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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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죠. 그때 그걸 보니까 아, 이거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부부가 새벽 4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냥 그걸 주워내는 거에요.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거른 채..... 말을 잊었어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북 정읍 양계농가 000씨
이번 폭염으로 힘든 것이 비단 사람뿐이 아닙니다. 닭, 오리, 돼지 같은 가축들이 많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죠. 정말 사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7월 20일부터 지금까지 폐사한 가축의 수를 조사했더니 무려 100만 마리 이상이 된다는군요. 농민들 주름 깊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죽은 가축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이것도 골치라고 하는데요. 현장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전라북도에서 양계농장을 운영하는 분이세요. 익명으로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닭을 얼마나 키우세요?
◆ 양계농민> 저는 약 7만 7000마리 토종닭을 키웁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번 여름에 도대체 얼마나 죽은 겁니까?
◆ 양계농민> 하루에 한 9000마리 죽었고요.
◇ 김현정> 하루에?
◆ 양계농민> 네. 8월 2일. 특히 엄청 더웠잖아요. 그리고 7월 22일부터 폭염으로 인해서 조금씩은 죽어나갔었죠.
◇ 김현정> 그럼 다 합치면 어느 정도 될까요, 죽은 닭 마리수가?
◆ 양계농민> 1만 마리가 넘는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1만 마리면 전체 키우던 수에 거의 1/8이 넘는다는 이야기인데요. 피해액으로 치면 얼마나 될까요?
◆ 양계농민> 글쎄요. 지금 6, 7000만원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 김현정> 지금 주변에 이렇게 피해당한 분들이 많이 계세요?
◆ 양계농민> 네. 정읍이니까 여기는 양계하는 분이 많습니다. 피해가 더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이걸 왜 예방을 못했을까 싶은데요. 선풍기 틀어주고 에어컨 틀어주고 이러면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기가 쉬운데, 이게 안 되는 건가요?
◆ 양계농민> 그걸 다 하죠. 생각하는 만큼 다 합니다. 다 하는데 그날은 워낙 더웠어요. 정읍에 37.8도라는 기록적인 온도가 있었잖아요.
◇ 김현정> 8월 2일에 그랬어요.
◆ 양계농민> 에어컨이라는 건 닭한테는 없고요. 에어쿨이라는 안개분무기 같은 시스템은 있어요.
◇ 김현정> 물 뿌려주는 에어쿨?
◆ 양계농민> 네. 환풍기가 또 있고요. 환풍기도 대형 50인치짜리가 동당 4, 5개씩, 그런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평소에는 그 정도면 충분했는데 이번 더위에는 도저히 안 되는군요?
◆ 양계농민> 네. 평소에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 김현정>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하신 거군요.
◆ 양계농민> 그렇죠. 나름대로 자식 키우는 입장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리 목숨같이 보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자식 키우는 입장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 김현정> 최대한 물도 뿌려주시고 에어쿨, 환풍기, 선풍기 다 돌리고 했는데도 9,000마리가 하루아침에 죽어나갈 때 농민 심경.. 어떤가요?
◆ 양계농민>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죠. 그때 그걸 보니까 ‘아, 이거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희 부부가 새벽 4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걸 주워내면서 말을 잊었어요.
◇ 김현정> 죽은 닭들을 처리하면서?
◆ 양계농민> 그냥 좀 (마음이) 그런 거예요. 일을 그냥.. 그걸 주워내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게요. 무슨 말이 나오겠습니까? 정말 어안이 벙벙하셨겠어요.
◆ 양계농민> 네.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안 먹고. 나오니까 오후 3시가 됐더라고요.
◇ 김현정> 양계농장 운영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죠?
◆ 양계농민> 약 25년 됐습니다.
◇ 김현정> 그동안에 조류독감 와서 힘들었던 적도 있고, 여러 번 우여곡절이 있었을 텐데요. 그때하고 비교하면 이번이 어떻습니까?
◆ 양계농민> 94년도에 약 36도가량 정읍에도 기록이 있었어요.
◇ 김현정> 그때 94년도도 굉장히 더웠죠?
◆ 양계농민> 그때 좀 죽었는데 그때는 1,000여 마리. 그때는 시설도 좋지 않았는데도 1,000여 마리였어요. 올해는 폭염이 22일부터 오니까 어떻게 보면 닭이 계속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2, 3도가 더 높으니까 못 견뎠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래서 1만 마리가 그렇게 숨지고, 죽은 닭들을 처리하는 것도 일이셨겠어요. 어떻게 하셨어요?
◆ 양계농민> 그 1만 마리를 끄집어내서 퇴비사에다가 쌓아놨는데요.
◇ 김현정> 퇴비사가 뭡니까?
◆ 양계농민> 닭에서 나온 변을 처리하는 곳이 퇴비사인데.
◇ 김현정> 쉽게 말하면 닭똥 쌓아놓는 곳이군요, 버리는 곳?
◆ 양계농민> 그렇죠. 그런데 거기는 콘크리트도 쳐 있고요. 담이 쳐 있으니까 남한테 보이는 것도 좀 덜 하잖아요. 그래서 혐오스럽지 않으니까 거기다가 넣어놓고 신고를 했죠.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닭이 많이 죽었습니다”
◇ 김현정> 그건 어디에다 신고를 해야 되는 거예요?
◆ 양계농민> 면사무소에, 또 시의 축산과에다가 신고를 하고요. “이걸 좀 처리를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라고 물었지만, 그 시에서는 “전혀 조항이 없다”는 거예요. 처리할 수 있는, 지원해 줄 수 있는 조항이.
◇ 김현정> 우리가 해 줄 일은 없다?
◆ 양계농민> 네. 그분들도 안타깝지만 자비 들여서, 사비 들여서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저희들도 한 3일간 그 악취 속에서 살았죠.
◇ 김현정> 원래는 동물이 죽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법적으로 맞는 거예요?
◆ 양계농민> 원래는 소각처리를 해야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소각처리라는 것이 한두 마리가 아니라 1만 마리 정도 됐을 때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든다는 말이에요.
◆ 양계농민> 톤당 35만원에다가 운반비가 또 따로라고 그래요.
◇ 김현정> 그러면 1만 마리면 어떻게 되는 거죠?
◆ 양계농민> 약 20톤에서 25톤이 돼요.
◇ 김현정> 어떻게 하셨어요? 그냥 하셨어요?
◆ 양계농민> 그렇게 하면 저는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잖아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양계농민> 퇴비사 안에다가 퇴비하고 버무려서 쌓아놓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그 악취가 상당히..
◇ 김현정> 썩죠, 거기서.
◆ 양계농민> 네.
◇ 김현정>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양계농민>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서 퇴비사에다가 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 김현정> 한마디로 그냥 콘크리트 쳐져 있는 퇴비사 안에다가 1만 마리를 썩게 두신 거군요.
◆ 양계농민> 네.
◇ 김현정> 그러면 악취며, 벌레 끼는 게 대단할 것 같은데요?
◆ 양계농민> 그래서 제가 생석회를 그 위에다가 뿌렸죠. 그래서 벌레는 안 나오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불법인 줄 알지만.
◆ 양계농민> 어쩔 수 없었다는 거.
◇ 김현정> 폐사한 가축 가지고 있는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 양계농민> 저하고 똑같은 입장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분들은 유야무야 그냥 처리를 한 거죠. 저는 워낙 겁이 나서 이걸 신고 했지만..
◇ 김현정> 혹시 죽은 닭들을 파는 경우는 없습니까?
◆ 양계농민> 그런 경우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름 날씨이기 때문에 폐사 나온 지 약 5시간 정도만 바깥에 놔두면 거의 그냥 썩어요. 창자부터 새까매집니다.
◇ 김현정> 그런데 혹시 그 중에 100여 마리를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 양계농민> 그럴 수가 없어요. 우리가 닭을 잡을 때, 도계를 할 때 보면 피를 먼저 뺍니다. 피가 빠져야만 닭의 색깔이 하얗게 나요.
◇ 김현정> 우리가 먹을 때 그 손질된 상태요?
◆ 양계농민> 그런데 죽은 닭을 도계 하게 되면 빨개서, 혐오스러워서 못 먹어요.
◇ 김현정> 적어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건 안심해도 된다는 말씀이군요.
◆ 양계농민> 한 마리도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부합니다.
◇ 김현정> 그나저나 농가들 참 걱정이네요. 이거 죽어서 피해 입고, 또 처리하는 과정에서 돈 들고, 돈이 없는 분들은 할 수 없이 불법 저지르고. 이거 정부나 지자체에서 좀 도와줄 수는 없나요?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습니까?
◆ 양계농민> 그래서 제가 자꾸 시에다가 여쭤보고 얘기하는 내용이 ‘행정적인 처리를 해야 되고, 다음에는 이걸 법제화를 해서 더욱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끔 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죠.
◇ 김현정> 그리고 폐사하기 전에 정부가 그 단계에서부터 지원해 줬으면 어떨까. 예를 들어 냉방장치 하는 것을 좀 도와준다든지, 에어컨을 그쪽에 제공해 준다든지, 아까 말씀하신 에어쿨을 좀 더 지원해 준다든지 이런 방법은 없을까 모르겠어요.
◆ 양계농민> 지금 시에서 하기는 하고 있죠.
◇ 김현정> 그런 지원 사업이 있습니까?
◆ 양계농민> 네. 폭염방지사업이라고 지금 하고 있는데 농가 전부에 할 수가 없는 거죠. 선정을 해서 하다 보니 수년간 걸릴 수가 있겠죠.
◇ 김현정> 그러면 이건 그냥 시늉하는 정도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 양계농민> 그렇죠.
◇ 김현정> 이거 참 올해 농사 망쳐서 어떻게 하세요?
◆ 양계농민> 올해 농사 망쳐놓으니 참 앞이 캄캄하죠. 정책자금 상환이 도래돼 있고요.
◇ 김현정> 정책자금이 뭡니까?
◆ 양계농민> 제가 축사를 지을 때 정부에서 자금을 내준 게 있어요.
◇ 김현정> 정부에 빚지신 게 있군요?
◆ 양계농민> 그렇죠. 그걸 갖다가 이자, 원금을 갚아야 되는데 그런 문제도 있고요. 애들도 가르쳐야 되니 애들 학자금 문제도 있고. 이번 일로 이렇게 망치다 보니 돈이 얼마나..
◇ 김현정> 참 막막합니다. 폭염에 어떤 대책도 없고 어떻게 도와드려야 되나 막막한 생각이 드네요. 기운내시고요. 언론으로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면 아마 좀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오늘 어려운데 인터뷰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10(금) 전북 양계농민 "하루 9천마리 폐사하던 날, 아내와 난 말을 잊은채..."
201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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