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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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22(수) 안숙선 명창 "딸과 소릿길에서 만납니다"
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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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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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딸과 <모전여전> 국악무대 여는 명창 안숙선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 판소리 명창 하면 가장 먼저 손꼽히는 분이 아마 안숙선 명창이 아닐까 싶은데요. 다가오는 30일에 이 안숙선 명창이 공연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닌데 무대에 같이 오르는 사람이 특별합니다. 바로 안 명창의 딸, 최영훈 씨. 딸과 함께 합동무대를 꾸미는 건데요. 그래서 저는 딸도 당연히 판소리를 했겠거니 했더니 거문고네요. 오늘 그 사연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의 교수를 하고 계세요. 안숙선 명창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안 선생님, 안녕하세요.

◆ 안숙선>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공연준비는 어떻게 잘하고 계십니까?

◆ 안숙선> 지금 많이 연습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딸과 함께 공연을 하는 기분은 정말 남다르실 것 같아요.

◆ 안숙선> 제가 공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신경이 쓰이고 또 그리고 걱정도 되고요.

◇ 김현정> 걱정도 되고.

◆ 안숙선> 또 한편으로는 딸을 무대에 세운다는 게 훨씬 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인 것 같아서 기대도 되고요.

◇ 김현정> 기대도 되고 딸 입장에서도 인간문화재인 어머니하고 한 무대에 선다는 게 굉장한 부담일 것 같아요.

◆ 안숙선> 걔는 늘 엄마가 인간문화재이고 그러니까 엄마의 그런 이미지에 먹칠할까 봐서 늘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무대를 서려고 하니까 더 걱정이 되겠죠. 그래서 요즘 이렇게 살이 반쪽으로 많이 빠진 것 같아요.

◇ 김현정> 바싹바싹 마르고 있습니까, 지금? 어떻게 이런 무대를 기획하셨어요? 딸과 함께 해 보자.

◆ 안숙선> 그런데 저도 딸과 언젠가 무대를 좀 자기 무대를 만들어줘야 되겠다. 왜냐하면 제 딸이 국립창극단 반주 주자거든요. 그래서 자기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 무대를 국립극장에서 기획공연으로 이렇게 만들어주셨네요.

◇ 김현정> 말하자면 제안을 먼저 한 거군요, 국립극장 측에서.

◆ 안숙선> 네.

◇ 김현정> 그래서 소중한 기회를 잡으신 건데. 그런데 저는 소리꾼의 딸이면 당연히 소리를 배우겠거니 했더니 거문고를 시키셨어요?

◆ 안숙선> 거문고를 시킨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 김현정> 왜 그러셨어요?

◆ 안숙선> 제가 소리를 해 보니까요. 물론 거문고나 어떤 분야든지 정말 많은 훈련을 해야 되는 것은 똑같은 길인데 소리는 언어로 표현을 하는 것이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안숙선> 그래서 무대 위에 올라서서 그냥 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발림이라는 동작 그리고 또 음악구조 또 그리고 박자를 정말 많이 맞추어야 되고 또 시간적으로도 거문고는 산조 한바탕 타면 1시간 정도 타면 되는데 판소리는 7시간, 8시간 시간이 많다는 것이...

◇ 김현정> 판소리 완창하려면 정말 오래 걸리죠.

◆ 안숙선> 그리고 또 몸이 악기잖아요. 그래서 몸을 관리하기가 참 힘들어서 “아유, 너 하겠냐 그러고 거문고나 해라”

◇ 김현정> 말하자면 이 고통스러운 길을 딸도 가는 걸 보는 게 엄마로서는 마음이 짠하셨던 거예요.

◆ 안숙선> 아마 옆에서 바라보기 힘들었을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말하자면 지금 딸을 보면서 옛날 안숙선 선생님 젊은 시절 생각도 많이 나실 거예요. 그렇죠?

◆ 안숙선> 그렇죠. 만날 연습하느라고 혼자 남아서 이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창문 밖으로 봄이 왔네, 여름이 왔네 이러면서 했던 일. 그래서 아무 일도, 집안일도 못 살피고 그랬던 일 생각하니까 조금 여유를 가지고 하면 좋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죠.

◇ 김현정> 봄이 오는지 여름이 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연습만 하셨어요?

◆ 안숙선> 어쩌다 보면 봄이 오고 여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그만큼 판소리가 쉬운 장르가 아닙니다. 안숙선 선생님, 그렇다 보니까 일반인들한테는 정말 판소리가 멀어요. 어디 장기자랑을 가도 가요나 클래식, 가곡까지는 불러도 창을 하는 사람은 저는 한 명도 못 봤거든요.

◆ 안숙선> 유감이네요. (웃음)

◇ 김현정> 그러니까요. 일반인이 좀 쉽게 소리하는 뭐 어떤 방법, 비법 같은 게 있을까요?

◆ 안숙선> 당연히 쉽게 하실 수가 있죠.

◇ 김현정> 있습니까?

◆ 안숙선> 득음을 하고 판소리를 잘해야 된다라는 것은 판소리하는 사람으로서 전문가로서 할 일이고요. 가수분들도 정말 가수들은 노래 잘하시지만 본인이 즐겨서 대중음악도 하는 거잖아요. 그냥 즐겨서 한 대목을 하시면 되는데 7, 8시간을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긴.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판소리 속에도 많은 짧은 얘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사랑도 있고, 기다림도 있고 또 여유를 부리는 것도 있고, 호통치는 것도 있고, 호령조. 슬픈 계면조, 우조는 황홀하고 아름다운 쪽. 그런 거잖아요. 그런 대목들, 예를 들자면 사랑 사랑 내 사랑이구나. 여기까지만 해도 좋잖아요. 그렇죠? 또 이별가면 아이고 여보, 도련님 참으로 가실라요.

◇ 김현정> 얼쑤, 이렇게.

◆ 안숙선> 나를 어쩌고 가시랴오. 말하듯이.

◇ 김현정> 아, 말하듯이.

◆ 안숙선> 말을 조금만 더 확대해서 음악으로 생각하시면 되는데 판소리음이 중요하게 되면 공력을 하거나 득음을 하거나 이걸 생각하시면서 아이고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일단 어려울 거다 내가 득음을 해야만 할 수 있는 게 판소리다, 이런 생각은 버려야 돼요.

◆ 안숙선> 버리시고요. 옛날 저희 아버님도 한량이셨는데요.

◇ 김현정> 한량이셨어요?

◆ 안숙선> 노래를 다 하시는 게 아니라 내 어떤 내력을 들어나 보아라. 이렇게 어느 자리에서 잔치자리에서 하시는 것 보고 깜짝 놀랐어요. 흥이 나시니까. 옛날 어른들은 다 시조도 하셨고요. 판소리 한 대목도 한마디 할 줄 알아야 된다고 해서 다 하셨고. 나무 하러 갈 때 지게 짊어지고 가면서 이렇게 두드리면서 아리 아리랑 이거 다 할 수 있잖아요.

◇ 김현정>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이거 못하는 한국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건 다 알죠.

◆ 안숙선> 그렇게 하시면 되는데 너무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선생님. 이제 좀 어렵다는 생각 말고 그냥 우리 마치 요즘 젊은 사람들 랩하듯이 말하듯이 내가 말하는 것에다가 음만 붙이면 그게 판소리다, 이런 생각가지고 접근을 좀 해야겠어요.

◆ 안숙선> 그럼요.

◇ 김현정> 항상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참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 우리 안숙선 명창이신데. 이번 30일, 따님과 공연도 잘하시고요. 항상 저도 가깝게 큰 박수 보내고 있겠습니다.

◆ 안숙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건강하십시오.

◆ 안숙선> 네.

◇ 김현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