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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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15(수) 군산 태안 폭우 피해 농민 "서울에 물난리가 났었도 이랬을까?"
2012.08.15
조회 79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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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북 군산시 소룡동 염암천 통장, 충남 태안군 신덕1구 박광석 이장

하늘이 뻥 뚫린 지역이 있습니다. 충남 태안․서산 지역하고 전북 군산 지역인데요. 특히 전북 군산은 하룻밤 사이에 무려 400mm 넘는 비가 내려서 2,000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요. 피해 예상액만 100억원 가까운데요. 문제는 이 지역 피해에 대해서 중앙에서는 너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언론에도 소외되고 중앙정부로부터도 소외당한 이 지역의 목소리, 저희가 들려드리겠습니다. 우선 피해가 가장 심했던 곳, 전북 군산 소룡동 연결을 해 보죠. 군산시 소룡동 염암천 통장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도 비가 오나요?

◆ 염암천> 지금 비는 안 와요.

◇ 김현정> 다행히 그곳은 비가 안 오는군요. 그러면 도대체 비가 언제 그렇게 많이 온 건가요?

◆ 염암천> 그때 정신없어서 날짜도 잊어버렸는데. 한 1시 반부터 비가 쏟아지더라고요.

◇ 김현정> 주말에?

◆ 염암천> 네. 그래서 우리 사는 지역이 주택지가 옛날에 지은 데라 깊어요. 그러니까 비가 오고 깊은 데로 물이 달려들더라고요. 그래서 순식간에 배꼽에 닿아요.

◇ 김현정> 물이 허리까지 찼어요?

◆ 염암천> 네. 배꼽까지 닿아요. 띄엄띄엄 있는 주택지가 아니라 울타리도 없는 밀집된, 말하자면 다닥다닥 판자촌 같은 주택이거든요. 그래서 순식간에 자는 할머니들은 침대도 없지만 침대 있는 사람은 침대까지 물이 들어와서 그냥 한 2시쯤, 2시, 3시.. 그냥 난리가 났었습니다.

◇ 김현정> 그 정도로 비가 왔군요. 하룻밤 사이에 400mm가 쏟아졌으니, 이게 상상이 안 됩니다.

◆ 염암천> 그리고 비도 많이 왔지만 여기 소룡동은 바다가 인근에 있어서 물이 만조가 되면 바다로 나가지 못한대요. 그래서 그 물이 육지에서, 집터에서 그냥 머물렀던 거예요. 그래서 막 찼어요.

◇ 김현정> 빠지지 않고 허리까지 찬 물이 만조가 겹치면서 그대로 머물러 있는 상태. 그래서 피해가 대체 어느 정도나 난 건가요?

◆ 염암천> 어제까지도.. 오늘도 해야 되지만 집에 있는 장롱, 침대, 살림살이 싹 버려야 해요. 집이라는 형태만 있고 아예 싹 버려야 돼요, 내부에 있는 것은.

◇ 김현정> 그 마을에 주민 가구수가 얼마나 됩니까?

◆ 염암천> 한 100가구가 좀 넘는데, 85가구 정도가 다 말하자면 다닥다닥 붙은 가구라서 물이 다 들어왔어요.

◇ 김현정> 100가구 중에 85가구 이상이 완전침수. 그러면 지금은 물이 빠진 거잖아요. 물이 빠지고 난 후에 가재도구라도, 전자제품이라도 몇 개 건져보려고 했을 텐데 쓸 만한 게 없어요?

◆ 염암천> 다 뭐시고.. 하여튼 물도 맑은 물이 아니라 흙탕물이에요. 그래서 물 빼서 장롱도 하루쯤 놨는데 냉장고가 엎어져서 둥둥 떠다니고. 말하자면 살림살이는 하나도 못 써요. 이불도 다 젖어서 내버리고.

◇ 김현정> 지금 자동차들도 침수당한 건 당연하겠네요?

◆ 염암천> 네. 우리 있는 곳은 차 같은 것은 별로 없는데.. 미리 거시기 해서 별로 없어요. 주택만 침몰, 침수됐어요.

◇ 김현정> 그럼 차는 어디로, 높은 곳으로 빼놓으셨어요?

◆ 염암천> 위에 주차장이 있거든요. 그렇게 되어 있어요.

◇ 김현정> 그나마 다행이네요. 100가구 중에 85가구가 그렇게 되고 나서 지금은 집으로 다시 들어가기는 하셨습니까?

◆ 염암천> 그냥 장판도 다 걷어내고 마르기만 기다리고. 멀뚱히 앉아 있어요.

◇ 김현정> 불은 들어옵니까?

◆ 염암천> 주변에 중학교가 있는데요. 시에서 강당도 만들어서 잘 수 있게 해 놓고, 밥도 거기 와서 먹으라고 해서 그러고 있어요.

◇ 김현정> 어디 다친 분은 없으세요?

◆ 염암천> 네. 한 서너 명이 집 치우고 하다가 미끄러져서 팔 같은 데 부러져서 다쳤어요. 세 분만 병원에 갔다 오고는 그렇게 인명피해는 없어요.

◇ 김현정> 그러면 흙탕물이 가득차 있었고, 수도 관련된 시설들도 다 침수가 됐으니 식수, 음식, 이것들은 어떻게 해결하십니까?

◆ 염암천> 다 버렸다니까요, 먹을 것 없이.

◇ 김현정> 지금은 어떻게 하세요? 물은 있어야 되잖아요.

◆ 염암천> 지금은 다 버리고 장판도 새로 사다 까는 사람은 깔고. 시에서 동에서 해 놓은 잠자리, 학교 강당하고 밥차가 오더라고요. 와서 밥도 날라주고. 갈 사람은 거기 가서 먹고 그런 형편이에요, 지금.

◇ 김현정> 통장님, 그 동네에 얼마나 사셨죠?

◆ 염암천> 나요? 한 40년 살았어요.

◇ 김현정> 40년 동안 이렇게 비 피해 크게 난 적이 있었습니까?

◆ 염암천> 그 전에도 한 번 이랬어요. 한 22년 정도 됐는데요. 그때도 물이 찼는데 화장실이 재래식이라 돼지도 키우고. 그래서 둥둥 떠다니고 아예 말로는 못해요. 연탄 둥둥 떠다니고 화장실 떠다니고 말도 못했어요, 그때도.

◇ 김현정> 22년 전에 한 번, 그 후로는 이게 처음 있는 큰 피해인데..

◆ 염암천> 그 후로는 이렇게 많이는 아니었어도 좀 심하다 싶으면 차다가 빠지고 차다가 빠지고 그랬죠.

◇ 김현정> 지금 심경이 어떠세요, 통장님?

◆ 염암천> 어떻겠어요. 그 집들을 주변에 도로가 생기고 주택지가 새로 짓고 한 게 자연적으로 주변은 높아지고 그 주택들은 깊어서 물이 고이거든요. 그러니까 주택을 새로 올려서 지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다 돈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영세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집도 못 짓고 그냥 사는 거죠. 그냥 그렇게 살아요.

◇ 김현정> 그런데 더 서러운 것은 이 정도 비가 수도권에 왔으면 벌써 뉴스며, 신문이며 보도하느라 난리가 났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군산과 태안 지역이 심각하다' 라는 제보를 듣기 전까지는 이 정도인지 잘 몰랐습니다. 우리 청취자 한 분이 제보를 해 주셔서 알았거든요. 주민들이 만나면 그런 얘기 좀 안 하세요?

◆ 염암천> 나도 오늘 신문 보고 봤는데요. 이런 주택지는, 우리 소룡동 같은 데는 나오지 않고 큰 아파트가 토사 나고 차가 하는 것만 신문에도 나오고 텔레비전에도 나오더만. 사실은 어려운 사람들이 연약한 주택에서 살면서 이런 피해 같은 것은 별로 안 드러나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오늘 아침에도 '서러움은 더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서러움이 더 있구나.. 복구작업이 어떻게 좀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지자체에서 나왔어요?

◆ 염암천> 네. 여기저기서 자원봉사들이 나와서 그 안에 있는 장롱이나 이불. 여자들은 힘들어서 못하잖아요. 그런 거 다 끄집어냈어요. 연탄 쌓아놓은 건 녹아서 시커멓고 계속 내놓는 거뿐이에요. 쓸 것은 없고.

◇ 김현정> 그런데 집안 살림을 다 그렇게 날렸으니 이거 다 사셔야 될 텐데. 지원이 좀 나온 답니까?

◆ 염암천> 아직은 모르겠어요.

◇ 김현정> 막막한 상황, 그냥 기다리는 상황이네요?

◆ 염암천> 전기도 갔지 냉장고도 고장 나서 뒹굴지. 아직은 갈무리가 안 되고 있어요. 삼성이나 LG가 와서 서비스한다고 해도 물이 젖은 것이라 금방 안 살아나더라고요.

◇ 김현정> 참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서울에서도 관심 가지고 끝까지 저희가 좀 성원을 하겠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군산 소룡동의 염암천 통장을 연결 했고요. 이번에는 역시 피해가 큰 곳, 충남 태안을 연결합니다. 태안에 계시는 분은 신덕 1구의 박광석 이장이십니다.

◇ 김현정> 태안은 지금 비가 옵니까?

◆ 박광석> 비 안 와요, 지금. 바람이 많이 부네요.

◇ 김현정> 다행입니다. 그런데 그곳은 얼마나 비가 왔어요?

◆ 박광석> 12일, 한 434mm가 왔어요.

◇ 김현정> 거기도 400mm 넘게 왔군요?

◆ 박광석> 네.

◇ 김현정> 그러면 앞에 군산은 물이 허리까지 찼다고 하던데, 태안은 어디까지 찼습니까?

◆ 박광석> 태안은 집 침수가 방바닥에서 70cm까지 올라왔어요.

◇ 김현정> 70cm면 거기도 사람이 서면 허리까지 찼다는 얘기네요. 이장님도 수해당하신 거예요?

◆ 박광석> 피해 많이 당했죠. 저는 공업사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거기 있는 물건들 다 어떻게 됐어요?

◆ 박광석> 장비가 다 침수되었죠.

◇ 김현정> 이게 한 번 침수가 되면 장비가 녹이 슨다는 얘기인데.

◆ 박광석> 모터나 모든 게 잘못돼서 교환을 해야 돼요.

◇ 김현정> 그 마을은 몇 가구나 사세요?

◆ 박광석> 우리가 신덕 1구 세대가 186세대인데요. 침수된 가구가 한 50가구 돼요.

◇ 김현정> 미리 비가 많이 온다는 얘기는 못 들으셨어요? 피해볼 여지가 없었습니까?

◆ 박광석> 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어떻게 침수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 김현정> 제가 피해상황은 군산이나 여기나 심각한 건 마찬가지인 것 같고. 제가 좀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앞에 군산 분도 말씀하셨습니다만, 400mm가 넘는 비가 오고 온 마을 전체가 허리까지 물이 찼으면, 만약 이게 수도권에서 발생한 일이면 지금 전국이 떠들썩했을 텐데요. 지역민으로,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럴 때는 좀 서러운 생각이 드시겠어요?

◆ 박광석> 네, 너무 소외된 마음 많이 갖고 있습니다.

◇ 김현정> 만나면 무슨 얘기들 하세요?

◆ 박광석> 다들 이 상황에서 지자체에서도 그렇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고요. 정부에서도 신경 쓰는 거 같지 않아요.

◇ 김현정> 지자체에서도 신경 안 쓴다는 건 이렇게 수해당했는데 누구 좀 내다보고 도와주고 이런 사람이 없나요?

◆ 박광석> 아직 그런 게 없어요. 자원봉사만 나와서 밥을 해 주고, 잠은 여기 주민자치센터에서 하고.

◇ 김현정> 주민자치센터에 모여서 살고. 자원봉사는 어떻게 알고 몇 명이나 나왔습니까?

◆ 박광석> 태안군에서 한 10명 정도 와서 식사 제공하고요. 자원봉사는 군이나 경찰에서 일부 나와서 일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럼 언제까지 그 주민자치센터에서 모여 있어야 되는 상황이에요?

◆ 박광석> 글쎄요. 방이나 어디 가구, 가전제품 같은 게 다 절단 나서 방이 말라야 장판을 깔고 도배를 하고 이렇게 할 텐데. 아직 그런 뭐가 안 되네요.

◇ 김현정> 농경지 피해는 어떻습니까?

◆ 박광석> 농경지 80헥타아르가 유실 및 침수가 됐어요, 신덕 1구만. 그런데 벼가 침수 돼서 제 역할을 하려나 모르겠네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벼가 허리까지 흠뻑 물이 찼는데 이게 물 빠지고 나서 과연 그대로 살아나줄지 이 부분이 문제인 거죠.

◆ 박광석> 이삭이 제대로 피어나는지 그게 문제죠.

◇ 김현정> 만약 집은 말려서 어떻게든지 세간 살이 살릴 것 살리고 쓴다고 하지만, 벼농사가 망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 박광석> 농민들은 벼농사 쳐다보고 농사짓는 사람들인데 이게 안 되면 어렵죠, 시골은.

◇ 김현정> 걱정입니다. 지금 방송이 연결됐어요. 전국으로 나가는 중앙방송입니다. 이장님,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이 기회에 하실 말씀 있으면 하십시오.

◆ 박광석> 제가 이장을 본 지 3년 됐는데요. 14년 전에도 이렇게 침수가 한 번 됐었어요. 그래서 제가 여기에 우리 하수종말처리장과 배수펌프장 좀 설치해 달라고 요구를 했었어요. 그런데 상하수도사업소에서 사업계획은 있어요. 그런데 돈이 없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지금 자꾸 뒤로 미루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집중호우라든가 기후변화 때문에 집중호우가 더 잦을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또 언제, 어느 때, 어떻게 이렇게 될 지 몰라요.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을 거라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나 자치단체나 너무 소홀히 하는 것 같아서 걱정되네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참 우리가 중앙중심주의죠, 수도권의 중심주의고. 광복절, 좋은 날이고 공휴일이라고 나들이도 많이들 가시는데, 나들이가는 발걸음을 미안하게 하는 말씀들이십니다. 아무쪼록 복구 작업이 지체 없이 진행되기를 저희도 끝까지 관심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힘내십시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