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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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KTCS 고객센터 지현주 상담사
어느 직업이나 다 나름의 애환이 있습니다만 언제나 친절하게, 언제나 웃어야만 하는 직업이 있습니다. 화가 나도 꾹꾹 참아야 되고요. 자신의 감정은 절대 내보여선 안 되는 사람들. 이런 노동자를 우리는 감정노동자라고 부르죠. 도대체 실태가 어느 정도일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죠. KTCS 고객센터의 지현주 상담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상담사로 일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 지현주> 2008년도 7월에 입사를 했어요. 딱 만 4년 지났습니다.
◇ 김현정> 콜센터 업무라는 것도 다양한 게 있을 텐데, 우리 지 상담사는 어떤 업무를 주로 하세요?
◆ 지현주> 저희는 KT 고객상담 업무를 하고요. 인터넷이라든가 인터넷 전화, TV 개통이라든가 서비스. 그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하루에 고객 전화가 몇 통이나 옵니까?
◆ 지현주> 100여 통이요.
◇ 김현정> 한 사람이 받아야 되는 게 100여 통?
◆ 지현주>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어떤 분들은 이렇게 얘기하세요. '에어컨 시원하게 나오는 곳에 편하게 앉아서 전화만 받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겠느냐' 그런데 아니라고요. 뭐가 그렇게 힘드세요?
◆ 지현주>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깨끗한 환경에서 앉아서 전화만 받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울까. 쉽게 생각을 했는데 막상 앉아서 고객을 대하다 보니까 정말 너무 너무 힘든 거예요.
◇ 김현정> 정말 너무 너무.. 지금 말씀만 들어도 저는 팍팍 와 닿는데 조금 구체적인 사례를 우리가 들어볼까요?
◆ 지현주> 저보다도 많이 알고 계신 고객님을 만나거나 또는 까칠한 분이 연결됐을 때는 정말 등골이 오싹하고, 정말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날 때가 많아요. 사례를 들자면 저희는 얼굴이 안 보이잖아요. 그래서 고객님들 중엔 요구사항을 저희 쪽에 터무니없이 말씀하시고, 전화 끊지도 않고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인터넷을 풀어달라는 전화.. 미성년자 목소리인데 저희는 딱 알잖아요.
◇ 김현정> 미성년자인데 성인인증 풀어달라고.. 이건 아니다는 느낌이 딱 오죠?
◆ 지현주> 중, 고등학생 목소리라는 걸 저희는 아는데 자꾸 본인이 본인이래요.
◇ 김현정> 나는 아니다. 아버지 이름 대면서 나 맞다 계속 그래요?
◆ 지현주> 그래서 풀어 달라고.. 끊지도 않아요, 전화를. 10, 20분씩 붙잡고.
◇ 김현정> 끊지 않고 전화를 붙잡고 있었던 사람.. 최고로 얼마나 붙잡고 있었어요?
◆ 지현주> 저는 40분. 그 고객분이 결국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서 끊겼어요. 그런 적도 있었어요.
◇ 김현정> 고객이니까 먼저 끊으면 절대 안 되죠?
◆ 지현주> 그렇죠. 저희가 아무리 화가 나도 저희가 먼저 끊거나 그걸 받아치거나 이렇지는 못하잖아요. 끝까지 친절을 잃으면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치욕적이었던 건 어떤 건가요?
◆ 지현주> 한번은 제가 전화를 딱 받았는데 어떤 남자분이 인터넷 개통을 해 달래요. 가입을 하신대요. 그러면서 가입 당시 오늘 개통이 되는지 여쭤보더라고요. 그래서 '당일 개통은 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한번 확인을 해 보겠다' 이 한 마디 밖에 안 했거든요. 그랬더니 그때부터 욕을 막 하는 거예요. 입에 담지도 못할.. 그런 욕을 하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쌍욕을 막 해요?
◆ 지현주> 네.
◇ 김현정> 이유가 뭡니까? 알아보겠다고 하는데.
◆ 지현주> 처음에 알아본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계속 욕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무 황당해서 '고객님. 제가 확인해 드릴 테니까 욕하지 마세요' 그랬어요. 그랬더니 '네 까짓 게 뭘 해결해 주냐고. 오늘 개통도 못 해 줄 거면서' 그랬던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화풀이를 막 하는 것 같았어요.
◇ 김현정> 어디 다른 데서 뺨 맞고 와서 상담사한테 화풀이한 거네요?
◆ 지현주> 한 3분에서 5분.. 길게 들었어요.
◇ 김현정> 또 기억나는.. 억울했던 사례 있으세요?
◆ 지현주> 저희가 전화상 업무니까 어떤 분이 그래요. '자기는 양팔을 잘 쓸 수가 없다. 불편하다. 그래서 와서 밥 좀 먹여 달라' 이런 분들도 있었어요.
◇ 김현정> 끊으셨어요? 어떻게 응대하세요?
◆ 지현주> 끊지는 못하고 다 들어줬죠. 모든 고객님들이 사실 그래요. 화를 내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런 분들도 계시지만 저만을 작은 노하우라면 노하우일 텐데요. 그분의 상황에 맞춰서, 이야기를 수긍 해 가면서 들어주는 게 가장 좋더라고요. 고객님들 마음이 풀어지더라고요, 나중에는..
◇ 김현정> 거기가 무슨 카운셀링하는 곳도 아니고 심리치료소도 아니고. 그런 일 겪고 나면 밤에 잠이 옵니까?
◆ 지현주> 끊고 나면 저도 사람인지라 화는 나죠. 그리고 쉽게 감정이 추스러지지 않아요, 사실은.. 그런데 이거를 이겨내지 못하면 다음 고객님들 상대할 때 제 언짢은 마음이 전달이 되더라고요, 제 목소리만으로도. 그래서 그 다음에는 또 제가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 김현정> 이런 것 때문에 우울증 걸리는 분들도 계시겠어요, 동료 중에 솔직히.
◆ 지현주> 어느때부터는 화병이라고 그러죠? 가슴이 울렁울렁거리고.
◇ 김현정> 아까 밥 먹여달라 이런 것 말고 더 심한 것도 있어요?
◆ 지현주> 예전에 저희 멘트가 '사랑합니다' 했잖아요. 그랬을 때는 '나도 사랑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결혼은 했냐', '사귀자', '지금 나랑 같이 밥 먹으러 가자', 혹은 신음소리만 내는 분들도 있고요.
◇ 김현정> 별의별 사람들이 많습니다.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됩니다. 알아서 치유하십시오, 이런 건 아닌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건데 모여서 대책들을 좀 논의해야겠네요. 오늘 생생한 경험담들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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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23(목) 지현주 상담사 인권사각지대 감정노동자 "와서 밥 먹여달라고..."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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