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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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 故박완서 작가의 장녀 호원숙 수필가
간혹 헤어지고 나면 더욱더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문학계에서는 아마 고 박완서 선생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훌쩍지났는데도 박완서 선생을 기리는 관련 서적, 작품 줄줄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박완서 선생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한 편이 오르고 있고요. 또 생전 인터뷰를 담은 구술록도 출간이 됐는데 특히 이 구술록을 펴낸 사람은 박완서 선생의 따님이어서 더 화제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초대했습니다. 수필가 호원숙 씨 연결을 해 보죠. 선생님, 안녕하세요.
◆ 호원숙>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어머님이 세상을 떠난 지가 지금 얼마나 된 거죠?
◆ 호원숙> 작년 1월 22일에 돌아가셨으니까 1년 반도 넘었죠.
◇ 김현정> 지금 어머님하고 같이 살던 그 집에서 그대로 사신다면서요?
◆ 호원숙> 네. 제가 그냥 그 집을 떠나지 못하고 지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너무 생각이 나서 이사간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어떻게 이사갈 생각은 한 번도 안 하셨어요?
◆ 호원숙> 저희 어머니의 집필하시던 공간 또 집, 마당 그런 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어요. 보존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 김현정> 의무도 있다, 이런 말씀이군요?
◆ 호원숙> 네.
◇ 김현정> 그러다 보면 매일 어머니의 서재, 어머니의 펜, 어머니의 부엌 하다 못해 숟가락까지 고스란히 그 빈자리를 느낄 수밖에 없는 거예요.
◆ 호원숙> 글쎄요. 저희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보다 더 많이 제가 느끼고 사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합니다.
◇ 김현정> 언제 제일 그립고 생각나세요?
◆ 호원숙> 글쎄요. 저는 어머니가 항상 말씀이 많지 않으셨으면서도 어떤 일에 기쁨을 표현하고 또 어떤 판단을 요구했을 때 중요한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항상 좋은 일이 있을 때 기억나고 또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이게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판단이 서지 않을 때 그때 가장 어머니가 생각나죠.
◇ 김현정> 어머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이것 저것 중에 뭘 선택하셨을까 하는 생각.
◆ 호원숙> 네, 그렇죠.
◇ 김현정> 가족뿐이 아닙니다. 지금 대중들도 역시 박완서 선생 많이 그리워해요. 최근에는 박완서 선생의 작품의 연극화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라는 작품이 무대에 올랐는데 직접 보셨어요?
◆ 호원숙> 네.
◇ 김현정> 어떠셨습니까?
◆ 호원숙> 저는 그것을 그렇게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려웠죠.
◇ 김현정> 그렇죠. 사실은 이게 저희 뒷방송 준비하고 계세요. 밖에 서 계시는데 손숙 선생님께서 출연하신 작품이에요.
◆ 호원숙> 훌륭하게 재연하신 것 같아요.
◇ 김현정> 저도 가서 볼 예정인데 이게 사실은 작가로서 가장 아픈 부분, 가장 슬픈 부분, 세상을 떠난 아들의 이야기를 쓴 작품이어서 더 의미가 남다르다고요?
◆ 호원숙> 물론 소재는 그렇지만 그것은 소설로서 쓰신 것이고 저희 동생의 죽음을 그대로 똑같이 쓰신 건 아니에요. 그런데 개인의 아픔을 또 시대의 아픔으로 연장시켜서 그렇게 작가적인 시각으로 쓰신 것이 저한테는 굉장히 놀라웠고 어머니가 개인의 아픔을 그렇게 연장시켜서 쓰신다는 게 얼마나 더 큰 그런 일이였을까 그런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것을 꺼내서 대중에게 드러내 보인다는 게 쉽지 않은 용기일 텐데 거장이었다 이런 생각 들어요. 또 하나의 문학서가 며칠 전에 출간이 됐는데 그거는 우리 호원숙 씨가 직접 참여해서 제작한 책입니다.
◆ 호원숙> 제가 참여했다기보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에 나온 거니까요. 국립자료원에서 구술 예술인들을 위한 구술총서의 하나의 일환이었어요.
◇ 김현정> 구술록, 이게 어떤 건가요? 구술록이라면.
◆ 호원숙> 그러니까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목소리를 담아서 연구자와 함께 한 대담록입니다.
◇ 김현정> 말로 풀어낸 대담록, 쓰신 게 아니라.
◆ 호원숙> 어머니께서도 살아계실 때도 원고를 정리하시기도 했고 그런데 나온 거는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나왔고 돌아가시고 난 다음이기 때문에 제가 그 이후에 또 어머니께서 못하신 말씀들 또 그런 것을 제가 또 첨가를 했죠.
◇ 김현정> 그런 식으로 해서.
◆ 호원숙> 그 기획에 참여했을 뿐이지 제가 낸 책은 아닙니다.
◇ 김현정> 보니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10년만 더 젊어질 수 있다면 꼭 해 보고 십은 게 한 가지가 있다. 죽기 전에 완벽하게 정직한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 깊고 깊은 산골에서 그까짓 마당쇠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나 혼자 살 만큼의 농사를 짓고 살고 싶다. 저는 정직한 삶을 꿈꾼다라는 구절을 읽고서는 그 정직하기로 소문난 박완서 선생께서 더 정직하기로 했다는 게 이게 이해가 안 되는데 이게 무슨 말씀이셨을까요?
◆ 호원숙> 저는 이해를 하죠. 왜냐하면 저희 어머니 여러 가지 주변의 사람들 원고 청탁 그런 거 거절 못하고 쓰셔야 되는 그런 거를 그것을 하실 때 정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나 하기 싫어 그렇게 못하셨거든요.
◇ 김현정> 하기 싫어라는 말을 못하는 그 신세가 정직하지 않다.
◆ 호원숙>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해서 쓰셨고 또 그럴 때 어떤 피곤감 같은 것이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될 그런 작가적인 운명 그런 것을 갖다가 이렇게 다른 생을 갖다가 꿈꿀 수도 있으셨겠죠.
◇ 김현정> 그런 말씀이신군요. 그런 정직한 삶 이제야 수수께끼가 좀 풀리네요. 호원숙 씨는 글 쓰시는 분이니까 수필가시니까 박완서 선생이 어머니이면서 또 스승이기도 한데 어머니로서 그분은 어떤 분이셨나요?
◆ 호원숙> 저희 어머니 그저 자식들을 끔찍하게 사랑하셨고 그렇지만 그 사랑이 넘치는 사랑이라기보다 각자에게 맞춰서 사랑해 주신 것 같아요. 필요한 사랑을 주신 것 같아요. 엄격하셨고요.
◇ 김현정> 엄격한 어머님. 그러면서도 사랑을 넘치도록 딱 맞게 베풀어주신 분 스승으로서는 어떻습니까?
◆ 호원숙> 저희 어머니는 글로써 제가 배움을 받았지만 저희 어머니가 가르치시고 그런 것은 직접적으로 하시진 않았어요.
◇ 김현정> 아니, 그 글 잘 쓰시는 분이 딸이 글 쓰는데 안 가르쳐주셨어요?
◆ 호원숙> 그런 거 없었어요.
◇ 김현정> 없습니까? 왜 안 가르쳐주셧을까요?
◆ 호원숙> 그런 거는 저희 어머니는 개인적인 자유를 굉장히 존중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말씀 절대로 안 하셨고 그저 어릴 때부터 좋은 책을 읽으신 얘기를 하시면서 저도 읽도록 권하시긴 하셨지만 선생처럼 가르치신 적은 없습니다.
◇ 김현정> 그게 스승이죠. 길을 찾도록 알려주시는 것. 아이고 오늘 아침 박완서 선생 더 생각나네요. 말씀 나누다 보니까. 시대의 아픔을 따뜻하게 품어낸 문단의 어머니입니다. 뜻을 기리는 활동들 앞으로도 꾸준히 해 주시고요. 건강도 주의하시고요.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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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3(월) 호원숙 수필가(故박완서작가 장녀) "책으로 연극으로, 우리 곁 찾아온 박완서"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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