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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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14(화) 황평우 소장 "4년 공사 20개월 단축 지시자부터 찾아야"
2012.08.14
조회 41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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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불었다면 경복궁 불 옮겨붙을 뻔
- 전형적인 인재 "안전 불감증이 원인"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


2005년 3월 강원도 낙산사, 2008년 2월에는 국보1호 숭례문, 2009년 12월에는 여수 향일암의 대웅전. 이 세 곳의 공통점은 검은 연기와 함께 불타버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거죠. 매번 문화재가 화재로 전소될 때마다 관리 철저히 하겠다. 다짐을 하고 또 하는데, 구호는 그때뿐인가요? 어제였죠. 아찔한 사고가 또 있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공사장에서 화재가 났는데. 그 바로 옆이 경복궁이었습니다. 인명사고도 안타깝고 거기다가 문화재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었던 이 화재. 당시 현장을 목격한 분입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의 황평우 소장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어제 그 화재 현장에는 어떻게 가셨어요?

◆ 황평우> 제가 거기 한 11시쯤에 지나갔는데요. 바로 좀 지나가고 있는데, 언론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경복궁 쪽에서 불이 났다고. 그래서 바로 차를 돌려서 현장으로 갔죠. 갔더니, 이건 금방 지나온 자리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보고 있는데, 이거 잘못하면 경복궁으로 넘어가거나 또 보면 국립민속박물관도 있고 또 거기 보면 기무사 터가 또 등록문화재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문화재 소실에 대해서도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명사고였거든요.

◇ 김현정> 28명이 사상당했으니.. 정말 큰 인명사고였죠.

◆ 황평우> 그렇죠.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정말 우리 노동자 네 분이나 또 사망을 하셨고 또 두 분은 중퇴라고 하네요. 그분들에 대해서 정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 김현정> 어쩌다가 이런 화재가 났다고 합니까?

◆ 황평우> 또 전형적인 인재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좀 구체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되는데요. 이 기무사 터가 원래는 굉장히 중요한 종친부라는 건물이 있던 자리예요.

◇ 김현정> 지금 그 터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을 짓고 있는 거죠?

◆ 황평우> 그렇죠. 종친부라 하면 왕의 가족들이 공부하고 또 이런 것들을 관리하는 관청이거든요. 일제시절에도 이 건물을 헐지를 못 했었어요. 이 건물이 남아 있었는데, 그런데 1981년에 보안사, 당시 보안사령관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는데요. 보안사가 테니스장을 만든다고 여기 있던 종친부 건물을 바로 옆에 정독도서관으로 무단으로 옮겨버렸어요.

그리고 그 후 여기에 미술관이 들어선다고 논란이 있었죠. 미술관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서로 얘기를 했었는데 문화재계에서는 정말 반대를 했거든요. 종친부를 복원해야 된다고.. 그런데, 미술계에서는 무슨 소리냐.. 미술관 지어야 되겠다고 해서 이런 역사의식과 문화 때문에 갈등이 있으면서 공기가 늦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발굴도 안했는데, 설계도가 발표되기도 하고요. 거기다 또 등록문화재 기무사 본관 건물이 이게 원래 대한제국 시절에 큰 병원이었는데 이런 것을 철거한다고 해서 철거는 안 된다는 논란까지 있었어요.

이렇게 여러 논란이 있다 보니, 늦게 공사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쉽게 말하면 공사기간을 빨리 하려다 보니까 무리하게 여러 자재들이 들어갔습니다. 우레탄이나 스티로폼 같은 게.

제가 노동자분들의 말씀을 들어봤더니 '현장에서 자기 눈으로는 소화기 못 봤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자재가 들어갔다.' 그리고 현장에 제가 어제 갔을 때도 작업하시던 우리 인부 노동자분들이 수백명이 계시는 거예요. 제가 거기 2시간 정도 있었는데요.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눈을 못 뜰 정도였어요. 그리고 3시간, 4시간 정도 가서야만 주변에 공기가 좀 깨끗해졌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저 밀폐된 공간에서 만약에 공사를 하거나 화재가 났을 경우에는... 정말 죄송한 얘기지만 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도 있었는데, 우리 소방대원들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죠.

◇ 김현정> 그러니까 지하층에서 작업을 하다가..

◆ 황평우> 지하 3층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원인을 찾아보면 '지하 3층에서 한 쪽에서는 우레탄 발포작업을 하고 한쪽에서는 용접작업을 하고 이게 동시에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데 그걸 했다. 이 얘기는 왜 그랬느냐? 4년 동안 해야 될 공사를 20개월 안에 무리하게 하다 보니까 이런 무리한 작업이 이루어졌던 거다.' 이렇게 귀결이 되네요. 인명사고도 참 안타까운데 거기다 경복궁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는 점도 참 아찔해요.

◆ 황평우> 그렇죠. 만약에 지하 3층에서 일어나서 이런 우레탄 제품들이 바람이 조금만 불었다 그러면 날아갈 수도 있지 않습니까? 불과 경복궁까지는 다 아시지만 4차선 도로 하나밖에 없죠.

◇ 김현정> 그런데 그 경복궁하고 삼청동 도로 하나를 끼고 건너편이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옮겨 붙을 불이었나? 이렇게까지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 황평우> 아닙니다. 조금 전에 사회자님께서 말씀하셨던 낙사사의 경우를 보면, 물론 산에서 일어났던 화재지만 화재라는 게 2차 화재가 굉장히 무서운 건데요. 바람이 불어서 이런 인화물질들이 튀었다, 날아갔다 친다면 우리나라 경복궁 다 아시지만 목조문화재거든요.

목조문화재에 옮겨 붙을 수 있는, 이런 만일의 상태를 가정하고 항상 준비하고 방어를 해야 되는데, '에이, 설마 화재 나겠느냐.'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이런 의식을 가지고 있으니까 화재가 난 거죠.

◇ 김현정> 어제 거기서 바람이 좀 많이 불어서 뭐가 하나라도 튀어갔다면 얼마든지 이게 아찔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는 말씀이세요?

◆ 황평우> 인근에 공사 자재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면 충분히 날아가서 화재가 날 수도 있죠.

◇ 김현정> 보면서 계속 마음이 많이 조마조마 하셨겠어요.

◆ 황평우> 조마조마했다기보다는 뭐라고 그럴까요. 숭례문 화재 때도 제가 밤을 새워가면서 그런 상황을 지켜봤었는데요. 제발 화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죠. 그런데 1시간 정도 돼서 연기가 좀 진화되고 또 깜짝 놀란 게 진화된 상태에서 연기가 또 막 올라왔었어요. 제가 후문 쪽에서 다시 가봤더니. 그래서 이거 다시 또 발화되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을 많이 했죠.

◇ 김현정> 그런데 말이죠. 소장님. 경복궁이 옆에 있고 또 그 터 자체도 땅 아래에 문화재가 묻힐 수도 있는 이런 곳에서 공사가 진행이 됐는데, 이렇게 아무런 준비가 없이 겨우 지하에 소화기 두 대만 갖춰놓고 이렇게 허술하게 공사를 해도 됩니까?

◆ 황평우> 이걸 여러 분들이 얘기를 합니다. 현장에 군 당국에서도 나왔는데요. 제가 아는 분이랑 얘기를 해 봤는데 문제는 뭐냐 하면 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국가의 어떤 상징적인 공간인데, 청와대도 있고 경복궁도 있고요. 어떻게 주변에 지하시설도 꽤 많이 있을 텐데 굉장히 보안의 핵심시설인데 이런 사고가 날 수 있느냐. 군 당국에 있는 분들도 참 이해를 못해서 여러 가지 지원 때문에 나왔다라고 하더라고요.

또 분명히 주변에 있는 경찰들이나 제가 여쭤봤더니 수사를 해야 되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제가 그랬어요. “수사하는 건 좋은데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 다치게 하지 마라” 이게 무슨 문제냐 하면 "당연히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 경찰이나 공권력에서는 수사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아무리 청와대에 국가의 핵심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청와대나 문화부나 이쪽에서도 여기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해야 된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이 종친부라는 건물에 대해서 건물터에 현대미술관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어떤 공론의 장치도 없고 여러 가지 과정들이 잘못됐기 때문에 공사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어떤 정권의 핵심이나 권력의 핵심, 행정부의 핵심에 있는 분들이 책임을 져야 된다. 현장에 있는 분들만 안전불감증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이건 굉장히 단순한 사고처리밖에 안 되니까 이런 식으로 현장에 있는 분들 다치게 해선 안 된다."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이 자리에 어떤 공기 단축을 위해서 일어났던 과정들에 대해서 소상히 좀 알려지고, 이런 일이 재발돼서는 안되겠다..

◇ 김현정> 그 얘기 잠깐해 보죠. 왜 이렇게 빨리 빨리 공기 단축이 이루어졌습니까?

◆ 황평우> 아시지만 이 공사가 지하 3층까지 내려가고요. 또 지하가 아마 더 내려가는 걸로 제가 설계도로 알고 있는데, 이게 보통 4년 정도의 공사를 해야 되는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20개월 만에 왜냐하면 여러 가지 과정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20개월 정도밖에 안 남은 상태에서 공사가 시작됐다면 좀 충분하게 임기 내에 개관식을 할 게 아니라.

우리 광화문 현판도 기억나시죠. 8.15 행사 때문에 급하게 현판 만들어서 쩍쩍 갈라졌고요. 저도 참 애매한 게 8.15 행사 전에 꼭 이런 식으로 연달아서 꼭 이런 문제가 터지는데 이런 우리가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데서 이런 추상적인 얘기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아무래도 8.15 전에 이런 사고가 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을 이런 일을 진행하시는 문광부나 이런 여러 국립현대미술관 쪽에서 고민을 좀 더 충분히 하셔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여러 가지 설은 있어요. 유인촌 전 문광부 장관 시절에 공기 단축을 지시했었다는 얘기도 나오던데, 정확하게 이 부분은 밝힐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