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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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14(금) 김규철(리비아교민), 한양대 이희수 교수 "며칠째 건물밖으로 못 나가"
2012.09.14
조회 1254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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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전문가 이희수 교수 "유대교 극단주의자와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벌이는 야만적 충돌"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대우건설 김규철 현장감독 (리비아 벵가지 현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 (중동 전문가)

지금 중동이 영화 한 편 때문에 요동치고 있습니다. 문제의 영화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라는 영화인데요. 유태계 미국인이 만든 이 영화는 이슬람 창시자, 무하마드를 모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급기야 리비아에서는 미국 대사가 로켓공격으로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을 했는데요. 상황이 심상치가 않아 보이네요. 우선 리비아 현지 연결을 해 보죠. 대우건설 직원이세요. 김규철 현장감독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계신 곳이 리비아 벵가지 어디쯤인가요?

◆ 김규철> 미국 영사관에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 김현정> 지난 11일 밤에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로켓공격을 받았을 때, 그 당시에도 그쪽 어딘가에 계셨던 거죠?

◆ 김규철> 저희는 병원에 있기 때문에 항상 24시간 근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병원에서 유지, 관리, 보수하는 일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그러면 5분 거리에서 그 당시 계셨다는 이야기인데, 상황을 기억하십니까?

◆ 김규철> 항상 총탄과 폭음소리가 매일 저녁 들리기 때문에 평상시와 다름없이 폭음과 총탄이 들렸습니다.

◇ 김현정> 그 말씀은 평상시에도, 지금도 계속해서 총탄과 폭음, 마치 전쟁 같은 상황이 벌어지니까 그날도 그냥 그러려니 하셨다는 말씀이시군요?

◆ 김규철>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지금 리비아 사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김규철> 제가 여기 온 지 3개월 있으면 10년입니다.

◇ 김현정> 원래 이슬람 국가하고 미국의 관계는 항상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라 요즘 반미 분위기가 유독 더 두드러진 건가요? 어떻게 느끼십니까?

◆ 김규철> '이슬람의 무지'라는 영화에 대해서 아마 감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지인들을 만나서 얘기를 해 보니까 영화로 인해서 감정이 생긴 것 같은 그런 말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시위가 전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많이 일어나요?

◆ 김규철> 여기 리비아뿐만이 아니라 인근 이집트나 튀니지에도 많은 일이 지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간밤에는 예멘에서 예멘 미국 대사관이 공격받는 일도 있었는데요. 보통 시위를 하면 그냥 피켓 들고 구호를 외치는 정도인가요? 이번 대사관 공격을 보면 그 수준을 넘어서는 모양인 거 같은데요?

◆ 김규철> 여기 리비아 사람들을 보면 어떠한 조그마한 감정도 같이 동요가 되면 상당히 확대가 되는 상황이 많이 이루어집니다. 불을 낸다든가 그 안에 있는 집기류라든가 이런 것을 먼저 강탈해 나가고, 그 다음에 보이는 대로 자기들의 흥분을 감추지 못해서 살생을 한다든가 이런 것은 개의치 않고 이뤄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병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정도인가요?

◆ 김규철> 본인들이 안 나가죠. 나가라고 해도 그 사람들, 작업자들도 겁이 나서 안 나가고 있고, 또한 저희 회사 측에서도 나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영화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어떻게 보도를 하나요?

◆ 김규철> 이 사람들은 신앙심이 굉장합니다. 그래서 신앙에 대해서 어떤 안 좋은 얘기라든가 모독이라든가 이런 걸 얘기했을 때에는 상당히 분노하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지금 연일 총성이 들리는 불안한 상태인데, 지금 리비아에 한국인이 몇 분이나 계세요?

◆ 김규철> 대사관 통보에 의하면 80여 명 정도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저희 대우건설이라든가 현대, 삼성 이렇게 큰 대기업들에 대한 인원은 정확하게 파악이 되고 있으나 그 외적으로 들어와 있는, 사업하러 들어오신 분들의 인원은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상황에서 다들 안전하신지 모르겠어요, 한국인이라고 해서 위협받거나 이런 건 없습니까?

◆ 김규철> 한국인은 이번 내전을 통해 대우건설이 상당히 일을 잘해 줘서, 또 병원에 관계되는 전기, 설비, 기타 등등을 완전무결하게 해 준 것에 대해 리비아 정부에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한국 사람한테는 우호적이고 상당히 잘해 주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나마 다행이네요. 건강 조심하십시오.


리비아 벵가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규철 대우건설 현장감독에 이어, 전문가 한 분 연결해 보죠.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원래 미국하고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 갈등은 끊임없이 있어 왔습니다만, 이번에는 미국 대사까지 사망했기 때문에 좀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세요?

◆ 이희수> 9.11 테러 11주년에 또 다른 문화전쟁이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고요.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만들어졌던 무슬림 예언자를 모독하는 영화 한 편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기독교와 유대계, 또 이슬람교 극단주의자들이 벌이는.. 제가 보니까 야만적 충돌의 극단 같습니다.

◇ 김현정> 이쪽 극단과 저쪽 극단, 극단끼리 부딪힌 거군요?

◆ 이희수> 그렇습니다. 서구의 지성들이나 또 이슬람 세계의 주류공동체는 정신적으로는 물론 불편하지만 그것이 폭력적으로 연결돼서는 안 된다는, 오히려 큰 우려를 가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9.11 테러 11주년이라는 이 미묘한 시점에서 이슬람 혐오주의자들이 이슬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적대감을 고취시키려 하고 있고요. 또 반이상주의자들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은 이를 빌미로 해서 평소에 자기의 정치적 야욕을 충족시키려고 하는 이런 극단적인 양산들이 사실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사건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극단과 극단이 부딪혔다. 오늘 아침 속보로 '대사관 피격한 사람들이 잡혔다'고는 하는데, 아직 정확한 신원은 나오고 있지가 않습니다. 계획적인 테러라고 보세요?

◆ 이희수> 저는 리비아 사태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계획적인 테러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리비아, 튀니지는 이집트처럼 흔히 말하는 민주화 독재의 구도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리비아는 양 부족 간의 철저한 부족주의와 이권 다툼, 무장으로 시작된 어떤 내전입니다.

그것이 나토나 서방의 개입에 의해서 카다피 정권이 붕괴되고, 지금 친서방적인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에 카다피를 추종하던 세력들은 아직도 강한 반미감정을 가지고 있고요. 소위 말하는 이슬람 모독 영화를 계기로 9.11테러에 아주 정확히 맞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계획돼 왔던 조직적인 사건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시위대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게 아니라 계획성이 있었다는 데 무게를 두고 계시는 거군요?

◆ 이희수> 물론 이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는 이슬람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무슬림들의 자발적 반응이라고 보이지만, 그러나 미국을 노리기 위해서 오랫동안 계획돼 왔던 극단주의자들이 이 시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미 대사관이나 외교관 살해라는 극단 행동을 벌인 거죠. 일반적인 시위대가 행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벗어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나저나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게 이슬람을 모욕한 한 편의 영화 때문인데, 이 영화가 지금 전체가 공개된 것도 아니고 14분짜리 예고편 하나가 뿌려졌어요. 그런데도 이 정도입니다. 영화 보셨어요?

◆ 이희수> 2시간짜리 영화는 못 보고, 유튜브에 올라왔던 것을 저희가 어제 수업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분석을 해 봤는데요.

◇ 김현정> 어떠셨어요?

◆ 이희수> 이건 저희들이 통상 생각하는 예술적 표현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아주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거나 조작된 흔적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저도 봤는데 영화 자체 수준도 아주 떨어지더라고요.

◆ 이희수> 예술성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예언자 무하마드를 동성애자나 아주 탐욕자, 위선자, 살인자로 묘사했는데요. 이건 어떤 세상에서도 있을 수 없는, 무슬림들이 이걸 진정한 영화라고 받아들였을 때는 어떤 문화적 테러나 심각한 모욕감, 인격적 살인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미국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얘기했습니다만, 영화 자체가 굉장히 조잡스럽고 기술면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우리 제3국에서 볼 때는 저런 영화를 가지고 지금 이렇게 싸울 일인가 싶은데요. 이슬람의 정서라는 게 그 정도가 아닌가요?

◆ 이희수> 이제 영화를 만들었던 그 의도가 더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9.11 테러에 맞춰서 이슬람의 호전성과 전근대성을 조직적으로 전파하기 위해서 일부 반 이슬람 극단적 혐오주의자들에 의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그 배후가 알려지고, 특히 이것이 촉발됐던 것이 9월 8일 이집트에서 인기 있는 칼리드 압둘라라는 쇼프로그램에 이것이 소개가 됐습니다.

◇ 김현정> 14분짜리 동영상 예고편이요?

◆ 이희수> 그렇습니다. 이 존재가 알려지면서 평소에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갈 수 있는 문제들이 이슈화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급속히 유튜브를 들여다보면서 이것이 급진주의자들에 의해 반미감정으로 급속히 확산된 거죠. 최근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 김현정> 지금 미국이 해병대를 급파했습니다. 대사가 죽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겠죠. 이게 혹시 보복전으로까지 확전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 이희수> 저는 보복전쟁의 성격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서방의 여러 가지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나토가 들어가서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고. 지금 미국과 협조가 잘 되는 정권이 들어서 있거든요. 그 정권을 상대로 보복전쟁을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고요.

다만, 이 내전 상태에서 리비아가 리비아 내전을 통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무장이 해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치안부재능력을 가진 리비아 정부를 도와주기 위해서, 또 이런 기회를 이용해서 미국이 확고한 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카다피 추종세력, 이번 대사관의 배후세력들을 철저히 공격하는 수준에 머물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정부와 전쟁을 치르는 수준은 아니지만 또다시 미국이 들어가서 그쪽에 남아 있는 카다피 잔당들과 또 한 번 뭔가를 벌일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이희수> 그렇습니다. 이미 나토의 군병력들이 현재 들어가서 활동하고 있고요. 그러나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서 미국이 보다 강력한, 소위 말하는 반정부세력을 소탕하는 기회로 삼겠죠. 그러나 리비아 정부 병력으로는 부족하니까 그걸 지원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게 리비아만 이런 게 아니죠. 예멘에서도 어제 미국대사관 공격이 있었다고 그러는데 전반적으로 어떤 건가요?

◆ 이희수> 무하마드라는 존재는 이슬람 사람들에게 영적인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자기 존재의 뿌리입니다. 그래서 이슬람 사람들은 그분을 존경해서 사진 하나, 조각 하나 만들지 못하고 마음으로부터 흠모하는 사람이거든요. 이런 무하마드를 정말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묘사하고 모독했을 때 그건 급진주의자, 온건주의자를 떠나서 모든 무슬림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이고 극도의 수치감입니다.

이런 것들이 급진주의자나 젊은 세력들, 또 반미세력들이 결합돼서 이슬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런 시위는 자연발생적이고 거의 당연한 반응이라고 보여지고요. 따라서 시위는 당분간 확산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결국 오늘이 금요일, 이슬람의 주일이기 때문에 오늘 이슬람 세계 주일 예배 직후에 시위가 아마 절정을 이루지 않을까. 이것이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