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9(목) [김성완의 행간] "올림픽 마케팅의 불편한 진실"
2012.08.09
조회 50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시사평론가 김성완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김성완의 행간>은 뉴스의 배경과 속사정을 알기 쉽게 짚어 드립니다. [편집자 주]

◇ 김현정> 오늘 우리가 이면을 들여다볼 뉴스, 뭘 골라 오셨을까요?

◆ 김성완> 오늘 올림픽을 이용한 홍보마케팅에 대해서 한번 얘기를 해 볼까 하는데요. 우리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4강에 진출을 했죠. 사실은 예상하기 조금 어려웠던 측면이 있는데요. KT가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연간 한 34억을 후원했다고 하는데, 4강 진출로 한 2000억 정도의 효과를 봤다고 해요.
이런 것 말고 틈새효과를 노리는 기업들도 있는데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이렇게 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도마의 신 양학선 선수. 지금 기업들의 지원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데요. 이런 것처럼 올림픽 마케팅의 득실, 그 행간을 들여다봤습니다.

◇ 김현정> 기업마케팅을 두고 찬반 양론이 분명히 존재하더라고요?

◆ 김성완> 네, 맞습니다. 양학선 선수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 같은데요. 어제죠, 양 선수의 고향 마을에 모 라면 업체에서 100박스의 라면을 배달해 줬죠. 인증샷까지 찍고 인터넷에 올려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어제 그 사진을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양 선수가 원한다면 평생 무상으로 라면을 주겠다' 이런 약속까지 했습니다. 발단은 이겁니다. “아들이 오면 뭘 제일 먹고 싶을까? 혹시 라면?” 엄마가 이렇게 얘기를 한 건데요.

◇ 김현정> 그러니까 아들 금메달 땄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들이 어머니한테 갔는데, "뭘 해 주시겠어요?" 그랬더니 라면 얘기가 나온 거예요?

◆ 김성완> 그 업체가 감동을 받았다고 해서 라면을 평생 동안 주겠다, 이렇게 나온 겁니다.

◇ 김현정> 구체적으로 동물 이름이 들어가는 그 라면.

◆ 김성완> 세 글자입니다. 그렇게 또 “금메달을 따면 비닐하우스에 사는 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 그렇게 양 선수가 얘기를 하니까 광주 쪽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한 업체에서 '신축 중인 35평짜리 아파트를 한 채 주겠다' 한 2억 정도 되는 거라고 하는데요. 그런 약속도 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홍보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세요?

◇ 김현정> 있겠죠. 언론에 노출이 되는데.

◆ 김성완> 네, 맞습니다. 일단 우리가 생각해 봤을 때는 브랜드가 노출되는 효과가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아파트 주겠다고 했던 업체는 홈페이지나 계열사 홈페이지까지 모두 다운이 됐을 정도로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 김현정> 사람들이 무슨 아파트인가 찾아가보려고?

◆ 김성완> 아마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업체 이름이 생소해요. 어디에서 이런 걸 준다고 한 건가, 그런 관심 때문인지 그렇다고 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좀 뒷맛이 개운치가 않습니다.

◇ 김현정> 왜 그렇습니까?

◆ 김성완> 감동이나 진심이 잘 전달되지가 않아요. 얘기를 하자면 '금메달을 딴 선수가 뭔가 부족하다고 하면 채워주면 그만이다' 이런 1차원적인 홍보수법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스포츠 평론가 정윤수 씨는 "먹는 걸 잔뜩 안겨다주는 데서 어떤 모멸감도 느껴진다" 이런 표현까지 사실 했는데요.

◇ 김현정> 집 앞에 라면 100박스를 쌓아놓는 것에서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좀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다, 이런 얘기군요?

◆ 김성완> 라면을 준 업체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양 선수한테 평생 라면을 공짜로 주겠다, 이렇게 나왔다가 그 다음에 반발여론 현상이 인터넷에서 좀 생겼어요. '양 선수가 뭐가 되냐. 아무리 그래도 라면 막 갖다 주는 거, 그게 대안이 되냐. 차라리 CF 출연시키지' 이런 얘기가 나왔지 않습니까? 그리고 난 다음에 문제가 되니까 이번에는 '마을 잔치용으로 라면을 준 거다' 이렇게 말을 슬쩍 바꾸었어요.

그런 면에서 사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측면이 있고요. 이런 것을 크게 분류를 하자면 미담이다, 이렇게 표현을 할 수 있는데 미담에는 코드가 있어요. 뭐냐 하면, 남 모르게 자기 자랑을 하지 않고 한다거나 아니면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을, 자기가 하기 좀 버거운 일을 하거나 이러면 사실 미담이 되는 건데요. 자랑하죠. 가서 인증샷 막 찍죠. 정치인도 아니고 무슨 불우이웃돕기 성금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방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말바꾸기 한다거나 이런 거고요.

그리고 집 같은 경우, 만약에 우리나라가 아니라 외국에서 이렇게 훌륭한 선수가 비닐하우스에서 자랐다. 집이 그렇다 이렇게 하면 아마 언론들이 그랬을 거예요. '이렇게 훌륭한 선수가 아직도 우리나라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나? 우리나라 주거복지가 도대체 어떤 수준이기에 과연 이 정도인가?' 이런 사회적인 어떤 지적 같은 게 있을 텐데요.

◇ 김현정> 주거복지를 비판한다든지 아니면 스포츠 행정을 비판한다든지, 이런 식이 되겠죠.

◆ 김성완> 그렇죠. 그런 목소리도 사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옛날에도 이런 식의 마케팅은 계속 있어왔어요, 생각해 보면.

◆ 김성완> 제일 대표적인 경우가 8.6 아시안게임에서 육상 3관왕 했던 임춘애 선수. 라면소녀라는 별칭을 얻었는데요.

◇ 김현정> 여기도 라면이 나오네요?

◆ 김성완> '라면 먹고 뛰었다. 우유 먹는 친구 부러웠다' 이게 언론에 나오면서 그렇게 됐는데 라면 우유 업체가 난리가 났죠. '평생 우리가 다 주겠다' 이렇게 얘기 나왔는데 실제로는 도가니 먹고 삼계탕 먹고 뛰었다는 거 아닙니까? 기자가 인터뷰하면서 "선생님이 간식으로 라면을 우리한테 주셨어요"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그때 17살 나이였습니다. 17년 동안 라면 먹고 뛰었다고 그래요. 이렇게 기자가 가필을 해서 썼는데, 그거 보고 난리가 난 거예요.

◇ 김현정> 도가니하고 삼계탕 먹는 중간에 간식으로 라면 먹은 거였어요?

◆ 김성완> 네, 맞습니다. 그게 인연이 됐는지 칼국수집을 차렸다 이런 얘기도 있는데요. 또 하나가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그때 기적적으로 생환한 2명의 남녀가 있었는데요. 처음 일성이 “냉커피를 먹고 싶어요. 콜라가 먹고 싶어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요” 이런 거였어요. 그때도 업체가 난리가 났습니다.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데 캔커피 싸들고 가서 막무가내로 갖다 주기도 했고요. 구조 3일째 될 때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출연요청도 들어오고, 졸업하고 군입대까지 4년 남은 사람한테 우리 회사 입사 보장해 주겠다고 막 나서기도 했어요. 그거랑 이번 상황하고 약간 비교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그런데 들으면서 이런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어쨌든 선의로 준 거일 수도 있는데 너무 상술로 매도하는 것 아니냐'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김성완> 맞습니다. 회사 대표가 어려웠던 시절이 생각나서 나도 좀 도와주고 싶다, 그랬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자사 제품을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정말 성공한 선수가 좋아한다면 도와주고 싶겠죠. 그런 진의까지는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어려운데, 이게 반짝 관심이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검색을 해 보니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선수들 정말 많거든요. 그리고 또 비인기 종목이라고 우리 핸드볼도 '한대볼'이라는 얘기까지 듣는데 그런 종목에서 설움 같은 것을 굉장히 많이 겪고 있어요. 그런 것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평소에 잘해라.

◆ 김성완> 그게 진짜 지원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정말 맞는 말씀이네요. 올림픽 마케팅의 득과 실, 오늘 김성완의 행간에서 따져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