쓸려가는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20m 정도를 이미 저쪽으로 쓸려가 있었군요, 바다 저쪽으로.

◆ 서벧엘> 그래서 봤을 때 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좀 위험할 것 같은 그런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막 살려달라고 손을 흔들고 있던가요?

◆ 서벧엘> 네.

◇ 김현정> 그래서 그 3m 파도를 헤치고 그냥 바로 본능적으로 뛰어드신 거예요?

◆ 서벧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튜브는 어떻게 구하셨어요?

◆ 서벧엘> 튜브는 주위에 피서객들이 있어서 제가 피서객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그렇게 튜브를 구했습니다.

◇ 김현정> 가까이 수영해서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바로 튜브 잡고 매달리기는 하던가요?

◆ 서벧엘> 네. 처음에 튜브를 건네주고 “지금 파도가 세고 위험하니까 움직이지 말고 튜브만 꼭 잡고 있으라고”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 김현정> 계속 파도가 3m 높이로 치고 있으면 중학생이면 몸무게도 꽤 나가잖아요, 남자아이들이면. 그 아이들을 데리고 끌고 나온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빠져나오셨어요?

◆ 서벧엘> 아이들이 발버둥치고 그러면 나오는 데 저항이 생깁니다. 그래서 더 구조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아이들한테는 그렇게 잡고 제가 뒤에서 배영하는 것처럼 튜브를 잡고 그렇게 평형으로 해서 그렇게 나왔었습니다.

◇ 김현정> 아이들한테는 꼭 잡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그리고 배영처럼 튜브를 끌어안고 나오신 거군요.

◆ 서벧엘> 네.

◇ 김현정> 가다가 어디 장애물에 걸리거나 그러지는 않고요?

◆ 서벧엘> 처음에 아이들한테 튜브를 씌워주고 해안 쪽으로 무작정 수영해서 그렇게 구조한 것이 아니라 이제 해안 쪽을 먼저 살펴보고 파도가 잔잔한 곳이나 그리고 주변에 바위가 없는 곳, 상대적으로 좀 안전해 보이는 쪽으로 그렇게 구조를 했습니다.

◇ 김현정> 정말 숙련된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구조 방법이네요, 그게.

◆ 서벧엘> 네.

◇ 김현정> 두 학생을 구조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저쪽에서 또 다른 비명소리가 들렸어요?

◆ 서벧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아까 그 10명 정도 무리 중의 한 명이었습니까?

◆ 서벧엘> 네.

◇ 김현정> 그 아이는 또 왜 거기를 왜 들어갔답니까, 친구들 지금 빠져 있는데.

◆ 서벧엘>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파도가 치는 해안가가 좀 아이들한테는 재미있었나 봅니다.

◇ 김현정> 그 중학생은 얼마나 떠내려가 있던가요?

◆ 서벧엘> 그 학생은 약 50m 정도 떠내려가서 물속에 가라앉았다, 올라갔다 하면서 막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이번에도 바로 들어가셨어요?

◆ 서벧엘> 네.

◇ 김현정> 아니, 거친 파도를 헤치고 20m 나가서 구조를 2명의 학생을 구조해 온 상태인데 숨돌릴 틈도 없이 다시 50m를 헤엄쳐 간다는 게 이게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파도가 3m라서.

◆ 서벧엘> 네, 맞습니다. 구조한 다음에는 좀 체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순간 119에 신고하고 좀 기다려야겠다, 이런 생각은 안 드셨어요?

◆ 서벧엘> 그 당시에 119 신고해서 119구조대가 거기 해안가에 도착하려면 20분 이상 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거기가.

◇ 김현정> 신고는 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까, 이미?

◆ 서벧엘> 네. 그래서 제가 처음 입수하기 전에 주위 시민들에게 “혹시나 모르니까 119에 신고해 달라고” 그렇게 얘기하고 들어갔습니다.

◇ 김현정> 얘기를 하고 들어갔고. 그런데 아직도 그 2명 아이 구해올 때까지 119 도착은 안 한 상태였고.

◆ 서벧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좀 멀리 있나 봐요, 119 소방서가?

◆ 서벧엘> 119센터는 좀 시내 쪽에 있고요. 그리고 절영해안은 좀 외곽진 곳에 있습니다.

◇ 김현정> 순간적으로 판단하기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 사이에 저 50m 떠내려간 아이가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 이런 판단이 든 거군요.

◆ 서벧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럼 이게 어떻게 보면 우리 서벧엘 소방사의 목숨을 걸고 들어가신 거네요.

◆ 서벧엘> 네.

◇ 김현정> 순간 내가 좀 들어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지는 않았어요?

◆ 서벧엘> 그럴 생각이 들 겨를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파도가 되게 높고 물살도 세고 그래서 그 아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 더 이상 지체하면 너무 위험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입수했습니다.

◇ 김현정> 들어갔더니 그 아이 상태가 어떻던가요, 50m 가보니까?

◆ 서벧엘> 50m 갔을 때는 아이가 얼굴이 완전 새하얗게 질려서 제가 튜브를 딱 건네니까 바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완전 기진맥진한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데리고 나왔더니 아이 상태는, 정신은 그대로 있었고요?

◆ 서벧엘> 아이 그런 생체징후를 확인해 보니까 바닷물을 좀 마신 것 말고는 특별한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귀가 조치시켰습니다.

◇ 김현정> 3명 다?

◆ 서벧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단단히 좀 혼내고 보내시죠. 아니, 너희들 이렇게 위험한데 파도, 바닷속에 뛰어들면 어떡하냐.

◆ 서벧엘> 저 말고도 거기 있는 시민들한테 많이 혼났을 겁니다.

◇ 김현정> 많이 혼났을 거예요. 그러니까 들어갈 상황이 그때 아니었군요, 바다 상황이.

◆ 서벧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때 그 구조 현장에 같이 계셨던 분이 산책 나온 여자친구였다고요?

◆ 서벧엘> 네.

◇ 김현정> 휴가 받아서 산책 나왔는데 갑자기 남자친구가 사람 구한다고 바닷속에 뛰어드는 것 보고서 여자친구가 좀 놀랐겠어요.

◆ 서벧엘> 네. 처음에 제가 그 아이를 발견해서 튜브나 그런 것을 찾으니까 여자친구도 되게 당황하고 의아해하고 그랬는데 제가 무사히 구조하고 나왔을 때는 “뼛속까지 소방관”이라면서 너무나 사랑스럽고 기뻐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 김현정> 결혼도 앞두고 계시다면서요. 왜 안 자랑스럽겠습니까? 그 여자친구분도 뼛속까지 소방관 아내시네요.

◆ 서벧엘> (웃음)

◇ 김현정> 아내 될 자격이 있는 분이네요, 자랑스러워하는 남편을.
그런데 서벧엘 소방관님 알려진 것이, 이 선행이 알려진 것이 부산시청 홈페이지에다가 그날 목격했던 한 시민이 목격담을 올렸어요. “이 소방관 참 대단하다”라고 해서 왜 주변에 먼저 알리지 않으셨어요?

◆ 서벧엘> 제가 그 아이를 구할 때는 그런 칭찬이나 그런 걸 바라고 뛰어든 게 아니고 이게 다음이나 그런 포털사이트에 떴을 때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도.

◇ 김현정> 쑥스러워서 얘기 안 하신 거예요, 주변에는.

◆ 서벧엘> 네. 그리고 그건 소방관이라면 저뿐만 아니라도 누구나 다 그렇게 했을 겁니다.

◇ 김현정> 지금 소방관이라면 마땅한 일 아니냐라고 말씀하시지만 목숨 내놓고 사람 구하는 일이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아주 용기 있는 의인입니다. 서벧엘 소방관님,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 (웃음)
결혼 미리 축하드리고요. 아참, 그 학생들 그렇게 해서 돌려보낸 후에 혹시 연락이 왔어요?

◆ 서벧엘> 저한테 직접 온 건 아니고 저희 소방서로 고맙다고 이렇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 김현정> 학생들이 직접?

◆ 서벧엘> 네.

◇ 김현정> 생명의 은인인데 그냥 전화 한 통 하고 말 일은 아닌 것 같아요.

◆ 서벧엘> 아니에요.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합니다.

◇ 김현정> 대단한 분이십니다. 아이들 커가는 거 계속 지켜보시면서 가끔 만나서 식사도 사주고 이렇게 유지해 보세요, 관계를.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고생 많이 하셨고요. 결혼 미리 축하드리고요.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